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54화 (154/300)

154화. 해볼 만할 것 같음 (1)

“…결국 이렇게 나오는 건가.”

협회 본부 10층 협회장실 겸 대회의실.

한국 헌터 협회 측 수뇌부도 긴급 비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정말로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치료제가 걸렸는데?”

알파조장 태성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동석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겠지. 어차피 치킨 게임이니까. 게다가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중국과 무역으로 치킨 게임을 시작하면 먼저 위태로워지는 건 한국일 수밖에 없어.”

치킨 게임.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을 뜻했다.

한국과 중국의 경우 무역으로 치킨게임이 시작된다면,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이 훨씬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중국 측은 지금 치료제야 원래 없이도 잘 살아왔으니 없어도 별문제 없다는 입장인 듯했으니까.

아니, 아예 없길 바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던전이 나타나고 에너지적 측면에서 해외 의존도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내수 시장만으로 살아가기 힘듭니다. 총무역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이 단절되면 여러모로 타격이 클 테죠.”

행정부서 재정관리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동석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막말로 정말 코드 제로 씨를 넘겨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

회의 자리에 앉아있던 태운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그냥 중국으로 넘어가도 상관은 없었지만,

‘국민 정서상 그건 용납이 안 될 테지.’

자신을 중국에게 넘기는 것 자체가 한국 국민들의 자존심에 커다란 스크래치를 내는 일일 것이었다.

중국으로 넘어간 자신이 그 어떤 깽판을 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터.

아무리 자신이 중국에 넘어가서 혼자 다 쓸어버리고 온다고 해도, 돌아온 자신을 보고 국민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겠는가?

국민 영웅을 지키지 못하고 내어주었음에도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고 돌아온 그들의 영웅.

영웅에 대한 존경심이나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한 안도 등을 느낌과 동시에 무력감과 미안함 등 각종 마음의 빚을 지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이대로 순순히 넘어가게 된다면 태운이 깽판을 치기도 어려운 입장이 될 것이었다.

한국이 중국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굴복하여 코드 제로를 넘겨준 것인데 정작 중국으로 넘어간 자신이 깽판을 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더 큰 국제적 문제로 발전하게 될 것이기도 하고, 일반 중국 국민들까지 적으로 돌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깽판을 치려면,

“…차라리 지금 해버리는 게…….”

아직 한국이 굴복의 뜻을 밝히지 않은 이 시점에 해버리는 게 나았다.

“…음?”

태운의 혼잣말을 들은 동석이 고개를 돌리며 태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태운은 머릿속으로 자신의 객관적인 힘을 가늠해보느라 머릿속이 바쁜 상태였다.

‘상태창.’

오랜만에 상태창까지 불러내어 객관적인 자신의 전력을 파악해보는 태운.

전투의 천재이자 전투의 괴물이 자신의 역량을 낱낱이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격투기 선수가 링 위에 올라가기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듯 말이다.

* * *

태운은 단계적으로 자신의 전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우선은 1단계.

‘첫 번째, 내가 모든 협회 직원들과 싸워 이길 가능성은?’

스슥 ―

회의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에 태운의 볼펜이 1을 그렸다.

주요 강자로는 S급 헌터로 올라온 강천과 A급 최상위인 태성과 철민이 포진해있는 협회.

그 밖에도 협회에는 동석을 포함해 수많은 전투 요원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100%.’

태운의 답은 YES였다.

그것도 너무나도 가뿐하게 말이다.

스스슥 ―

2단계로 넘어가는 태운.

태운의 볼펜이 100을 적더니, 이내 그 밑에 2를 그렸다.

‘두 번째, 내가 3대 길드의 모두와 싸워 이길 가능성은?’

주요 강자로는 S급 최상위인 김천용과 그 밖에 또 다른 S급 헌터 여러 명이 있고 수많은 A급 헌터가 포진해있는 3대 길드.

그 외에도 쟁쟁한 헌터들이 많이 있었고, 무엇보다 3대 길드에는 산하 길드들까지 딸려 있었다.

그렇다 해도,

‘100%.’

태운의 답은 이번에도 YES였다.

모든 S급 헌터들을 김천용 급의 강자로 가정한다 해도 여유가 넘쳤다.

스스슥 ―

이번에도 100을 그린 태운의 볼펜.

그 밑에 3을 적는 태운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이제 진짜 상대와의 승률을 측정할 때였다.

‘세 번째, 내가 팔룡 길드의 모두와 싸워 이길 가능성은?“

팔룡길드 소속인 왕펑, 류하오와 붙어본 적이 있는 태운이었다.

그들은 팔룡길드의 S급 헌터로, 각각 팔대 길드 중 한 길드의 2인자와 3인자인 강력한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어땠는가?

‘솔직히 모기 잡는 것만큼이나 쉬웠지.’

촤르르륵 ―

태운의 머릿속에 어젯밤 살펴보았던 팔룡길드 소속 헌터들의 데이터가 스쳐 지나갔다.

