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50화 (150/300)

150화. 갑질로 반격함 (1)

뉴스 속보가 나가기까지 대략 한 시간 전.

““코드 제로 님!””

협회로 들어서는 태운에게 협회 직원들이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다들 무슨 일이시죠?”

협회 직원들이 잔뜩 성이 나서 자신에게 몰려오자 내심 당황했던 태운은 최대한 티를 내지 않은 채 태연하게 물었다.

“뉴스 보셨습니까!”

협회 직원 중 하나가 콧바람을 뿜어내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뉴스라면 어떤…….”

여전히 어떤 포인트에서 화난 것인지 모르겠는 태운이 말끝을 흐렸다.

“해외 각국 정부에서 성명문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코드 제로 님과 메디스카이를 규탄하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씩! 씩!

협회 직원들의 말을 들은 태운은 그제서야 가면 뒤에서 안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협회 직원들은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운을 향해서가 아닌 태운을 위해서.

“아니, 헌터계를 망쳐? 맑은 호수였던 헌터계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유럽은 또 어떻고? 뭐?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굳이 공론화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왜 크게 키웠냐는데…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아무 대책 없이 치료제를 내놓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문은 어디였지?”

“그거 중동이야.”

워낙 여러 개의 국가에서 성명문을 따로따로 내다보니 어디서 어떤 의견을 내놓았는지조차 헷갈리는 상황.

그런데 협회 직원들은 구태여 그 성명문들을 모조리 찾아놓은 듯했다.

“오케이, 앞으로 중동도 블랙리스트다. 거기다 돈 절대 안 써.”

“어차피 언니는 해외여행 잘 안 가지 않아요?”

“…조용히 안 해?”

“하하.”

태운은 자신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화를 내주는 협회 직원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코드 제로님? 지금 웃으실 때가 아닌데?”

태운의 웃음소리를 들은 몇몇 직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실 건가요? 진짜 웃고 계실 때가 아니라구요!”

“코드 제로 님! 저 이기적인 놈들한테 이렇게 욕먹고만 계실 거 아니죠? 그렇죠? 저 진짜 오랜만에 속 뒤집어졌거든요?”

“진짜 인정. 저 방금 스트레스받아서 매운 거 먹고 왔어요.”

“언니, 그건 그냥 먹고 싶었던 게…….”

“…조용히 하라고.”

태운은 답답함을 호소하는 일단 협회 직원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안 그래도 지금까지 있었던 해외 상황과 관련해서 허 회장님이랑 이야기하고 오는 중이니까.”

“허 회장님…? 아! 메디스카이 회장님!”

리바이브를 만들어낸 쌍두마차 중 1인인 허준석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협회 직원들이 눈을 빛냈다.

“그,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그냥 확 수출 중단해버려? 막 이래.”

“언니, 또 옛날 말투…….”

“…너 진짜 나한테 왜 그래?”

시끌시끌.

그래도 지금 상황에 대해 두 거인이 대화를 나눴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는지 저마다 추측해보기 시작하는 협회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네, 맞아요. 수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뚝 ―

“…이, 이왜진?”

“…….”

“…왜 태클 안 걸어?”

“…언니, 닥쳐요.”

“…너 나 싫어하지?”

농담식으로 던져본 그들의 말은 정말 현실이 되고 말았다.

* * *

―수출 중단하시죠.

―…예?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허준석 회장의 미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었다.

“후우우…….”

허 회장은 최근 태운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 하지만 그러면 천문학적인 손해가…….

―국내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꽤 큰 수익이 나오지 않습니까? 리바이브가 치료제가 아닌 임시 마력 면역제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게 증명이 되었으니까요.

―네, 리바이브가 헌터에게는 여전히 제마액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대헌터용 호신용품으로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헌터 범죄를 막기 위해 협회에서도 리바이브의 민간 판매 승인도 떨어졌으니까요. 확실히 국내 판매량이 민간 판매 승인 이후 2배 이상 뛰기는 했지만… 그래도 세계를 상대로 한 수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어차피 잠시뿐입니다.

