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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55화 (155/300)

155화. 해볼 만할 것 같음 (2)

공식적으로 성명문을 발표하기 불과 한 시간 전.

“…다들 준비됐나?”

““네!””

헌터 협회 본부 최하층에 수십 명의 협회 직원들이 모여있었다.

최근 협회가 돈을 많이 벌면서 새롭게 지하에 지은 초대형 대련장 안.

웬만한 대학 건물 수 개는 합쳐놓은 듯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련장이었다.

겨우 대련장임에도 불구하고 지상 총 10층에 달하는 협회 본부 건물보다도 컸으니까.

그냥 하나의 던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커다란 대련장이었다.

너무 거대한 나머지 지상과 연결한 환풍구마저 웬만해서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크기.

그런 대련장 한가운데에 자리한 수십 명의 협회 직원들이 각자 몸을 풀고 있었다.

그들의 면면은 척 봐도 모두가 협회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투에 특화된 능력을 지닌 전투부서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태권도 발차기용 미트 하나를 든 태운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말 괜찮겠나? 고유 능력도 사용 안 하고?”

협회 직원들의 선두에선 동석이 살벌한 눈빛으로 발차기용 미트를 손바닥에 툭툭 쳐대고 있는 태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돌연 회의에서 전쟁 이야기를 꺼냈던 태운.

―아무래도 국제적인 힘의 질서를 새롭게 세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한국이 저들의 밑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는 말이지요.

―그게 무슨……?

―저 혼자서도 이길 수 있습니다. 팔룡 길드 따위.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길 수 있다는 태운의 말에도 모두가 말도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제가 협회의 여러분들을 전부 이기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것도 고유능력도 사용 안 하고 말이죠. 신체 강화는 음… 부분 강화 없이 전신 강화만 쓰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빠직 ―

태운의 도발에 모두가 넘어가고 말았다.

―…우리를 전부 상대하겠다고? 그것도 고유능력도 사용 안 하고 전신 강화만으로? 그 말은 코드 원과 알파조까지 포함해서 하는 말인가?

―네, 저는 전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고유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헌터라니?

고유 능력을 쓰지 않는 헌터는 총탄 없는 저격수이며 이빨과 발톱이 다 빠진 호랑이였다.

특별한 고유 능력이 없는 일반형 능력자들조차 1차 각성 때는 마력 유형화가 가능해지고 2차 각성 때는 기본적인 감각 능력들이 대폭 강화되며, 3차 각성 때는 마력 폭주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들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일반형 능력자 중 세계급 헌터는 아직 없기에 아직 4차 각성 능력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물며 코드 제로는 번개를 주로 다루는 자연형 능력자로 알려져 있지 않는가?

각성 시 다룰 수 있는 고유 능력의 상한만 늘어나는 자연형 능력자가 고유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두 손과 두 발을 묶고 링 위에 올라가는 격투기 선수와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 하하… 코드 제로 씨. 아무리 그래도 고유 능력도 없이는 좀 무리일…….

―쫄리십니까?

―…예?

―좋습니다. 그러면 주먹과 발도 쓰지 않겠습니다. 어디 보자… 그래, 태권도 발차기용 미트 정도가 좋겠군요. 아무래도 복싱 미트는 손에 붙어있다 보니 데미지가…….

―…예?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쫄리시다면서요? 미트로 때려드릴게요. 대신 터질 수 있으니 부여 강화는 살짝 쓸 겁니다? 그래도 주먹이나 발보다는 덜 아플…….

―당장 대련장으로 내려오십쇼!

빠득 ― 빠득 ―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어 머리끝까지 열이 받은 태성이 진짜 호랑이가 된 것마냥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크흐흐흐…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지……!”

그동안 레이드 부스터 프로그램 때마다 태운에게 혹사당했었던 알파조.

물론 부상은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최소 1주에서 2주는 걸리는 던전 토벌을 매번 하루나 이틀 안에 끝내도록 혹사당했던 알파조는 태운에게 쌓인 것이 꽤 많아 보였다.

“후후후후……!”

“크큭……!”

