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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23화 (123/300)

123화. 협회가 점점 강해짐 (1)

스팟 ― !

민아의 신형이 이민석 교관 앞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빠르다!’

잠깐이지만 민아의 움직임을 놓친 이민석이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콰앙!

순식간에 뒤쪽에서 달려든 민아가 방금 전까지 이민석이 서 있던 자리를 깨부쉈다.

“…까비.”

투둑 ―

발에 묻은 돌가루를 털어내는 민아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착 ―

‘다르다.’

조금 떨어진 곳에 사뿐히 안착한 이민석 교관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

지금까지 나왔던 졸업생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

‘설마 1차 각성을 이룬 건가!’

꿈틀.

노란 바탕색에 검은 점박이 다리로 변한 민아의 두 다리가 인간의 다리보다 더 밀도가 높고 탄성적인 근육을 꿈틀대고 있었다.

민아의 고유 능력 ‘치타’.

육지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그녀의 능력이 1차 각성을 이루며 비로소 발현된 것이었다.

“다음은 안 놓칩니다!”

파밧!

이준석을 노리고 달려드는 민아의 신형이 다시 한번 자리에서 사라졌다.

최고 시속 120km에 달하는 치타의 스피드.

그에 더해 마력으로 다리까지 강화했으니,

쐐애애액 ― !

민아의 움직임은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는 괴물 투수들의 강속구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준석의 면전에 짓쳐 든 민아의 신형.

마력으로 강화한 그녀의 주먹이 이준석의 안면을 향해 곧장 날아들었다.

“……!”

아무리 이준석이 D급 상위 헌터라지만, 그는 속도로는 민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곧바로 인정했다.

그녀의 능력은 스피드에 특화되어있는 능력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준석은 일반형 능력자.

평범하지만 그 어떤 능력보다도 밸런스가 좋은 능력의 소유자였다.

키잉 ― !

순식간에 그의 안면에 생성된 마력 방패.

일반형 능력자의 1차 각성 능력, 마력 유형화였다.

콰아앙!

“끄윽!”

마력 방패를 뚫지 못하고 가로막힌 민아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우?

충분히 많은 사례가 존재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 누구도 절대적인 강자는 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마력 유형화로 만들어진 순수 마력 무기는 철저한 마력의 상위 관계를 따르는바.

마력 무기에 있어서 일반형 능력자는 적어도 그 누구보다도 철저한 먹이사슬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이었다.

약자가 일으킬 수 있는 반전의 가능성이 가장 적은 상대.

그것이 바로 일반형 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이었던 것이다.

파밧!

잠시 손목을 붙잡고 뒤로 물러나던 민아의 신형이 재차 사라졌다.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 공격을 꽂아 넣으려는 것.

그러나,

“저… 또또또 흥분한다. 쯧!”

그런 민아의 모습을 객석에서 바라보던 철민이 혀를 찼다.

쉬이이이이익!

잔뜩 흥분한 민아가 다리를 잔뜩 강화하여 최고 속력을 끌어올린 채로 이준석의 주위를 맴돌며 거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민아의 움직임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는 대련장 내부의 공기.

휘오오오……!

대련장 전체에 점차 희미한 회오리바람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라고?’

한편, 민아가 무리하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 이준석은 그녀가 만들어낸 회오리바람에 갇혀 옴짝달싹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크윽!”

거친 바람 탓에 시야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이준석이 겨우 실눈을 뜬 채 주위를 살폈다.

휘오오오오……!

점점 거세지는 바람.

이미 민아의 신형은 형체조차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

쉬이이이익!

간간이 보이는 노란빛만이 그녀가 여전히 그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몇 초가 더 흘렀을까.

대련장 내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민아가 만들어낸 회오리바람에 주목하고 있을 때,

털썩 ―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허억…! 허억…! 허억……!”

휘이이잉 ―

어마어마했던 기세가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게 사라지는 회오리바람.

대련장 위에는 다리에 힘이 풀린 민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아있었다.

“…….”

어느새 인간의 다리로 돌아온 민아의 다리를 보던 이준석.

“…뭐야 이게?”

자신도 모르게 어이가 없다는 듯 얼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 * *

“…저 바보.”

대한은 얼굴이 빨개졌던 것도 잊은 채 대련장에 주저앉아있는 민아를 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흥분하여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전력을 쏟아부어 버리는 민아의 나쁜 습관.

그동안 꽤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시험의 장이다 보니 긴장한 탓에 그 고질적인 습관이 튀어나와 버린 것 같았다.

“어이쿠… 우리 대한이가 민아 복수해줘야겠네.”

“그래야겠네~”

대한과 민아를 놀리는 동혁과 한석.

대한은 말없이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이 형들이 진짜…….’

하지만 대한의 걱정과는 달리,

번쩍! 번쩍! 번쩍!

자리에 참석한 스카우터들 전원이 팻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미친… 전체 다 들었어.”

“…역시 실전반은 다르다는 건가?”

졸업생들을 비롯한 후배 생도들까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실전반.

불과 2년 만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신체 능력을 갖춘 이들.

그중에서도 불과 극소수의 인원만이 달성한다는 1차 각성을 이루어낸 민아였으니 전체 거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팻말을 다 드는 걸 보는 건 거의 처음 아닙니까?”

몇몇 교관들이 스카우터들을 보며 살짝 입을 벌렸다.

본래 실전반 생도가 나오면 알아서 포기하곤 했던 중소 길드였다.

어차피 생도가 대형 길드를 택할 것이 뻔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중소길드 스카우터들은,

‘제발 우리 한 번만 봐줘라!’

어떻게든 일말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서라도 데려오고 싶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후욱!

순식간에 뜨거워진 시험의 장의 열기.

