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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59화 (159/300)

159화. 전쟁이 일어남 (3)

쿠르르르르릉……!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불과 1~2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상에 모든 이들에겐 그 시간이 1시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던 붉은 빛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고,

슈우우우우 ―

충격적인 광경이 시청자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

코드 제로의 뇌전이 사라지며 제 색을 되찾은 푸르른 하늘.

바다를 가득히 메우고 있던 검고 하얀 배들도 어느새 지우개로 지운 듯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미, 미친……!”

바다는 여전히 붉은색이었다.

왜 바다가 여전히 붉은지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가 무서웠을 뿐이었다.

갑자기 눈 안에 들어온 충격적인 장면에 모두가 잠시 넋을 잃고 있었으나,

“이, 이겼다……!”

곧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겼어! 이겼다고!”

“우리가 중국을 이겼다아아아아!”

“무슨 우리야! 코드 제로 님 혼자 다 한 거지!”

“제느님!”

“제느님!”

“제느님!”

전국에서 제느님이라는 호칭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후아아아아……!”

“코드 제로는 진짜 미쳤어……!”

“…우리 진짜 안 모여도 됐겠는데?”

서해 라인을 지키고 있던 헌터들도 저마다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풀썩 ― 풀썩 ―

몇몇 헌터들은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에 힘까지 풀려 제자리에 주저앉고 있었다.

“미쳤네, 진짜.”

전라도 라인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천은 영상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고,

“역시…….”

수도권을 지키던 천용은 믿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으으으으……!”

PTSD(?)가 온 정호백은 이매탈 시절의 코드 제로를 떠올리며 자꾸만 돋아나는 온몸의 닭살을 쓸어내렸고,

“하여간 혼자 튀는 건 천성이냐? 크하하핫!”

철민은 거칠게 말을 내뱉으면서도 자랑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아아…….”

동석과 현주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행이다.”

유린은 살짝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며 태운의 무난한 승리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ㄴ 아니 ㅅㅂ 사람이냐? 우리 편이어서 좋긴 한데 그래도 너무 충격적인데?

ㄴ ㅋㅋㅋㅋ인해전술? 인자강 앞에서는 어림도 없죠~ㄴ ㅁㅊ 야 나 코드 제로랑 똑같이 배터리 3퍼였는데 이제 2퍼됨ㅋㅋㅋㅋㅋㄴ 아니 너도 충전 안 하고 있었냨ㅋㅋ 나도 충전하려다 제느님 배터리 선언 듣고 충전기 집어던졌음 ㅇㄱㄹㅇㄴ 배터리 선언 개웃기넼ㅋㅋㅋㅋㅋㄴ 폰 꺼지기 전에 돌아오신다더니 진짜였네ㄷㄷㄴ 솔직히 난 코드 제로가 폰 꺼지기 전에 번개로 충전해서 야매로 싸울 줄 알았는데ㅋㅋㄴ 너… 제느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구나?

ㄴ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ㄴ 아니 중국을 혼자 담구는 거 실화냐고;;;

ㄴ 오 뻘뻘좌다!

ㄴ 뻘뻘좌 ㅎㅇ!

당연히 댓글창도 폭발하는 건 마찬가지.

그렇게 그 순간만큼은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마치 이미 전쟁에서 승리라도 한 듯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하하하핫! 대단하잖아?”

전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 * *

출전하지 않고 산둥반도에서 종군 기자들의 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왕룽.

“역시 번개뿐만이 아니었어.”

자신이 예상이 맞아서 기쁘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려 수백만에 달하는 자국의 헌터들이 서해 한복판에서 수장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역시 왕룽 님이십니다. 머리도 뛰어나시군요.”

옆에 있던 중국 주석 시창이 큭큭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수백만 명의 헌터들쯤이야 언제든지 채울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아니, 그래도 주석이면 조금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십쇼, 주석.”

왕룽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시창에게 가벼운 핀잔을 주자,

“어차피 국력은 헌터가 아닌 고위 헌터들의 수로 결정되는 법 아닙니까? 지금 당한 헌터들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C급에서 D급 헌터들. S급은 하나도 없고 A급과 B급도 얼마 되지 않으니까요.”

S급만 수백 명에 달하는 중국이다.

A급 헌터들만 해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보다도 많은 그들에게 C급 이하의 낮은 등급 헌터들의 목숨이 귀할 리가 없었다.

등급이 낮은 헌터들에 대한 대우조차 이러할 진데, 그보다 못한 일반인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어떻겠는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헌터, 그것도 고위 헌터 위주로 돌아가는 중국의 실정이 절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뭐, 어쨌든.”

왕룽은 시창 주석의 사담을 적절히 끊어냈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는 데다가 알 수 없는 힘마저 숨기고 있는 놈입니다. 놈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제대로 된 무대에서 싸워야겠지요.”

빙글 ―

왕룽이 뒤를 돌았다.

“준비는 됐냐, 자식들아!”

““예!!!””

쩌렁 ― ! 쩌렁 ― !

어마어마한 무리의 목소리가 산둥반도 전역을 울렸다.

왕룽의 등 뒤에 선 수천 명의 헌터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지금부터 대륙의 원수를 갚으러 간다.”

중국 8대 길드, 팔룡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 * *

한편, 서해 상공.

투두두두두 ―

“코드 제로 님!”

“역시!”

삐이이이이익 ― ! 삐이이이익 ― !

현장을 카메라에 담던 종군 기자들이 헬기 위에서 연신 환호를 하다못해 손가락 휘파람까지 불며 좋아하고 있었다.

