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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26화 (126/300)

126화. 협회가 점점 강해짐 (4)

한 달간 협회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전국의 모든 헌터를 수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으며,

마력 백신 제조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협회 1세대의 두 기둥이 협회로 복직하였으며, 한 번에 역대급으로 많은 신입 직원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일이 없었던 지난 한 달간의 협회.

그러나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지금부터 협회 전투부서 승급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단연코 지난 한 달 동안 협회가 겪었던 모든 일 중에서 가장 기쁘고도 놀라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협회 대강당.

협회 직원들만이 모여 간단하게 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강당 무대 위에 붙어있는 플래카드에는,

[경 <헌터 협회 전투부서 승급> 축]

이라는 문구가 써져 있었다.

무대 바로 앞인 1열에 앉아있는 세 사람.

사회자를 맡은 부협회장, 현주가 그 중 첫 번째 사람을 호명했다.

“베타조, 김재희.”

척 ― 척 ―

꽤 긴장했는지 조금 떨리는 걸음으로 무대 위에 선 여인, 김재희.

꿀꺽 ―

무대 중앙에 선 협회장, 동석의 앞에 멈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동석은 그런 그녀를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마이크를 붙잡고 자신의 손에 들린 임명장을 읽기 시작했다.

“임명장, 김재희. 위 헌터를 헌터 협회 전투부서 소속 베타조의 장으로 임명합니다. 2097년 3월 1일, 헌터 협회장 한동석.”

임명장을 다 읽은 동석은 자신의 앞에 뻣뻣하게 서 있는 김재희와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축하하네.”

“가, 감사합니다!”

그녀의 손에 임명장이 주어지고,

스윽 ―

임명장을 받은 그녀가 뒤를 돌아 객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짝짝짝짝짝!

쏟아지는 박수갈채.

“우와 베타조장이다, 베타조장!”

“재희 누님! 로봇 같습니다! 오늘 기름칠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고기 쏘셔야겠습니다!”

잔뜩 긴장하여 뻣뻣해진 그녀를 놀리는 몇몇 베타조원들.

“우씨……!”

김재희는 자신을 놀리는 베타조원들 쪽을 보며 얼굴이 조금 빨개진 채 눈을 부라려 주었다.

그렇게 그녀의 승급식이 끝나고, 마찬가지로 흐뭇하게 그녀를 바라보던 현주가 다음 사람을 호명했다.

“베타조, 안창훈.”

스윽 ―

창훈은 무대 위에서 내려와 자리로 돌아가던 김재희와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조장, 축하해요.”

“왜 이러십니까, 베타조장님?”

“…진짜 조장까지 이러기에요……?”

타격감 좋은 김재희를 살짝 놀려주며 축하해준 뒤 무대 위로 올라서는 창훈.

동석 앞에 선 그의 표정이 꽤나 결연해 보였다.

씨익 ―

당당한 그의 모습에 동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마찬가지로 임명장을 읽기 시작했다.

“임명장, 안창훈. 위 헌터를 헌터 협회 전투부서 소속 알파조의 일원으로 임명합니다. 2097년 3월 1일, 헌터 협회장 한동석.”

든든했던 베타조장에서 마침내 한 명의 당당한 A급 헌터가 되어 알파조로 승급한 안창훈.

동석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드는 그의 뒷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다래 보였다.

“축하하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빙글 ―

객석을 향한 창훈의 인사에,

짝짝짝짝짝짝짝!

“신입이다아아!”

박수갈채와 함께 알파조 중 유일하게 승급식에 참석한 당일 비번 이태성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하하하하!”

다른 직원들이 그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알파조장님!”

“오우! 내가 더 잘 부탁하지! 우리 알파조원!”

승급식은 중간중간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딱딱한 격식 없이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쿡쿡쿡.”

사회자의 위치에서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소리죽여 웃던 현주.

“후우…….”

그러던 그녀가 다음 호명자의 이름을 보고 살짝 긴장했는지 한번 심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마침내 오늘 승급식 대망의 하이라이트이자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이를 부를 차례가 다가왔으니까.

“알파조, 세컨드.”

스윽 ―

1열에 앉아있던 세 사람 중 마지막 사람, 은발에 하얀 반가면을 쓴 강천이 일어섰다.

