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대륙이 진상을 부림 (2)
한동안 신의 축복이라도 받은 듯 전국적인 평화와 호황을 누리며 승승장구하던 한국.
그러나 옛말에 언제나 모든 일은 호사다마이며 새옹지마라 했으니,
“…와, X됐네.”
한국 국민들은 갑자기 닥쳐온 충격적인 소식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사실 뜬금없이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사실상 이미 예전부터 예견된 일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바로 한국에서 난동을 피웠던 중국의 S급 헌터, 왕펑을 처단했을 때부터.
[중국 외교부 대변인, 금일 오전 중국 정부와 팔룡 길드의 입장 밝혀… 내용 충격적.]
[코드 제로를 내놓아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曰, “우리는 자국 헌터에 대한 복수를 할 권리가 있다.”]
리바이브로 인해 전 세계가 한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이 시점에 갑자기 복수하겠다며 코드 제로를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기 시작하는 중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에 한국의 국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분통을 토해냈다.
“어이가 없네 진짜……!”
“왕펑이 저지른 일은 생각도 안 하나?”
왕펑은 한국에 있었으니, 한국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 한국의 법에 의해 처단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당시 왕펑의 마력에 휩쓸린 행인이 결국 마력감염증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국은 온통 분노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영웅이 된 코드 제로를 건드렸으니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반응.
그 누구도 아닌 그런 코드 제로에 대한 내용이었기에 한국 정부는 빠르게 대응했다.
[한국 외교부 대변인 曰, “속지주의에 따른 코드 제로의 행동은 매우 정당해, 중국의 억지에 응할 수 없어.”]
속지주의.
한 영토 안에 있는 누구나 국적에 관계 없이 그 나라의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주의를 뜻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를 들은 중국은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曰, “합의는 없다, 코드 제로를 내놓아라.”]
그러나 한국도 쉽게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 대변인 曰. “억지를 부리는 쪽이 합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 못 들은 것으로 할 테니 그만하라.”]
거의 메신저를 주고받는 수준으로 빠르게 오가는 두 나라 외교부 대변인의 공방.
그러나 그 살벌한 공방 속에서 가장 불안했던 것은 오히려 한국 국민들이 아니라 중국 국민들이었다.
* * *
“이래도 되는 건가…….”
“이러면 중국만 리바이브 못 받는 거 아니야?”
치료제를 독점한 한국.
그리고 그중에서도 사실상 치료제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코드 제로.
그런 그를 충분한 명분도 되지 않는 이유를 내세우며 사실상 힘의 논리로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있으니, 리바이브가 절실히 필요한 중국 국민들은 막무가내로 나가는 자신들의 정부의 행동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 세계에서도 가장 헌터들의 입김이 강하고 정부의 중앙통제가 강력하기로 소문난 나라인 중국이었으니까.
오죽하면 중국 정부에서 넘쳐나는 인구수를 조절하기 위해 일부러 국민들을 마력에 감염시킨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을까.
아직 증명된 바는 없지만, 꽤 많은 국민들은 정말로 정부가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2060년대까지만 해도 저출산으로 인해 10억 미만으로까지 추락했던 중국의 인구는 던전이 나타나며, 대체 에너지의 등장과 환경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의 해결과 함께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바 있었다.
던전으로 인해 나라가 부유해지면서 각종 복지정책이 늘어나게 된 덕분이었다.
특히 저출산 문제가 심각했던 중국은 2030년대부터 꾸준히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해왔는데, 헌터들 덕에 나라 재정이 풍족해지면서 복지정책에 대한 예산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인구 17억을 찍으며 전 세계 인구수 1위를 유지하던 인도를 불과 10년 만에 추월하며 인구수 1위라는 타이틀을 되찾은 중국.
인구수 1위를 탈환하자마자 1년 동안의 태어난 신생아 수가 1억 명에 육박한다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인구수 20억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던 중국의 인구수는 어느 순간부터 거짓말처럼 18억에서 정체되었다.
매해 태어나는 신생아의 수는 5,000만 명을 기본적으로 가뿐히 넘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중국의 헌터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으니 이러한 의심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추론에 가까웠던 것.
물론 딱히 이렇다 할 증거가 없으니 심증에 그칠 뿐이었다.