투두두두두두 ―

세상 전체를 붉게 물들이며 수백만의 중국 헌터들을 쓸어버리는 와중에도 종군 기자들에 대한 피해는 일절 없었던 듯 종군 기자들이 타고 있는 헬기들은 그을음 하나 없이 멀쩡해 보였다.

그런 대규모의 광역 공격을 하면서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군 기자들의 헬기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태운의 마력 컨트롤이 경지에 이르렀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어마어마한 업적을 세운 태운.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

정작 그 업적의 주인공인 태운의 표정엔 조금의 미소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이 정도로 끝날 리 없어.’

가면 뒤 태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겨우 적뢰였다.

아무리 마력을 넓게 펼쳤다고 한들, 아무리 수많은 벼락을 떨궜다고 한들 S급 헌터라면 거의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었을 터였다.

A급 헌터더라도 수차례의 적뢰쯤이야 막아낼 수 있었을 터.

하지만,

‘고위 헌터는 거의 없었다.’

적뢰를 막아내는 이가 거의 없었다.

A급 헌터들로 보이는 몇 명의 헌터들이 적뢰를 두세 차례 막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다른 헌터들이 너무 쉽게 당하면서 남아도는 적뢰들이 그들에게 몰려 결국 그들마저 당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오히려 겨우 적뢰우 한 번에 전부 당해버린 것이 태운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S급이 하나도 없어……?’

찌릿 ―

태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먼바다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방주는커녕 S급 헌터조차 하나도 오지 않았다니… 심지어 A급도 몇 없었다. 아무리 팔룡 길드라고 한들 산하 길드들이 이렇게까지 많을 수는…….’

가만히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던 태운.

그러다,

퍼뜩!

무언가 깨달은 듯 태운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팔룡 길드와 그 산하 길드들이 안 왔어?’

그렇다면 방금 전 몰려왔던 헌터들은?

‘단순한 중국의 일반 길드 헌터들……?’

어째서?

뭐하러 전력을 분산시켰다는 말인가?

‘내 힘을 가늠해보기 위해?’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희생이 크지 않은가?

아무리 상대의 힘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라지만 무려 수백만이었다.

물론 수천만에 달하는 중국 헌터들이니 수백만을 잃더라도 던전 처리에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그래도 수백만이다.

그 수백만을 수장시킨 장본인인 태운이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 또한 자국의 국민들이지 않은가?

‘그만한 수를 버림패로 쓴다고……?’

까드득 ― !

왠지 모를 혐오감에 태운의 잇새로 이가 갈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틱 ―

태운은 품속에 있던 무전기를 꺼냈다.

가까이 있는 종군 기자들과 연락이 가능한 무전기였다.

치지지직…….

그저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던 종군 기자들이 태운이 무전기를 꺼냄과 동시에 무전 이어마이크가 울리자, 한 손을 귓가에 가져다 대며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코드 제로 님!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성과를 칭찬하는 종군기자들.

당연히 종군 기자들의 칭찬에 코드 제로가 겸손을 떨거나 웃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치지직… 전국 방어 라인을 갖추고 있는 헌터들에게 전해주십시오.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예?”

갑작스런 코드 제로의 영문 모를 소리에 한 종군 기자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저, 전쟁은 끝난 게 아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냉철하게 상황을 주시하던 태운의 진지한 말에,

“……!”

기쁨에 취해 있던 종군 기자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파리해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 !

저 멀리 떨어진 중국 산둥반도.

그곳에서 어마어마한 굉음이 들려오고 있는 듯했다.

* * *

다시 산둥반도.

출전 준비를 마친 수천 명의 팔룡 길드원들의 선두에 두 남자가 바다 앞에 서 있었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근육질의 남자와 근육질은 아니지만, 근육질의 남자보다 한 뼘은 더 큰 키를 가진 회색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였다.

“부탁하지.”

근육질의 남자, 왕룽이 회색 후드의 키 큰 남자에게 말했다.

“내 살다 살다 정말 당신한테 부탁받을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코드 제로를 잡는 일에 말이죠.”

“…같이 싸워달라고는 안 했잖나. 미리 말해두지만, 코드 제로를 잡으면 모든 공적은 내 거다. 너는 내가 따로 사례한다고 말했을 텐데.”

“푸흐흐흐… 알았어요, 알았어. 대신 당신이 위험해져도 저는 진짜 안 나섭니다?”

“…대가리 터뜨리기 전에 할 일이나 해라.”

“푸흐흐흐…! 무섭네 무서워. 알았다고요.”

회색 후드의 남자는 으르렁거리는 왕룽을 보며 정말 무섭다는 듯 팔을 쓸어내리면서도 계속 웃음을 흘려댔다.

저벅 ― 저벅 ―

회색 후드의 남자가 산둥반도 부둣가에 섰다.

“자~ 시작합니다?”

“…빨리 좀 해라. 기껏 끌어올린 사기 다 떨어지기 전에.”

“알았다고요 알았어. 거 나도 폼 좀 잡고 싶은데 참 안 도와주시네.”

세계급 헌터이자 노아즈 아크의 십이방주 중 최강의 일각인 범의 방주인 왕룽에게 거리낌 없이 농담을 던지는 남자.

그의 정체는 바로,

쿠우우우우웅 ― !

노아즈 아크의 같은 십이방주 중 1인, 말의 방주였다.

그의 전신에서 일대가 흔들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꿀꺽 ―

그 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세계급 헌터 중 하나인 첸마저 마른침을 꿀꺽 삼킬 정도.

노아신에게 하사받은 권능, 타락한 포세이돈의 힘이 말의 방주의 손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포세이돈의 권능 첫 번째, 바다의 힘.

<갈라져라.>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변한 그의 한 마디에,

쿠아아아아아아아아 ― !

서해 전체가 양옆으로 갈라졌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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