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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48화 (148/300)

148화. 음모론이 제기됨 (1)

“…태운 군.”

“네, 협회장님.”

“…상황이 다시 안 좋아지기 시작했네.”

“…이미 확인했습니다.”

동석과 태운의 분위기를 살피는 현주의 표정이 심각했다.

“…리바이브 판매는 어떻게 되고 있어?”

“판매 추이는 솔직히 별 차이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목숨이 달린 일이다 보니… 문제는 리바이브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되었다는 겁니다.”

“…….”

띡 ―

동석은 말없이 뉴스를 틀었다.

{…는 지금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 나와 있습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요. 이는 최근 개발된 마력감염증 치료제 ‘리바이브’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으로…….}

뉴스에서는 해외 시위 현장이 중계되고 있었다.

갑자기 어느 해외 커뮤니티 하나에서 제기된 음모론.

이 모든 혼란은 이 글을 시발점으로 시작되었다.

[리바이브? 나는 너무 불안하다] (작성자 : 익명)=> 최근 한국에서 마력감염증 치료제 ‘리바이브’가 개발되었다. 전 세계인은 환호했고, 리바이브를 개발한 기업과 한국을 칭송했다. 언제나 가슴을 졸이며 살아가던 일반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마력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 소식에 모두가 기쁨을 누리고 있을 때, 나는 홀로 불안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 리바이브. 어떤 의미로 치료제의 이름을 리바이브라고 지었는지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평균 치사율 95%에 달하는 험악한 질병이 아니던가? 거의 100%에 수렴하는 치명률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이니 당당히 ‘부활’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치료제 ‘리바이브’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처음부터 다른 생각이 들었다.

=> 정말 이걸 부활이라고 볼 수 있을까? 부활이라고 포장된 하나의 종말이 아닐까? 아니, 어떻게 본다면 치료제를 개발한 메디스카이와 코드 제로가 인류를 멸절시키려고 작정한 것은 아닐까?

=> 여기까지 읽은 당신들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무슨 개소리냐고. 치료제를 개발한 대영웅들을 두고 무슨 되도 않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거냐고. 하지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보라. 당신도 금방 납득할 수 있을 테니.

=> 헌터는 마력감염증 환자로부터 탄생한다. 마력감염증의 치사율이 95%라는 말은 100명이 감염되고 95명이 죽으면 5명의 헌터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겨우 5명의 헌터를 얻는 대가로 95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은…. 하지만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그렇게라도 헌터가 탄생해왔기에 우리는 여태 생존하고 있음을 당신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 던전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시도 때도 없이 생겨난다. 산과 바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생겨난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나타날지 모르는 던전 때문에 지금껏 우리는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살아왔던가? 던전이 나타났던 초창기 때만 해도 이 갑작스레 나타나는 던전 때문에 전 세계 신경쇠약 환자가 무려 2,800%가 급증했다는 통계 발표가 있었다. 물론 많이 익숙해진 지금도 던전이 나타나기 이전과 비교하면 신경쇠약 환자의 수가 900%에 육박할 정도로 많긴 하다.

=> 갑자기 나타나는 던전은 어쩔 수가 없다. 그야말로 자연재해가 아닌가? 하늘에서 돌연 내리치는 벼락을 우리가 피할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던전이 브레이크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어떻게? 바로 헌터에 의해서.

=> 마력감염증에서 살아남은 헌터들은 많은 것을 해왔다. 나타난 던전이 브레이크가 되지 않도록 토벌해왔고, 던전 안에서 나온 마정석과 그 외 부산물들은 인류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었다. 석유나 전기 등 각종 지구 에너지에만 의존하던 과거와 달라진 지금의 생활 양상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덤이라고 말하기엔 뭣하지만, 던전 이전과 비교해보면 지금 지구의 상태는 행성 전체를 대청소한 것마냥 깨끗해졌다.

