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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52화 (152/300)

152화. 대륙이 진상을 부림 (1)

십이방주들은 긴급회의를 가졌다.

모든 것은 오로지 코드 제로 때문에.

{…낭패다.}

{놈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심각한 표정의 방주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 뭐라고 말 좀 해보지? 종말론으로 놈을 추락시키려 한 건 너잖아?}

말의 방주가 가만히 있는 소를 향해 쏘아붙였다.

{그러네. 저 녀석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니까.}

말의 말을 들은 원숭이가 킥킥댔다.

다른 방주들도 원숭이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살짝 주억였다.

그러자,

{…하! 어이가 없네.}

도명조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뭐가 웃긴 거죠? 지금 당신 때문에 또 이렇게 됐……!}

도명조의 비웃음에 양의 방주가 뭐라고 하려 했지만,

{닥쳐, 머저리들아.}

{……!}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도명조의 태도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아무 생각도 없어서 가만히 있다가 내가 말하니 좋은 아이디어라며 동의할 땐 언제고, 일이 잘못되니 뭐? 이제 와서 내 잘못이다?}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진 방주들이 입을 꾹 닫았다.

{저놈이 방도를 찾아냈을지 누가 예상이나 했나? 본인들도 예상 못 해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책임을 다 떠넘겨?}

도명조가 입을 닫은 방주들의 면면을 노려보았다.

{같은 방주인 게 쪽팔리다, 이 머저리 새끼들아. 적어도 나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움직였어.}

{크흠…….}

말을 꺼냈던 말의 방주를 비롯한 다른 방주들은 모두 도명조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비록 실패가 많았을지언정 그는 언제나 모든 일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다.

아이디어도 언제나 거침없이 내놓았고, 잠깐이지만 세계의 여론을 반전시킨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코드 제로가 그 방도를 이렇게 빨리 찾아낼 줄 누가 알았으랴.

{…그만하지.}

용의 방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소의 말마따나 이건 소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의 잘못이고, 모두의 잘못이 아니기도 하다. 놈이 정말로 치료제로 인한 헌터 발생 종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것도 이렇게 단시간 만에 말이지.}

{…이대로면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자국 헌터 협회에게 꼼짝없이 주도권을 내어주게 될 거예요.}

뱀의 방주의 말에 용의 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입장문의 내용 자체가 대놓고 전 세계의 협회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림수니까.}

메디스카이의 허 회장이 게재한 리바이브 수출 재개에 관한 입장문.

그 내용은 리바이브라는 치료제를 쥔 유일한 존재로서 명백히 갑질을 하겠다는 취지가 담겨있었으며, 그 갑질을 통해 전 세계의 협회를 장악하고 각 협회를 통하여 전 세계의 헌터 범죄자들을 처단하겠다는 코드 제로의 노림수가 훤히 보이고 있었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선언.

하지만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먼저 그들을 궁지로 몰며 호의를 걷어찬 건 자신들 쪽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 헌터계의 권력을 휘어잡은 한국 헌터 협회가 자신들의 협회를 통해 헌터 범죄자들을 관리해주겠다는 노림수는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시민들이 정부와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국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첫날이니 아직은 없지만, 수일 안에 한국에 사과하고 헌터법을 차용하는 국가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참고로 그리스 정부는 이미 사과를 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참사로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이 많아서… 사태를 방관하던 헌터들마저 국민들 편으로 돌아섰어요. 한국의 헌터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 남부를 담당하는 쥐의 방주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보를 전했다.

주요 고위 헌터들이 대체로 정부의 편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헌터들이 정부의 뒤를 봐주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숫자만 따지고 본다면 정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콩고물을 받아먹는 헌터들의 비율은 전체에서 10%도 되지 않았다.

기득권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헌터들은 소수, 나머지는 알아서 떨어지는 혜택들을 받아먹던 방관자.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인 실태가 그러했다.

{얼른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대로면 전 세계의 방관자 위치의 헌터들이 등을 돌리고 일반인들 편에 완전히 붙어버릴지도 모르는…….}

기자의 신분으로 각종 외신들의 소식을 종합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뱀의 방주가 용의 방주에게 심각하게 간언하는 그때,

{…난 더 이상은 못 참아.}

웬일로 여태껏 조용히 있던 범의 방주가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못 참는다니? 범, 그게 무슨 뜻이냐.}

조금은 당황한 듯한 용의 방주의 말에,

{말 그대로다.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범의 방주는 대놓고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당장 놈을 처리해야 해.}

{…시기가 좋지 않아. 세계 전체가 코드 제로를 주목하고 있다. 신중해야 해.}

{대체 언제까지 신중하자는 건데!}

{…어차피 곧 세계 정상 회담이지 않은가? 그때 처리하면 돼. 어차피 놈이 죽으면 곧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갈 테니까.}

세계 정상 회담은 6월 초.

불과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범의 방주에게는 2주 ‘밖에’가 아니라 2주 ‘씩이나’ 남은 것이었다.

