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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51화 (151/300)

151화. 갑질로 반격함 (2)

“저, 저게 무슨 말이야……!”

소파에 앉아 상당히 궁지에 몰린 듯한 TV 속 코드 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범의 방주가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저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콰아앙!

거칠게 일어나는 범의 방주의 움직임에 소파가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부르르르……!

코드 제로의 기자회견을 시청하던 다른 방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툭 ―

양의 방주가 먹던 사과를 떨어뜨리고,

“푸. 푸하하하하!”

원숭이의 방주가 돌아버리겠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쥐의 방주는 입을 쩌억 벌린 채 다물 줄을 몰랐고,

“…하, 스트레스받게 하네.”

돼지의 방주는 과자를 입으로 마구 쑤셔 넣었다.

“아 씨…….”

닭의 방주는 이를 악물었으며,

“…전생에 원수였나?”

개의 방주는 자신의 전생을 돌아보았다.

“푸우우웁! 케켁!”

말의 방주는 마시던 맥주를 뿜었고,

“하아아…….”

용의 방주가 피곤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

토끼의 방주는 미동조차 없이 화면 속 원수를 빤히 쳐다보았으며,

“…크크큭! 진짜 미친놈이라니까? 역시 내 라이벌!”

소의 방주, 도명조는 라이벌을 자칭하며 오히려 그의 선전에 박수를 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회견장 안에 있던 뱀의 방주 올리비아는,

덜덜덜……!

자신도 모르게 박차고 일어날 뻔한 걸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방주들뿐만이 아니었다.

미리 해외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대대적으로 미리 공표한 기자회견이었기에 이를 시청하던 수많은 종말론자들과 각국 정부 주요 관계자들은 코드 제로의 충격적인 발언에 머릿속이 그의 가면색처럼 새하얘지고 있었으니까.

전 세계의 반대 세력을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넣은 태운의 발언은 이러했다.

“첫 번째, 앞으로 헌터 범죄 문제에 있어서 한국정부에게 따지지 마십시오. 저와 협회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위해 병들었던 헌터계를 정리했을 뿐입니다.”

“이에 당신들의 국가가 영향을 받은 것? 알아서 하십시오. 한국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전 세계적인 혼란이었기에 부족한 힘이나마 충분히 도움을 드릴 의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상관 않겠습니다.”

“솔직히 한국 헌터 협회가 한국 헌터계를 정리했지, 외국의 헌터계를 건드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항의하는 것 또한 결국 본인들이 켕기는 점 있어서일 터, 헌터범죄에 관해 항의한다면 해당 국가명을 밝히고 모든 항의 내용을 언론에 공표하겠습니다.”

“……!”

태운의 초강수에 기자회견장 안에 있던 기자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두 번째, 리바이브의 수출을 중단하겠습니다. 헌터의 자연발생을 원하신다니 그렇게 해드려야지요.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선 헌터가 꼭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헌터 한 사람의 탄생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말이죠.”

“저와 협회, 그리고 메디스카이는 그저 이익만을 위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판매한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제마액 제조원가는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마진도 거의 붙이지 않고 판매했는데 이익에 눈이 멀었다니요?”

몬스터의 뼛가루를 갈아 녹여서 만든 제마액 1회 투여분의 제조원가를 추정해보면 한화로 약 5,000원.

그리고 협회가 메디스카이에 넘길 때의 가격은 6,000원 ~ 7,000원이었다.

그런데도 리바이브의 1회 투여분의 판매가는 겨우 10,000원.

각종 경비와 인건비 등을 제하면 마진이 거의 남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거의 사망이 확정되는 질병인 마력감염증으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치료제치고는 미친 듯이 저렴한 가격.

그런데 이익에 눈이 멀었다고 매도를 한다?

태운과 메디스카이 측 입장에서는 이보다 억울할 수가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대한민국 내에서는 계속 유통될 예정이니 국민들께서는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사실 저는 우리 국민들만 지키면 그만입니다. 인류애적으로 함께 안전을 누리고자, 세계와 나누고자 했지만 싫으시다니 드리지 않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기자회견에서의 태운의 마지만 발언.

이 마지막 발언 한마디가 전 세계 반대 세력을 뒤집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참고로 최근 저와 메디스카이는 헌터 발생 중단 문제를 해결할 방책을 찾아낸 바 있습니다. 혹시나 궁금하시다면 다음 달에 있을 세계 정상 회담에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 * *

전 세계의 리바이브 수출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마력감염증 환자들과 사망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물량을 정부 고위 인사들이 전부 사재기를 해간 탓이었다.

“아아아아악!”

유족들이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이미 알고 있는 과거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더욱 격하게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종말론자들을 때려죽여라!”

“리바이브의 수출을 중단하게 만든 정부를 갈아엎어야 해!”

“대통령을 당장 탄핵시켜라!!!”

단순히 각국의 헌피연 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한 일부 시민들만이 시위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거의 모든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거나 공동서명서에 사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를 뒤엎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게 다 태운의 마지막 발언 때문이었다.

“헌터 발생 종식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는데, 왜 괜히 몰아세워서 수출을 중단하게 만드냐고! 오늘 하루에만 전국에서 환자가 9명이나 발생했어!”

매일 쏟아지던 비를 맞던 사람들은 비를 맞는 것이 익숙한 법.

