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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27화 (127/300)

127화. 똥파리가 돼지를 불러들임 (1)

목포에 위치한 한 허름한 모텔.

‘씨X 씨X 씨X 씨X 씨X 씨X……!’

한 헌터가 그 모텔에 숨어있었다.

까득! 까드득!

잔뜩 초조한 기색으로 연신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헌터.

“시X 진짜로 예매가 하나도 안 되는 게 어디 있냐고……!”

팡! 팡! 팡!

하루 종일 계속해서 해외로 나가는 배편이나 항공편을 알아보던 헌터는 답답한지 손톱을 물어뜯다 침대 매트리스를 손바닥으로 마구 쳐댔다.

그의 핸드폰에서는 계속 그의 헌터 신분을 이유로 현재는 예매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만이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죽는다… 진짜로 죽는다고……!’

진재훈.

그는 전 백호 길드 출신이자 현 용병헌터로 활동하고 있는 C급 헌터였다.

과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브레이크를 토벌하다 수많은 사람들을 마력에 감염시켜 백호 길드에서 퇴출되었던 진재훈.

그전에도 여러 번 실수를 빙자하여 사람을 마력에 감염시킨 적이 있었기에 백호 길드 측에서 더 이상 진재훈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내쫓은 것이었다.

그 이후 용병 생활을 하며 전전하던 그는 지금 목숨을 크게 위협받고 있었다.

‘아니 왜 이렇게 뒤늦게서야 나를 쫓는 건데……!’

대헌터진압 특수부대, 통칭 ‘코스모스’.

얼마 전 2명으로 인원이 늘은 그 무시무시한 조직의 신입, 코드 원이 자신을 쫓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동안 전국의 모든 헌터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음에도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아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그였다.

전산상으로 명단이 누락 되었거나 협회 직원 중 누군가 실수로 자신을 빼먹고 수사하지 않은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했었던 진재훈.

심지어 전국 헌터 수사가 99.9% 완료되었으며 남은 헌터들도 모두 수사 중이라고 뉴스가 나왔을 땐, 자신이 누락 되었음을 확신하며 제자리에서 방방 뛸 정도로 좋아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건 모두 착각에 불과했고 커다란 불행의 시작이었다.

차라리 자수해서 수사를 받는 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대헌터진압 특수부대, 코스모스.

헌터 진압이라니!

말만 들어도 무서운 조직명이었다.

벌써 그들이 쫓아온단 소식을 듣고 도주하려다 코드 제로에 의해 즉결 처분당한 헌터만 여러 명.

최근 새로 들어온 코드 원이라는 남자는 신입이라지만, 결국 그 또한 코스모스의 일원이니 최소 S급 헌터일 것이었다.

결국 고작 C급 쩌리에 불과한 진재훈에게는 자연재해 같은 코드 제로나 예리한 검인 코드 원이나 똑같게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그 끝은 죽음일 테니까.

그동안 실수를 빙자하여 마력을 뿜어 일반인들을 상대로 우월감을 느껴온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톡 토독 ― 토도독 ―

손톱을 물어뜯으며 계속해서 핸드폰 화면을 두드려 방법을 모색하던 진재훈.

그때,

스슥 ―

누군가 모텔 방문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놀란 진재훈은 숨을 죽인 채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

그러나 다행히 그 이후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우…….”

벌써 코드 원이 찾아온 줄 알고 심장이 멈추는 줄로만 알았던 진재훈은 길고 얕게 한숨을 내쉬며 방문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응?”

방문 밑에 들어와 있는 종이 하나.

중국집 전단지였다.

펄럭 ―

“에이씨… 괜히 쫄았네.”

그래도 전단지에 있는 음식 메뉴 사진들이 상당히 맛있어 보였기에 진재훈은 아무 생각 없이 전단지를 보며 군침을 삼켰다.

‘…배고픈데 짜장면이나 시켜 먹을까.’

그렇게 입맛을 다시며 몇 분간 전단지를 바라보던 진재훈.

그러다,

“…어?”

전단지 뒷면 구석에 무언가 적혀있는 걸 발견했다.

“이, 이거……!”

그 내용은,

<출국 도와드립니다. 010―XXXX―XXXX>

“……!”

진재훈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용.

밀항이었다.

* * *

“커어어어…….”

우우웅 ―

“커어어어…….”

우우웅 ―

목포항 근처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안.

“커어어어…….”

한 배불뚝이 남자가 책상에 두 다리를 올린 채 배를 긁으며 자고 있었다.

우우웅 ―

그의 주머니 속에서 연신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

“커어어어… 컥! 으음……?”

핸드폰이 한참 동안이나 울려대고 나서야 간신히 잠에서 깨어난 남자가 입가로 흐른 침을 소매로 닦아내며 겨우겨우 전화를 받았다.

우당탕!

“…크흠! 큼! 네 여보세요.”

{…전단지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반짝!

