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46화 (146/300)

146화. 태풍의 눈은 잠시일 뿐임 (1)

전 세계가 뒤집혔다.

[(긴급 속보)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메디스카이’… 협회와 손을 잡고 마력감염증 치료제 개발 성공.]

[더 이상의 사망자는 없다… 메디스카이 허준석 회장 曰, “마력은 더 이상 인류에게 해가 될 수 없습니다.”]

[마력감염증 치료제 ‘리바이브(Revive)’, 모레부터 본격 판매 실시… 국내 모든 병원에 비치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마력감염증 치료제, 어떻게 개발에 성공했나? 메디스카이 측, “치료제의 원리는 홈페이지에 게시 예정… 어차피 못 따라 해.”]

[마침내 마주하게 된 마력감염증 치료제… 그 부작용은?]

[해외 선주문 폭발… 아시아에서만 이미 5억 회분 돌파.]

모든 일반 시민들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마력감염증 치료제.

여태껏 인류사에서 가장 많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간, 그리고 지금도 앗아가고 있는 마력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과거 메디스카이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암 치료제를 개발했을 때보다 더 격렬한 반응.

그야 암은 그나마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지만 마력감염증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95%라는 무시무시한 치사율을 선사했으니까.

한국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던 외국들마저 일단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에 선주문을 넣을 정도로 마력감염증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은 어마어마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마력감염증 치료제 ‘리바이브’가 등장했다는 초특급 희소식과 더불어 한 가지 더 엄청난 화젯거리가 있었으니,

[메디스카이 정희철 신약개발연구소장 曰.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을 주신 코드 제로 님께 감사해.”]

바로 메디스카이 신약개발단지 연구원들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마력감염증 치료제 ‘리바이브’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진들, 모두 입 모아 코드 제로 언급.]

[뜬금없이 등장한 코드 제로… 특허청 曰, “주요 개발진 명단에 코드 제로 포함… 심지어 명단 중 맨 앞에 기재.”]

[메디스카이 허준석 회장 曰, “우리는 그저 조력자였을 뿐… 신원 기밀 유지를 위해 공을 가로채게 되는 모양이 되어 송구하게 생각.”]

연구진들의 모든 인터뷰 기사에는 그야말로 댓글이 폭발하며 모든 포털 사이트의 기사 댓글순 랭킹 TOP 20을 점령해버렸다.

ㄴ 아니, 실화냐? 이젠 치료제까지?

ㄴ 와. 무서울 지경이다, 이제;;

ㄴ 그는 신인가? 그는 신인가? 그는 신인가? 그는 신인가? 그는 신인가? 그는 신인가?

ㄴ 못하는 게 뭐임? 같은 사람인데 이러기 있음?

ㄴ 이매 각시 1기 팬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러울 따름! 역시 울 오빠다!

ㄴ 와 이매각싴ㅋㅋㅋㅋ 그거 아직도 있었냐ㄴ 윗 댓 뭐래. 지금 국내 팬카페 랭킹 1위인데ㄴ 랭킹 1위 제로월드라는 팬카페인데?

ㄴ 그게 이매각시임. 팬카페 이름 바뀐거ㅇㅇㄴ 인명 구조, 범죄자 소탕, 헌터계 정리, 치료제 개발까지… 그는 이미 위인이다.

ㄴ ㅇㅇ 이 정도면 이순신, 세종대왕 급까지 올라갔다고 봐야 됨ㄴ 아직 그 정도는 아냐;;

ㄴ 이순신, 세종대왕은 한국 위인 중 탑 오브 더 탑임. 언터쳐블이니 그분들 건들지 마삼ㄴ 그래도 그분들 발밑까지는 갔다 ㅇㅈ?

ㄴ ㅇㅈ 아직 살아있는데 그분들 발밑이면 지리는 거지.

ㄴ 코드 제로 죽으면 안 돼ㅠㅠㅠ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가 이어지며 코드 제로의 팬카페 ‘제로월드’ 회원 수는 또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에서만 180만 회원을 보유하며 그야말로 압도적인 회원 수를 자랑하던 코드 제로의 팬카페 제로월드.

치료제 개발 소식과 함께 순식간에 30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이틀 뒤.

‘리바이브’가 세상에 출시되었다.

* * *

충남 공주에 위치한 계룡산 국립공원.

산악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계룡산 어느 산기슭에,

“…….”

한 남자가 조금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거 어떡하지.”

바위 위에 앉아 있던 남자, 태운이 한숨을 쉬었다.

던전 하나를 토벌하고 나왔더니 와있는 문자 하나 때문이었다.

지끈지끈.

오늘도 입금된 리바이브 수익금.

