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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69화 (169/300)

169화. 혼란이 이어짐 (1)

{…….}

{…….}

방주들이 모두 말을 잃었다.

계속해서 코드 제로를 밀어붙이던 범의 방주가 기자들이 잠시 자리를 피한 그 짧은 순간에 죽어 있었으니까.

권능을 모두 개방한 범의 방주에게 코드 제로가 당하면, 코드 제로를 처치한 공적을 노아즈 아크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지워버릴 생각만 하던 방주들이었다.

그래, 사실상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범의 방주의 승리가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들 중 최강이라 여겨지는 범의 방주가 권능까지 모두 개방한 상태에서 코드 제로에게 질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

실제로 상당히 몰아붙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도명조의 말처럼 코드 제로 또한 감추고 있는 비장의 수가 있는 듯했다.

{힘을 숨기고 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카메라가 찍지 못하는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순식간에 결착이 날 수 있었을 리 없지. 그것도 누구도 아닌 범의 방주를 상대로 말이야.}

평소 범의 방주를 싫어하는 도명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실력까지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의 강함을 인정했으니 그를 두려워했던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

도명조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화면 속 코드 제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수많은 헌터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는 코드 제로의 모습.

하나부터 열까지 노아즈 아크의 일을 전부 방해하는 놈의 면상을 보니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열이 뻗치고 있었다.

{…곧 정상 회담이다.}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용의 방주가 먼저 입을 뗐다.

{토끼의 방주는 아직 적응 중인가?}

{…네. 죄송합니다. 아직 권능을 완전히 익히지 못했…….}

{됐어. 어쩔 수 없지. 아무리 다대일이라고는 해도 권능에 적응도 못 한 상태로 코드 제로에게 덤볐다간 순식간에 어이없이 당할 수도 있으니까.}

용의 방주는 크게 한숨을 쉬며 머리가 아픈 듯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기습은 정상 회담에서 토끼를 제외한 여기 있는 이들과 말의 방주까지 더해 총 10명이 결행할 것이다. 모두 전력을 다하도록. 놈이 어떤 수를 숨기고 있는지 모르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오케이.}

비장의 수를 숨긴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범의 방주 한 명에게도 밀렸던 코드 제로였다.

하물며 곧 있을 회담에 대동될 방주의 수는 총 10명.

게다가 그중에서는 범의 방주보다도 강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용의 방주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도저히 지려야 질 수가 없는 판.

그러나,

‘…다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데…….’

도명조는 불안했다.

‘두 놈이 화면에 안 잡혔던 시간은 겨우 1~2분 남짓이라고……!’

그 말은 비장의 수를 쓰고 거의 곧바로 범의 방주가 당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분명해… 코드 제로가 비장의 수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와 사용한 상태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일 거야……!’

{정상 회담 때 보지.}

뚝 ―

화상회의가 끊어지고,

달칵 ―

도명조는 가만히 아마테라스 길드 사무실 책상 위 전화를 집어 들었다.

뚜르르 ―

전화 신호음이 울리고,

{하이. 엔도 상. 무슨 일이십니까?}

아마테라스 길드의 표면적 길드장, 료이치가 전화를 받았다.

“…혹시 아마테라스 길드원 중 물과 관련된 능력자가 있나?”

{…예? 물 말입니까? 음… 물을 다루는 녀석은 없고, 돌고래 능력자 하나가 있긴 한데…….}

“돌고래라… 좋아. 그 친구 좀 만나게 자리 좀 마련해줘.”

{아, 예… 시간은 언제로……?}

“빠를수록 좋아. 지금 당장이라도.”

{……! 오늘 안에 자리 마련하겠습니다.}

뚝 ―

빙그르르르 ―

도명조는 가만히 책상 한쪽에 놓여 있던 지구본을 빙그르르 돌렸다.

탁 ―

돌아가던 지구본이 멈추고,

“코드 제로…….”