어쨌든 그런 중국 국민들의 우려 속에서도 중국 정부는 한국을 향한 코드 제로를 내놓으라는 억지 요구를 멈추지 않았고, 이러한 소식은 곧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명실상부한 전 세계 2위의 초강자 중국.
아니, 사실 붙어보지만 않았을 뿐 미국과도 한번 해볼 만하다고 평가받는 중국이 한국을 몰아세우기 시작하니, 각국의 정부들은 옳다구나 하는 심정으로 이 상황을 방관하기 시작했다.
괜히 나서서 중국 편을 들다가 한국에게 미운털을 박히기는 싫었고, 그렇다고 한국 편을 들다가 중국의 분노가 자신들에게 튈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미 자국 국민들에게 항복한 몇몇 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요구는 국력을 내세운 억지… 그리스 대통령 曰. “중국의 태도는 힘센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과 다름없어, 같은 성인으로서 심히 부끄러울 따름.”]
[노르웨이 외교부 장관 曰. “실로 야만적인 처사.”]
[인도 대통령 曰, “중국은 언제나 그랬다. 새삼 놀랍지도 않아.”]
심지어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들마저 동참하여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중국은 자신들은 당당하다는 듯 그 즉시 대응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曰. “제 3자들은 빠져라, 도를 넘는 비판을 이어갈 시 팔룡 길드가 직접 나설 것.”]
팔룡 길드.
중국 8대 길드이기도 한 그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길드였다.
특히 팔룡 길드의 수장격인 대천룡 길드는 그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 3위에 등극한 무시무시한 길드였다.
세계급 헌터 3인이 속한 미국의 세계 1위 길드 ‘유니버스’와 마찬가지로 세계급 헌터 3인이 속한 유럽 연합의 세계 2위 길드 ‘원’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길드였으니까.
미국 헌터 중 절반이 속한 ‘유니버스’와 유럽국 연합이 만든 ‘원’의 특성을 고려하면, 단일 길드로서는 사실상 최강 길드인 대천룡.
거기에 그런 대천룡을 따르며 각각 S급을 다수 보유한 7개의 칠룡 길드가 있었으니, 팔룡 길드의 존재는 그야말로 과거의 핵무기보다 더한 위협을 자랑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대놓고 힘으로 찍어누르기 시작하는 중국의 횡포.
이에 놀란 세계는 미국을 바라보기 시작했지만,
[미국 백악관 대변인 曰.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 미국은 타국의 일까지 신경 쓸 여유 없어.”]
미국은 선을 그으며 이번 일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던전이 등장하고 북한이 멸망하면서 사실상 동맹 관계가 의미 없어지긴 했지만, 내심 미국이 편을 들어주리라 생각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백악관의 답변에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럼 그렇지… 매번 형제 형제하더니 결국 이념 싸움 때문에 발판이 필요했던 것뿐이었지?”
“북한 망하니까 이제 신경 안 쓴다는 거잖아? 이제 공산화될 일 없으니까.”
그러나 미국이 방관을 선언했음에도 한국은 중국에 대해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 대변인 曰, “한국의 입장은 여전히 동일, 중국의 요구 들어줄 수 없어.”]
“그렇지!”
“잘한다!”
실로 오랜만에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무리 힘 센 중국이더라도 코드 제로는 전 국민의 영웅이자 한국의 자존심이고 자부심이었다.
그런 이를 국력을 내세워 내놓으라고 했다고 이에 응한다?
이는 곧 민족의 혼을 짓밟아 뭉개버리다 못해 팔아넘기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생각보다 한국이 굳건한 입장을 고수하자 오히려 당황한 건 중국 쪽.
“…어떻게 합니까?”
어느 한 저택에서 한 중년인이 한 근육질의 남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 * *
“한국 따위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이야… 조금 의외인 상황이긴 합니다만.”
중년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마저 이었다.
중년인의 정체는 바로 중국 주석.
시진핑의 뒤를 이어 중국 주석이 된 시진핑의 양아들, 시창이었다.
