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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67화 (167/300)

167화. 괴물 호랑이가 꽤 강함 (5)

치지지지지지지직!

콰르릉……!

태운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적뢰.

그의 주위에서 미약한 천둥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번개라고? 이 상황에서?”

그 붉은 번개가 푸른 번개보다 약하다는 걸 이미 눈치챈 왕룽의 표정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설마 힘이 다한 건가?”

“시끄러. 닥쳐. 머리 울리니까 말 좀 그만해. 돼지 새끼야.”

태운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인상을 썼다.

지금 발현시킨 적뢰.

어차피 이 적뢰는 눈속임용이자 눈가림용이었다.

지금부터 쓸 힘은 태운으로서도 최대한 들키고 싶지 않은 힘이었으니까.

그 군종 기자들의 생중계를 통한 세계인들의 시선을 신경 쓴 건 왕룽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뭐 일단은…….”

잠시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던 태운의 입이 떨어짐과 동시에,

“잔바리부터 치워보자고.”

그그그그긍 ― !

해저면 일대를 태운의 중력이 거세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고작 이 정도 중력으로 나나 신화 속 괴수들이 당할 것 같은……!”

왕룽이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음을 날리려는 그때,

“끼이이익! 끼이이익!”

황금 뿔 사슴이 당황하여 울부짖기 시작했다.

겨우 이 정도 중력에 방어력 무적을 자랑하는 황금 뿔 사슴이 울부짖자,

“푸르륵?”

“크릉?”

묵묵히 중력을 버텨내던 식인 말과 케르베로스도 당황하여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어어… 얘 왜 이래?”

갑자기 바들바들 떠는 황금 뿔 사슴의 행동에 사슴 위에 올라타 있던 히폴리테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덜덜덜……!

무언가 겁에 질린 듯해 보이는 황금 뿔 사슴.

그런 사슴의 모습에,

씨익 ―

하관이 드러난 태운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결국 다 우주의 법칙 안에 있는 거라니까.”

룰?

그 룰이 절대적이라고? 어째서?

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래봐야 신 또한 우주 안에 속한 피조물이 아니던가?

“끼이이이익……!”

태운의 살벌한 눈을 마주한 황금 뿔 사슴의 다리가 벌벌벌 떨리고 있었다.

짐승보다 뛰어난 신수의 감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자신을 지켜주던 신의 권능이 흔들렸음을.

“……!”

“크크큭……!”

자신을 바라보며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태운의 모습에 황금 뿔 사슴이 자신도 모르게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치지지지직!

어느덧 태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번개가 사방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파지지지직!

태운이 가진 번개 중 가장 위력이 약한 적뢰는, 세계급을 훨씬 상회하는 왕룽은 물론이고 신화 속 인물과 괴수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한 마리만큼은 예외였다.

휙! 휘릭! 휘리릭! 쉬식!

태운의 손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마구 방향을 바꿔 허공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그그긍!

그긍!

그그긍!

그그그긍!

왕룽과 그 권속들을 짓누르던 중력의 방향이 이리저리 바뀌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들이 이 정도 중력에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왕룽과 신화 속 존재들이라지만,

울룩! 불룩!

꿈틀꿈틀!

그들의 모든 신체조직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닌 듯, 그들의 전신 근육이 중력의 방향을 따라 이리저리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더 이상의 조롱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듯 왕룽이 자리를 박차고 태운에게 다가서려는 그때,

“끼이이이이이익!”

황금 뿔 사슴이 비명을 질렀다.

“으앗……!”

그와 동시에 그 위에 타고 있던 히폴리테가 떨어지며 짧은 신음 소리를 냈다.

“뭣……?!”

그리고 황금 뿔 사슴을 바라본 왕룽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눈앞에는,

“끼이이이이익!”

파지지지지직!

적뢰에 감전되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황금 뿔 사슴이 있었다.

* * *

황금 뿔 사슴을 절대적으로 지켜주는 신의 룰.

그건 말이 룰일 뿐, 사실상 한 종류의 힘이 황금 뿔 사슴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반작용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황금 뿔 사슴에게 작용하려는 힘을 반작용으로 밀어내는 힘이었다.

원리는 간단했다.

빠르고 강력하게 날아오는 공격일수록 황금 뿔 사슴의 몸에 더욱 닿을 수 없었다.

느리고 천천히 다가가는 접촉은 오히려 황금 뿔 사슴의 몸에 닿을 수 있었다.

히폴리테가 황금 뿔 사슴의 등에 올라탈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바로 그 증거.

그리고 태운은 황금 뿔 사슴에게 날린 단 두 방의 공격에서 그 거리적 차이점을 눈치챘던 것이다.

