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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22화 (122/300)

122화. 개똥도 약에 쓰임 (2)

―주작 산하 길드가 총 몇 개였죠?

―대붕을 제외하면 총 5개입니다.

―제일 큰 곳이 어딥니까?

―JBS를 해코지했던 큰까마귀길드와 참매길드가 대붕 다음으로 강하고 큰 길드입니다.

―둘이 엇비슷한가 보죠?

―수만 따지면 큰까마귀가 더 많고, 강함으로 따지면 참매 쪽 헌터의 질이 좀 더 좋습니다.

―참매길드원 숫자가 어떻게 되죠?

―총 72명입니다.

―그럼 참매만 풀어주고 감시하는 걸로 하죠.

―그럼 나머지는……?

―제가 말하는 곳으로 옮겨주시겠습니까?

―…예?

부우우웅 ―

치이익 ―

노아즈 아크의 조직원들을 가득 태운 거대한 방마트럭 여러 대가 어느 인적 없는 산기슭에 멈춰 섰다.

“전부 내려.”

우르르르르 ―

태운의 말 한마디에 잔뜩 위축된 조직원들이 마치 군대처럼 오와 열을 맞춰 도열했다.

제마액을 맞은 상태로 제대로 마력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태인 조직원들.

그들 전원이 정상적인 몸 상태여도 그들 모두를 단번에 순살할 수 있는 자가 코드 제로임을 알고 있었기에,

빳빳 ―

다들 몸을 뻣뻣하게 곧추세운 채 태운의 심기를 최대한 거스르려 하지 않고 있었다.

“전부 내 뒤를 따라와라. 혹여 도망가고 싶은 사람 있으면 도망가고. 바로 저 하늘 위로 보내줄 테니.”

섬뜩!

태운의 섬뜩한 발언에 조직원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미쳤다고 도망가냐.’

‘일단 살고 보자.’

말 몇 마디로 500명이 넘는 인원을 단번에 위압한 태운은 방마트럭을 운전해준 전투부서 예비 조원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꾸벅 ―

부우우우웅 ―

태운에게 맞인사를 한 뒤 협회로 돌아가는 예비조원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가자.”

태운은 대인원을 이끌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 * *

강원도 화천.

백적산과 장군산 사이 산골짜기에 위치한 대규모 신약 개발단지가 있었다.

“회장님.”

속닥속닥.

“음, 알았네.”

한 연구원의 속삭임에 신약 개발에 한창이던 허준석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이익 ―

“후우…….”

방진복을 벗는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몇 시간이나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더니 진이 살짝 빠진 것이었다.

메디스카이의 회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뛰어난 연구원이기도 한 허준석.

메디스카이의 경영은 전문 경영진들에게 맡겨두고 간간이 체크만 할 뿐, 평소에는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에 매진하는 허준석이었다.

방진복을 벗고 편안한 차림의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허준석이 신약 개발단지의 연구동을 나섰다.

한 5분 정도 걸었을까.

그의 발걸음이 연구동 바로 옆에 위치한 커다란 보관소에 도달했다.

각종 실험 재료들이나 물품들을 보관하는 장소.

그리고 그 앞에,

“…아!”

“안녕하십니까?”

하얀 가면을 쓴 태운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시지요! 오시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허준석의 말에 태운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어려움이랄 게 있겠습니까? 차 타고 왔는데요. 산 오르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닙니다.”

아무래도 범죄자 수백 명을 인솔해서 오는 길이다 보니, 메디스카이 측이 이용하는 외길을 이용하지 않고 일부러 산을 타고 돌아온 태운이었다.

아무리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헌터에게 이런 정도 높이의 산을 등산하는 것 정도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일부러 돌아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하긴 코드 제로 님이라면 이 정도 산이야 완전 여유시겠지요. 그래도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그… 실험체라는 분들은?”

“저기.”

태운은 손가락으로 보관소 옆을 가리켰다.