인하와 기성도 손가락 마디를 풀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심지어,

“이제야 그때의 빚을 갚을 수 있겠군……!”

철민은 아직도 사관학교에서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후후후후후후……!””

대련장에 자리한 모두가 마침내 그토록 드높기만 하던 코드 제로에게 한 방 먹일 기회라고 확신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직 단 두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다.

‘…다들 저 형을 몰라서 그래… 저 형은 그냥 인자강 그 자체라고……!’

‘오, 오빠랑 싸우기 싫은데…….’

강천과 유린은 서로 다른 의미로 울상이 되어있었다.

태운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강천과 그저 태운과 싸우기 싫은 유린.

두 사람이 불안한 표정으로 태운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

“그럼… 대련 시작!”

삐이이이익 ― !

대련장 바깥에 위치해 있던 현주의 휘슬 소리와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죽여어어어어!””

태운에게 달려드는 무리의 선두에 선 알파조의 광기 어린 목소리가 대련장 전체를 가득 메웠다.

* * *

퍼어어엉!

딱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만 강화된 미트가,

퍼어어엉!

퍼어어엉!

섬뜩한 공기 파열음을 연속해서 터뜨렸다.

“아아아아악!”

“젠자아아아앙!”

맞지를 않는다.

쉬시식 ―

신들린 보법으로 전투부서 직원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태운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귀신이 따로 없었다.

퍼어어엉!

퍼어어엉!

그 와중에 미트는 어찌나 귀신같이 잘 휘두르는지,

“끄윽!”

“커헉!”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 안면을 타격하는 미트에 맞은 협회 직원들이 얼굴이 벌게진 채 이를 악물었다.

딱히 상처는 없었다.

부여 강화를 했다지만 그래봤자 미트.

애초에 내구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 부여강화였기에 협회 직원들이 다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협회 직원들은 이를 악물었다.

열 받고 자존심이 상했으니까.

이게 만약 실제 주먹이었다면?

방금 맞은 게 발차기였다면?

그 강하다고 소문난 코드 제로의 주먹과 발이었다.

아마 얼굴에 상처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 자체가 터져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빠아아악!

바람처럼 지나가는 태운을 놓친 동석의 고개가 앞으로 팍 숙여졌다.

미트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이런 젠장……!’

유린과 친해졌다기에 태운을 은근히 자신의 예비 사위로 생각하고 있던 동석.

그래도 딸을 뺏긴 것 같은 설움을 이번 기회에 한 번 풀어보려고 했는데,

얼얼……!

벌써 예비 사위한테 뺨 2차례, 그리고 이번엔 뒤통수까지 맞았다.

“크아아아아악!”

그의 고유능력, 반달가슴곰이 발현되며 그의 손이 곰의 거대한 앞발로 변했다.

그러나,

퍼어어어엉!

제대로 한번 휘두르지도 못하고 안면에 미트가 꽂힌 동석의 몸이 쓰러질 듯 휘청였다.

“다들 비켜요!”

철컥 ―

어느새 손을 화염방사기로 변화시킨 강천이 태운의 머리 위를 점한 채 화염을 뿜어냈다.

푸화아아아아악 ― !

화르르르륵 ― !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기둥이 태운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금방이라도 태운을 집어삼켜 통째로 태워버릴 듯한 불기둥.

그러나 태운이 미트를 위로 거세게 휘두르자마자,

푸확 ― !

순식간에 미트가 일으킨 돌풍에 밀려버린 불기둥이 도로 승천하더니 오히려 강천을 집어삼켰다.

치이이이이!

“크으으으윽!”

다행히 순간적으로 전신을 둘러싼 방패를 소환하며 직접적인 화상을 입는 건 피해낸 강천.

그러나 그 탓에 사방의 시야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변형이 아니라 외부로 소환된 무기는 그 유지만으로도 마력이 소모되므로 강천은 열기가 사라진 걸 확인하자마자 방패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슈욱 ― !

방패를 거둬들였음에도 강천의 시야는 막혀있었다.

바로 코앞까지 미트가 다가와 있었으니까.

“좀 뜨거웠다?”

퍼어어어엉!