도명조의 손가락은 어느새 태평양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혹시 모르니 언제나 보험은 들어놓는 편이 낫겠지…….”

스윽 ―

도명조의 손가락이 어느 한 지점을 훑어냈다.

그곳은 바로,

“…쓸 일이 없길 빌어야겠군.”

정상 회담이 이루어질 장소, 하와이였다.

* * *

한편, 한중 전쟁이 한국의 압도적인 대승으로 끝이 난 뒤의 중국.

중국은 패전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커다란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돌연 전국에서 억 단위의 마력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탓이었다.

갑자기?

어째서?

몇몇 중국인들은 코드 제로를 의심했다.

중국의 헌터들을 몰살시킨 코드 제로가 한국을 공격한 중국에게 복수한 것일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범인은 코드 제로가 아니었다.

최소 전쟁이 끝난 그날 하루 동안은 생중계 영상을 통해 그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

그런데 중국에서 발생한 대량의 마력감염증 환자는 분명 전쟁이 끝난 당일 발생했다.

그것도 억 단위씩이나 말이다.

사실 이 사태의 주범은 바로 말의 방주였다.

말의 방주의 정체는 스웨덴의 S급 헌터 필립.

필립의 고유 능력은 ‘가속’이었는데,

―‘더 빨리……!’

키이이이잉 ― !

언제 코드 제로가 쫓아올지 모른다는 겁에 질려버린 필립이 고유능력을 전개한 채로 중국 본토를 그대로 가로질러 도망간 탓이었다.

슈확 ― !

무언가 특정 행위를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점점 더 빨라질 수 있는 그의 능력.

그 능력 덕분에 거의 음속을 돌파해 초음속의 영역까지 진입했던 그는 순식간에 중국 본토를 가로질러 카자흐스탄에 도달했고,

―허억… 허억……!

중국을 벗어나는 순간 이성을 되찾은 필립은 그제야 능력의 사용을 멈추었던 것이다.

본의 아니게 대참사를 일으켜버린 필립.

이성을 되찾는 순간 너무 큰 참사를 일으킨 나머지 뒷일이 꽤나 걱정되긴 했지만,

―‘…몰라. 난 모르는 일이야.’

필립은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목숨만을 부지하여 스웨덴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결과,

“…시X, 뭐라고? 몇 명?”

중국은 패전이라는 커다란 충격에 이어 동시에 또 하나의 혼란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 * *

한국이 가장 큰 대단위 행정구역으로 8개의 도로 나뉘어 있듯이 총 33개(대만 제외)의 성급행정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중국.

그런데 그 33개의 성급행정구역 중 총 9개의 행정구역에서 대단위 마력감염증 환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정부에게 빗발치고 있었다.

띠리리리리 ―

띠리리리리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공안부 요원들과 함께 비상대책본부를 세워 피해 상황을 추산하고 있던 중국 주석, 시창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현재 확인되고 있는 환자 수만 벌써 1억 명 이상.

지금도 빠른 속도로 추가 환자가 확인되고 있었다.

아무리 세계 인구수 1위에 빛나는 중국이라고는 하지만 1억 명이라고 해도 무려 국민 18명 중의 1명이 마력에 감염된 아이러니한 상황.

한국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도 충격을 채 해소하지도 못한 와중에, 또다시 국내에서 발생한 이 미스터리한 참사로 인해 시창은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주변에 공안 요원들만 없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치고 펄쩍 뛰고 싶었다.

“산동성 마력감염증 환자 4,000여 명 추가 보고 들어왔습니다!”

“신강위구르자치구 마력감염증 환자 보고 누락 포함 20,000여 명 추가 보고입니다!”

“청해성에서도 마력감염증 환자 700여 명 추가 보고 들어왔습니다!”

“산서성에서…….”

“섬서성에서…….”

계속되는 추가 보고에 시창은 자신도 모르게 모발이식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주석 각하!”