폰뱅킹 계좌를 들여다보는 태운은 머리가 점점 지끈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많다.

너무 많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배부른 소리긴 하지만…….’

그래, 억 단위에서 노는 정도라면 이런 말도 안 했을 것이었다.

최상위 헌터들이 한 달에 수십억씩 버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매일 정산해드리겠습니다!

―매일이요…? 매달 아니고?

―매달 드리면 너무 많아서 드리기가 힘들 것 같아서 말이죠. 하하하하! 그리고 매일 받으시는 게 더 좋지 않으십니까?

―아니, 그럼 너무 번거로우신 게…….

―그럴 리가요! 그리고 너무 큰 돈이 쌓이면 욕심만 생기니까요. 바로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사실 이미 코드 제로 님 전담 정산 팀을 만들었습니다.

리바이브의 판매 개시와 함께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천문학적인 금액은 그야말로 세계급 헌터의 수입 수준마저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특임반장 시절의 돈도 감당이 안 되어 이미 건물만 여러 채가 있는 태운이었다.

최대한 현금을 줄이고 자산을 늘리려 했지만…….

‘개인이 이렇게 돈 많아도 되는 건가?’

웬만한 재벌가의 총 재산마저 찜쪄먹을 수준으로 들어오는 돈의 홍수에 현금이 줄어들기는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기부를 해야겠다.”

너무나도 많은 돈에 부담을 느끼던 태운은 결국 하나의 방도를 생각해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건물들만으로도 3대는커녕 5대, 6대는 먹고 살 수 있을 수준.

옛말에도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는가?

―베풀며 살거라.

태운은 아직 어머니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고생하는 협회 직원들에게만 베풀었던 태운.

이젠 그 보너스도 협회 자체에서 충당한다고 하니, 태운은 협회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로 했다.

운 좋게 각성한 헌터들이 떵떵거리고 잘살고 있는 와중에도 일반 서민들… 아니,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취약 계층들이 남아있었으니까.

톡 ― 토독 ―

핸드폰에 기부 방법을 검색해보는 태운.

촤르륵 ―

핸드폰 화면 안에 수많은 기부재단 사이트 목록이 떠올랐다.

태운은 가만히 핸드폰을 계속해서 뒤졌다.

“…좋아.”

곧 기부처를 정한 태운이 바위 위에서 벌떡 일어섰다.

타다닥 ― !

고민을 덜은 데다가 기부할 생각에 괜히 설레는 듯 태운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문제는 기부처가 한 곳이 아니라는 점이었지만.

* * *

그렇게 코드 제로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기부 세례를 하기 시작하는 태운.

[코드 제로, 헌터 범죄 피해자 유족들에게 500억 기부. 헌피연 측 曰. “압도적 감사.”]

[코드 제로, 난치병아동후원금 50억 기부.]

[코드 제로, 기부도 클라스가 다르다… 소방청에 소방헬기, 구조 공작차 등 소방차량 1천여 대 기부, 전국 모든 소방서에도 1억원 상당의 소방용품 기부.]

[코드 제로, 한국장학재단에 100억 원 쾌척!]

[코드 제로, 아동복지 어린이재단에 50억 기부.]

[코드 제로, 소년소녀가장들에게 100억 기부.]

……

쏟아지는 태운의 기부금 세례에 기부와 지원에 목말라 있던 취약 계층들은 때 아닌 단비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운의 어마어마한 선행에 팬카페 제로월드는 회원수가 500만을 돌파했고,

[코드 제로 팬카페 ‘제로월드’, 한국장애인협회에 5,000만 원 기부… 코드 제로의 선한 영향력.]

팬카페에서도 코드 제로를 따라 기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며 태운의 기부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러면 나도 해야 하잖아.”

태운이 저지른 일을 기사로 접한 코드 원, 강천은 한숨과 함께 씨익 미소를 지었다.

[코드 원, 호스피스에 5억 원 기부.]

[코드 원, 결식아동 지원 단체에 10억 원 기부.]

……

A급을 홀로 토벌할 수 있는 강천의 수익도 웬만한 길드 고위 헌터 못지않았기에 강천도 꽤나 많은 기부를 했다.

코스모스 팀에서 수없이 많은 기부를 해대자, 아예 한국 기부 소식 탭을 따로 만들어 지금까지의 모든 기부 소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공개를 해버린 JBS.

“나, 나도 해볼까……?”

강천을 따라 꽤 오랜 헌터 생활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서아의 동참을 시작으로,

“길드원한테 질 수는 없지.”

국내 부자 최상위 랭커 김천용의 기부가 이어지고,

“아니 김천용 이 쉑… 자기 혼자 착한 척……!”

