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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25화 (125/300)

125화. 협회가 점점 강해짐 (3)

“…오빠.”

“왜 임마.”

“제발.”

“싫어.”

“…언니.”

“으응?”

“제발요.”

“으음…….”

오늘은 기성과 인하가 쉬는 날이었다.

“…너 이러려고 밥 사준다고 한 거지?”

기성은 지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 유린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움찔.

“…….”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유린.

그런 유린을 보며 기성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동생아. 우리 대책 없는 동생아. 너를 어찌하면 좋으니…….”

갑자기 조기졸업한 기념으로 밥을 사겠다고 연락을 해온 유린이었다.

마침 쉬는 날이었던 데다가 인하도 오랜만에 유린이 보고 싶다며 가자고 했기에 나온 자리.

꽤나 짠순이 기질이 있는 유린이 비싼 오마카세를 사준다길래 웬일인가 싶어 나왔지만,

‘역시나.’

결국 부탁할 게 있어서 손을 덜덜 떨면서까지 큰 지출을 했던 그의 여동생이었다.

갑자기 조기졸업을 했다길래 전투부서는 포기하고 행정부서로 들어오려는 줄 알았던 기성.

그런데 이제 보니 그냥 이철민을 따라 막무가내로 학교를 나와버린 것이었다니…….

‘이 녀석 생각 없이 저지르는 버릇 진짜 어떻게 하지?’

“하아…….”

기성은 절로 나오는 한숨을 연거푸 뱉어냈다.

“그냥 한 달에 한 번씩만 해주면 안 될까…? 내가 매주 밥 살게. 최소한 이, 이 정도 급으로.”

“매일 사줘도 귀찮은 마당에 매주……?”

“…매, 매일?”

기성의 말에 유린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나름 학창 시절에 알아주는 짠순이였던 그녀에게 이걸 매일 산다는 건 결벽증 있는 사람이 매일 손에 진흙을 바르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일이었으니까.

“동생아. 그거 하루 안 가고 우리 거 레이드 뛰면 벌 수 있는 돈이 얼만 줄 아니? 돈뿐이야? 마력 수치도 올릴 수 있단다. 이 기회비용을 버리고 너 봐주러 가라고?”

“…내가 아니라, 예비조 다 같이 봐달라는 건데…….”

“그게 그거 아니냐?”

움찔.

유린이 어깨를 움츠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귀, 귀여워!’

그렇게 안 생겨서는 하는 행동은 약간 엉뚱한 강아지 같은 느낌의 유린을 바라보는 인하의 두 눈에서 희미한 하트가 나오고 있었다.

슬쩍 ―

인하는 기성의 눈치를 한번 살폈다.

‘기성이랑 결혼하면 나한테 시누이가 될 텐데… 음, 이번 기회에 한번 잘 보여봐? 유린이가 잘 되면 협회장님과 부협회장님도 나를 좀 더 좋게 봐주실 테고…….’

인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한 달에 한 번쯤이야 시간을 낼 수도 있었다.

특임반… 아니, 이젠 코스모스 팀의 대장이 된 코드 제로 덕에 일이 엄청나게 줄어들지 않았는가?

거기다 알파조 레전드 이철민까지 돌아왔다.

물론 알파조에 들어왔던 무지막지한 놈이 미친 성장 속도로 최근에 올라가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A급 최상위인 이태성에게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이철민이 합류했으니 알파조는 아직도 여유가 넘치는 상황.

레이드를 매일 뛰는 것도 아니니 한 달에 한 번쯤이야 시간을 못 낼 것도 아니긴 하다만…….

슬쩍 ―

인하는 생각을 하다 말고 기성을 살짝 바라보았다.

‘데이트 횟수가 줄어들겠지? 그건 좀 많이 아쉽긴 한데…….’

레이드와 개인적인 휴일을 제외하고 한 달에 딱 두 번 데이트하는 두 사람이었다.

애초부터 개인적인 휴일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아마 예비조를 도우러 간다면 데이트 횟수를 줄여야 할 것이었다.

‘그래, 어차피 유린이가 D급에 오를 때까지만 도와주면 되잖아? 그럼 점수도 따고 나중에 다시 데이트도 할 수 있으니까 뭐.’