―…잠시라니요?

―어차피 치료제가 존재하는 이상 저들은 치료제에 목을 맬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생난리를 피우고 있지 않습니까?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평소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그 말씀은……?

―네, 소중함을 일깨워주려고요. 겸사겸사 한 방도 좀 먹이고.

―네……?

―걱정 마세요, 회장님. 잘만 풀리면 리바이브 수익은 전보다 몇 배는 증가할 테니까요. 한번 보여주자고요. 지금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역시 범인이 재인을 따라가기엔 벅차다니까…….”

“…예?”

앞자리에서 운전하던 이 기사가 허 회장의 말에 반응했다.

“아닐세. 그냥 혼잣말이야.”

“아, 예. 죄송합니다.”

“뭐 그런 걸로 죄송해. 괜찮아.”

“가, 감사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기사를 달래준 후, 허 회장은 차창 밖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도 나름 우수한 경영인 중 한 사람으로서 꽤 큰 판을 볼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메디스카이 초창기.

이미 포화상태인 제약계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인재 등용, 그리고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신생 회사였던 메디스카이를 대형 제약 회사로 키워낸 그였다.

나름 한때는 경영의 신이라고도 불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메디스카이가 국내 제약회사 TOP 10에 든 이후로는 경영 쪽 보다 연구 쪽에 더 큰 힘과 열정을 쏟아 부어왔던 허 회장.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솔선수범하는 회장인데다가 연구원들과도 은근 동네 아저씨처럼 허물없이 지내서 대외적인 이미지나 사내 평판도 매우 우수한 그였다.

사실 경영보다 연구가 더 재미있어서 경영을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고 개발단지에만 자주 가다 보니 얻어걸린 이미지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대체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건지…….’

얼마 전 태운과의 대화에서 무언가 위기감을 느낀 허 회장이었다.

‘감을 잃었는지, 코드 제로 님 생각을 따라가질 못하겠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지만 전문 경영인도 아닌 사람이 그리는 그림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허 회장의 경쟁심에 불을 지핀 것이었다.

‘…이거 다시 경영해야겠는데?’

연구 천재로서 약을 개발하던 왕년의 경영의 신이 다시 경영판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게 된 오늘.

훗날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시장을 집어삼킬 메디스카이의 초대형 계열사, 본사의 위용을 뛰어넘는 ‘HFS(Health Food Sky)’ 탄생의 계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부우웅 ―

촤아아악 ―

“도착했습니다, 회장님.”

곧 전 세계를 역관광시킬 기자 회견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촤좌좌좌좌좍 ― !

협회 본부 9층 대강당.

기자회견장으로 탈바꿈한 거대한 기자회견장 안에 기자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무대 위에는 메디스카이의 허준석 회장과 하얀 가면을 쓴 코드 제로가 앉아있었다.

촤좌좌좌좍 ― !

아직 기자 회견이 시작하기 전인데도 쉬지 않고 터져대는 플레쉬 세례에 눈이 부셨던 허 회장은 품에서 검은 선글라스 하나를 꺼내 착용했다.

“잘 어울리십니다.”

“감사합니다. 눈 안 부십니까? 대단하십니다.”

“…사실 계속 눈 감고 있었습니다.”

“크흡! 아이고… 공식 석상에서 웃기지 말아주시죠. 사진 이상하게 나간단 말입니다.”

“…진짠데.”

꽤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허 회장과 태운이 서로 사담을 나누는 내용까지 타자로 치는 맨 앞줄의 몇몇 기자들.

뒷줄에 앉은 기자들은 기사로 쓰지도 못할 거 뭐하러 적는지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앞줄에 앉은 기자들의 노트북 화면을 훔쳐보다가, 몰래 그 내용을 베껴서 옮기기 시작했다.