경쟁심을 느낀 정호백이 김천용 이상의 기부금을 쾌척했으며,

“훈훈한데?”

“우리도 할까?”

기부 기사가 자주 올라오며 그들에 대한 대중들의 찬사가 이어지자 헌터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기부 릴레이 문화가 형성되었다.

억 단위 필터링이 들어갔음에도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는 기부 소식란.

거기에 모범 마크 인증에 이은 기부증서 인증 유행까지.

메디스카이의 마력감염증 치료제 개발로 상당한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국내 경제학자들은,

“…이게 뭐야?”

코드 제로라는 댐이 활짝 개방해버린 수문에 의한 방수량 때문에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천문학적인 금액과 더불어 그동안 헌터들이 축적해왔던 막대한 부가,

“…경제 지표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성장을 미친 듯이 가속화시키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태운이 쏘아 올린 작은… 아니, 냅다 떨어뜨린 메테오 덕분이었다.

한편, 그렇게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대한민국과 달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 있었으니,

“이런 미친……!”

바로 노아즈 아크였다.

* * *

분할된 12개의 화면.

각각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십이방주들의 분위기가 하나같이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뭐 얼마라고……?}

범의 방주가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하루에 100만 개씩 생산이 되고 있고, 매일매일 전량 매진을 이어가고 있어요. 선주문 분량도 아직 다 처리하지 못한 와중에 선주문보다 더 많은 주문이 밀리고 있다고… 곧 임시 생산 라인을 추가해서 매일 500만 개씩 생산량을 늘린다고도…….”

{콰앙!}

뱀의 방주의 힘없는 보고에 화면 너머 범의 방주가 책상을 거세게 내리쳤다.

{뱀!}

“…네.”

범의 일갈에 뱀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 한국에 있지 않나?}

“그렇죠.”

{대체 뭐한 거지? 놈의 암살은 시도도 못 해, 정보 유출도 못 막아, 게다가 이젠 치료제를 개발하는데도 코앞에서 눈 뜨고 당해?}

울컥 ―

범이 몰아붙이자, 울컥한 뱀의 방주는 눈을 표독스럽게 뜨며 자신을 몰아세우는 범의 방주에게 맞섰다.

“나보고 어쩌라고요! 여자랑은 접점도 없고 신원 확인도 안 되는데! 그리고 난 분명 그 자리에서 도망간 놈 뒤를 바로 쫓아가서 죽였어! 문자를 그딴 식으로 보낼 줄 알았나? 난 최선을 다했다고! 그리고 치료제를 개발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지금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그럼 네가 와서 하던가아아아!!!”

안 그래도 코드 제로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뱀의 방주가 악을 썼다.

{이 미친……!}

뱀의 반항에 범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기 시작했다.

십이방주 중 최강의 일각인 자신에게 이렇게 대놓고 악을 쓴다?

과거에 뱀의 미인계에 당할 뻔한 적이 있어 평소 껄끄러워하기는 했지만, 명백한 전투라면 뱀의 방주는 범의 방주의 십초지적도 될 수 없었다.

그런데 감히 자신에게 이딴 태도를 보인다?

자존심이 태산과도 같은 범의 방주에게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범의 방주가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뱀의 방주를 찾아가려는 그때,

{…큭.}

소의 방주, 도명조의 화면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런 씨X… 소, 너 지금 웃었냐?}

뱀에 이어 이젠 소까지.

범의 방주는 정말 그야말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만해. 이런 푸닥거리를 들어줄 시간 없다. 지금은 긴급사태야.}

하지만 적절히 그들 사이를 치고 들어오는 용의 방주.

{지금 나보고 참으라는……!}

이미 눈이 돌아간 범의 방주가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지만,

{적당히 해라. 범. 죽여버린다……!}

{…알았다고.}

상당히 예민해진 용의 방주의 진지한 분노 앞에서는 그도 꼬리를 만 고양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잘 들어라.}

용의 방주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른 11명의 방주들의 심장을 옥죄었다.

{앞으로 노아신께서 언제 돌아오실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가장 빨리 돌아오신다고 가정했을 경우엔 앞으로 한 달 뒤면 돌아오실 터.}

{……!}

{…벌써 시간이 그렇게…….}

빠르면 반년 뒤에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말했던 노아신.

그 시기까지 벌써 앞으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코드 제로를 죽이기는커녕 치료제 개발까지 용인해버렸다. 이대로면 우리 모두 어떻게 될지 몰라.}

꿀꺽 ―

방주들의 목 뒤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다들 노아신의 분노만큼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잡담은 그만하고 방도를 강구해. 지금부터 이상한 소리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녀석은 내가 직접 죽여버리겠다.}

방주들을 바라보는 용의 방주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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