인하는 유린을 믿어보기로 했다.

‘기성이 동생이니까 유린이도 재능이 있을 테지. 듣자 하니 1년도 안 되어서 실전반까지 올랐다고 했으니까… 그래, 이왕 도와주는 거 제대로 도와줘 보자.’

탁 ―

인하는 결심한 듯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테이블에 소리가 나게 물컵을 내려놓았다.

“좋아, 내가 도와줄게.”

““……!””

인하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인하를 쳐다보는 두 남매.

“이, 인하야? 너 무슨 소리야? 도와준다고? 얘를?”

“응.”

인하는 이미 결심을 굳힌 듯 유린을 똑바로 쳐다봤다.

“한 달에 한 번 해서 언제 D급 오를래? 내가 쉬는 날마다 갈 테니까 너희도 쉴 생각하지 마. 알겠지?”

“……!”

인하를 쳐다보는 유린의 두 동공이 잘게 떨렸다.

“어, 언니……!”

찡긋 ―

유린에게 윙크를 날리는 인하.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지?)

“……!”

끄덕 ―

유린은 곧바로 인하의 입 모양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 무조건 찬성이죠.”

한편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상황 파악이 덜된 기성.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두 여인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뭐, 뭐야? 뭘 찬성한다는 건데?”

눈치 없는 기성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린은 품에서 갑자기 무언가를 꺼내 유린에게 내밀었다.

“이것도 받아.”

“……?”

얼떨결에 인하가 내민 물건을 손에 쥐는 유린.

작은 상자였다.

“…이게 뭐예요?”

“열어봐.”

딸깍 ―

인하의 말에 일단 상자를 열어보는 유린.

그리고,

“…어, 언니! 이거 저… 못 받아요……!”

상자 속 물건을 확인한 유린은 크게 당황한 목소리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길래 그래?”

스윽 ―

살짝 고개를 들이밀어 상자 속 안 물건을 확인해보는 기성.

그리고 그 물건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인하, 너……!”

그 또한 놀란 눈으로 인하를 쳐다보았다.

그야 그도 그럴 것이,

“졸업 선물이야.”

상자 안에는 마석이 떡하니 들어있었으니까.

“뭘 놀라고 그래. 어차피 싸게 샀는데.”

“그, 그래도 그렇지. 억 단위의 물건을……!”

코스모스 마켓의 오픈 이후, 협회 직원들 한정으로 1억원에 거래되고 있는 마석.

시중 시가 10억 원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가격이지만 그래도 억 단위의 금액이 부담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길드 헌터가 아닌 협회 직원들이었으니까.

알파조 또한 레이드를 뛴다고는 해도 기존 수입에 두세 배 정도.

알파조원들의 기존 월급이 1,000만 원이었으니, 현재의 수입으로도 마석 하나는 수개월 동안 번 돈을 전부 써야 살 수 있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코드 제로 님이 그렇게 베풀어주시고 지원해주시는데, 우리도 밑에 뭔가 베풀어야 하지 않겠어? 주는 것만 받고 시키는 것만 하는 것보다 말이야. 결국 다 협회를 강하게 만드시려는 거잖아.”

“그, 그렇긴 한데…….”

인하의 말에 기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코드 제로는 헌터계와 협회를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하면서 지원해주고 있었으니까.

자신들은 그저 줄어든 일에 좋아하고 스스로를 강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 레이드 부스터 프로그램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베타조를 도와주는 것 말고는 딱히 한 것이 없었으니까.

“…코드 제로…….”

인하의 말을 같이 듣고 있던 유린은 가만히 그의 새로운 이름을 되뇌어 보았다.

싱긋 ―

그런 유린을 보며 인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코드 제로 님이 도와주셨어도 많이는 못 사준다. 그래도 비싸거든. 미안해.”

“아, 아니에요! 이것만으로도 이미 저는 너무 염치가 없는…….”

덥썩!

인하는 그녀의 사과에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는 유린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

“앞으로 잘 부탁해, 유린아?”

여러 의미가 내포된 그녀의 말.

하지만 유린은 그 의미를 모두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네! 새언니……!”

