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49화 (149/300)

149화. 음모론이 제기됨 (2)

협회장실에서 동석과 현주와 뉴스를 볼 때만 해도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던 태운.

―글 원본은 이미 삭제되었어요.

―최초로 글을 퍼 나르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전부 다 아이피가 특정이 안 된다는 것.

―역시…….

―네, 아마 노아즈 아크의 짓이 아닐지…….

노아즈 아크가 벌인 짓임을 얼추 짐작하고 난 뒤, 태운은 생각을 달리 먹기로 했다.

‘놈들은 지금 궁지에 몰린 거야.’

헌터들의 어둠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며 노아즈 아크의 활동이 힘들어졌고,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그들의 목적 자체마저 요원해진 상황.

이렇게까지 몰린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발악을 하리라는 것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설마 이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여론을 조장하려 들 줄이야.

그것도 종말론이라는 비장의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말이다.

태운이라고 해서 치료제로 인해 헌터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마력감염증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헌터는 생겨나지 않으니까.

그랬기에 이미 태운은 치료제가 완성되자마자 최근까지 허 회장과 함께 연구를 거듭한 결과, 그 해결책을 찾아놓은 뒤였다.

―역시…! 생각대로입니다!

―다행이군요. 조마조마했어요.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 바로 이 해결책을 발표하면 외신들도 조용해질…….

―아뇨, 일단 기밀 유지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세계적인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일이니.

―…! 알겠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심정으로 찾아놓으려 했던 해결책.

그런데 그 해결책이 발견되자마자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어주었으니,

‘오히려 감사하네.’

태운의 입장에선 타이밍 좋게 자신을 도발하는 그들의 행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나마 걱정하는 바가 있었다면 그동안 단단히 다져놓았던 한국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었지만,

“에이 육시럴 놈들!”

“쟤네 코드 제로가 싸우는 거 직접 못 봐서 그런 듯.”

“영상은 너튜브에 올라가지 않았냐?”

“엥 그러네. 그럼 그냥 머가리가 빈 듯.”

“푸하하핫!”

다행스럽게도 시민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댓글들의 상태도 그렇고, 적어도 국내에서 태운을 비판하는 이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씨익 ―

여론에 휘둘릴 수 있음에도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는 그런 국민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할 일이 생겼거든. 잘 먹었어.”

“…어차피 사실상 오빠 돈인데 뭐. 이제 15만 원 썼어. 앞으로 남은 게 485만 원…….”

“하하하, 이거 부지런히 얻어먹어야겠는데?”

“…그럼 자주 연락하던가.”

태운은 유린과 함께 국밥집을 나섰다.

* * *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종말론자들과 이에 영향을 받은 외국 정부들의 난리에 결국 JBS는 해외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종말론에 대한 특별 담화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헌터 시대의 끝, 그리고 인류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JBS 아나운서 장규성입니다. 최근 해외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는 인류 종말론,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겠지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현재 해외에서 떠돌고 있는 종말론에 대해 알아보고, 국민 여러분들께서 잘못된 정보에 혼동하시지 않도록 전문가분들과 함께 그 종말론에 대해 정확히 짚어보고자 준비된 프로그램입니다.”

카메라를 보고 말을 하던 JBS 앵커 장규성이 옆을 돌아보자, 카메라가 줌아웃되며 커다랗게 프레임을 잡았다.

“오늘 이 자리에는 권정일 헌터학 교수님과 이도진 심리학 교수님을 모시고 한번 이야기 들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머리가 희끗한 교수 한 사람과 4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한 통통한 남자가 앵커의 인사에 마주 고개를 숙였다.

“자, 먼저 지금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종말론, 대체 어떤 내용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헌터가 나타나지 않으면 인류는 종말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지요.”

권정일 교수가 안경을 고쳐 쓰며 먼저 대답했다.

“마력감염증 치료제 ‘리바이브’가 개발되고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마력감염증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일정량 이상 모든 국가가 리바이브를 구매한 뒤에는 지금 거의 일주일째 전 세계 마력감염증 환자가 제로란 말이지요.”

“코드 ‘제로’ 씨가 사망자를 ‘제로’로 만들어냈군요.”

너무 무거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앵커가 지나가듯 던진 농담에 권정일 교수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만큼 헌터들도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게 문제가 되었군요?”