세계급 헌터가 2명인데다가 한국의 A급 헌터만큼이나 많은 S급 헌터들, 그리고 한국의 B급 헌터들만큼이나 많은 말도 안 되는 숫자의 A급 헌터들까지.

‘게다가 이 중에는 노아즈 아크의 방주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리바이브로 노아즈 아크의 숨통을 조여놓은 태운이었다.

억지를 부리며 한국을 도발하고 있는 중국 측에 노아즈 아크의 방주가 존재하고 있을 거라고 가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만약 쿠마리 급의 강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위이이잉……!

태운의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항상 링이나 케이지에 올라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곤 했던 태운.

철저한 자료 분석과 자기 객관적 평가 덕분이었을까.

그의 시뮬레이션은 대체로 모든 흐름을 예측할 정도로 뛰어난 분석력을 자랑했다.

오죽하면 그의 코치로부터 ‘너는 미리 이기고 싸운다는 말의 살아있는 표본이다’라는 말까지 들었겠는가?

위이이이이잉……!

이미 세계무대에서도 검증된 바 있는 태운의 뇌 내 시뮬레이션이 진행되기를 몇 분.

치이이이……!

“하아…….”

한바탕 뇌를 쥐어 짜낸 태운은 가면 뒤에서 작게 숨을 토해냈다.

“코드 제로? 자네 괜찮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동석은 태운이 걱정되었는지 그의 손목을 붙잡으며 물었다.

“……!”

동석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협회 간부진들.

“괘, 괜찮으세요?”

“코, 코드 제로 씨? 혹시 몸에 이상이 생긴 겁니까?”

그들의 마음속에 갑작스레 엄청난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모르게 코드 제로는 언제나 강하고 완전한 존재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새삼 순간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누구보다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을 코드 제로였다.

한국에게는 그 어떤 국가보다도 위협적인 존재이자 바로 옆에 위치한 대국인 중국에서 자신을 내놓으라 마라 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한국은 그를 넘겨주지 않으려다 경제보복까지 당할 위험에 처한 상황이었다.

신이 아닌 이상 이 모든 갈등의 당사자인 그가 받았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겠는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코드 제로도 우리와 같은 인간인데…….’

그 순간 동석과 현주를 포함한 모든 협회 간부진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얼마나 코드 제로 한 명에게 의지를 해왔던 것인가?

일이 어떻게 되더라도 코드 제로가 어떻게든 해줄 거란 착각 속에 빠져 살지는 않았는가?

정작 코드 제로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지금,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자신들의 무력함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추욱 ―

간부진들의 어깨가 늘어지며 갑자기 대회의실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다 못해 쳐지기 시작했다.

“……?”

정작 그 걱정의 당사자인 태운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작은 한숨 한 번으로 대회의실 분위기 전체를 쳐지게 만든 태운은 그 무거워진 공기를 가뿐하게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잠시 뒤 태운의 발언이 끝나고,

“…….”

“…….”

협회 간부진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곧바로 고쳐먹었다.

코드 제로는,

‘…같은 인간은 아닌 듯.’

‘…누가 누굴 걱정했던 거지…….’

‘…뭔가 재수 없어.’

진짜 인외종이라고.

씨익 ―

태운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협회 간부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놓인 종이 위에는,

1.

100.

2.

100.

3.

98 100.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이 띄엄띄엄 적혀 있었다.

* * *

중국이 무역 제재를 통한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들며 한국을 본격적으로 협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끓어오르는 반중 감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한국 국민들은 일이 끝나자마자 술을 찾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겨우 오후 5시가 막 넘은 시간인데도 이미 만석을 채워버린 각종 술집들.

술집 주인들은 이 상황을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울어야 하는 것인지 혼란해 하면서도 일단 올라간 매상에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장사를 이어나갔다.

{오늘 오후 4시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에 코드 제로를 내놓지 않을 경우, 경제 보복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밝혀 커다란 충격을…….}

이른 시간부터 만석을 채운 한 호프집.

콰앙!

“이런 씨X!”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중국과의 갈등 중계 소식에 한 남자가 성질에 못 이겨 맥주잔을 거세게 내려놓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하여간 짱깨 새끼들… 나라만 크면 다야? 나라 힘 좀 세면 다야? 왜 다 큰 성인 새끼들이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생떼를 부리는 거야?”

남자의 말에 그의 맞은편에 앉은 친구들이 동의한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X나 어이없네. 말이면 다인 줄 아나.”

“근데 X발 어떡하냐… 경제보복 한다잖아.”

“아니, 왜 우리는 하필 중국 옆에 있는 거냐? 어? 왜 저 짱깨 놈들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경제가 돌아가질 않는 거야?”

“쟤들 인구가 미친 듯이 많으니까 시장이 커서 그렇지…….”

남자들의 대화를 가만히 엿듣던 다른 테이블의 한 여자들도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코드 제로를 넘겨줘야 하는 거야?”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진짜? 경제보복 하나 때문에? 코드 제로가 우리한테 해준 게 얼만데?”

