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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19화 (119/300)

119화. 내부 정리가 먼저임 (1)

일본 혼슈 북쪽 끝에 위치한 아오모리현.

그곳에 위치한 한 길드가 있었다.

그 길드의 한적한 사무실.

똑똑 ―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흐흠~ 음? 들어오세요.”

사무실 안에서 가만히 소파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너튜브를 보던 한 남자가 대답하자,

끼익 ―

문이 열리며 정장을 입고 이마를 시원하게 까고 포마드 스타일을 한 남자가 들어섰다.

“실례하지.”

“아, 엔도 상!”

사무실에 있던 남자가 반색하며 포마드 스타일의 남자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여기 앉으시지요.”

“음.”

엔도라 불린 남자는 사무실 주인이 앉아있던 사무실 소파 중 가장 상석에 풀썩 앉았다.

사무실 주인인 남자는 자연스레 그 옆에 놓인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길드 관리는 잘 되어가고 있나?”

“예! 얼마 전 일본 30대 길드로 랭크 되었습니다! 반년 전보다 무려 8계단이나 올랐지요. 이야~ 100대 길드에 든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대 길드입니다! 이대로면 일본 10대 길드도 머지않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엔도가 고개를 나지막이 끄덕였다.

나름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료이치.”

“네, 넵!”

료이치라 불린 사무실 주인이 앉은 자세 그대로 차렷하며 허리와 목을 빳빳하게 세웠다.

“그동안 수고했다.”

“예……?”

갑작스런 엔도의 말의 의미를 완전히 알아듣지 못한 료이치가 두 눈을 끔뻑였다.

그리고는,

“히익!”

자신의 목을 가리며 소파 뒤로 황급히 숨었다.

“…뭐 하는 거지?”

그런 료이치의 행동에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는 엔도.

그러나 료이치는 진심인 듯한 눈빛으로 울상을 지었다.

“이, 이런 장면 많이 봤습니다! 작별 인사로 그동안 수고했다면서 제 목을 슥삭! 하시려는 거 아닙니까?”

“…….”

“시네! 히익! 다스케떼!(죽어! 히익! 살려줘요!)”

“…….”

“치, 칙쇼! 오래노 번다!(제, 젠장! 내 차례다!)”

“…….”

“크윽! 마츠코 상! 아이시떼루요! 사요나라!(크윽! 마츠코 씨! 사랑해요! 잘 있어요!)”

“하아…. 아니 애니메이션 좀 그만 보라고…….”

잠시 료이치의 일인극을 지켜보던 엔도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하하하하! 조크입니다, 조크! 너무 기분이 다운되어 보이셔서…….”

료이치.

그의 정체는 일본의 길드 ‘후시초오(불사조)’의 길드마스터였다.

상당히 밝은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헌터계에 장난꾸러기라고도 불리는 친근한 이미지의 헌터였다.

그리고,

“농담은 여기까지 하지.”

“예!”

전 주작길드의 길드장이자 한국어로는 도명조, 일본어로는 엔도 미츠히로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남자의 부하이기도 했다.

료이치의 농담에 가벼워진 분위기 때문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엔도는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부로 길드 ‘후시초오’는 길드 명칭을 ‘아마테라스’로 변경한다.”

“……!”

엔도의 말에 료이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말씀은……!”

“그래.”

엔도, 그러니까 도명조가 한쪽 다리를 꼬며 미소를 지었다.

“주작, 대붕, 그리고 후시초오는 오늘부터 한 길드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잃을 것을 대비해 보험 삼아 만들어두었던 일본의 길드 ‘후시초오’.

코드 제로를 피해 일본으로 망명한 도명조와 그 일원들이 후시초오 길드에서 다시 활동을 재개하게 된 것이었다.

“드디어 함께하게 되는군요. 한국에서 너무 승승장구하셔서 이대로 평생 길드장 해 먹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소리야? 길드장은 계속 네가 해.”

“…예?”

엔도의 말에 료이치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한번 후볐다.

“…제가 잘못 들었죠? 엔도 상. 저 겨우 A급인데요……?”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엔도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일본이라고 해도 한동안 주작과 대붕 출신 길드원들은 활동할 수 없다. 애들 아직 위조 신분도 없고 할 일이 태산이야. 그리고 그 일이 끝나도 앞으로 우리는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아마테라스의 평범한 길드원으로 남을 거다.”

“에… 에에에에에엑? 제가 엔도 상 위이이이이?!”

엔도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료이치를 검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는 대외적 길드장.”

스윽 ―

그리고 본인을 향하는 그의 손가락.

“나는 실질적 길드장.”

손가락을 본인을 가리킨 엔도 미츠히로, 도명조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간 타락한 주작이,

“그렇게 함께 우리는 아마테라스다.”

바다 건너의 태양신으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 * *

한편, 정원준을 처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태운.

―헌터법 제 2조 3항에 의거하여, 정원준은 제 손에 처단당했습니다. 처참하게.

―네, 네…? 아…….

―만일 원하신다면 놈이 처단당하는 영상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그,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다만… 놈은 고통스럽게 갔나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으흐흐흑!

태운은 정원준에게 당했었던 피해자들의 유족

앞에 서서 그의 비참한 죽음을 알렸다.

혹시나 유족들이 확인을 원할까 싶어 바디캠에 찍힌 영상과 영상을 캡쳐한 그의 시체 사진까지 준비해두었지만,

―죽었으면 됐어요. 그놈 같은 쓰레기는 시체로도 마주하고 싶지 않네요.