앵커의 반문에 권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종말론자들의 논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던전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헌터들이 리바이브로 인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었으니, 결국 이는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지요.”

“저로서는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립니다만…….”

“사실 자세하게 따져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 맞는 내용이지요. 지금 코드 제로 씨에 대한 외국의 여론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는 상황입니다. 첫 번째는 코드 제로는 인류를 마력으로부터 구원한 구원자다. 그리고 두 번째는 코드 제로는 자연 선택을 거스름으로써 인류의 종말을 가져온 파멸자다.”

권 교수의 말에 앵커는 미간을 찌푸렸다.

“파멸자라…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군요. 그래도 헌터 범죄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신데다가 치료제를 개발한 분한테 말이죠.”

“그렇습니다.”

권 교수는 동의한다는 듯 안경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종말론자들의 논리에는 딱히 틀린 점이 없다는 건 맞습니다. 실제로 던전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와중에 헌터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으면 인류는 결국 던전을 막기 어렵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구원교를 비롯한 종말론자들과 그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외국 정부들의 행동은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죠.”

“논리는 맞는데 행동은 잘못 되었다라… 어떤 점이 잘못되었다고 보십니까?”

“지난 수십 년간 명백히 전 세계는 마력에 의해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마력감염증은 일반인들에게 대항 자체가 불가능한 무시무시한 질병이었으니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브레이크가 일어날 경우, 브레이크에서 쏟아져나온 몬스터들에 의해 죽는 사망자 수보다 마력감염증에 의해 죽는 사망자 수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켜준 코드 제로 씨와 메디스카이를 비난하다니요?”

말하다 보니 조금 흥분한 듯 권 교수는 살짝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 이상, 인류는 몬스터에게도 대항할 수 있게 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총화기가 잘 통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아예 통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전차나 각종 전투기 등등 모두 던전에서도 운행이 가능합니다. 그동안은 그 조종사들이 던전 내 마력을 버틸 수 없었기에 출입이 제한되었을 뿐, 이제는 인류도 헌터가 아닌 군사력만으로 던전을 토벌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엇… 리바이브는 치료제가 아닙니까? 치료제가 있다고 해서 일반인이 던전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 메디스카이 홈페이지에 게재된 리바이브의 원리와 해외 사례를 듣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앵커의 물음에 권 교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리바이브는 제마액을 가공한 치료제입니다. 마력을 흡수하는 뼛가루를 메디스카이와 코드 제로 씨가 힘을 합쳐 만든 기술로 매우 작게 다시 한번 갈아버린 제마액이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몬스터의 뼛가루는 마력을 흡수하는 동안에는 산화를 멈춥니다. 즉, 마력이 있다면 계속해서 마력을 흡수하며 그 존재를 유지하는 거지요.”

권 교수가 커다란 패드 하나를 꺼내 들어 기사 하나를 카메라에 공개했다.

“여기 브라질의 한 기사를 보시면 작은 병원에 비치된 리바이브를 훔친 갱단이 리바이브를 맞은 채 마정석을 캐러 던전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즉, 치료제가 몸에 남아 있는 동안은 일반인도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죠!”

“…정말 리바이브 하나로 그렇게까지 가능하다는 겁니까?”

“물론 각각 리바이브 1회분만을 맞고 들어갈 경우엔 던전의 마력량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뼛가루가 부족하기에 극심한 어지럼증과 온몸에 통증을 느끼긴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홀로 3회분을 맞은 갱단 두목의 경우엔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했다고 하는군요.”

권 교수의 설명에 앵커는 짧은 감탄사를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이제 보니 리바이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물건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일반인들만으로도 던전의 왕래가 가능하다면 굳이 헌터에게만 의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요. 이도진 심리학 교수님? 이러한 사실을 외국 정부나 종말론자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끊임없이 이러한 주장을 펼치고 또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앵커의 물음에 가만히 권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 교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말씀하신 대로 권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내용들은 사실 외국의 전문가들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조차 이 종말론에 동조하고 있죠. 이러한 이유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첫 번째, 확실히 던전이나 브레이크 토벌에는 현대 무기보다 헌터가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사실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원거리에서 공격 가능한 무기가 많다고 한들, 일반인들은 일반인입니다.”

“아무래도 피해가 크겠군요?”

