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폭풍 직전은 평화로운 법임 (4)
깨작…….
유린의 입 안으로 얇은 채끝살 한 점이 들어갔다.
그리고는,
오물오물.
그녀의 입이 아주 작고 아담하게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리 깨작대는가?
그야 어색해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생각지도 못하게 나타난 눈앞의 남자 때문에 말이다.
꿀꺽 ― 꿀꺽 ―
유린은 겨우 채끝살 한 점에도 목이 막힐 것 같은 느낌에 고급 전통주 한 잔을 단번에 목 너머로 털어버렸다.
‘왜? 왜 하필 이런 자리에?’
유린의 눈동자가 자리마저 하필 자신의 맞은편에 자리한 코드 제로를 슬쩍 훔쳐보았다.
우물우물.
훈제연어 한 점을 집어 입 안으로 넣는 코드 제로.
조용히 식사하는 그의 모습은 꽤나 신사답고 젠틀해 보였다.
가면 밑 부분이 올라가며 하관만 드러난 그의 모습은 조금 우스꽝스러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도 감탄을 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더더욱.
꿈틀꿈틀.
양복을 벗으며 드러난 흰색 와이셔츠 너머로 건장하고 팽팽한 근육들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셔츠 밑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와 꽉 찬 팔 근육.
젓가락질을 하는 데도 쓸데없이 꿈틀거리고 있는 손등과 팔목의 핏줄까지.
그의 몸의 근육이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보는 이에게는 쓸데없이 크기만 한 패션 근육보다 훨씬 더 꽉 차고 알찬 느낌을 주고 있었다.
사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태운의 전신 근육은 특수 중력 트레이닝과 자가 회복 트레이닝을 병행한 덕에 인간을 넘어 짐승에 비해서도 몇 배는 되는 어마어마한 근밀도를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역도 선수나 씨름 선수의 몸이 거대한 바위이고 짐승의 몸이 거대한 철강이라면, 태운의 몸은 하나의 거대한 금강석 수준이었던 것이다.
화들짝!
그런 태운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훔쳐보던 유린은 순간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발그레 ―
그녀의 두 볼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사관학교에서 보았던 그의 얼굴이 지금 모습과 매칭되며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태운이 가면을 벗은 모습이 상상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태운의 모습은 완전한 꽃미남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거친 마초 느낌도 아닌 딱 적당한 정석적인 남성적 미남의 모습이었다.
‘…오빠가 그런 말을 해서 자꾸 의식하게 되잖아……!’
작년 홍보설명회에 왔던 기성이 전했던 말.
―그거 아냐? 엄마가 특임반장님 간 보고 있는 거.
화악 ― !
새삼 다시 떠오른 기성의 말에 유린의 볼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뭐야. 너 취했냐? 그거 한 잔에?”
갑자기 전통주 한 잔을 들이켜더니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얼굴을 붉히고 있는 유린을 옆에서 본 기성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아, 아니야. 그런 거. 그냥 조금 더워서…….”
꿀꺽 ― 꿀꺽 ―
유린은 자신의 볼에 손을 대보더니 얼른 찬물을 들이켰다.
그런 유린을 바라보는 현주는 차라리 잘 됐다는 듯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차라리 취하는 게 나을 수도 있지!’
철벽같은 유린의 모습보다는 조금 취해 다소 허물어진 유린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컸으니까.
진심으로 딸의 연애를 바라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딸의 생소한 모습에 동석은 몇 번이고 그녀를 챙겨주려 했지만,
꽈악 ―
계속 허벅지를 꼬집으며 눈치를 주는 현주에 의해 번번이 무산되고 있었다.
‘내, 내 딸이… 다른 남자한테 간다고……?’
어느 정도 각오하고 나온 자리였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자 울상이 되어버린 동석은 말없이 음식만 잔뜩 입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태운과 동석 사이에 앉은 현주는 그런 동석을 가리기 위해 최대한 허리를 꼿꼿하게 편 자세로 로봇처럼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런 부모님과 유린의 모습을 보며 기성은 재밌다는 듯 연신 실실 웃음을 흘려댔고,
“…….”
태운은 그런 한씨 일가 사이에서 어색하게 식사를 이어가며 그저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 * *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코스 요리 집 방 안에는 어느새 두 남녀만이 남아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
“…….”
어색한 공기가 두 사람 사이를 가득 채웠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렸다.
시작은 기성이었다.
―나는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 다들 맛있게 먹고! 코드 제로 님? 같이 식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부담 없이 드세요! 오늘 이 친구가 쏘는 거니까.
―아… 예.
갑자기 바쁜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떠버린 기성.
그렇게 기성이 떠나고 10분 뒤.
―우리 화장실 좀 다녀올게.
현주가 동석을 이끌고 화장실을 간다며 나가버렸다.
질질질.
뭔가 동석은 가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둘만 남겨진 태운과 유린은 어색한 공기 속에서 그렇게 서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묵묵히 식사를 이어나갔다.
화장실을 간 두 사람이 얼른 돌아오길 바라면서.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화장실을 간다며 나간 협회장 부부는 15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오, 오래 걸리시네요.”