=> 최근 대두된 헌터 범죄 문제. 물론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헌터 범죄를 통해 헌터의 이미지를 깎아내림과 동시에 헌터 탄생의 근간인 마력감염증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개발된 것이 모두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 코드 제로. 신원 미상의 이 남자는 뭐가 그리 켕기는 것인지 본인의 모든 정보를 숨긴 채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헌터 범죄의 실상을 밝혀내고 마력감염증 치료제를 개발한 대영웅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정말 인류를 위해서 한 일일까? 어쩌면 헌터를 멸절시키기 위한 하나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기반으로 탄생한 헌터는 인류의 수호자 같은 존재들이다. 던전으로부터 인류를 지켜주며 고갈되어가던 지구의 자원을 대체할 강력한 대체 에너지를 조달하는 수호자. 그런데 지금 코드 제로는 그런 헌터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이젠 그 탄생의 근원을 틀어막기에 이르렀다.

=> 전 세계에서 한 해 던전 토벌 및 브레이크 토벌 중 사망하는 헌터의 수는 약 100여 명. 한 해에 탄생하는 헌터의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젠 헌터의 공급이 뚝 끊긴 상황이다. 100여 명에 더해 기타 다른 요인으로 인해 사망하는 헌터의 수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헌터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더군다나 자가 회복과 자가 회춘이라는 수단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터들의 수명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 나는 너무 불안하다. 치료제 ‘리바이브’ 덕에 앞으로 마력감염증 사망자는 나오지 않겠지만, 헌터도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던전은 끊임없이 나타나겠지. 결국 끝내 헌터는 사라지고 던전을 막을 자가 아무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 결국 지구는 던전에서 쏟아져나온 몬스터들에게 멸망하게 될 터.

=> 이미 사례는 있다. 남한 바로 위에 위치한 북한을 보라. 그리고 헌터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던 일부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보라. 그들의 모습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아니, 그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리바이브의 탄생과 함께 인류의 멸망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혼자서 불안에 떤다. 모두가 좋아하고 있을 때, 나 홀로 이렇게 걱정하는 바를 끄적여본다. 수많은 커뮤니티 글에서 누가 이 글을 읽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커뮤니티에 쓴 글치고는 굉장히 긴 내용의 글이었다.

하지만 그 글의 내용은 금세 누군가에 의해 옮겨지기 시작했고, 결국 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그 결과,

“메디스카이와 한국 헌터 협회는 리바이브의 판매를 중단하라!”

일부 급진적인 사람들은 시위까지 벌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리바이브는 하늘의 뜻을 거역하여 인류를 종말로 이끄는 사탄의 약입니다.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형제자매님들! 우리 모두 무지하고 몽매한 우리의 이웃들을 일깨워줍시다!”

“아메에에엔!”

인류 종말 음모론을 기반으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사이비 종교인 구원교가 등장했다.

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대륙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구원교는 사람들에게 재물을 뜯는 것이 아니라 재물을 풀면서 사람들을 유인하여 사람들을 세뇌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리바이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이는 곧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됐고,

ㄴ 코드 제로 진짜 대체 뭐 하는 놈임?

그 격렬한 물살을 탄 비판의 화살은 곧 모든 일의 중심인 태운에게로까지 향하기 시작했다.

* * *

“…오빠, 괜찮은 거지?”

“응, 괜찮은데?”

해외에서 비판적인 여론이 제기되고 며칠 뒤.

유린과 만난 태운은 가면을 벗고 평범한 국밥집에서 유린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태운의 얼굴은 아무도 모르는 데다가 협회장과 부협회장의 딸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도 매체에 알려진 적이 없었던 유린이기에, 태운은 적어도 유린을 만날 때는 평범하게 맨얼굴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는 동석, 현주, 강천, 철민은 모두 최소 언론을 통해 한 번씩은 공개된 적이 있는 이들.

결국 태운이 사적으로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이는 유린이 유일했다.

그래서일까?

태운은 유린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

―앞으로 500만원 쓸 때까지는 유린 씨가 사는 겁니다?

게다가 전에 태운이 언제든 쓸 수 있는 핑곗거리를 내어준 덕에 한결 마음 편히 태운에게 연락할 수 있었던 유린.

그 후 두 사람은 몇 차례 더 만나며 서로 오빠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굉장히 친해질 수 있었다.

―그 호진이라는 애는 잘 지내?

―…호진이가 누구야?

―그 왜 있잖아. 쪼그만 남자애. 네가 꺼지라고 했던 애.

―…아! 어…? 그거 오빠 봤…어……?

