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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47화 (147/300)

147화. 태풍의 눈은 잠시일 뿐임 (2)

{무역 보복은 할 수 없습니다. 치료제가 아니더라도 한국을 향해 무역 보복을 했다간 금방이라도 사회가 전복될 것 같은 분위기에요.}

{치료제가 나온 지금은 더더욱 할 수 없지요. 한국과 무역 보복을 주장하는 순간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 같은 분위기거든요. 그만큼 한국과 코드 제로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너무 좋은 상황입니다.}

유럽을 담당하는 두 명의 방주, 쥐의 방주와 말의 방주가 의견을 이야기했다.

{아프리카는 더 심합니다. 세계 평균 치사율이 95%인데 반해 사람들 몸이 약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아프리카 치사율은 99%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애초에 강한 헌터 수가 적어 던전을 제때 토벌하지 못해서 뒤늦게 해외 원조를 받는 등 마력감염증 사망자가 엄청 많이 나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보니…….}

{많이 낳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죽어 나가다 보니 국가 유지조차 위태로운 국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어느 대륙보다도 치료제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아프리카를 담당하는 두 명의 방주, 닭의 방주와 개의 방주도 자신들이 맡은 지역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이미 성질 급한 브라질 대통령은 무역 보복을 단행하려다가 시위대에 쫓겨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상태입니다. 난리도 아니에요.}

{아무리 헌터들이라 하더라도 대량 학살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은 사람들의 난동을 제어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치료제 수입은 어쩔 수가 없어요. 막말로 그냥 진짜 다 죽일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리면… 노아신께서 노하실 테니까.}

남미를 맡은 두 명의 방주, 양의 방주와 원숭이의 방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들었다.

{오세아니아도 마찬가지요. 이미 다들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에 좋아하고 있어서… 여기서 무역 보복을 했다간 정부도 무사할 수 있을지…….}

오세아니아를 맡은 돼지의 방주도 고민이 크다는 듯 턱을 괸 채 책상을 툭툭 쳐댔다.

{…일본도 비슷하다. 뉴스엔 온통 치료제 이야기뿐이야. 덕분에 다행히 헌터 범죄자 이야기는 조금 잠잠해졌지만…….}

{중앙아시아도 마찬가지. 중국은 그나마 언론을 통제해서 그나마 덜하지만…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분위기다.}

{동남아, 서남아는 이미 축제 분위기입니다. 더 이상 마력으로 사람이 죽을 일은 없다면서…….}

아시아를 맡은 범, 소, 토끼도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기네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조직원들에 따르면 캐나다도 심하게 낙관 중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선주문하지 않은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네요. 한국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북미, 그중에서도 캐나다를 맡은 뱀의 방주도 한국의 소식과 자신을 따르는 조직원들이 있는 캐나다의 소식을 전했다.

{…미국은 이미 치료제를 받았다. 멕시코 정부도 주문을 넣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두 나라 모두 일부 지역들에서는 새로운 부활절이라며 축제를 벌이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

마지막으로 미국과 멕시코를 담당하는 용의 방주도 심각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

축 처진 분위기.

치료제의 소식에 헌터 범죄자에 대한 수사에 관한 일은 다소 사람들의 신경에서 벗어났지만, 오히려 헌터 범죄자에 대한 탄압과 수사보다 치료제의 개발 소식이 노아즈 아크에겐 더 큰 타격이었다.

그야 치료제가 있으면 마력으로 사람을 감염시켜도 그 어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치료해버리리 테니까.

{이거… 노아즈 아크의 존폐 위기 아닙니까? 헌터를 만들 수가…….}

원숭이의 말에,

{닥쳐. 그딴 말 할 생각에 이 상황을 타파할 방도나 말해.}

용은 곧바로 이빨을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

그렇게 장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모두가 저마다 머리를 굴리며 좋은 방도를 생각하던 그때,

{…뭐야. 간단하네.}

도명조가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좋은 방도가 있는 건가? 소.}

용의 방주는 별 기대는 안 한다는 듯한 눈빛으로 도명조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만 벌였다 하면 죽을 쑤는 놈이었으니까.

나름 좋은 아이디어도 많고 수완도 좋은 녀석이긴 했지만 뭔가 어설퍼서 항상 끝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도명조였다.

하지만,

{결국 이제 치료제 때문에 헌터가 안 생긴다는 거잖아?}

{…그래서?}

이어지는 도명조의 말에 용은 도명조에 대한 평가를 전면 수정했다.

{하지만 던전은 무한하지.}

{……!}

도명조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들은 방주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깨달음이 잔뜩 어렸다.

{과연…….}

{인류의 구원자에서… 인류의 종말을 가져온 자로……!}

화면 곳곳에서 방주들의 감탄이 흘러나왔다.