참다못한 태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제, 제가 연락 한번 해볼게요.”
갑자기 방 안에 울려 퍼지는 태운의 낮고 굵은 목소리에 유린은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우웅 ―
유린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아니,
우웅 ―
우웅 ―
우웅 ―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모두 현주가 보낸 문자였다.
[둘이 한번 잘해 봐.]
[2차를 가도 되고.]
[이런 기회 흔치 않은 거 알지?]
[언제까지 남자 한번 못 사귀어보고 그렇게 살래?]
[네가 그렇게 바라던 이상형 대령했으니까 이번에 빼지 마.]
[엄마랑 아빤 사윗감으로 코드 제로 격하게 찬성!^ㅇ^]
화아아악 ― !
문자를 확인한 유린의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졌다.
‘이, 이이이이……!’
태운이 뜬금없이 들어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이런 목적이었을 줄이야.
유린은 갑자기 어머니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거 한 번도 안 해봤단 말이야……!’
연애는커녕 소개팅마저도 처음인 유린이었다.
애초에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나온 데다가 갑자기 사윗감이라니?
거기다…….
*유린의 이상형 조건
1. 어른스러울 것
2. 생각이 깊을 것
3. 배울 점이 많을 것
대뜸 진짜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상형이라니.
그동안 특임반장과 코드 제로로서 태운의 행보를 모두 알고 있는 유린으로서는 그가 자신의 이상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졸지에 이상형과 독대하게 된 유린은 빙글빙글 돌아버릴 것만 같은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다시 한번 전통주를 들이켰다.
쪼르르륵 ―
꿀꺽 ― 꿀꺽 ―
쪼르르륵 ―
꿀꺽 ― 꿀꺽 ―
그런데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목 뒤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전통주.
단둘이 남겨져 과도하게 긴장해버린 유린은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연거푸 전통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갑자기 연락한다며 핸드폰을 꺼내더니 뭔가를 보고는 술을 들이켜기 시작하는 유린의 모습에,
‘…가, 갑자기 왜 이러시지?’
태운은 조금 당황한 나머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꿀꺽 ― 꿀꺽 ―
본인의 술뿐만이 아니라 기성과 협회장 부부가 먹지 않고 남긴 전통주 병까지 가지고 와 마시기 시작하는 유린.
타악!
혹시라도 취할까 걱정이 된 태운은 재빨리 그녀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으며 그녀를 말렸다.
“지, 진정하세요. 그러다 취하십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코드 제로!”
유린은 이미 알딸딸해진 상태였다.
씨익 ―
얼굴이 빨개진 채 갑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짓는 유린.
그래도 발음은 꽤 정확한 것이 만취한 것까지는 아닌 듯했다.
“…네?”
별안간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당한 태운은 당황하여 조금 붕 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헤헤.”
취기가 올라서 그런 것일까, 긴장이 풀린 듯 그녀의 표정에 자연스런 미소가 드러났다.
욱신!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그녀의 미소에 태운은 순간적으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뭐, 뭐지?’
그녀의 그 미소를 보는 순간 가슴이 욱신거림을 느낀 태운.
태운이 자신도 모르게 쿵쾅거리는 가슴을 매만지고 있는 그때, 유린은 충격적인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
“나 그쪽 알아요.”
“……!”
당황도 잠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름다운 그녀의 두 눈을 정면으로 마주한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는 동공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꿀꺽 ―
긴장한 태운의 목 뒤로 마른침이 꿀꺽 삼켜지고,
“권태운 씨, 맞죠?”
마침내 그녀의 입에서 태운의 이름 석 자가 튀어나왔다.
* * *
휘이이이 ―
“으음…….”
문득 볼에 느껴지는 미약한 찬바람에 유린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든 유린은 기겁하며 고개를 번쩍 들었고,
“깼어요? 좀 많이 춥죠? 미안해요.”
어두운 밤하늘 밑, 어느 동산 위에서 자신은 어느 남자의 등에 업혀있었다.
하얀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태운이 자신을 업고 있었던 것이다.
“내, 내, 내, 내려주세요……!”
유린은 새삼 자신의 가슴과 팔에 느껴지는 그의 등근육에 놀라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사뿐 ―
태운은 그런 그녀를 어느 풀밭에 사뿐히 내려주었다.
툭 ―
태운의 등에서 내리며 유린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정장 겉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
태운의 옷임을 바로 알아챈 유린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허둥지둥 겉옷을 주워 태운에게 내밀었다.
“죄, 죄송해요……!”
“괜찮아요.”
씨익 ―
태운은 크게 당황해하는 유린을 바라보며 가면 뒤에서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미, 미쳤어, 한유린……!’
이상형과의 첫 만남에 취해서 잠들어버리다니……!
촤라라라락 ― !
순간, 그녀의 머릿속으로 지난 몇 시간 동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 그쪽 알아요.
―권태운 씨, 맞죠?
‘…….’
다행히 그게 다였다.
술이 약한 유린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떨구었으니까.