비상대책본부 부장을 맡은 공안부 재난관리국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시창을 불렀다.

“이대로면 1억 이상의 중국 인민들이 희생됩니다! 무언가 조치를 취하셔야……!”

“…조치?”

재난관리국장의 말에 시창의 눈이 돌아갔다.

덥썩!

냅다 재난관리국장의 멱살을 틀어쥐는 시창.

그의 행동에 재난관리국장을 비롯한 비상대책본부의 모든 요원들이 깜짝 놀라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야, 이 새끼야… 조치? 마력감염증 환자한테 무슨 조치를 해? 지금까지는 뭐 조치했어 우리가?”

덜덜덜……!

헌터들의 세상이 되었음에도 중국 내 압도적 권력 1인자 자리를 지켜온 시창.

그의 분노는 일개 공안 요원들이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재난관리국장은 벌벌 떨면서도 해야 할 말을 용기를 내어 던졌다.

“바, 방도가 있지 않습니까… 한국에 리바이브가…….”

“한구우우욱?”

짜악!

재난관리국장의 뺨이 돌아가면서 순간 불이 번쩍 났다.

시창이 손바닥으로 재난관리국장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

“이 미친 새끼가……!”

시창의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다.

상당히 열받은 듯 씩씩거리는 그의 모습.

그 순간 재난관리국장은 자신이 말을 잘못 꺼냈음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지금 한국한테 팔룡 길드는 물론이고 웬만한 헌터들이 죄다 전멸당했는데 이 와중에 한국한테 손을 빌리자고? 네놈은 자존심도 없어?”

“주, 주석 각하……!”

“너는 오늘부로 국장 자리 해임이야. 부국장!”

시창의 외침에 본부 한쪽에 잔뜩 긴장한 채 서 있던 재난관리국 부국장이 바짝 군기가 든 목소리로 외쳤다.

“넵!”

“오늘부터 자네가 재난관리국장이야. 비상대책본부 부장 자리까지 승계하는 걸로 하지.”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 각하!”

재난관리국장… 아니, 이젠 전 재난관리국장이 되어버린 사내가 울먹이며 바닥에 엎드렸다.

“어이, 이 새끼 끌고 가. 반민족행위자다. 처분시켜.”

척 ― 척 ―

시창의 명령에 어느새 공안부 치안국 요원들이 전 재난관리국장을 끌고 나갔다.

“가, 각하! 각하! 야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

쿵 ― !

본부의 문이 닫히고 전 재난관리국장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문밖에서 울려 퍼졌다.

꿀꺽 ―

저마다 침을 삼키는 비상대책본부 요원들.

그들은 다시금 상기했다.

아무리 중국이 패전을 했고 위기를 맞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시창은 중국에서 신과 다름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부터 다들 잘 들어라.”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고위 간부 하나를 처리하며 다시 한번 정부 내 기강을 잡은 시창이 얇디얇은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과 메디스카이에 리바이브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

비상대책본부 내 모든 이들의 표정에 잠시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뿐,

딱딱 ―

혹시라도 또 꼬투리가 잡혀 목이라도 날아갈까 모두가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차라리 잘됐어.”

시창은 주위 요원들의 표정을 살피며 섬뜩한 눈빛을 빛냈다.

“마력감염증 환자 1억 명이면 헌터는 500만 명 정도 생기잖아? 안 그래도 수백만의 주력 헌터들이 죽어서 던전 공백이 일어날 지경이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빨리 공급이 생겼으니 얼마나 좋아?”

크크크크……!

약간 맛이 간 듯한 시창의 눈빛.

그 눈빛을 본 공안부 요원들은,

‘…이게 맞는 걸까.’

‘정말 괜찮은 건가 이거…….’

불안한 기색만은 차마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시창의 선택은,

“시창을 끌어내려라!”

파랑에 휩쓸린 중국의 중심을 잡기는커녕 아예 전복시키기에 이르렀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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