“진짜 인정. 수진이 너도 이번에 장학금 받은 것도 사실상 코드 제로가 기부 엄청 해줘서 수혜자 조건 완화되고 받은 거잖아.”

“진짜… 심지어 내 베프는 서울 다중 브레이크 생존자야. 그리고 몇 년 전에 죽은 우리 사촌 오빠는 헌터 범죄 피해자였대…….”

“…헐.”

“근데 중국이 진짜로 경제 보복한다고 무역 끊어버리면 우리 아빠 회사 망한대… 우리 아빠 회사 망하면 그 밑에 계열사 줄줄이 도산한다는데.”

“얘네 아빠 뭐 하시는데?”

“몰랐어? 크게 무역회사 운영하시잖아.”

“…중국 영향력이 크긴 크구나.”

저마다 걱정이 큰 듯 한숨을 쉬어대는 호프집 내 손님들.

기껏 만석을 채운 호프집 분위기가 어쩔 땐 불같이 달아올랐다가 차갑게 꺼지기를 반복하자, 호프집 주인은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슬쩍 음악 소리를 줄였다.

그때,

“에이씨!”

한 테이블에서 어떤 아저씨의 커다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저씨는 목 부근이 벌겋게 변한 것이 어느 정도 취한 듯 보였다.

“염병할! 그냥 이렇게 된 거 중국이랑 잡도리 한번 해서 기강을 잡던가 해야지!”

“아니, 김 씨. 진짜 우리가 중국이랑 전쟁하면 이길 거라고 보는 거여? 중국이 얼마나 큰데?”

김 씨라 불린 아저씨의 맞은편에 앉은 졸린 눈을 하고 있는 인자한 인상의 아저씨가 김 씨 아저씨에게 핀잔을 주었다.

“흥! 그래봐야 짱깨 놈들이여! 우리가 고구려 때 다 이겼다고!”

“지금이 고구려 때인가… 인구수만 거의 수십 배라고, 이 사람아…….”

“아니 박 씨! 솔직히 따져보자고!”

김 씨 아저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검지 손가락으로 박 씨 아저씨에게 삿대질했다.

“코드 제로… 아니, 우리 제느님이 중국한테 질 것 같은가?”

코드 제로의 열혈팬인 김 씨 아저씨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도 오히려 김 씨 아저씨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업적을 다~ 떠나서! 솔직하게 강함만 놓고 따져보자, 이 말이야! 다중 브레이크 진압 영상 못 봤나? 우르르르릉! 콰과과과과과광! 박 씨도 봤잖여! 나는 세상이 멸망하는 줄 알았다니까?”

“알어 알어. 나도 알어. 그래도 중국이잖어. 저쪽에 S급 헌터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제느님은 세계급이여!!”

와그작!

김 씨 아저씨는 열불이 차는지 얼음컵에 있던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씹어먹기 시작했다.

그런 김 씨 아저씨를 보며 박 씨 아저씨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따지면 중국은 세계급만 2명이야…….”

하지만 김 씨 아저씨의 제느님 찬양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급이 다 같은 세계급인가! 제느님은 말이여! 일반적인 세계급이 아니여! 세계 오브 세계급이라고!”

“차라리 월드 오브 월드 급이라고 표현하게 이 사람아. 세계 오브 세계급이 뭐여? 무식하게.”

“에이씨 어쨌든!”

홱 ―

김 씨 아저씨는 크게 흥분하여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 대학생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이 학생들! 안 그래? 솔직히 코드 제로가 중국이랑 싸우면 질 것 같어? 난 말여! 코드 제로 혼자 싸워도 이긴다고 봐. 응? 어떻게 생각해?”

“아하하하하…….”

가만히 술을 마시던 대학생들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에이 아무리 코드 제로여도…….’

‘혼자 중국이랑 뜨는 건 에바지…….’

“씨X! 전쟁해 전쟁! 다 쓸어버려!”

그렇게 김 씨가 호프집에서 코드 제로 찬양을 이어나가며 중국을 까 내리고 있는 그때,

[뉴스 속보입니다.]

줄어든 음악 소리 탓에 더 선명해진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호프집 한쪽 구석에 달린 대형 TV에서 흘러나왔다.

[방금 전, 한국 헌터 협회 측에서 성명문을 발표했다는 소식입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중국에서 경제 보복을 단행할 경우, 팔룡 길드 전체와 전쟁까지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한 내용이 담긴 성명문으로, 사실상 전쟁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정부와는 이미 상의가 끝난 것으로…….]

“…….”

순식간에 호프집 전체는 물론이고 왁자지껄하던 일대 술집 거리에까지 정적이 찾아왔다.

툭 ―

김 씨 아저씨는 들고 있던 얼음컵을 탁자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한국 헌터 협회의 화끈한 결정에,

“시X럴… 진짜 전쟁한다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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