세상 끈끈한 시누이와 새언니 관계가 탄생하는 그 순간,

“…새언니?”

정작 두 사람의 연결점이 된 당사자는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뭔 소리야. 새로운 언니? 갑자기 새로워졌어?”

호칭에 약한 기성이었다.

* * *

한편, 그렇게 협회가 순조롭게 전력 강화를 이루어가고 있는 그 시각.

“…특임반장님. 아니, 코드 제로 님 팬이시라고요?”

“네!”

안경을 쓰고 발음이 약간 어눌한 금발의 한 여인이 면접관 앞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음… 한국말은 어느 정도로 하시나요? 듣기 말하기 쓰기 전부 한국인만큼? 한글 타자랑 영어 타자는 얼마나 나오나요?”

“한국어는 당연히 개씹 상타치 정도는 기본적으로다가 깔고 가주는 부분이죠~! 한글 타자는 당연히 500타 이상! 영어는 무려 600타! 좀 치는 거 인정?”

“…….”

사아아아 ―

순간적으로 잠시 조용해진 면접장.

“앗!”

순간 과했음을 느낀 금발 여인은 두 손을 다소곳하게 모으며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어, 음. 죄송해요. 그냥 이 정도로 잘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

“좋네요.”

면접관은 만족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 계약하시죠. 올리비아 씨가 마지막 면접자신데, 제일 마음에 드네요. 한국말도 엄청 유창하신데다가 성격도 활발하신 것 같고. 사실 기사를 작성하시는 게 주된 일이라 발음은 또 그렇게 중요하진 않거든요. 질문 정도만 가능하면 되는 거니까.”

JBS에서 영문 기사를 작성할 계약직 기자를 뽑는 면접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면접에 지원한 캐나다 출신 장기 체류자 올리비아.

면접관의 말에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보면 볼수록 그 사람 닮았네. 그 캐나다에 S급 헌터 올리비아! 동명이인인데 얼굴도 이렇게 닮을 수가 있나? 머리 스타일 조금 바꾸고 안경 벗으면 거의 판박이겠는데?”

면접관의 칭찬에 올리비아는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살짝 긁었다.

“헤헤헤. 사실 자주 들어요. 그분이 따지고 보면 조금 먼 친척이시거든요!”

“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헌터 쪽은 또 해외 쪽으로도 꽤 빠삭하거든. 혹시 안 친해요? 친하면 인터뷰나 한번 따게~”

“그… 죄송해요. 관계가 있다는 것만 알지, 사실 연은 없어서…….”

올리비아의 말에 면접관은 괜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냥 한번 해본 말입니다! 하하하! 뭐 어쨌든 올리비아 씨는 마력 면역자이기도 하시니까, 협회 전담 보도팀으로 들어가서 영어로 기사 쓰시면 돼요. 내일 안내 문자 갈 테니까 팀원들은 내일 만나시면 되고~”

“넵!”

“좋습니다! 그럼 내일 뵙죠! 내일 그 여권이랑 장기체류비자, 그리고 취업비자 서류 챙겨오시는 거 잊지 말고!”

“네! 그럼 내일 뵐게요!”

“네네~ 조심히 가세요!”

무사히 면접에 합격한 올리비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JBS를 나섰다.

“흠흠~”

근처에 잡아놓은 오피스텔로 들어가 옷을 하나둘 벗어던지는 올리비아.

톡 ―

그리고 톡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리가 쭈욱 뱀 허물 벗듯이 벗겨졌다.

“아휴, 더워라.”

살짝 펌이 들어간 긴 금발이었던 가발이 벗겨지고 모습을 드러내는 갈색 단발머리.

착 ―

안경까지 벗어 화장대에 놓으니 활달하고 똑똑해 보이던 방금 전 모습과는 달리 고혹한 매력을 잔뜩 품은 한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올리비아였다.

가만히 화장대의 거울을 바라보던 올리비아는 매력적인 그녀의 입술을 혀로 살짝 핥았다.

“후후후… 일단 1단계는 성공!”

노아즈 아크.

십이방주 중 하나인 뱀의 방주, 올리비아.

그녀가 협회 근처에 똬리를 트는 데에 성공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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