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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70화 (170/300)

170화. 혼란이 이어짐 (2)

한중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중국에서 발생한 마력감염증 대참사.

3일간 전체적으로 확인된 마력감염증 환자의 숫자는 1억 7천만 명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대참사에 세계인들은 깜짝 놀랐으나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야 이젠 치료제가 있지 않은가?

비록 전쟁을 하기는 했지만 치료제는 별개의 문제.

적어도 세계인들은 민간인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에 대해서 코드 제로가 전쟁을 빌미로 더한 요구는 할 수 있을지언정 아예 팔지 않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젠 세계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각인이 된 것이다.

코드 제로는 굳이 따지자면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것이 말이다.

한때 음모론에 흔들려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한중 전쟁에서 자국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로 나와 중국의 병력을 홀로 대적했던 코드 제로.

압도적으로 중국의 헌터들을 쓸어버리는 것 또한 세계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긴 했지만 왕룽과의 싸움에서 두 팔이 너덜너덜해지고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끝까지 홀로 싸우던 모습은, 자국 헌터들을 대신해 피를 흘리는 ‘히어로’로서의 모습처럼 비쳤던 것이다.

그런 이미지의 그가 적국이라지만 수많은 민간인의 죽음을 불러올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세계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엄한 곳에서 터졌다.

중국 정부에서 말도 안 되는 입장을 고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曰, “중국은 한국과 메디스카이에게 리바이브를 요청하지 않을 예정… 스스로 이겨낼 것이다.”}

그 발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자존심을 부릴 때가 있고 부리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무려 1억 7천만 명이 아니던가?

아무리 중국의 인구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 인구의 10분의 1이 넘는 숫자였다.

그 수많은 국민의 목숨이 달렸는데 자존심을 부린다?

정부가 미친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전쟁하기 전이었다면 이해했을 터였다.

자존심을 지킨 채 자국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라면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문제로 전쟁을 불사하는 일 정도는 역사적으로도 꽤 흔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엔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미 한국에게 대패를 하고 만 중국이었다.

이제 중국이 자국민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오직 한국에게 싹싹 비는 방도밖에는 없었다.

아무리 코드 제로가 영웅이라지만 저런 식으로 강짜를 부리는 중국에게까지 리바이브를 넘겨줄 만큼 무른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우려 속에서,

“시창을 끌어내려라!”

중국인들이 먼저 폭발했다.

* * *

{대체 정부는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인민 17명이 아닌 무려 1억 7천만 명이다! 대체 인민들의 목숨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시창을 끌어내라!}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시창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TV 화면 속에서는 전국에서 일어난 무력 시위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뭐, 이해했다.

무려 1억 7천만 명이 아니던가?

인민들이 분노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 의해 통제되던 언론사들이 어째서 저 장면들을 그대로 송출하고 있는 걸까?

시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무력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부터 이해가 안 되었다.

인민들이 무력 시위를 벌인다고?

감히 나, 시창에게 대항한다고?

부들부들……!

의자 팔걸이를 붙잡은 시창의 두 팔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누구인가?

중국의 유일한 지도자이자 절대적인 권력자, 주석 시창이 아니던가?

시창의 사고 회로에는 인민들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다는 개념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시키고 통제하면 군말 없이 따르는 존재들.

자신의 권력 아래에 고개를 조아리고 자신의 통치를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한없이 부족한 존재들.

그게 바로 시창이 생각하는 인민이고 국민이었다.

“이런 개같은……!”

머리끝까지 분노한 시창이 열불을 토해내려는 그때,

“각하!”

공안부 요원 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달려왔다.

“…뭐야?”

잔뜩 예민한 상태인 시창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공안부 요원을 째려보았다.

평소 같았다면 그 눈빛에 잔뜩 쫄아 멈칫했겠지만,

“자택 앞까지 무력 시위대가 쳐들어왔습니다! 어, 얼른 몸을 피하셔야……!”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뭐, 뭐라고? 어딜 쳐들어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던 시창의 안색이 한순간에 새하얘졌다.

* * *

“시창을 찾아라!”

“시창을 죽여라!”

“정부를 말살하라!”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무력 시위대들의 폭동은 생각보다도 더 거셌다.

과거 천안문 사태 이후 무력적인 시위 자체에 대한 의지 자체를 잃어버렸던 중국인들.

그러나 던전이 등장하며 막강했던 중국 정부의 무력은 군대가 아닌 헌터들로 대체되었고, 그 헌터들의 주력 대부분이 현재 한중 전쟁에서 죽어버린 상황이었다.

정부의 힘이 가장 약해진 시점.

이 틈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시위대가 아니었다.

심지어 인민들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엽기 행각까지 벌이고 있지 않은가?

명분마저 충분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공안이다!”

“잡아 족쳐! 이 정부의 개들!”