휙 휙 ―

그러던 와중에 대강당 문 앞에 서 있던 한 협회 직원이 모두 입장 완료했다는 수신호를 주고,

툭툭 ―

허 회장의 마이크 터치와 함께 정식 기자 회견이 시작되었다.

“그럼 기자 회견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허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언론사에 알려드린 대로 마력감염증 치료제 ‘리바이브’의 유일한 유통업체인 메디스카이는 리바이브의 해외수출을 전격 중단할 것입니다.”

타다다닥 ― !

촤좌좌좌좍 ― !

그가 입을 열자마자 튀어나온 폭탄선언에 타자를 치고 셔터를 누르는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자세한 입장은 실질적 책임자이신 코드 제로 씨께서 밝혀주시겠습니다.”

척 ―

허 회장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는 태운.

팔락 ―

그의 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 헌터 협회 코스모스 소속 코드 제로입니다.”

촤좌좌좌작 ― !

플래쉬 세례를 받은 태운의 가면이 하얗게 빛을 발했다.

“저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울컥 ―

태운의 첫 마디에 허 회장은 미리 말을 맞춘 대로 눈시울을 붉혔다.

배우는 아니었지만, 경영하다 보면 감정 연기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

그래서 그런지 허 회장의 연기는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정작 당사자인 태운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울컥한 듯 목울대를 꿀렁이며 선글라스 뒤로 눈물을 닦는 허 회장.

그런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태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꾹꾹 눌러 담은 울분과 억울함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저 또한 헌터 범죄 피해자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태운은 최대한 또박또박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랬기에 헌터 범죄의 반복을 막기 위하여 깊이 병들었던 헌터계를 힘들게 정리했고, 운이 좋게도 각성하여 살아남은 저 같은 헌터와 달리, 한 해에도 허망하게 죽어 나가는 수많은 마력감염증 희생자들을 막기 위해 치료제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파르르 ―

종이를 든 태운의 손이 파르르 흔들렸다.

울컥 ― !

태운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알고 있는 협회 직원들을 비롯해 생중계 되고 있는 기자회견을 시청하던 국민들, 게다가 기사를 쓰고 촬영을 하던 언론사 사람들마저 그의 손 떨림을 보는 순간 울컥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헌터 범죄의 피해자라니?

“코드 제로가… 헌터 범죄의 피해자……!”

“어떡해……!”

태운의 개인적 사정의 단면을 처음 알게 된 일부 시청자들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최근 외신들이 전달하는 소식과 각국 정부들의 성명문을 통해 들려오는 저에 대한 비난은 솔직히 담담히 견뎌내기가 힘들었습니다.”

타닥 탁…….

태운의 말을 적던 기자들이 타이핑을 멈추고 녹음기를 꺼내 들었고,

촤좍…….

플래쉬를 터뜨리던 카메라맨들이 셔터를 누르던 손가락을 멈추고 동영상 촬영으로 카메라를 전환시켰다.

“헌터이면서 헌터를 적으로 돌린 배신자, 이익에 눈이 멀어 인류를 종말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파멸자…….”

꽈악 ―

태운의 말이 이어질수록 기자 회견을 시청하던 국민들의 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참을 수 없는 각종 욕설들 또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화가 났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의견을 이해하고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밝히겠습니다.”

“……!”

기자들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뭐, 뭘 어쩌려는 거지?’

“후우…….”

태운은 무언가 중대한 발표를 하려는 듯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태운이 한숨을 쉬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긴장한 듯 마른침을 목 뒤로 삼켰다.

사아아아 ―

돌연 전신에서 결연한 분위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는 태운.

그 모든 기자 회견을 바라보며,

“…코드 제로 님, 아무리 봐도 정치인 체질이신데.”

“…약간 동의.”

서민우 의원과 그 아내는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곧이어 태운의 입에서 나온 발언에,

“…뭐?”

종말론자들을 비롯한 각국의 정부들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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