기밀 등급으로 설정된 강천이었기에 이름 자체가 불리지 않은 그였다.

두 번째 기밀 등급이라 임시적으로 불린 명칭이 ‘세컨드’.

하지만 말이 기밀 등급이지 대외적으로만 그런 것이고, 태운과는 달리 강천의 이름과 얼굴은 이미 협회 직원들 사이에 모두 알려져 있었다.

강천의 정보가 기밀 등급으로 설정되고 반가면을 쓰고 다닌 이유는, 세계 두 번째 유니크형이 협회 소속이 되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숨기기 위함이었으니까.

사실상 길드들의 반발이 있을까 싶어 숨긴 것이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기도 했다.

헌터계 전체를 휘어잡게 된 협회가 아니던가?

하지만 강천은 이렇게 된 거 그냥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라도 쭉 기밀 등급을 유지하길 원했다.

그의 롤모델인 태운이 그러고 있다는 딱히 시답잖은 이유이긴 했지만 말이다.

저벅 ― 저벅 ―

무대 위로 걸음을 옮기는 강천.

그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해 보였다.

“신입이 들어오고… 신입이 떠나간다…….”

뭔가 허탈한 듯 작게 중얼거리는 태성.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몇몇 직원들이 웃음을 참아내느라 콧구멍을 벌렁거리고 있었다.

척 ―

마침내 동석 앞에 선 강천.

거구의 동석 앞에 섰음에도 그보다 작은 강천은 전신에서 동석 이상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역시 그가 추천한 인재답군.’

씨익 ―

앞선 두 사람보다도 더 흐뭇한 미소를 짓는 동석.

그가 천천히 임명장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임명장, 이름 생략. 위 헌터를 헌터 협회 전투부서 소속 대헌터진압특수부대, 코스모스의 일원이자 부대장으로 임명합니다. 또한 위 헌터에게는 코드 네임, ‘코드 원’을 부여합니다. 2097년 3월 1일, 헌터 협회장 한동석.”

임명장을 모두 읽은 동석이 축하한다며 말을 채 떼기도 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코스모스 부대장! 코드 원!”

“코드 원! 코드 원! 코드 원!”

승급식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

뒤에서 터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환호 소리에 잠시 멍해진 두 사람.

피식 ―

두 사람은 동시에 잇새로 웃음을 흘렸다.

스윽 ―

동석은 작은 단상 밑 선반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강천에게 내밀었다.

“축하하네.”

임명장, 그리고 상자와 함께 조금 늦게 전해보는 축하 인사.

“감사합니다.”

임명장과 상자를 받아든 강천은 고개를 숙이며 동석의 인사를 받았다.

“상자는 지금 열어보게나.”

“…….”

동석의 말에 가만히 동석이 준 상자를 바라보는 강천.

사악 ―

강천은 그 자리에서 천천히 상자를 열어보았다.

“……!”

상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가면.

특임반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태운이 쓴 가면과 똑같이 생긴 가면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앞으로 잘 부탁하네. 코드 원.”

태운의 가면에 0이 쓰여진 것과 달리 강천의 가면에는 보라색으로 1이 커다랗게 적혀있다는 점이었다.

스윽 ―

강천은 조금 떨리는 손으로 반가면을 벗고 미세한 구멍이 송송 뚫린 펜싱 투구처럼 생긴 가면을 착용했다.

“잘 어울리는군.”

“…감사합니다.”

동석의 흐뭇한 미소를 뒤로 하고 코스모스 전용 가면을 쓴 강천이 객석을 향해 뒤를 돌았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잘 어울린다!”

“코드 원! 코드 원! 코드 원!”

“미쳤다! 지렸다!”

쏟아지는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받으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면을 쓴 강천이 허리를 숙였다.

조기졸업 후 겨우 3달 만에 기어코 S급에 도달한 강천.

그렇게 마침내 두 번째 코스모스가 탄생했다.

* * *

“잘 어울리는데?”

“…형.”

하얀 가면을 쓴 두 남자가 협회 옥상에서 만나고 있었다.

일 때문에 승급식에 참여하지 못했었던 태운이 코드 원 가면을 쓴 강천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야, 승급까지 해놓고 왜 이리 다운되어 있어?”

“…….”

휘이이이잉 ―

옥상 위로 부는 밤바람이 차가웠다.