―나 그때 너희 바로 뒤에 있었는데?

―…그럼 오빠 나 알고 있었네?

―그렇지? 애초에 같이 다닌 사람 중에 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엄청 예쁜 걸로 유명했잖아.

―…그, 그래? 헤헷…….

―…아니 그래서 호진이는 잘 지내냐니까.

―몰라, 그런 변태 꼬마 알 게 뭐야.

―…뭐? 하하핫!

태운에겐 그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인이었을 뿐인 유린.

그러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꽤나 덤벙대는 성격이나 은근 털털하면서도 착한 마음씨가 태운으로 하여금 그녀에게 호감이 들게끔 만들었다.

오늘도 마찬가지.

연일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코드 제로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 내용에 태운이 걱정된 유린은 태운에게 밥을 사주겠다며 그를 불러냈고,

싱긋 ―

태운은 자신을 신경 써주는 그런 그녀의 마음이 고마웠다.

“…왜 그렇게 웃는 거야? 지금 나만 심각해?”

유린이 무언가 불만 어린 표정으로 태운을 바라보았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욕을 먹고 있는 태운이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이렇게 천하태평이라니…….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태운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걱정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음식점 TV에서 태운에 대한 뉴스가 또다시 흘러나왔다.

{영국 BBC에서는 오늘 오전, 버킹엄 궁전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민들 간의 난투극 소식을 전했습니다. 버킹엄 궁전 앞에서 마력감염증 치료제 ‘리바이브’의 수입 중단을 주장하던 수십 명의 사람들과 행인들 간에 시비가 붙었으며, 난투극에 참여한 시민 수십 명이 인근 병원으로 호송되는 참사가 벌어져…….}

{중국 외교부 장관이 오늘 인류 종말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류 종말론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최초의 국가가 된 중국은, 외교부 장관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한 코드 제로에 대해 감사를 표하긴 하지만, 앞으로에 대한 대책 없이 그저 코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미숙한 행동이었다며, 이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는 내용의 다소 비난 섞인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중국 최대 SNS 웨이보에서는 종말론이라는 해시태그 문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잠시 뉴스를 바라보던 유린은 다시 잔뜩 걱정 어린 표정으로 태운에게 고개를 돌렸다.

“…진짜 괜찮다고? 저러는데도? 사실 저건 이제 시작일 뿐이잖아. 앞으로 더 심해질 거야.”

“정말 괜찮다니까.”

태운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식사를 이어가는 그때,

“에라이, 염병할!”

국밥집 안에서 식사하던 다른 손님들 사이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저, 저 은혜도 모르는 새끼들! 기껏 치료제 개발해주고 범죄자 솎아내줬더니, 뭐? 종말론? 에라이, 대가리에 국수사리만 가득 찬 외국놈들!”

한 어르신의 거친 욕설에, 함께 식사하던 다른 어르신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내 말이! 그동안 음지에서 당해왔던 피해자가 얼마고, 지금까지 허망하게 죽어 나간 사람이 몇인데 저딴 말을 지껄이고 있어? 결국 본인들 살자고 95%를 희생시키자는 거야, 뭐야?”

어르신들이 앉은 테이블 근처 다른 손님들도 동의하는 듯 끄덕이며 수군댔다.

“하긴 그래. 결국 자기만 살면 장땡이라는 거잖아.”

“지들이 마력감염증에 안 걸려봐서 그런 거지. 인류 종말이 무서우면 본인들이 치료제 안 맞고 마력감염증 걸리면 되는 거 아니야?”

“와… 잠만 나 소름. 이거 그거 아니야? 정의란 무엇인가?”

“아! 그 기차 뭐시기? 뭐더라? 기찻길 델리마였나?”

“…딜레마겠지.”

“크흠… 뭐 명칭이야 아무래도 좋아. 어쨌든 이거 완전 그거 실사판이잖아? 다수를 살리고자 소수를 희생시키는 거.”

“그러게. 완전 딱 그거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서로 두 눈이 마주치는 태운과 유린.

씨익 ―

태운은 유린과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봤지? 괜찮다니까.”

한없이 태평한 태운의 모습에,

“…걱정은 내 몫이구나.”

유린은 홀로 속이 타들어갔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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