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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66화 (166/300)

166화. 괴물 호랑이가 꽤 강함 (4)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헤라의 저주로 인해 잠시 미쳤던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가족들을 죽이고 그 죄를 씻기 위해 미케네의 왕에게서 받은 불가능에 가까운 12가지 임무들을 말했다.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난 반신이었으나, 인간에 더 가까웠던 영웅 헤라클레스.

그는 육체를 불태움으로써 인간으로서는 죽음을 맞았지만, 신격을 갖춘 그의 영혼은 살아남아 올림포스로 승천했으며, 그곳에서 거신 기간테스와의 전쟁인 기간토마키아를 승리로 이끌며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

이후 그는 힘과 영웅의 신, 그야말로 투신이 되며 그의 모든 업적이 신화가 되었고, 자연스레 그의 12가지 과업 또한 그의 힘으로 귀속될 수 있었다.

투신 헤라클레스.

그는 그렇게 명실상부한 최강의 신 중 하나가 된 존재였다.

그는 초강력과 초월적 전투 감각만으로 거신을 무찌른 압도적인 존재.

아무리 그가 인간 시절이었을 때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이룩한 신화적 과업이 결코 쉬웠을 리 없었다.

파지지직!

그렇다면 당연히 그 신화적 과업으로부터 파생된 힘 또한 강력하기 그지없을 터.

분명 그랬을 터였다.

그런데,

치지지지직!

“꿰에에에에에엑!”

산 전체를 뒤집어엎었다는 신화 속 에리만토스의 멧돼지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자줏빛 번개가 몸통을 관통한 탓이었다.

관통만 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을 터.

황금 뿔 사슴 같은 사기적인 ‘룰’이 없는 에리만토스의 멧돼지는 자뢰의 순수한 위력을 그대로 감당해야 했다.

“꿰에에에에에엑!”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쿠구구구 ―

고통에 몸부림치는 거대한 멧돼지의 발악에 지면이 흔들리고 파헤쳐졌다.

푸확 ― !

멧돼지의 발악에 솟아오른 흙먼지가 다른 괴수들의 시야를 가리고,

치지지직!

그 흙먼지를 가르며 뻗어진 또 다른 자뢰 한 줄기가 흙먼지를 피해 솟아오르던 스팀팔로스의 새의 날개를 때렸다.

“끼이이이이익!”

전신이 청동으로 이루어진 스팀팔로스의 새.

그래서일까.

치지지지지직!

멧돼지보다 더 감전이 잘 되었다.

푸쉬이이이익 ― !

두두두두두두두 ― !

동료(?)들의 몸에서 나는 탄내에 흥분한 그리스 로마 신화 공식 분노조절장애 걸린 동물, 크레타의 미친 황소가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웬만한 소의 수 배는 넘는 덩치의 크레타의 황소.

거대한 덤프트럭만 한 미친 황소가 미친 듯이 달려들자, 그 기세는 가히 고속도로를 달리던 덤프트럭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기분과 같았다.

하지만,

“분노조절 잘하자. 소야.”

키이잉 ― !

태운은 친히 찌릿한 딱밤으로 혼꾸멍을 내주었다.

[뇌신화(雷身化) ― 청뢰 ver]

[중력투법(重力鬪法)]

치직!

[뇌신지탄(雷神指彈)]

“음모오오오오오!”

무슨 맹수마냥 울부짖으면 달려드는 크레타의 황소의 이마에,

티이잉 ― !

뇌신의 딱밤이 작렬했다.

콰르르르르릉 ― !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황소의 이마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푸른 선 하나가 그어졌다.

“음꺼어어억……!”

쿠웅 ― !

괴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크레타의 황소.

슈우우우우 ―

그 짧은 순간에 내부마저 타버렸는지 놈의 입에서는 까만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신체 내부가 완전히 타버린 데다가 두개골마저 박살이 난 크레타의 황소가 절명함과 동시에,

쿠웅 ― !

쿠웅 ― !

자뢰에 감전되어 생난리를 치던 거대 멧돼지와 청동 새도 숨이 끊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푸르르르륵……?”

다각… 다각…….

어느새 혼자 남게 된 식인 말이 입에서 작은 불꽃을 뿜어내며 당황한 듯 뒷걸음질 쳤다.