그의 양아버지처럼 벌써 거의 수십 년째 집권해오고 있는 중국 최고의 권력자인 그가 놀랍게도 근육질의 남자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
그의 귀에 꽂힌 인이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외교부에서 전해져 들어오고 있는 한국의 소식과 다른 외국 정부들의 관련된 소식.
시창은 근육질의 남자와 함께 자신의 저택에서 실시간으로 외교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뭐가 의외입니까. 그럼 코드 제로라는 보물을 한국이 순순히 넘겨줄 줄 알았어요? 대충 내가 원하는 흐름대로 가고 있으니까 다음 패 꺼내세요.”
“…알겠습니다.”
근육질 남자의 말에 꼼짝 못 하는 시창.
아니, 꼼짝 못 한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창의 얼굴에는 그다지 억지로 하는 티가 나지 않고 있었으니까.
“저는 왕룽 님만 믿습니다. 진짜로.”
“아아, 믿으세요, 믿어. 제가 언제 주석 실망시켜 드린 적 있습니까?”
“그야 당연히 없지요! 커허허헛!”
왕룽.
세계 10명뿐인 세계급 헌터 중 한 사람이자, 중국에서도 두 명뿐인 EX급 헌터이며, 그 둘 중에서도 다른 한 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알려진 세계 최강자 중 하나.
덤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이 정도 타이틀에 그치지 않고 노아즈 아크에서는 바로 범의 방주라는 자리를 꿰차고 있는 입지적인 인물이 바로 그였다.
그러니 중국 주석 시창이 왕룽의 말이라면 껌뻑 죽을 수밖에.
실제로 왕룽의 말을 따르면 이득을 보면 이득을 봤지 딱히 손해 본 적은 없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하는 중국의 인구수를 왕룽의 말에 따라 일부러 던전 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마력감염증 환자를 대폭 늘려 인구수를 조절함과 동시에 헌터들을 대량 생산할 수 있었고, 그중 말을 잘 듣는 헌터들을 선별하여 왕룽이 직접 함께 레이드를 뛰어줌으로써 빠르게 육성해 정부의 말을 잘 듣는 헌터들을 S급으로 대량 포진시켰다.
그 덕에 중국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헌터를 보유한 나라는 물론이고, 세상에서 가장 많은 S급과 A급을 보유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노아즈 아크에게 협조하는 대가로 현재 중국의 2번째 세계급 헌터가 된 첸마저 S급에서 세계급 헌터로 키워주며 중국은 세계급 헌터를 2명이나 보유한 국가가 될 수 있었으니, 시창의 입장에선 왕룽만한 복덩이가 따로 없었다.
“…정말 그렇게만 되면 제 아들을 세계급 헌터로 키워주시는 거 맞습니까?”
“아니, 주석! 제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습니까?”
“없지요! 커허헛! 죄송합니다! 그냥 다시 한번 듣고 싶어서 말이죠! 너무나도 좋은 울림 아닙니까? 세계급 헌터라니! 커허허허헛!”
이번에 왕룽의 말을 따르는 대가로 그의 아들이자 현재 A급 헌터로 활동 중인 시위안을 세계급 헌터로 만들어준다는 약속을 받아낸 시창.
띡 ―
그는 곧바로 인이어를 누르며 외교부에 중국 주석으로서 그의 뜻을 전달했다.
“경제보복 협박 진행해.”
{알겠습니다.}
외교부에 뜻을 전달한 시창이 한숨을 내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한국 정부도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을 테니 곧 그 반응이 되돌아올 겁니다.”
“좋습니다. 뭐, 우리는 차나 마시면서 떡이나 먹죠.”
“커허허헛! 전혀 걱정되지 않으시나 봅니다?”
“걱정이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코드 제로는 결국 전쟁을 선택할 겁니다. 본인의 힘을 크게 자신하고 있으니까요. 우물 안 개구리인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커허허허헛! 한 사람이 열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는 법이죠! 아니, 애초에 왕룽 님만 나서셔도 한국 전체가 정리되지 않겠습니까?”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시창의 아부에 왕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드 제로… 너는 결국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거다. 네놈이 살기 위해서 말이야. 크크크크큭!’
후룩 ―
홍차를 홀짝이는 왕룽.
그런 그의 두 눈엔 어느새 시퍼런 살기가 잔뜩 일렁이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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