{좋군. 좋은 아이디어다 소. 곧바로 그렇게 언론 플레이를 해야겠군.}

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건 그렇다 쳐. 어쨌든 우리의 목적은 그 녀석을 죽이는 거잖아? 노아신께서 오시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할 거지?}

도명조는 덤덤하게 용의 칭찬을 받으며 되물었다.

{그건 이미 생각해둔 게 있다.}

용이 눈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얼마 전 긴급화상회의에서 한국 대통령이 공식 세계 정상 회담 일정을 잡았어. 공교롭게도 그 일정이 딱 한 달 뒤가 아니던가? 어쨌든 외교적으로 한국이 궁지에 몰린 만큼 대통령 경호를 위해 놈도 참석하게 되겠지.}

{그럼……!}

{그래.}

말을 잇는 용의 눈이 번뜩였다.

{6월에 있을 세계 정상 회담. 그때 방주 전원이 놈을 친다.}

{방주 전원……?}

방주들이 슬쩍 범의 방주의 눈치를 보았다.

{…쳇.}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용의 방주에게 기가 꺾인 범의 방주는 불만 어린 표정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주들은 또다시 벌어질 줄 알았던 범의 난리부르스가 벌어지지 않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한 달, 다들 한국과 코드 제로의 이미지 훼손에 집중해라. 놈의 위상이 더 이상 커질 수 없도록.}

절망 속에서 다시금 의지를 다지기 시작하는 방주들.

거대한 방주를 이끄는 십이방주들의 눈빛들이,

사아아아아 ―

어느새 하나같이 살기로 잔뜩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 * *

때아닌 경제 호황을 이룬 대한민국.

그동안 헌터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어마어마한 부가 기부 행렬을 타고 전국으로 퍼지니 취약계층이 살아나고, 취약계층이 살아나니 그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니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니 일자리는 많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지니 또다시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결국 국가는 자연스레 호황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코드 제로와 코드 원, 즉 코스모스 팀으로부터 시작된 이 대규모 기부 행렬을 통해 일어난 이 경제 호황 현상을 두고 경제학자들은 ‘도네이트 붐(Donate Boom)’, ‘수문 개방 효과’ 등 다양하게 명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사람들에게 와 닿은 명칭은 바로,

[한강의 기적 이후 처음 보는 상승세… ‘코스모스의 기적’]

‘코스모스의 기적’이라는 명명이었다.

코드 제로가 수문을 개방하고, 코드 원이 그 흐름을 이어나갔으니까.

거기다 치료제 덕에 수일 동안 갑자기 허공에서 생성된 던전으로 인해 전국에서 총 31명의 마력감염증 환자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호황과 유례없는 안전한 시대를 맞이하며 행복으로 몸을 뒤틀고 있는 것이었다.

콰앙!

“형.”

“응?”

콰아앙!

“하루에 돈 얼마씩 들어와?”

“리바이브 판매 수익으로만?”

“응.”

콰아아앙!

“…원래는 100억 좀 안 되게 들어왔는데, 이번에 생산라인 늘리면서 요 며칠 간은 500억 가까이 들어오던데.”

“형.”

“왜?”

“되게 재수 없다.”

콰아아아앙!

“큭큭큭! 오늘도 200억 기부했는데 봐주면 안 되냐.”

“어, 안 돼. 그래도 남잖아.”

“거참 빡빡하네.”

콰아아아아앙!

높다란 나무 꼭대기 부근에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태운과 강천이 가면을 반쯤 걸친 채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서는,

콰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악! 저 왕재수들!”

알파조가 힘겹게 A급 최상위 몬스터, 머슬 베어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구어어어어어!”

곰 중에서 가장 큰 곰인 코디악 베어나 북극곰의 크기에 족히 3배는 되는 머슬 베어들.

그냥 거대한 괴수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머슬이라는 명칭이 붙은 만큼 놈들의 몸은 우락부락하기가 그지없었는데,

콰아아아아아아앙!

앞발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지면이 풍선마냥 터져나가고 있었다.

“크으으으윽!”

앞에서 놈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철민과 기성이 그 여파만으로 신음을 토해냈다.

각각 경화와 강철 능력을 지닌 두 사람.

방어에 특화된 이들임에도,

“구어어어어어어!”

콰아아아아아아앙!

머슬 베어의 공격을 버티기에는 힘이 부친 듯했다.

“2마리는 무리인 듯?”

“하긴 여기 솔직히 S급으로 봐도 무방해. 마력 파장 수치가 29만 얼마였잖아?”

대충 헌터의 마력 수치에 10을 곱한 숫자가 던전의 난이도를 나타냈다.

A급 던전 ‘머슬 베어의 산’은 마력 파장 수치가 29만 대.