게리온의 소 떼는 에리만토스의 멧돼지를 관통한 자뢰의 잔류 번개에 감전되어 이미 명을 다한 지 오래.

홀로 남은 식인 말은 흔들리는 눈으로 태운과 자신의 뒤에 있는 왕룽의 눈치를 계속 살폈다.

그때,

“끼이익!”

황금 뿔을 가진 사슴이 뭐 하냐는 듯 식인 말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푸히히히힝!”

식인 말은 네놈은 그 말도 안 되는 룰 때문에 상처를 안 입지 않느냐며 재수 없다는 듯 그런 황금 뿔 사슴에게 침을 튀겨댔다.

자기 혼자 목숨을 걸기는 싫다는 듯한 제스처였다.

스윽 ―

그런 식인 말의 투정 아닌 투정에 뒤를 돌아보는 황금 뿔 사슴.

“…쯧, 알았다.”

황금 뿔 사슴의 지원 요구에 잠시 벙쪄 있던 왕룽은 하늘에 떠 있는 헬기의 눈치를 살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나머지 과업들을 전개했다.

“아홉 번째, 열두 번째 과업.”

지이이잉 ―

“히폴리테, 케르베로스.”

왕룽이 권능을 재차 전개하자 다시 허공에서 빛무리가 일어나며 두 생물이 나타났다.

“후훗, 나 불렀어?”

“크르르르릉!”

활을 든 여전사 한 명과 머리가 세 개나 달린 데다가 덩치가 웬만한 호랑이보다도 더 큰 개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전설 속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와 지옥의 파수꾼 케르베로스.

그중 케르베로스는 과거 세계급 헌터인 루카스를 빈사 상태로 몰아넣을 정도로 강력했던 던전의 보스몹이기도 했다.

“……!‘

당시 케르베로스의 던전 레이드에 참여했던 세계급 헌터들이 놀라 두 눈을 부릅떴고,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따라잡지 못한 사람들은 머리를 감싸 쥐기 시작했다.

* * *

“푸르르륵!”

“크아아아앙!”

불을 뿜는 두 괴수, 케르베로스와 식인 말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푸화아아악 ― !

화르르르륵 ― !

치이이이익 ― !

총 4개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은 지면의 돌을 녹일 만큼 엄청난 고열을 자랑했다.

“…….”

치직!

[뇌신보(雷神步)]

하지만 여전히 뇌신화와 중력투법을 유지하고 있던 태운은 가뿐하게 두 괴수의 공격을 피해내며 위를 점했다.

그러나,

쐐액 ― !

“……!”

갑자기 날아든 화살에 태운은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타가닥 ― !

상처를 입지 않는 황금 뿔의 사슴 위에 올라탄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가 화살을 날리며 태운의 움직임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쳇.”

치직!

재차 태운이 뇌신보를 전개하고,

파밧!

황금 뿔 사슴을 탄 히폴리테를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죽어라.”

키잉 ― !

[뇌신권(雷神拳)]

순간 태운의 망막에 푸른빛이 명멸하는가 싶더니, 히폴리테를 통째로 소멸시킬 만한 위력의 주먹이 뻗어졌다.

하지만,

지익 ― !

“……!”

공간이 휘어지는가 싶더니 태운의 주먹이 빗나갔다.

황금 뿔 사슴에게 적용된 룰이 히폴리테에게까지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아하하핫! 아하하하핫!”

순간 죽는 줄로만 알았던 히폴리테가 파안대소하며 활시위를 당겼다.

“너나 죽어!”

티잉!

쐐애애액 ― !

지근거리에서 쏘아낸 히폴리테의 화살이 빠르게 태운의 미간을 향했지만,

휘리리릭 ― !

태운은 재빨리 신형을 회전시켜 화살을 피해냈다.

타닷 ― !

“…아니, 이거 개 사기잖아.”

결국 네 존재 중 그 누구에게도 유효타를 먹이지 못한 태운이 입술을 깨물며 뒤로 물러났다.

불을 뿜는 놈들을 공격하자니 저 사슴과 여자가 방해하고, 저 사슴과 여자를 공격하자니 뭔 말도 안 되는 ‘룰’ 때문에 공격이 통하질 않는다.

