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괴물 호랑이가 꽤 강함 (1)
“…첸이 당했다……!”
“코드 제로가 세계급 헌터를 이겼어……!”
갑자기 눈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광경에 비명으로 물들었던 전국은 어느새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으로 점차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 이겼다고! 저 어마어마한 놈을 이겼어!”
“…저런 괴물을 대체 어떻게……!”
공격 하나하나가 해진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했던 중국의 세계급 헌터, 첸.
“오 마이 갓……!”
“세계급이 저렇게 허무하게……!”
세계 10대 헌터라고도 불리는 그가 너무 허무하게 당해버리자, 중계 영상을 지켜보던 외신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붉은 벼락을 대규모로 떨어뜨리던 코드 제로.
대규모 공격이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강함의 여부와 상관없이 대규모 공격이 가능한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애초에 자연형 능력자는 대규모 공격에 특화된 이들이었다.
코드 제로가 세계급이라 가정한다면 당연히 가능한 공격.
코드 제로가 중국의 수백만 헌터들을 단숨에 수장시킨 것은 충분히 놀라운 위업이었지만, 사람들은 공중을 부유할 수 있는 코드 제로와 달리 바다라는 환경적 제약 때문에 중국 헌터들이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당했을 것이라고 최대한 충격을 합리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은 달랐다.
첸.
코드 제로가 나타나기 이전 전 세계 10명뿐인 세계급 헌터 중 한 명이자 중국의 두 번째 세계급 헌터.
초인이라 불리는 헌터들 중에서도 최강의 10인 중 한 명인 존재가 바로 첸이었다.
심지어 첸은 세계급에 오른 지도 이미 수년이 지난 존재.
별안간 혜성처럼 등장한 코드 제로가 아무리 세계급이라고 해도 이미 세계급에 오른 지 수년이나 지난 첸을 저렇게 쉽게 이기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것도 코드 제로의 주무기라고 생각했던 번개도 아닌 육탄전으로 말이다.
이미 국내를 비롯한 각국의 방송국들은 중계 영상의 일부를 따서 첸이 당하는 순간 코드 제로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었다.
수천수만 배로 영상을 느리게 해야 겨우 보일 정도의 코드 제로의 움직임.
방송국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한 번개 공격이 아닌, 번개를 두른 코드 제로의 주먹이었다.
그조차도 카메라 프레임으로는 제대로 담을 수 없었는지 느리게 재생한 영상에는 그의 주먹이 흐릿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미친…! 그 짧은 순간에 주먹을 대체 몇 번이나 꽂는 거야? 일곱, 여덟, 아홉…….”
“여, 열 번……?”
“아니 번개가 주무기가 아니었단 말이야? 움직임이 말이 안 되는……!”
“코드 제로가 맨몸으로 볼리베어를 때려잡은 거 잊으셨어요? 이 사람… 아니, 이분 애초에 몸도 엄청 잘 쓰시는 분이라고요.”
“아, 볼리베어……!”
새삼 과거 그가 해결했던 사건들도 재조명되며 코드 제로의 능력이 아닌 순수 신체 능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ㄴ 동물형 능력자를 육탄전으로 처발랐어…….
ㄴ 그것도 세계급을…….
ㄴ 그것도 팬더를…….
ㄴ 팩트 체크) 팬더는 보기에 귀여워 보이지만 결국 곰이다. 힘이 X나 쎄다.
ㄴ ??? : 팬더는 사람을 찢어!
ㄴ 하루만 코드 제로가 되고 싶다 하루만 코드 제로가 되고 싶다 하루만 코드 제로가 되고 싶다 하루만 코드 제로가 되고 싶다 하루만 코드 제로가 되고 싶다 하루만 코드 제로가 되고 싶다ㄴ 아니 너무 잘나서 어디서부터 까야 될지 모르겠네.
ㄴ ㅋㅋㅋㅋㅋ ㄹㅇ 코드 제로 고유능력 빨이라고 욕하던 악플러들 당황하는 소리 들리네.
ㄴ 사격중지! 사격중지! 표적이 너무 많다! 사격중지!
ㄴ 코드 제로한테 악플을 쓴다고? 미친놈 아님? 지금 한국을 구하고 있는 사람한테 무슨…….