오랜만에 받는 손님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캐치한 남자가 졸음에 살짝 풀려있던 눈빛을 지우고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어디 가시는데?”

{…해외면 아무 데나.}

“뭐 어차피 루트는 3개밖에 없으니까 골라보셔. 중국, 일본, 필리핀. 중국은 1장, 필리핀은 1장 반, 일본은 2장.”

{…장당 천만 원이죠?}

전화 너머 남자의 목소리에 배불뚝이 남자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곧바로 대답해주었다.

“뭔 소리여, 장당 1억이지.”

{…비싸네.}

“요즘 밀항이 옛날 같은 줄 아시나? 얼마나 빡센데~ 우리도 이거 여기저기 떼먹고 나면 얼마 남는 것도 없걸랑. 싫으시면 다른 데 알아보시던지. 어차피 다른 데 가봐도 다~ 똑같아.”

{아, 알았어요. 그럼 중국으로.}

씨익 ―

배불뚝이 남자는 오랜만에 대어 하나 낚았다는 표정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중국. 돈은 현찰로 준비해주시고… 근데 어느 나라 사람이여? 외노자 맞지? 필리핀? 중국? 대만?”

{…한국인입니다만.}

“……?”

배불뚝이 남자가 이게 뭔 개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인이 왜 한국에서 밀항을 찾아…? 이런 씨X! 당신 경찰이지? 어차피 이거 대포폰이라 못 찾아, 븅신아! 푸하하하핫! 수사 진짜 등신같이 하네! 한국인인 걸 왜 말하는 거야?”

{아, 아닙니다! 저 헌터예요! 전부 출국 금지가 되어 가지고……!}

“…헌터라고?”

전화 너머 남자, 진재훈의 다급한 목소리에 배불뚝이 남자, 밀항 브로커가 눈썹을 찌푸렸다.

“아유… 아저씨요. 범죄 꽤나 저질렀나 보네. 근데 정말 미안한데, 헌터는 밀항 안 돼야. 다른 데 알아 보슈.”

{자, 잠깐만! 왜 안 됩니까! 그냥 일반인처럼 가면 끝 아닙니까?}

“후우…….”

브로커는 피곤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밀항이 무슨 여객선 타고 가는 줄 아나? 보통 화물선에 숨어 간다고…. 근데 요즘 헌터 출국 금지 내려지고 밀항까지 잡는다고 모든 배에 마력 검사를 하는데 헌터가 안 걸리고 배기겠어? 해양 경찰들이 레이더로 어선까지 전부 잡아서 검사하는 마당에 밀항이 어떻게 돼? 차라리 금속 탐지기 앞에서 칼을 숨기는 게 쉽지.”

쿵 ― !

브로커의 말을 들은 진재훈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제, 제발…! 무슨 방법 없겠습니까! 중국까지 2장! 3장? 아, 아니지! 돈은 달라는 대로 드릴게요!}

“음…….”

돈을 달라는 대로 준다는 진재훈의 말에 브로커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아니, 그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이쪽도 리스크를 좀 많이 감수해야 하는 방법이라서…….”

{돈 원하시는 만큼 드리겠습니다! 얼마면 됩니까! 8장? 9장? 아니 10장! 10배로 드릴게!}

“50장.”

{…예?}

브로커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왜? 못 내겠어? 싫으면 말고.”

{아, 아니! 드, 드리겠습니다! 오십억! 근데 그걸 다 현금으로… 드려야 합니까?}

“그럼 현금으로 하지 카드 긁으려고? 우리가 지금 여객선 태워주는 줄 알아?”

{아, 알겠습니다.}

“쯧… 그래서?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은데?”

{그… 음… 5일 정도는…….}

“이틀. 그 이상 못 기다려.”

{아, 아니, 왜요!}

“아니 5일 동안 당신 하나한테 묶여있으라고? 여기도 한번 작업 치기 시작하면 묶여서 아무 것도 못 한다고! 그리고 어차피 급한 건 당신 아니야?”

{그, 그렇긴 한데…….}

“그럼 됐네. 돈 준비되면 이 번호로 연락하셔. 내일 모레 자정까지 연락 없으면 파투 난 걸로 알고 있을 테니까. 아마 자정 지나서 연락해봐야 소용없을 거여. 번호는 바로 바꿀 거거든.”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손님 참 말 많네. 또 뭐? 나중에 또 전화하지 말고 한 번에 다 끝냅시다.”

{그… 그래서 밀항은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아깐 안 된다고…….}

“아~ 어떻게 하냐고?”

밀항 브로커이자, 중국 8대 흑사회 중 하나인 ‘동렁(dōnglóng)’의 조직원이 이를 드러내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중국 헌터들 도움을 받는 거지! 출국 금지는 한국 헌터한테 내려진 거지, 중국 헌터한테 내려진 게 아니거든!”

킥킥킥 ―

브로커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렸다.