하지만 방금 전의 공방으로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공간이 휘었어.’

방금 태운이 내지른 주먹.

무언가에 막혔다기보다는 황금 뿔 사슴의 반경 자체가 공간이 어그러져 있는 느낌이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무언가 실마리를 잡은 듯 태운의 눈빛이 반짝 빛을 발했다.

그러나,

“두 번째 과업.”

왕룽은 태운이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순순히 찾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히드라.”

“……!”

왕룽의 목소리에 태운은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헤라클레스가 해결한 12가지 과업들 중 가장 강력했던 적, 히드라.

천하의 헤라클레스마저도 혼자서 이기지 못해 타인의 도움을 받았을 만큼 강력한 괴수였다.

‘끝도 없네, 진짜!’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그 히드라가 등 뒤로 나타난 줄로만 알고 고개를 돌리는 태운.

그러나,

“…어?”

등 뒤에는 어느새 뒤로 이동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히폴리테와 황금 뿔 사슴만이 있을 뿐이었다.

“……!”

재차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살기.

태운이 눈을 부릅뜨며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어딜 보는 거지?”

주먹을 꽉 쥔 왕룽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후욱 ― !

검보랏빛 기운이 잔뜩 물든 왕룽의 주먹이 태운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앙 ― !

* * *

슈우우우우욱 ― !

콰아아아아앙 ― !

태운의 신형이 저 멀리 날아가 해저면에 처박혔다.

딸깍 ―

“크웨에에에엑!”

가면의 귀 부분 쪽 버튼을 눌러 하관 부분을 제거한 채 피를 토해내는 태운.

욱신욱신!

왕룽이 휘두른 주먹의 충격도 충격이지만,

치이이이이익 ― !

보랏빛 기운으로 복부를 잠식해 들어가는 이 정체불명의 기운이 더욱 태운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건… 히드라의 독……!’

그리스 신화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독이라 일컬어지는 히드라의 독.

한 방울만으로도 그 어떤 생물이든 죽일 수 있다는 히드라의 독을 잔뜩 머금은 왕룽의 주먹에 맞았으니,

“크웨에엑! 쿨럭!”

아무리 태운이더라도 피를 토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치이이이이익 ― !

태운의 자가 회복이 시전되면서 천천히 밀려나기 시작하는 히드라의 독.

독이 치명적인 것도 치명적인 것이지만 그 전염성이 얼마나 빠른지, 태운의 뛰어난 자가 회복 속도로도 겨우겨우 감당할 정도였다.

아마 그 어떤 세계급 헌터라도 이 독에 맞으면 절명을 면치 못하리라.

키이이이이잉 ― !

마력을 조금 더 쏟아부어서라도 재빨리 독을 완전히 몰아내는 태운.

꽤 많은 마력 수치를 잃어버린 태운은,

“퉷! 하… 씨X…….”

입에 고인 피가 섞인 가래침을 마저 뱉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포기해라. 코드 제로.”

저벅 ―

세 마리의 괴수, 그리고 한 여인을 대동한 왕룽이 미소를 지으며 태운에게 다가왔다.

“넌 혼자서 충분히 잘 싸웠다. 무려 나를 제외한 팔룡 길드 전체가 날아갔어! 네놈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할 일이지. 정말 대단한 성과야.”

씨익 ―

“물론 너는 여기서 죽겠지만 말이야.”

“푸히히히힝!”

“크르르릉! 컹! 컹!”

“끼이익!”

“호호호, 아쉬워서 어째~”

왕룽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옆에서 뭐라 뭐라 떠들기 시작하는 1인 3수.

비틀…….

극독에서 방금 막 벗어난 태운은 비틀거리는 몸뚱이를 일으키며 머리가 울린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시끄러워… 놀아주니까 네가 막 이긴 것 같냐……?”

찌릿 ―

매섭게 변한 태운의 시선이 황금 뿔 사슴을 바라보다가 슬쩍 하늘을 쳐다보았다.

투두두두두두……!

저 멀리, 아주 먼 곳에서 날고 있는 군종 기자들의 헬기.

“쯧. 이젠 나도 모르겠다. 최대한 들키지 않게 해봐야지.”

살짝 군종 기자들의 눈치를 살핀 태운은 혀를 차며 다시 마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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