ㄴ 코드 제로한테 악플 쓰면 그냥 생명의 은인한테 악플 쓰는 거랑 똑같은 거임. 본인의 생명의 가치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거랑 똑같은 거 ㅇㅇㄴ 그런 걸 악플러들이 알겠음? 알아도 이미 인생 나락간 애들이라 걔네들은 딱히 그런 거 상관도 안 할 듯.
ㄴ ㅋㅋㅋㅋㅋ ㅇㅈ 나락도 처음이 무섭지!
ㄴ ㅋㅋㅋㅋㅋㅋㅋㅋ 악플러한테 악플 쓰네 이 사람들
당연히 중계 영상의 실시간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거의 모든 댓글들이 코드 제로에게 환호하며 칭찬하는 댓글들.
일부 어떻게든 악플을 달아보려는 사람들도 소수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이 쓰는 댓글들은 순식간에 코드 제로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의 댓글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환호하는 만큼,
“우와아아아아아!”
서해 라인 최전선에 있던 헌터들은 더욱더 짜릿한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첸이 일으킨 해진의 여파로 인해 엄청난 높이로 불어난 파도를 전방에서 막아내던 헌터들이 뒤에서 들려온 환호성에 뒤를 돌아보았다.
철썩!
“이겼다고? 첸을? 어푸푸푸!”
기운을 순간적으로 방출하여 파도의 기세를 죽이던 몇몇 헌터들이 고개를 돌리다 얼굴까지 덮친 파도에 얼굴을 푸덕거렸다.
“……!”
고유능력 척력을 지녔기에 방파 라인의 핵심 주축을 맡고 있던 유린.
그녀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태운의 승리 소식에 반색하며 중계 영상을 보기 위해 라인을 이탈했다.
“어어…! 유린아! 너 빠지면……!”
함께 몰려오는 파도를 막고 있던 한 델타조원이 갑작스런 유린의 이탈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야, 너 혼자 뭐하냐!”
“푸하하하하!”
이미 다른 헌터들마저 라인에서 벗어난 채 뒤에서 자신을 가리키며 키득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뭐, 뭡니까! 왜 다들 빠져있……!”
뭔가 억울하다는 듯 뭐라고 외치려 했다.
“그만 빠져도 돼! 해진 일으키던 놈 죽었어!”
“…예.”
하지만 빠져도 된다는 델타조장의 말에 말을 다 잇지 못하는 델타조원이었다.
“하아… 하아……!”
그리 먼 거리가 아닌데도 거의 전력을 다해 달려온 유린이 짧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중계 영상을 바라보았다.
그 화면 속에는 어느새 거대했던 판다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저 깊은 서해 밑바닥에,
투두두두두 ―
작은 점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마주한 채 대치하고 있었다.
* * *
후두두둑 ― !
쿠우우우웅 ― !
자가회복을 할 새도 없이 육편 조각이 되어버린 첸의 신형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스르르르륵 ―
순식간에 제 크기로 되돌아오는 첸의 전신.
그와 함께 고기 조각이 되어버렸던 그의 시체도 제 크기로 돌아왔다.
“…….”
처음부터 끝까지 태운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본 왕룽.
그는 말없이 첸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제 너만 남았네?”
탁 ―
태운은 지면… 아니, 해저면을 딛으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그러나 왕룽은 태운의 말에는 반응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첸의 시체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와서 저 녀석이 죽었다고 애도하는 것 아닐테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실까나?”
아군이 전부 당할 때까지 그저 미소를 지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왕룽이었다.
어떤 방주인지는 모르겠지만, 토끼의 방주처럼 아군이 당했다고 해서 힘이 강해지는 것 같지는 않았음에도 말이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태운은 눈을 찌푸린 채 왕룽의 모습을 주시했다.
180이 조금 넘어 보이는 듯한 꽤 커다란 키, 그리고 금방이라도 옷이 터질 듯한 전신의 근육, 짧고 뻣뻣한 머리까지.
‘상남자’라는 단어를 그대로 표현해놓은 듯한 느낌의 왕룽의 모습은 누가 봐도 강인해 보였다.