아무리 뇌신권이라고는 해도 실제 번개보다 빠를 수는 없었으니까.

첫 번째로 날린 자뢰가 막힌 거리와 태운이 두 번째로 날린 뇌신권이 막힌 거리에 미세한 차이점이 있었음을 깨달은 태운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 뿔 사슴을 지켜주는 기묘한 힘의 정체와 원리에 대해 추리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맨손으로 단단한 벽을 치는 것과 비슷하려나?’

단단한 벽을 맨손으로 툭 치면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강하게 치면 손의 뼈가 부러질 것처럼 엄청나게 아프다.

그 차이였다.

천천히 다가오는 존재는 딱 그만큼의 반발을 하고, 빠르게 다가오는 존재에게는 딱 그만큼 더 강한 반발력을 적용시키는 것.

그게 바로 황금 뿔 사슴의 무적 방어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대단해. 신이 아주 영리했어. 저런 원리라면 아마 그 어떤 근접 타격이나 원거리 공격도 통하지 않겠지.”

실제로 신화 속 헤라클레스도 황금 뿔 사슴을 사냥한 것이 아니라 직접 맨손으로 붙잡았었다.

전해지는 이야기마다 달라 단순히 황금 뿔 사슴의 주인인 아르테미스가 사슴을 다치게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기에 다치게 할 수 없어 사로잡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옛날이야기인 만큼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는 법이었다.

어쨌든 황금 뿔 사슴은 상처를 입힐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만큼은 팩트였으니까.

그렇게 그 권능의 원리를 추측한 태운은 최대한 지근거리까지 중력을 지그시 누름으로써 서서히 가까이 본인의 힘을 침투시켰고, 황금 뿔 사슴의 몸을 보호하는 반작용 방어막을 내부에서부터 뒤흔들어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틈이 생겼고,

파지지지지지직!

결과적으로 적뢰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끼이이이이이익!”

난생처음으로 고통을 느껴 본 황금 뿔 사슴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신의 권능 덕에 무적의 룰의 비호 아래에 살아왔던 황금 뿔 사슴이 자신의 몸에 직격하는 공격에 내성이 있을 리 없을 터.

게다가 아무리 태운이 가진 기술 중 가장 약한 적뢰라지만, 적뢰도 결국은 번개였다.

치이이이이익……!

순식간에 새카맣게 타버린 황금 뿔 사슴의 숨이 끊어졌다.

“…허억.”

무적의 사슴이 죽어버리자 근처에 있던 히폴리테가 헛숨을 들이켰다.

덜덜덜……!

그녀와 마찬가지로 무적이라 생각했던 황금 뿔 사슴이 죽어버리자 식인 말과 케르베로스도 겁을 집어먹고 사지를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그 무적의 권능을 뚫어버린 건지 알 수 없었기에 더욱 두려움을 느끼는 그들이었다.

“자아.”

장애물 하나를 해치운 태운이 손을 뚝뚝 꺾어대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한번 해볼까?”

파지직!

어느새 태운의 손에서는 다시 자줏빛으로 변한 번개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 * *

황금 뿔 사슴이 당해 당황한 것도 잠시뿐.

콰아아아아아아앙 ― !

그렇다고 해도 왕룽은 강력했다.

헤라클레스의 초강력과 초월적 전투 감각에 더해 모든 방어력을 올려주는 네메아의 사자 가죽과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히드라의 맹독까지.

그 모든 힘을 두른 왕룽은,

콰아아아아아아앙 ― !

단언컨대 태운이 만난 적 중 최강이었다.

“최강의 일각이라더니… 확실히 토끼 이상이긴 하네.”

“나를 토끼 따위와 비교하지 마라!”

콰아아아아아앙 ― !

파지지지지직!

이미 식인 말과 케르베로스, 그리고 히폴리테는 일대를 잠식한 자뢰에 당해 사라진 지 오래.

사실상 다시 일대일이 된 두 사람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수십 수백 번을 붙었다 떨어지며 아슬아슬한 공방을 벌였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 !

콰르르르르릉!

화아아악 ― !

어마어마한 음파와 돌풍이 해저면에서 뿜어져 나왔다.

피이이이이잉 ― !

“아니 미친…! 더 물러나야 한다고?”

그 여파에 헬기가 다시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군종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자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젠 더 위로 물러날 수가 없습니다! 더 올라갔다간 다 죽어요!”

헬기 조종사가 소리쳤다.

이미 3,000m 상공까지 올라가 있던 군종 기자들의 헬기들.