―저도 됐어요.

영상을 보여달라는 유족은 단 한 사람도 없었으며, 시체 사진마저도 겨우 두 사람이 확인했을 뿐이었다.

“휴우우우…….”

어찌 되었든 간에 정원준에 관련된 일을 무사히 처리한 태운.

“…예?”

그는 협회에 들어서자마자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협회 본부 10층 대회의실.

전국적인 수사로 인해 모두가 바쁜 상황이었기에 태운을 비롯한 몇몇 행정부서 데이터 관리팀 직원들만이 모여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주작길드가… 사라졌다고요?”

“네, 방금 청룡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도명조에게 패배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백호와 함께 주작을 감시해왔던 청룡 길드.

들키기도 쉽고 리스크가 큰 도명조에 대한 감시는 배제했지만, 일반 길드원들에 대한 감시는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던 두 길드였다.

“한동안 자택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갑자기 어제 새벽, 전원이 어디론가 따로따로 이동했다더군요.”

청룡길드에게서 연락을 받은 협회 직원의 말을 들은 태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행선지는 확인했답니까?”

“모두를 따라갈 수 없어 몇몇 길드원의 뒤만 밟았는데… 결국 전원이 거제도로 모였다는군요. 심지어 사라졌던 대붕길드원들까지 전부 말입니다.”

“…거제도?”

협회 직원의 말에 태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부산도 아니고 거제도에는 왜… 배라도 타려고 했던 건가……? 거기는 국제여객선도 없는데……?”

“놈들이 거제도 인근에 숙소를 잡길래 따라갔던 청룡과 백호 길드원들도 그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새벽 사이에 전원이 사라졌습니다.”

“……!”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족히 수십 명은 넘는 사람들이 거제도 수정산에 올랐다는군요.”

“산이요……?”

들으면 들을수록 종잡을 수 없는 그들의 행동.

태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거기에 뭐가 있길래…….”

“수정산에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대마도가 보이는…….”

“……!”

태운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수정산에 오른 그놈들… 전부 사라졌습니까? 흔적도 없이?”

“…네.”

“…일본으로 건너갔군요.”

협회 직원은 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헌터 고유능력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니까요.”

“…하지만 주작과 대붕 측 길드원들 중 공간 계열 능력자는 없었는걸요.”

“꼭 그들이라고 한정 지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한국 헌터들의 출국 금지를 막았지, 외국 헌터들의 입국까지 막은 건 아니었으니까요.”

“……!”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챈 듯한 협회 직원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허둥지둥거렸다.

“어, 얼른 외국 헌터들의 입국 금지를 신청해야…….”

“해두면야 좋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그들을 막을 순 없을 겁니다. 애초에 비행기나 배편 없이도 국가를 오갈 수 있는 능력자들은 입국 금지를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니까요.”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협회 직원들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해버렸다.

기껏 헌터 범죄자들을 소탕할 수 있게 되었는데, 전부 다 외국으로 빠져나가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되지 않는가?

하지만 태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아무리 헌터라도 그런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그리고 그런 능력자들이 돈 몇 푼 받겠다고 국가에게 쫓기고 있는 범죄자들을 빼내 주는 리스크를 감수할까요? 이번 건 그나마 주작길드라 가능했던 겁니다. 일반 헌터들은 그들과 거래조차 할 수 없을 테죠.”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태운은 반대로 오히려 안심할 수 있었다.

정원준을 처단하면서 주작과 관련된 이들이 모두 노아즈 아크의 일원임을 알았으니까.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그들이 한국 땅에서 도망쳤다는 건 어찌 보면 적어도 한국에게는 호재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노아즈 아크의 가장 큰 집단인 주작과 대붕이 사라졌으니, 남은 건 큰까마귀길드를 비롯한 나머지 주작 산하 길드.

그러나 이미 그들은 청룡과 길드에게 강제 통폐합당하여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었다.

그랬기에 도명조도 차마 그들을 빼내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잘 됐어.’

가장 큰 위험분자들이 한국에서 사라졌다.

놈들을 처벌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놈들이 향한 장소도 알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이었으니까.

‘어차피 도명조… 소의 방주의 관할은 한반도와 일본. 놈은 결국 막다른 골목에 갇힌 거나 다름없어.’

관할 구역이 바뀌지 않는 이상 놈의 관할은 여전히 한국과 일본일 터.

한국에서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 헌터 협회가 버티고 있는 이상, 놈은 한국보다 일본을 먼저 공략하려고 할 것이었다.

‘어쨌든 시간은 벌었어.’

자신을 포함해 헌터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소식인 한국 헌터 협회가 하는 일들은 해외로 퍼져나가지 않는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가진 헌터에 대한 인식의 부정적 변화를 우려한 ‘노아신’이라는 자의 능력 덕분에.

그런데다가 한국을 담당하던 소의 방주도 일본으로 도망가고 남아있는 노아즈 아크의 일원들마저 사실상 모두 잡아둔 상황.

내실을 다지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을 수가 없었다.

“주작길드를 쫓는 일은 멈춥니다. 일본 쪽 소식을 주시하면서 이상한 동향이 있는지만 잘 파악해두는 걸로 하죠.”

협회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 태운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우린 이제부터… 내부 정리에만 집중할 겁니다.”

그렇게 국내 내실 다지기에만 힘을 쏟아붓기를 한 달.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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