30만이 넘어가면 S급 던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말로 거의 S급 던전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봐야 했다,

“한 마리 뒤로 물려.”

“…왜 날 시켜?”

“레이드 부스터는 원래 막내가 하는 거 몰라? 나는 오늘 구경 온 거라고.”

“와… 개꼰대. 할 일 없어?”

“던전 접수처에서 토벌 좀 그만하래. 길드들이 가져갈 거 없다고. 그래서 조사만 한 3개 하고 왔지.”

“하긴 형이 혼자 너무 많이 해 먹긴 했어.”

철컥 ―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은 강천은 오른팔을 변형시켰다.

가만히 볼리베어 한 마리를 조준하는 강천.

[테이저 건(Taser gun) ― Mega volt ver]

사람 머리통만 한 거대한 테이저 건이 생성되더니,

퉁 ― !

거대한 작살이 날아가듯 여러 개의 대침들이 머슬 베어를 향해 쏘아졌다.

빠지지지지직!

“그그그그그그극!”

온몸이 마비된 채 잠시 전신이 경직되어버리는 머슬 베어.

“한 놈 붙들고 있는 동안 나머지 한 마리 얼른 처리하세요.”

강천은 놈의 몸에 대침 여러 개를 꽂아놓은 채 간간이 전류를 흘려가며 한 마리를 붙들어두었다.

“후우……!”

한 마리만 남게 되자 간신히 호흡을 되찾는 알파조.

파앗 ― !

5인의 알파조가 머슬 베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구어어어어!”

뻐어어억!

“끄응……!”

혼자가 된 머슬 베어가 흥분하며 날린 앞발 공격을 철민이 간신히 붙잡아두고,

휘리리릭 ― !

몸을 잔뜩 늘린 인하가 재빨리 두 팔과 다리로 머슬 베어의 육중한 두 뒷다리를 묶어버렸다.

“구어어어?”

휘청 ―

앞발 하나를 잡히고 뒷다리가 묶인 머슬 베어가 균형을 잃었다.

“구어어어!”

남은 앞발로 땅을 짚으며 균형을 되찾으려는 찰나,

화아악 ― !

때맞춰 신기루를 전개한 창훈이 놈의 거리감을 왜곡시켰다.

쿠당!

지면과의 거리를 착각한 머슬 베어가 앞발을 헛짚으며 바닥에 엎어졌고,

파밧 ― !

엎어진 머슬 베어의 머리 위로 두 개의 신형이 치솟았다.

“크아아아아아!”

얼굴을 제외한 전신이 호랑이가 된 태성이 있는 힘껏 공중에서 기성의 발바닥을 마주 박차며 급강하시켰고,

쐐애애액 ― !

전신을 강철로 변형시킨 기성이 두 다리를 모아 하나의 거대하고 날카로운 강철 송곳으로 변했다.

[강철추(鋼鐵錐)]

콰드득!

머슬 베어의 등 허리는 물론이고 바닥까지 일부 뚫고 들어간 기성의 두 다리.

“구으으으……!”

쿵 ―

몸을 막 일으키려던 머슬 베어는 잠시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끝내 고개를 떨구며 완전히 쓰러졌다.

“허억… 허억……!”

“끄으으응…….”

머슬 베어를 붙들고 있던 철민과 인하가 거칠게 호흡하며 신음 소리를 냈다.

“휘유… 진짜 빡세네. 이렇게 쎄도 S급이 아니라니…….”

공중에서 가볍게 착지한 태성이 몸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혀를 내둘렀다.

“형…! 저 좀 뽑아주세요……!”

졸지에 바닥에 다리가 박히며 머슬 베어의 시체 안에 갇혀버린 기성이 머슬 베어의 거대한 몸통 안에서 SOS 신호를 보냈다.

“이게 뭔… 야, 손 안 닿겠는데? 인하야! 네 남친 좀 구해라!”

“허억… 허억… 에…? 꺄악! 기성아!”

시체에 파묻힌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다급히 달려가는 인하.

“얼씨구.”

철민은 그런 인하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하……”

죽은 머슬 베어 근처에 모여 난리법석을 피우는 알파조를 보며 창훈은 머쓱하게 웃으며 슬쩍 강천의 눈치를 보았다.

‘아직 한 마리 남았는데… 말을 해야 하나?’

금방이라도 붙잡고 있던 머슬 베어를 풀어버릴 것 같은 강천의 음흉한 분위기에 창훈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호황을 맞은 대한민국의 평화로운(?) A급 던전 안.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누리고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이 사실 거대한 태풍의 눈에 들어왔을 뿐인 짧은 평화였다는 것을.

알파조원들의 A급 던전 레이드 부스터가 끝난 다음 날.

여론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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