코드 제로가 한 차례 전류를 쏟아부으며 하늘에 있던 구름들을 깨끗하게 지워 놔서 망정이지, 애초에 이 위치였으면 구름에 가려 제대로 촬영조차 못 했을 것이었다.

“옆으로 빠지겠습니다!”

“옆으로 빠지면 각도가 안 나와! 위로 올라가!”

깊은 해저면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

깊은 협곡에서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인 두 사람의 모습을 촬영하려면 옆으로 물러나기보다 위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위로 올라갔다간,

“위로 올라가면 이제 죽는다니까!”

인간의 고도 한계 때문에 저산소증으로 전부 죽을 수도 있었다.

엄밀히 저산소증 자체로 죽는다기보다는 그로 인해 정신이 흐려져 추락해 죽는 것이겠지만.

“젠장……!”

군종 기자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현장이다.

자신들이 잘못되더라도 조금 무리해서 다가가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코드 제로 님에게 짐이 되면 큰일이니까…….’

군종 기자들은 혹여 싸움에 방해가 되어 코드 제로가 잘못될까 싶어 결국 촬영을 단념하기로 했다.

“…물러난다. 여파가 조금 잦아들면 바로 접근할 수 있게 최대한 근처에 헬기 대기시켜줘.”

“후우… 알겠습니다.”

“휴우…….”

군종 기자들이 크게 한숨을 쉬며 다시 카메라를 잡았다.

최대한 물러나는 그 순간까지 두 사람의 모습을 영상에 담으려는 직업 정신이 발휘된 것이다.

‘제발 이기십쇼. 코드 제로.’

투두두두두 ―

바다가 만든 협곡 상공에서 물러나는 군종 기자들의 얼굴에 저마다 커다란 아쉬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해저 협곡 상공에서 헬기들이 물러나는 걸 포착한 그 순간,

씨익 ―

태운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투두두두두……!

‘이제야 물러난 건가……!’

왕룽의 초월적 전투 감각에 3,000m 상공 부근에 있던 헬기들이 물러나는 기척이 잡혔다.

“쯧.”

콰과과광 ― !

태운의 주먹을 쳐낸 왕룽이 혀를 찼다.

이미 자신은 밑천이 완전히 털린 상황.

조금 더 일찍 물러났으면 노아즈 아크의 방주들에 대한 단서를 내주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이놈 자식 때문에……!’

파지지지직!

이 코드 제로 놈이 부리는 자줏빛 번개가 자꾸만 자신이 다루는 사철 검들을 없애버렸다.

나중에 다른 방주들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는 해야 할 듯했다.

아니, 그건 일단 이 전투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도 될 문제.

일단은 눈앞의 이 사내를 처리해야 했다.

치이이이이이이이 ― !

왕룽의 주먹과 부딪쳐 너덜너덜해진 그의 손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대체 너는 뭐냐…! 마력이 뭐가 그리 많은 거야……!”

심지어 자신은 주먹에다 히드라의 맹독까지 담은 상태였다.

부서진 팔과 동시에 히드라의 맹독까지 회복하려면 어마어마한 마력 수치가 희생될 터.

하지만 눈앞의 코드 제로라는 사내는,

치이이이이이이 ― !

벌써 수백 번은 넘게 자가 회복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무리 세계급 헌터라고 해도 저 정도면 출혈이 엄청날 터.

자신 또한 저 정도의 자가 회복량이었다면 진작에 S급 헌터로 강등당해 4차 각성이 취소되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쯧… 진짜 너 하나 때문에 마력 수치가 몇 만이나 날아간 거야……?”

태운이 방금 전까지 너덜너덜해져 있던 손을 털며 혀를 찼다.

그리고는,

번뜩!

살기가 잔뜩 어린 눈빛으로 왕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거 아냐? 이제 헬기 없다.”

“뭐 그게 어쨌다는……!”

“그건 바로 이제 내가 전력을 발휘해도 된다는 말이지.”

“……!”

피잇 ― !

태운의 신형이 지면을 접어 이동하는 축지법이라도 사용한 듯 순식간에 왕룽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애초부터 태운은 왕룽보다 스피드 면에서는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초월적 전투 감각을 발휘한 왕룽의 주먹이나 네메아의 사자 가죽에 가로막혀 유효타를 먹이지 못하고 있던 태운.

그러나,

“이번엔 다를 거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기운이 태운의 주먹에 어렸다.

태운의 주먹이 뻗어지고,

“이익!”

뭔가 불안한 느낌에 왕룽은 초월적 전투 감각을 최대한 발휘하여 부딪히지 않고 몸을 비틀어 피해냈다.

스슷 ― !

태운의 주먹이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살짝 스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퍼석……!

가죽의 일부가 소멸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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