아직 겨울이 완전히 가지 않았다는 듯 불어오는 찬 바람이 두 사람의 몸을 시원하게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겨우 정장 한 벌 걸친 두 사람은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옥상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뭔데? 말을 해, 임마.”

태운의 재촉에 강천은 천천히 입을 뗐다.

“아니야 그냥… 이제야 겨우 출발선에 섰구나 싶어서.”

난간에 두 팔을 올리고 턱을 괸 채 도시 아래를 내려다보는 가면 뒤 강천의 눈빛이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마치 항상 이곳에서 복수를 생각하던 태운의 눈빛처럼.

“…그래. 그 심정 이해한다.”

강천보다 먼저 복수를 이룬 태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등 뒤로 난간에 기대었다.

“내일부터 바로 할 거지?”

“…응, 미안한데 한동안 코스모스 일은…….”

“괜찮아, 임마. 어차피 여태까지 전부 나 혼자 했어.”

피식 ―

태운의 시원하고 털털한 말투에 강천은 역시 태운답다는 표정으로 한차례 웃음을 흘렸다.

“…어땠어?”

“뭐가?”

“복수를 이뤘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강천은 궁금했다.

복수를 이루면 어떤 기분인지.

흔히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라며 복수를 하기보다 용서를 하는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을 해댔으니까.

그리고 만화나 소설 속에서 복수에 먹힌 이들은 결국 파멸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모습으로 종종 묘사되곤 했으니까 말이다.

“정말 복수는… 생각보다 별로야?”

진심으로 묻는 강천.

“…….”

그런 강천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운은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또 어디서 이상한 거 봤어?”

“…그냥 어쩌다 보니 너튜브 알고리즘이 계속 그렇게 뜨더라고? 복수하지 마세요, 용서하세요. 뭐, 이런 내용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종교 영상도 뜨더라. 미워하지 말래나? 큭큭큭.”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심란해 보이는 강천의 표정.

소리만큼은 한동안 쿡쿡대며 웃던 강천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어땠냐고. 말 좀 해주시죠. 복수 선배님.”

“…….”

잠시 밤하늘을 바라본 채 말이 없던 태운.

그의 입가가 살짝 달싹였다.

“…줬지.”

“뭐?”

작게 중얼거린 태운의 목소리에 제대로 듣지 못한 강천이 눈가를 찡그렸다.

“끝내준다고.”

“……!”

태운은 진심으로 시원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용서? 개소리하지 말라 그래.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지 마. 용서와 복수를 고를 권리는 온전히 피해자에게 있으니까.”

태운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가해자랑 똑같은 놈 되기 싫다, 그래도 어떻게 사람을… 이딴 개소리는 결국 복수할 용기 없는 이들이 내뱉는 변명에 불과해. 똑같은 놈? 무고한 이를 해하는 것과 당한 걸 갚아주는 게 어떻게 똑같다고 볼 수 있지? 그래도 어떻게 사람을…? 온갖 남의 권리와 인격을 무시하며 살아가는 상대의 권리와 인격을 왜 존중해주고 앉아있는 건데?”

말을 잇는 태운의 목에 핏대가 살짝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범죄도 그 자세한 내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알잖아. 적어도 너랑 나는 그런 케이스가 아니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위험한 마력을 방출하고 다녔던 녀석들이라고. 남의 목숨 귀한 줄 모르는 놈들을 왜 피해자 쪽에서 귀하게 여겨줘야 하지?”

꾸득 ―

태운의 말을 듣던 강천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모습.

팡!

태운은 그런 강천의 등을 치며 흔들리는 강천의 의지를 다시 붙잡아주었다.

“흔들리지 마. 그리고 혹시라도 죄책감도 가지지 말고. 코스모스와 헌터법 모두 일말의 죄책감 하나 없이 당당한 복수를 하기 위해 만든 기반들이니까.”

덜덜덜…….

강천의 등이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태운은 그런 강천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위선적인 사회한테 가스라이팅 당하지 마. 세상은 너를 진심으로 이해해주지 않아.”

어느새 가면을 벗고 있는 강천.

그의 볼 위로,

“끄윽……!”

뜨거운 눈물 줄기들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

온몸을 덜덜 떨며 울고 있는 강천의 등을,

토닥토닥 ―

태운은 말없이 한참 동안이나 두드려 주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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