방패가 사라지자마자 안면에 작렬하는 미트에 강천의 목이 뒤로 홱 꺾였다.

“끄아아아악!”

이번엔 조금 세게 때렸는지 강천이 고통을 호소하며 나가떨어지고,

“크아아압!”

태운이 공중에서 내려오는 틈을 놓치지 않고 몸통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호랑이로 변화시킨 태성이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푸쉬이이이익 ― !

마찬가지로 벌겋게 달아오른 전신에서 증기를 내뿜으며 인하가 다른 방향에서 달려들었고,

콰앙 ― !

두 다리를 전력으로 강화한 기성이 땅을 박차며 오른손을 거대한 강철로 변형시켰다.

“하핫!”

태운은 작은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공중에서 휘리릭 회전시켰다.

퍼퍼펑!

“크윽!”

“끼약!”

“커헉!”

우뚝!

달려들던 기세가 무색하게 안면에 미트를 맞고 제자리에서 스턴에 걸려버리는 세 사람.

이미 그사이에 땅에 발을 디딘 태운은 제대로 힘을 실어 미트로 세 사람의 안면을 재차 가격했다.

퍼어어엉! 퍼어어엉! 퍼어어엉!

풀썩 ― 풀썩 ― 풀썩 ―

미트에 턱을 맞은 세 사람이 나란히 기절했다.

그 어마무시한 모습에,

덜덜덜……!

아직 살아있는(?) 전투부서 직원들은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 이게 말이 돼?’

‘코드 원과 알파조마저……!’

고유능력은 쓰지도 않았다.

심지어 부분강화도 안 썼다.

게다가 전신강화는 사용하는 마력에 비해 효율이 좋지 않아 유의미할 정도로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할 터였다.

그리고 이미 다들 한 번씩 맞아봐서 알지만, 코드 제로는 미트에도 거의 부여강화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제대로 부여강화를 했다면 강철보다 단단해진 미트에 맞아 전부 얼굴이 피떡이 되었을 터.

압도적.

그저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광경이었다.

‘X벌… 이건 뭐 엄두도 안 나네.’

안면을 한 대 얻어맞고 어안이 벙벙해져 멍을 때리던 철민은, 수십 명의 협회 직원들을 상대로 수많은 핸디캡을 가지고도 명백히 봐주고 있는 듯한 태운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 냅다 드러누워 버렸다.

“난 포기할란다…….”

철민의 포기에,

털썩 ― 털썩 ―

아직 기절하지 않은 전투부서 직원들이 하나둘 주저앉기 시작했다.

“하, 항복!”

“저도 포기합니다……!”

그렇게 대련장 안에 있던 거의 전원이 포기를 선언하자,

“…….”

동석은 미트에 맞아 얼굴이 벌게진 채 그런 협회 직원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협회장님?”

툭 ― 툭 ―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미트로 본인의 어깨를 툭툭 치고 있는 태운이 동석을 불렀다.

그를 주위로 기절한 알파조 3인이 마치 무대장치처럼 보이며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이제 설득이 되셨습니까?”

“…알아서 하시게.”

동석은 두 손 두 발을 들며 항복을 선언했다.

‘어차피 방법도 없으니.’

이대로 태운을 중국에게 내줄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어차피 전쟁은 피할 수 없었으니까.

다만 동석을 비롯한 협회 직원들은 그저 확신이 필요했다.

중국을 상대로도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말이다.

이번 대련을 통해 태운의 압도적인 강함을 확인하며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었던 협회 직원들은,

씨익 ―

모두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코드 제로.’

‘코드 제로 님이라면… 믿어도 되겠지.’

경제보복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미 다들 마음 한구석에서 전쟁을 각오하고 있었던 협회 직원들이었다.

거기에 굳이 판을 만들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해준 태운 덕에 저마다 가지고 있던 불안감을 일부 해소한 듯 시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하지만 단 한 사람만큼은 일말의 걱정도 덜지 못한 듯 보였다.

그렇게 정부에게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협회의 입장을 전달하고 난 그날 밤,

우웅 ―

[오빠,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태운은 유린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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