“예, 자가 회복이 가능해서 거의 죽을 가능성이 없는 헌터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죽음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지요. 게다가 던전의 환경과 몬스터들의 능력은 천차만별입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인 군인들이 대응해야 하게 될 경우 커다란 피해가 발생하게 되겠지요.”

“확실히 그럴 것 같긴 합니다.”

“두 번째, 한국과 달리 외국은 아직 헌터들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숨죽이며 지내던 헌터 범죄의 피해자들과 가족, 지인들이 들고일어났을 뿐, 아직 헌터 범죄자들에 대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즉, 아직은 헌터들,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고위 인사들이 여전히 기득권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정부들이 종말론에 동조하여 코드 제로 씨를 비난하는 이유가……?”

“맞습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죠. 만약 헌터들의 필요성이 희미해지는 시대가 도래한다? 이는 곧 이들 기득권층들의 파멸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이유보다는 두 번째 이유가 더 클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실제로 보면 종말론을 주장하는 이들 중에는 기득권층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앵커는 얼마 전에 있었던 한국의 XX당이나 헌터 범죄자들을 떠올렸는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렇군요. 자, 그럼 마지막 이유가 하나 남았는데요. 마저 말씀해주시죠. 종말론자들 중에는 기득권이 아닌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절대적인 수만 놓고 본다면 그들이 더 많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종말론을 지지하는 이유겠지요?”

“네, 마지막 세 번째는 단순한 이기심입니다. 타인의 희생에 기대어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이지요.”

“아……?”

당황한 앵커가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런 앵커를 보며 이 교수는 살짝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설명을 이어나갔다.

“마력감염증에 의해 그동안 희생된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사실 비율적을 본다면 마력감염증과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갑자기 생성된 던전에 감염되는 건 교통사고가 일어나서 죽는 확률보다도 낮은 확률이고, 브레이크를 겪는 건 살면서 화재 사고로 사망할 확률만큼이나 낮으니까요. 전 인구 중 교통사고나 화재로 사망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많기야 하겠지만… 전체 인구 비율로 따진다면 솔직히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당장 저 또한 교통사고나 화재를 겪어본 적은 없습니다. 모두 뉴스로만 듣던 이야기지요. 그렇게 자신과는 그다지 상관도 없던 일이었던 마력감염증이 갑자기 해결이 되고 알아서 잘 생겨나던 헌터가 사라져서 이제는 일반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결국 그게 싫어서…….”

“네, 맞습니다. 헌터가 사라진다면 앞으로 던전을 막기 위해서 각 나라들은 더 많은 세금과 더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겁니다. 그동안의 안전을 영위하던 이들이 막상 뭔가 자신도 그 안전을 위해 무언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죠.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아십니까? 그 책을 보면 그 유명한 기찻길 딜레마가 나오지요.”

“아… 그 한 사람을 밀어서 다수를 구조한다는……?”

“네, 맞습니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딱 그 모양인 것입니다.”

“허어…….”

앵커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침음성을 흘렸다.

스윽 ―

두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카메라를 바라보는 앵커의 눈빛에는 살짝 평정을 잃은 듯 약간의 경멸감이 어려 있었다.

“…종말론은 결국 소수의 희생을 담보로 본인들의 안전을 보장받고자 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이론인 듯합니다. 그 소수가 당장 내 가족, 친구가 될 수 있음에도 말이지요. 참으로 이 시대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짧게나마 속으로 한숨을 쉬며 심호흡을 한 앵커는 다음 프로그램 순서를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자, 그럼 다음으로는 세계 각국 정부의 현재 입장을 들어보며 두 교수님과 함께 평해보는 시간을…….”

멈칫 ―

말을 잇던 앵커가 갑자기 앞쪽을 바라보더니 말을 멈추었다.

“아…! 뉴스 속보가 들어왔군요.”

카메라 앵글 밖에서 누군가 들어와 종이 한 장을 전달하고 사라졌다.

“……!”

잠시 놀란 듯 두 눈이 커지는 앵커.

하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고 속보를 또박또박 전달하기 시작했다.

“뉴스 속보입니다. 방금 전 한국 헌터 협회의 대헌터진압특수부대의 장이신 코드 제로와 메디스카이의 허준석 회장이 리바이브에 대한 해외 수출을 전격 중단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식 기자 회견에서 밝힐 예정이며…….”

어떻게든 코드 제로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폄훼하려는 노아즈 아크의 발악.

태운은 이에 초강수를 띄웠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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