하지만 그사이, 짧게라도 비가 오지 않는 화창하고 맑은 날씨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 맑은 날씨를 그리워하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최근 몇 주간 마력감염증의 불안감에서 해방되어 살아본 시민들이 다시금 찾아온 이 불안감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헌터 발생 문제를 해결할 방책마저도 찾아냈다고 하지 않는가?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한국의 협회와 메디스카이를 원망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그들을 몰아세운 건 종말론자들과 자신들의 정부였으니까.

국민들은 그저 멍청한 정부가 그들을 비난하도록 내버려 둔 자신들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매일 여러 명씩 발생하는 마력감염증에 의한 희생자들을 감당하며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던 국민들.

하지만 정부는 고위 헌터들을 위시한 채 그런 국민들의 시위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치고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저러다 시간 좀 지나면 잠잠해질 겁니다.”

“맞습니다. 결국 국민들이라고 해봐야 개돼지들 아닙니까?”

“하하핫! 맞습니다!”

이미 리바이브를 개인별로 잔뜩 쟁여둔 고위 정부 인사들은 마력감염증에 대한 일말의 걱정거리마저도 사라졌기에 그저 시간이 이 모든 걸 해결해주리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 대해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제재를 가하기엔 워낙 분위기가 좋지 않아 일단은 헌터들의 등 뒤에 숨어 분위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각국의 정부들.

그런 정부의 태도에도 헌터들에게 이미 무자비하게 탄압되고 진압되어본 바가 있던 시위대들은 차마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무력 시위를 벌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헌터와의 충돌마저도 불사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 * *

리바이브 수출이 중단되고 바로 며칠 뒤, 때마침 그리스의 한 작은 도시에서 D급 서든 브레이크가 발생했다.

다행히 D급이어서 그런지 몬스터들은 그리 강력하지가 않아 금방 토벌되었고, 몬스터에게 직접적으로 당한 사람들은 십수 명에 그쳤다.

하지만 서든 브레이크 게이트와 몬스터들이 내뿜은 마력으로 인해 수백 명이 마력에 감염되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 지역의 참상을 전하는 영상을 너튜브에 찍어 올린 많은 시민들이 영상에 대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코드 제로 님! 제발 저희 나라에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제발 자비를……!”

“도와주세요……!”

그리스 참사 도움 요청 호소 영상은 순식간에 너튜브 랭킹 최상단에 랭크되었고,

[그리스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참사 소식을 전해 들은 태운과 허준석 회장은 헌터 협회를 통해 곧바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코드 제로 & 메디스카이 공식 입장문]

=> 안녕하십니까? 메디스카이 회장 허준석입니다. 먼저 그리스에서 벌어진 서든 브레이크로 인한 참사 희생자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삼가 고인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리바이브는 모두가 함께 안전한 삶을 영위해나가고자 저렴한 가격에 전 세계로 수출했던 치료제이자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악의적인 여론과 그에 동조한 세계 각국 정부의 태도에 실망한 저희는 며칠 전 이 희망을 더 이상 나누지 않기로 한 바 있습니다.

=> 하지만 이로 인해 벌써 며칠간 전 세계의 무고한 시민들이 치료제가 없어 목숨을 잃은 바 있기에, 저희는 인도적 차원에서 다시 리바이브의 수출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각국의 헌터 협회가 요청할 경우에만 제한적인 수량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 일부 극성 종말론자들은 차치하더라도 각국 정부에서 저희 메디스카이와 코드 제로 님께 정식으로 진심을 다해 사과해주신다면 그 수량의 제한을 늘릴 의향이 있습니다.

=> 또한 코드 제로 님이 따로 내거신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까지 만족해주신다면 수량 제한을 대폭 늘려드릴 계획입니다. 다음은 리바이브 유통 유일한 공급업체인 메디스카이의 해외수출 계획입니다.

1. 각국의 헌터 협회는 한국 헌터 협회를 통해 리바이브를 신청해주십시오. 각국의 헌터 협회는 최대 월 100개까지 리바이브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2. 그동안의 비난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주신 정부가 속한 국가의 협회는 최대 월 150개까지 리바이브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3. 한국의 헌터법을 차용하고 한국 헌터 협회의 검증 하에 모범 마크제 시행을 채택하는 국가는 최대 월 30,000개까지 리바이브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단, 두 번째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엔 적용되지 않습니다.

4. 해외수출 재개까지가 소인배인 저희가 양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입니다. 더 이상 한국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 여기까지가 저희의 입장입니다. 더 이상의 협상과 타협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허 회장이 올린 공식 입장문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누가 봐도 치료제를 무기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갑질.

그러나 이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래야지!”

“잘했다!”

오히려 한국인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고,

“오! 지저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외국인들 또한 수출을 다시 하겠다는 결정에만 집중하며 안도의 감탄사를 터뜨려댔다.

이에 모든 각국의 협회들은 재빨리 한국 헌터 협회에 리바이브를 신청했으며,

“정부는 즉각 코드 제로와 메디스카이에 대해 사과하라!”

“의인들을 모독한 멍청한 정부는 하루빨리 반성하고 사과하라!”

“한국 헌터법을 차용하고 한국 헌터 협회 검증 하에 모범 마크제를 시행하라!”

희망을 발견한 세계 각 나라의 국민들은 더 이상 헌터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시작했다.

대놓고 각국의 헌터 협회에게 권력을 몰아주려는 태운의 계략에,

“이, 이 일을 어찌해야 합니까!”

각국의 정부 인사들은 커다란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코드 제로와 메디스카이의 공식 입장문이 발표되고 전 세계의 정부가 위기에 빠진 그 시각,

{…난 더 이상은 못 참아.}

방주 회의에 참여한 범의 방주가 폭발하고 말았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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