보관소 옆에는 조금 커다란 건물 하나가 위치해 있었는데, 새로 지었는지 외관만큼은 상당히 깨끗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수감동에 넣어놨습니다. 그리고 저놈들에게 ‘분’이라는 경칭은 쓰지 마시죠. 존중받을 자격도 없는 놈들이니까.”

“그, 그렇습니까. 하긴 전원이 예, 예비 사형수라고 하셨으니…….”

태운의 차가운 목소리에 허준석은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수감동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전원이 일반인에게 고의적으로 마력을 사용한 적이 있는 이들.

재판에 넘겨지면 100% 사형감인 이들이었다.

확실히 존중 따위는 필요치 않으리라.

“협회 직원 중 한 명이 매일 교대로 수감동에 상주하며 저들을 감시할 것이니,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 그럼 마력 제공 문제는 필요하실 때마다 그 협회 직원에게 문의하시면 될 것이고…….”

말을 잇던 태운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이젠 마력 백신 실험에 필요한 일반인만 구하면 되겠지요?”

꿀꺽 ―

지난번 만남에서 대충 어떤 식으로 일반인을 구할지 들은 바 있었던 허준석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가볍게 10명 정도 만들어놓겠습니다. 필요하시면 그때마다 수감동 관리를 위해 상주하는 직원에게 말씀하십시오. 바로바로 제공해드릴 테니.”

저벅 ― 저벅 ―

섬뜩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은 태운은 그 길로 곧장 수감동을 향해 걸어갔다.

“…….”

그리고 그런 태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허준석.

철컹 ―

태운이 수감동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끄아아아아아악……!

건물 안에서 작은 비명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거 방마재, 단열재, 차음재까지 엄청 들어간 건물인데……?’

급하게 올린 건물이지만 그래도 헌터들을 수감하는 용도였기에 내부 시설 자체는 조금 부족할지언정 그 어떤 건물보다도 모든 벽면을 두껍게 만든 건물이었다.

그런 건물 안에서 비명 소리가 새어 나온다……?

창문이랑 문도 전부 닫혀있는데?

‘아,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허준석은 잠시 몸을 떨며 수감동 쪽을 바라보다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는,

타다닥!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허준석의 어깨를 타고 넘어오는 예비 사형수들의 비명 소리.

“히, 히익!”

그렇게 마력 백신 제작을 위한 실험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2097년 2월 말.

태운이 허준석 회장과 함께 마력 백신 제작 작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2097년 2월, 제 19회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헌터사관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2학년이자 졸업반이었던 사관학교 생도들이 학교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헌터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었다.

2076년, 던전이 처음 나타나고 2077년에 1기 생도들을 받아들이며 문을 열었던 헌터사관학교.

그리고 올해는 2095년에 입학한 19기 생도들이 졸업하는 날이었다.

짝짝짝짝짝!

학교장 훈화와 졸업장 전달식까지 무사히 끝이 나고,

“그럼 제19회 졸업식 마지막 순서, 시험의 장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생도들이 가장 기다리던 시험의 장이 시작되었다.

“졸업식에 참석하신 스카우터 분들께서는 스카우트를 원하실 경우, 한 예비 헌터의 시험이 끝나고 팻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경매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시험의 장.

일단은 사관학교 교관을 상대로 졸업생들이 힘을 선보였다.

그럼 미리 생도들의 학교 성적과 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은 각 길드의 스카우터들이 전투능력까지 마지막으로 직접 두 눈으로 지켜본 뒤, 길드로 스카우트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카우트를 원하는 길드 스카우터가 팻말을 들면, 들어 올려진 팻말이 여러 개일 경우 졸업생은 그중 자신이 원하는 길드를 골라서 갈 수 있었다.

스카우트를 이끌어내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전 전투 능력이었으므로,

꿀꺽 ―

졸업식의 시험의 장은 생도들에게 그야말로 일반인 학생들의 수능과도 같은 중요한 시험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콰앙!

“크흑!”

교관을 상대로 싸우던 생도가 크게 밀려나 시험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수고했다.”

이번 졸업식의 시험 교관으로 나선 D급 헌터, 이민석이 장외로 나가떨어진 생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 감사합니다.”