“혹시 중국 팔대 길드라고 들어보셨어?”

{……!}

브로커의 말을 들은 진재훈의 표정에 커다란 경악이 어리기 시작했다.

* * *

중국 상하이.

빠앙 ― !

수없이 많은 차와 자전거들이 다니는 대로변을 한 남자가 막고 서있었다.

빠앙 ― !

차가 막히기 시작하자, 뒤차들이 연신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하고,

“야! 빨리 안 가! 뭐 하는 거야!”

성난 시민들이 앞길을 막고 서있는 차들을 향해 욕설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 우리도 가고 싶다고!’

대로 가장 앞쪽에 멈춰 있는 차량의 운전자들은 뒤차의 경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저 가만히 온몸을 벌벌 떨고만 있었다.

부우웅 ― ! 부우우웅 ― !

뒤차들이 경적을 울리다 못해 배기음을 울리며 위협했지만,

덜덜덜……!

앞줄 차량의 운전자들은 그저 계속 앞을 바라보며 덜덜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에이씨!”

쾅!

참다못한 뒤차의 운전자들이 차 문을 닫고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소리만 들어도 머리끝까지 화가 났음을 알 수 있는 그들의 발걸음 소리.

텅텅텅!

화가 난 뒤차의 운전자들이 맨 앞줄에 있는 차량을 두드렸다.

“어이! 이 봐! 내려봐! 아니 왜 도로를 막고 지랄이야 지랄…….”

앞 차의 창문을 두드리던 한 중년인이 성을 내다 말끝을 흐렸다.

차 안에 앉아있는 운전자가 창문을 두드렸음에도 계속 앞만을 바라본 채로 덜덜 떨고 있었으니까.

“뭐, 뭘 보는…….”

운전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뒤차의 운전자들.

그리고,

“…허업!”

그들은 단체로 순간적으로 헛바람을 들이켰다.

“…….”

대로변 한가운데에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스읍~ 하아…….”

대로변에 캠핑 의자를 가지고 나와 거의 드러눕듯이 앉아있는 한 통통한 남자가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주춤 ―

캠핑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자마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몰려왔던 운전자들이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

“…음?”

캠핑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하던 통통한 남자의 시선이 몰려나온 운전자들 쪽을 향했다.

“……!”

뒷걸음질을 치다 눈이 마주쳐버린 운전자들의 온몸이 마치 산길에서 맹수를 마주친 것마냥 굳어버렸다.

“뭐! 할 말 있냐!”

통통한 남자의 외침에,

“아, 아닙니다!”

사람들은 모두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자신들의 차 안으로 도망가버렸다.

사아아아 ―

순식간에 조용해진 대로변.

빠아아앙 ― !

뒤이어 도착한 차량 행렬의 끝에서 경적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지만,

다다다다 ― !

이미 남자를 목격한 운전자들이 재빨리 뒤로 달려가 조용히 하라며 눈치를 주기를 반복했다.

빠아앙……!

차량이 계속 밀리며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경적 소리.

상하이 한복판의 교통이 온통 마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도시의 교통을 마비시킨 남자는,

“윽! 아앗! 아이씨! 죽었네…….”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으로 핸드폰으로 레이싱 게임을 하고 있었다.

“…….”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가만히 그의 옆에 서 있는 정장의 남자.

우웅 ―

정장의 남자는 문득 주머니 속에 울린 핸드폰을 꺼내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한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장 남자의 말에,

“으응? 한국? 혹시 류하오랑 관련 있냐?”

통통한 남자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동렁 조직원에게서 온 연락인데, 밀항 건으로…….”

“아니, 밀항을 왜 나한테 연락해?”

“…한국 헌터가 중국으로 밀항을 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게 뭔… 앗! 아앗!”

통통한 남자는 무슨 말을 하냐는 표정을 짓다 게임 속에서 차가 사고 나 죽어버리고 말았다.

“아~ 최고기록 할 수 있었는데…….”

“…이미 오늘만 3번이나 세우시지 않았습니까?”

“뭐, 그렇긴 해.”

스윽 ―

남자가 캠핑 의자에서 일어나며 있는 힘을 다해 기지개를 켰다.

“끄으으으으읏… 흐아! 역시 레이싱게임은 차도에 나와서 해야 잘 된다니까?”

씨익 ―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본 남자가 주위에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이쿠. 고새 이렇게 내 팬들이 이렇게 많이 몰렸네. 가자 가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진 비서.”

“예.”

진 비서는 캠핑 의자를 접어 들고 통통한 남자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중국 팔대 길드인 팔룡 길드 중 하나.

“좀 배고픈데? 진 비서, 안 출출해?”

“…저는 괜찮습니다. 왕펑 님.”

“에이! 말만 해! 내가 사줄게! 나 혼자 먹기 좀 그래서 그래~!”

목룡 길드의 2인자 왕펑의 등장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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