{앞으로 2주나 남았다. 그걸 어떻게 기다려? 사람들은 2주는커녕 내일, 아니 당장 지금이라도 들고 일어날 기세다! 그때 가서 코드 제로를 죽이더라도 그 전에 한번 타기 시작한 흐름은 멈출 수가 없어! 그 전에 각국 정부들과 헌터들 간에 사이가 틀어지면? 일부라도 헌터 범죄자들에 대한 징치가 시작되면? 그때 가서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 건데?}

범의 방주의 분통에 용의 방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진정해라 범. 어차피 지금 놈과 만날 수 있는 방법도 없어. 지금 해외 헌터는 한국으로 갈 수도 없지 않나.}

정보왜곡망의 붕괴 이후 타국 헌터들의 입국 불허를 선언한 한국.

아마 해외에서의 노아즈 아크 조직원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한 헌터 협회, 그중에서도 코드 제로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다 얻어걸린 점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방주들은 코드 제로가 스스로 한국을 빠져나올 세계 정상 회담 전까지는 접근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토끼의 방주의 능력이 있지 않나!}

{후우…….}

용의 방주가 피곤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가면 뭐? 어디서 어떻게 싸울 건데? 대놓고 수상쩍은 가면을 쓰고 우리가 바로 방주입니다 ― 하고 싸울 건가? 그럼 가면을 벗고? 여기 있는 전원이 모두 얼굴 꽤나 알려진 고위 헌터들 아닌가? 세계 각지에서 모인 고위 헌터들이 갑자기 대놓고 코드 제로를 공격하면? 노아즈 아크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 아니, 애초에 아무리 토끼의 능력이 있더라도 우리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고 입국이 가능하다고 보나?}

용의 방주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노아즈 아크의 존재가 드러나면 우린 끝이야! 다른 헌터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일반인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헌터들이 훨씬 더 많아! 그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헌터들이 나선다면 결국 내전으로 이어지고, 승리하더라도 헌터들의 수가 줄어들고 일반인들이 승리한 헌터들을 배척하기 시작하면 결국 끝이나 다름없다고! 괜히 놈을 처리할 장소를 세계 정상 회담으로 잡은 줄 알아?! 우리의 정체를 숨기기 좋으니까!}

콰아아앙!

흠칫!

보기 드물게 흥분한 용의 방주의 모습에 다른 방주들이 목을 움츠렸다.

십이방주 중 최강자 용의 방주.

그의 강함은 다른 방주들 2~3명의 힘을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했으니까.

하지만 강함만으로 따지면 용의 방주 못지않은 범의 방주는 정말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

{던전 안에서 싸우면 되지!}

{지금 우리한테 상위 던전 씨앗이 어디 있다는 거야! 놈이 당했다는 개연성을 맞추려면 최소 S급 던전은 필요한데 그 씨앗들을 관리하는 노아신께서 지금 자리를 비우셨지 않나! 설마 A급 이하의 던전 씨앗으로 놈을 부른다는 그런 멍청한 발언은 하지 않겠지?}

멈칫 ―

용의 으름장에 범은 살짝 멈칫하며 콧잔등을 씰룩였다.

{아… 맞아. S급 이상의 씨앗이 없군. 어쨌든!}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 범의 방주.

어떻게든 코드 제로를 당장 죽여야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난 우리 중국이 한국 같은 소국 따위에게 굽신거리는 꼴을 볼 수 없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한 그런 꼴은 절대로 볼 수 없어!}

{…크큭, 결국 저거였나.}

도명조가 나지막이 웃었다.

째릿 ―

그런 도명조를 노려보는 범의 방주.

하지만 도명조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능청을 떨 뿐이었다.

한편, 범의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린 용의 방주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포기를 선언했다.

{후우… 난 모른다. 혼자 알아서 해. 나는 빠질 테니. 단, 노아즈 아크의 존재가 드러날 위험이 있는 방법을 쓰겠다면 내가 너를 전력으로 배제할 거다.}

{흥, 애초에 나 혼자서도 이길 수 있다. 한 놈에게 다 같이 덤벼든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어. 그리고 방법은 걱정하지 말아라.}

마침내 용의 허락이 떨어지자 범은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범의 방주에게 뱀의 방주가 물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몰래 하거나 공개적으로 하거나 두 방법밖에 없는데 사실상 몰래 처리하는 방법은 현재 불가능하잖아요? 공개적으로 하려면 뚜렷한 명분이 있어야…….}

{명분 있지. 너무나도 확실한 명분.}

범의 방주가 두 눈을 빛냈다.

{놈은 최근 중국의 헌터, 왕펑을 죽였다. 또한 류하오라는 헌터도 한국에서 실종된 바 있지. 무려 S급 헌터 2명이다! 이보다 더한 명분은 없을 터!}

{서, 설마……!}

깜짝 놀란 뱀의 방주가 입을 쩍 벌리고,

{……!}

마찬가지로 범의 방주의 말을 알아들은 다른 방주들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 전쟁이다.}

범의 방주가 붉은 혀로 입맛을 다셨다.

{아예 한국 자체를 통째로 지워주지. 그러면 된 거 아닌가? 크하하핫!}

한 손으로 배를 잡고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범의 방주.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용.}

그의 살벌한 시선이 용의 방주를 향했다.

{코드 제로는 나 혼자 죽인다. 그리고…….}

재앙의 힘을 품은 대륙의 탐욕스럽고 거대한 산군 한 마리가,

{그 공적은 모두 내 거야.}

태운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게,

크르르릉 ―

맹수의 울음소리 같은 천둥소리가 한반도 전역을 뒤덮었고,

쿠우우우우 ―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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