척 ― 척 ― 척 ―

D급 상위의 헌터인 이민석을 상대로 나름 십수 합을 겨룬 생도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스카우터 6명이 팻말을 들어올렸다.

“저는… 루키 길드로 하겠습니다.”

“환영한다!”

여섯 길드 중 생도의 선택을 받은 루키 길드 스카우터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 루키 길드면 20대 길드잖아?”

“괜찮은데 들어갔네, 저 녀석… 하긴, 막달에 강화반에 들어갔으니까.”

20대 길드인 루키 길드의 스카우트를 받은 생도가 나오자, 순서를 기다리는 졸업생들을 비롯하여 졸업식에 참석한 20기 후배 생도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정숙합니다. 다음 생도 나오세요.”

시험의 장 진행자의 말에 졸업생들 사이에서 한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하고 와.”

동혁과 한석이 그 여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응원했다.

“갔다 올게.”

두 사람의 응원을 받은 민아가 미소로 화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또 흥분해서 뻘짓만 하지 마라~”

그리고 그녀의 등 뒤로 응원인 듯 저주인 듯 애매한 말을 던지는 대한.

“우씨……!”

민아는 살짝 뒤를 돌아보며 대한을 한번 째려봐주었다.

“야야, 너는 이런 때까지 그렇게 말을 해야겠냐.”

“한석아 냅둬. 이 새끼 아직도 지 마음 몰라.”

“…무슨 말이야?”

“…몰랐어? 대한이가 민아 좋아하잖아.”

“뭐, 뭔 개소리야……!”

동혁의 말에 대한은 혼비백산하여 앞으로 걸어 나간 민아의 눈치를 보며 동혁의 입을 틀어막았다.

“…얘 좀 봐라? 반응 왜 이래?”

그런 대한을 바라보며 한석이 건수를 잡았다는 식으로 악동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자,

“혀, 형까지 왜 이래, 진짜……!”

대한은 주변 다른 생도들의 눈치를 살피다 잔뜩 울상이 되어 고개를 푹 숙였다.

화끈! 화끈!

양 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대한의 모습에,

“푸흡!”

두 형들은 그저 재밌다는 듯 킥킥댈 뿐이었다.

* * *

한편, 시험 무대 위로 오른 민아.

19기에서 4명뿐인 실전반 생도들 중 첫 번째 실전반 생도가 나오자 시험 교관을 비롯한 스카우터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실전반!’

‘올해 실전반은 어느 정도인지 기대되는걸?’

한 해에 많아야 2~3명이 최대인 실전반.

하지만 작년에 실전반은 이례적으로 6명이나 되는 실전반 생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길드 관계자들이 듣기로 한 사람은 불의의 사고로 겁을 먹고 헌터가 되는 것을 포기했고, 한 사람은 자유를 원한다며 1차 각성을 하자마자 조기졸업을 신청하고 용병이 되었다고 했다.

‘세계 두 번째 유니크형이 용병이라니…….’

‘너무 아깝군…….’

특히 주작을 제외한 청룡, 백호, 현무의 스카우터들이 그 소식을 듣고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유니크형이라는 희귀 능력 유형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물론 능력이 헌터의 강함을 전부 결정짓는 것은 아니었다.

‘하긴 첫 번째 유니크형 능력자도 아직 B급인 걸 보면…….’

같은 생각을 한 백호와 현무 스카우터가 곁눈질로 청룡 측 스카우터를 흘깃거렸다.

몇 년 전, 세계 최초의 유니크형을 데려가 놓고도 아직도 B급에서 성장이 머물러있는 선례가 바로 청룡에 있었으니까.

청룡이 애를 먹을 정도라면 백호와 현무에 데려갔어도 비슷한 결과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남은 인원에 집중해보자고.’

‘오히려 다른 애들이 더 큰 원석일 수도 있다!’

시험의 장에 참석한 모든 길드 스카우터들의 눈이 민아를 향하기 시작했다.

꾸득 ―

시험 교관 앞에 선 민아의 전신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동시에,

“대련 시작!”

진행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대련장 내부 전체를 가득 채웠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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