‘다, 다행이다.’
“휴우우우…….”
잠들어버린 것 빼고는 이렇다 할 실수가 없었음을 확인한 유린은 겨우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기다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
사아아악 ―
유린은 뭔가 큰일이 생각났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안색이 안 좋으시네요. 머리 아프고 입도 좀 텁텁하시죠?”
부스럭 ―
그런 유린을 보며 태운은 언제 사 왔는지 검은 비닐 봉다리 안에서 초코우유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원래 숙취엔 직빵인데, 혹시 초코우유 싫어하시나요?”
“…아, 아뇨.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폭 ―
쪼로로록 ―
빨대로 초코우유 입구 구멍을 뚫어 마시기 시작하는 두 남녀.
휘이이이이 ―
언덕 위로 불어오는 찬 바람이 그녀의 숙취와 열기를 한 꺼풀 날려주고 있었다.
“저, 저기…….”
“미안해요. 취한 사람 데리고 이런 데 와서. 그렇다고 초면에 숙박업소나 저희 집에 데려갈 수도 없고… 저도 당황해서 마땅히 생각난 데가 여기였네요. 참 대책 없죠?”
두 사람이 있는 언덕은 서울에 위치한 한 이름 모를 언덕이었다.
그리 높지 않음에도 지대 자체가 높아서인지 서울 야경이 꽤 내려다보이는 언덕.
바로 태운이 마력감염증에 걸려 쓰러졌던 언덕이었다.
“아, 아니에요. 초면에 기절한 제가 더…….”
휘이이이 ―
언덕 밑에서 불어온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지나갔다.
“읍……!”
순간적으로 휘날린 머리카락에 시야가 가려진 유린.
그녀가 얼른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자,
“아……?”
그녀의 눈앞엔 하얀 가면을 쓰고 있던 남자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사관학교 시절에 봤던 한 남자 생도가 서 있었다.
“가, 가면을……!”
철민과 강천, 그리고 협회장 부부 앞이 아니고서는 절대 가면을 벗지 않았던 태운.
사실상 처음으로 그 외의 사람 앞에서 가면을 벗은 태운이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찬바람을 들이키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저 아신다면서요? 그럼 뭐 굳이 가면 쓸 필요가 있나.”
밤이라서 그랬을까, 술기운 때문에 그랬을까.
묘하게 전보다 더 잘생겨 보이는 태운의 외모에 유린의 두 볼에는 다시 한번 새빨간 홍조가 피어올랐다.
두근! 두근!
유린은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느끼며 빨개진 얼굴을 들킬세라 고개를 홱 돌렸다.
“…저, 저기요.”
“네?”
유린의 부름에 태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상당히 떨리고 있었으니까.
부스럭 ―
혹시 많이 추운가 싶어 태운이 봉다리 안에서 핫팩을 꺼내려는 그때,
“그… 음식점 계산은… 누가…….”
유린이 면목이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을 내뱉었다.
“아.”
피식 ―
태운은 그런 그녀를 보며 귀엽다는 듯 살짝 콧바람을 뿜으며 웃었다.
“제가 했어요.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태운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러나 유린은 취해서 쓰러진 것도 민망한 상황에 자신이 해야 할 계산까지도 남에게 맡겨버려 창피해 미쳐버릴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계,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돈 보내드릴게요!”
“에이, 됐어요. 제가 살게요.”
“아, 안 돼요! 그, 그게 대체 얼만데……!”
총 500만원.
한 끼 식사비용치고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유린이 여태껏 모아온 전 재산의 절반이 넘는 액수였지만,
덜덜덜……!
‘더 이상 민폐 끼칠 순 없어……!’
그동안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친 일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리였기에 유린은 피눈물을 삼키며 짠순이 기질을 억누르고 어떻게든 돈을 지불하려 했다.
“…좀 비싸긴 했죠?”
태운은 가만히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그러니까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바로 보내드릴게요.”
유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른 핸드폰을 켰다.
“…….”
태운은 가만히 그런 유린을 바라보더니,
“제가 쓸게요.”
유린의 손에서 유린의 핸드폰을 가져갔다.
톡톡톡 토독 토도독 ―
핸드폰에 숫자를 입력하는 태운.
그리고는,
띠링 ―
유린의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어?”
당황한 유린이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그때,
우웅 ―
태운의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일었다.
뚝 ―
전화를 끊으며 유린에게 다시 핸드폰을 내미는 태운.
“통화기록에 그거, 제 번호니까 저장해주세요.”
“…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유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태운을 올려다보았다.
“돈 보내주신다면서요?”
씨익 ―
태운이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앞으로 500만 원 될 때까지는 유린 씨가 사는 겁니다?”
“……!”
보름달이 뜰 시기가 아님에도 유독 달이 크게 떠올라 있던 그날 밤.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연애 선배가 된 강천은,
{…형, 원래 다 친구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라고……!”
{어째, 내가 ‘연애 부스터 프로그램’ 한번 해줄까?}
“…끊어.”
꽤 한동안 태운을 놀리며 행복해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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