눈을 부릅뜬 스카우터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들의 존재감을 표출하고자 주저앉아있는 민아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택 안 하겠습니다.”

민아의 한 마디에 시험의 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한순간에 싸늘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 * *

“선택 안 한다고?”

“…왜?”

대련장 안에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련장에서 나오는 민아를 쳐다보았다.

마치 삼성, LG, 현대 같은 대기업들이 동시에 러브콜을 보냈는데 셋 다 거절해버린 취준생 느낌이랄까?

스카우터들 중 청룡, 백호, 현무까지 손을 들었던 상황.

셋 중 어느 곳에 가든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 기회를 차버리다니.

최근 길드의 이미지가 추락하긴 했지만 적어도 청룡, 백호, 현무는 협회의 수사에도 거의 걸리지 않아 오히려 이미지가 오른 상태였기에 민아의 선택은 더욱 이해할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헉!”

“미쳤다, 진짜……!”

“올해 실전반 돌았는데?”

뒤이어 나선 대한과 한석, 동혁의 실력 또한 어마어마했으니까.

심지어 그 중 한석은 이준석과 거의 호각으로 맞섰고, 동혁은 지친 이준석을 대신해 올라선 다른 D급 상위 교관을 상대로 승리까지 거머쥐었던 것이다.

“……!”

눈이 뒤집힌 스카우터들이 팻말을 들다 못해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 막 발을 떼기 시작한 신인 헌터가 D급 상위 헌터와 맞먹거나 그 이상의 실력을 지녔다니.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최소한 A급까지는 오를 인재다!’

‘저 친구만 있으면 우리도 10대 길드!’

눈에 불을 켠 중소 길드 스카우터들이 격렬하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여기 좀 봐달라는 구애의 몸짓.

그러나 사정은 대형 길드 측도 마찬가지였다.

‘저거 잘하면 S급도 가겠는데?’

‘3대 길드? 아니 저 친구만 있으면 독보적 길드다!’

최근 S급인 민호성이 강등당하며 잠시 S급을 잃은 청룡과, 그런 청룡이 주춤한 사이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필사적인 백호와 현무.

대한민국 최강 3대 길드들도 체면도 잊고 목에 핏대를 세운 채 팻말을 든 팔을 접었다 폈다 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선택 안 할게요.”

“죄송합니다.”

세 사람은 민아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헌터사관학교의 제19회 졸업식은,

“…아니, 대체 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의문만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 * *

사관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며칠 뒤.

“허억……!”

“지금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아? 나 꿈꾸는 거 아니야?”

평소와 같이 출근한 협회 직원들은 모두 협회에 들어서자마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듯 1층 로비에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다.

그야,

“잘들 지냈지?”

“오랜만이네요!”

그리운 얼굴들이 돌아와 있었으니까.

“철민 선생님… 거기다 현숙 언니까지……!”

갑자기 협회로 돌아온 두 사람에게 직원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잔뜩 몰려들었다.

두 사람이 어째서 협회를 떠났는지 알고 있던 직원들이었으니까.

―어떻게 이런 식으로 끝낼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끄흐흐흐흑……!

자식을 잃고 오열하던 두 사람의 모습은 당시에 협회에 있었던 직원들의 머릿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단 한 줌의 힘도 없어 윗선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던 허수아비 같았던 협회.

그리고 그런 무능한 협회를 버티지 못하고 떠났으면서도 헌터들 사이에서 협회 이상으로 무시를 받던 사관학교 교관을 자처한 두 사람.

두 사람은 못난 이 나라의 헌터계를 위해 평생을 싸우고 버텨온 열사들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다.

“서, 선생님! 설마… 돌아오신 겁니까? 진짜로?”

베타조원 하나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철민의 전신을 이리저리 살폈다.

“언니! 진짜 협회로 복직하시는 거죠? 그런 거죠?”

행정부서 직원들도 과거 행정부서의 한 자리를 맡았었던 현숙을 끌어안고 야단법석을 피웠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협회가 세워진 초창기부터 협회와 함께 세월을 보낸 1세대 협회 직원들.

동석과 함께 1세대 속하는 두 사람의 복직 소식에 그야말로 경사가 난 협회였다.

“헉… 헉… 어, 어떻게 된 거예요?”

동석으로부터 뒤늦게 두 사람의 복직 소식을 접하고 내려온 현주가 현숙의 두 손을 맞잡은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현주가 막 협회에 들어왔을 당시, 협회의 전투부서는 철민을 필두로 알파조가 운영되고 있었고 행정부서는 현숙이 전 부서를 총괄하는 부서장을 맡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두 사람에게 많이 의지했었던 현주였기에,

주륵 ―

그녀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스윽 ―

현숙은 손으로 현주의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빙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없는 동안 너무나도 큰 일을 해낸 장한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담아 말했다.

“다들 고생했어. 혹시 우리 도움 안 필요해?”

““엄청요!””

현숙은 후배 직원들의 열화와 같은 환영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살짝 붉어진 눈시울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직원들을 모두 끌어안아 주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찬가지로 함께 일했던 전투부서 직원들, 그리고 그 뒤에 협회 직원이 된 제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던 철민.

우웅 ―

인사를 하던 철민의 주머니 속 핸드폰이 한차례 울렸다.

스윽 ―

핸드폰을 꺼내 살짝 문자를 확인하는 철민.

핸드폰 미리보기 화면 속엔,

[환영합니다. 교관님.]

태운의 협회 복직 축하 메시지가 와있었다.

‘…이 새끼가 얼굴도 안 비치고 싸가지 없이…….’

속으로 욕을 뱉으며 문자를 바라보는 철민의 입가엔,

씨익 ―

어느새 반가워죽겠다는 미소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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