그렇게 왕룽을 바라보며 태운이 그의 강함을 대충이나마 가늠해보는 그때,
씨익 ―
첸의 시체를 바라보던 왕룽의 입가가 기괴하게 찢어졌다.
“훌륭해… 하지만 조금 부족한 걸?”
왕룽의 말에 태운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X. 어디서 평가질이야?”
“큭큭큭큭큭!”
왕룽이 광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난 말이다. 강한 자와 싸우는 걸 좋아한다.”
불끈불끈!
왕룽이 말을 할 때마다 그의 전신 근육이 거대한 심장이라도 된 듯 거칠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요 근래… 아니, 오랫동안 강자와 싸울 일이 없었거든. 너무나도 무료했어.”
“방주라며? 같은 방주랑 한 따까리라도 하지 그랬어. 토끼도 나름 강하던데.”
흠칫!
태운의 일침에 왕룽의 전신이 잠깐이지만 일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크큭……!”
왕룽은 자신의 안면을 짚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음을 흘려댔다.
“그러고 보니 아직 내 소개를 안 했군.”
쫘악 ―
왕룽은 자신의 거대한 대흉근을 펼치며 자랑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네가 말했듯 노아즈 아크의 십이방주 중 한 사람이다. 내 모습을 보고 뭔가 생각나는 게 없나? 어떤 십이지신을 맡았는지 맞춰볼 기회를 주지.”
태운은 갑자기 퀴즈를 내는 왕룽의 행동이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졌지만, 일단은 대충 장단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글쎄… 몸집을 보아하니 돼지가 아닐까 싶은데?”
빠직 ―
태운의 도발을 간신히 참아낸 왕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순간적으로 끓어오른 화를 삭였다.
“후우… 도발이 제법이군. 이 근육을 보고도 돼지라니, 너의 안목에 참으로 유감일 따름이다.”
“닥쳐, 등신아. 너, 겉만 번지르르한 놈이냐? 방주 중 최약체? 왜 안 덤비고 애들 뒤에 숨어만 있나 했더니… 아, 너 혹시 쥐의 방주냐? 쥐새끼마냥 뒤에 숨어서 찍찍대는?”
“크큭… 크하하하하하!”
왕룽은 어이가 없다는 듯 광소를 터뜨렸다.
쩌렁 ― 쩌렁 ― !
안면을 짚은 채 손가락 사이로 태운을 쳐다보는 왕룽의 눈빛이 살벌한 살기를 띠기 시작했다.
“제법이야 정말 제법이야. 나도 모르게 튀어 나갈 뻔했잖아? 그래도 우리 싸우기 전에 할 건 다 하고 제대로 싸워보자고.”
“자꾸 뭘 하자는…….”
자꾸만 헛소리를 늘어놓는 왕룽의 행동에 슬슬 진절머리가 난 태운은 먼저 자세를 잡고 놈을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곧 왕룽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움직임을 자신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 이름은 왕룽. 세계 10대 헌터 중 한 사람이자 중국 최초의 세계급 헌터다.”
“또한 중국 팔대 길드의 총 수장이자 세계 3대 길드인 대천룡 길드의 마스터이며…….”
씨익 ―
왕룽은 입가를 옆으로 길게 찢으며 새하얗지만, 어딘가 누릿한 이를 드러냈다.
“노아즈 아크를 이끄는 십이방주이기도 하지. 그 열두 명 중에서도 난…….”
슈욱 ― !
“……!”
자세를 잡는 일말의 전조의 움직임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태운의 코앞에 나타난 왕룽은 그의 묵직한 주먹을 단숨에 태운의 안면을 향해 내질렀다.
“…쳇!”
까득 ― !
잠깐이지만 순간적으로 왕룽의 움직임을 놓쳤던 태운은 이를 악문 채 재빨리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왕룽의 주먹을 향해 똑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후욱 ― !
그렇게 두 강력한 초인의 강맹한 주먹이 서로 맞닿기 직전,
“…최강의 일각, 범의 방주를 맡고 있다.”
왕룽, 범의 방주가 자기소개를 마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앙 ― !
범의 방주의 주먹과 맞닿은 태운의 주먹이 터져나갔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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