“끄아아아악!”

곳곳의 관공서들을 비롯한 공안부 소속 기관들이 무력 시위대의 습격에 휘말렸고,

“시창을 죽여라!”

무력 시위의 불은 곧 주석 시창이 사는 자택까지 번졌다.

대외적으로 중국의 주석이 사는 장소는 기밀로 취급되고 있었지만 어떻게 찾았는지, 무력 시위대는 시창의 자택으로 이미 잔뜩 몰려온 상태였다.

하지만 이에 가만히 있을 시창이 아니었다.

“전부 죽여버려!”

자택에서 대피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시창.

그의 명령하에,

슈악 ― !

아직 중국에 남아 있는 헌터들이 무력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인원이 많고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한들 그들은 마력을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들.

“으윽……!”

“머, 머리가……!”

헌터들에게 대항하기는커녕 그들이 신체 강화를 하며 새어 나온 마력에 휘말려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전국 곳곳에서 이런 식으로 헌터들이 무력 시위대를 진압하기 시작하자,

“이 더러운 새끼들이!”

의외로 분노한 것은 같은 헌터들이었다.

그동안 팔룡 길드를 주축으로 한, 정부를 따르는 강력한 헌터들로 인해 숨죽이고 있었던 대다수의 일반 헌터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얼마 남지도 않은 정부를 따르는 헌터들이 무력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기 시작하자 분노를 표출한 것이었다.

사람은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동물.

아무리 헌터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과의 연도 상당히 깊은 그들이었기에 일반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은 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보다 못한 반정부 헌터들이 무력 시위대를 돕기 시작했고,

콰아아아앙!

“너희는 무슨…! 으아아악!”

중국 곳곳에서 수많은 내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인민들 편에 선 헌터들과 정부의 편에 선 헌터들 간의 내전.

그리고 이 혼란을 틈타 불어오는 민주화의 열풍까지.

중국은 그렇게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혼란에 휩싸여가고 있었다.

* * *

패전국, 중국이 그렇게 전쟁보다 더 큰 혼란으로 인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그 시각.

“와아아아아아아!”

“코드 제로! 코드 제로! 코드 제로!”

승전국, 한국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무려 세계 2위 강대국인 중국과의 전쟁에서의 승리.

그마저도 놀라울 판에,

[전쟁은 끝났다! 인명 피해, 재산적 피해 全無… 역사적으로도 유례없는 대승.]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총알 하나 소모하지 않은 압도적이고 완벽한 승리.]

그 전쟁으로 인해 입은 피해가 전무하다는 것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전쟁 전 모금을 해서 돈을 전달했던 것이 유난을 떨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

그동안 모금되었던 돈과 물자들은 이 전쟁의 주인공이자 완전한 승리자인 코드 제로에게 모두 전달되었고,

―어려운 곳에 쓰시길 바랍니다.

코드 제로는 자연스레 이 대량의 식량들과 돈을 사회의 어려운 곳에 기부했다.

그와 함께 덩달아 높아지는 코드 제로의 위상.

이미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나아간 코드 제로의 한국 내 입지는 순식간에 저 안드로메다은하까지 돌파했다.

국민 영웅에서 국민 수호신이 된 코드 제로.

국내 헌터 선호도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민간인이 실시한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 가장 존경하는 공무원 1위,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1위에까지 오를 만큼 엄청난 지지와 환호가 코드 제로 한 사람에게로 쏟아졌다.

“제느님을 믿으십시오……!”

어떤 미친 사람은 하나의 거대한 밈이 된 ‘제느님’이라는 호칭으로 사이비 종교를 창시하려고도 했으나,

“이런 미친 새끼가 갑자기 제느님을……!”

“너 같은 기회주의자 새끼들은 나가 뒤져야 해!”

“아아악……!”

국민 신뢰도 정점을 찍은 코드 제로의 애칭인 제느님으로 감히 사이비 종교를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구타를 당하다가 지나가던 경찰에 의해 겨우 구출되기도 했다.

코드 제로를 모델로 한 각종 상품까지 만들어지려고 했으나,

―원치 않습니다.

공식적으로 코드 제로가 거부했기에 감히 코드 제로를 모델로 한 상품이 만들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사진을 프린팅하거나 핸드메이드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인기의 정점을 찍은 코드 제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이슈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코스모스’의 너튜브 채널 개설이었다.

그 채널에는 지금까지 이매탈 시절부터 특임반장 활동 내용을 포함한 코드 제로의 바디캠에 찍힌 모든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비록 온전한 영상이 아닌 잔인한 장면들이 가려지거나 일부 내용이 편집된 영상들이었지만 국민, 아니 전 세계적인 인기를 휩쓸기엔 충분했다.

세계 최강자의 일대기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코드 제로에 이어 새롭게 협회의 무력적 2인자이자 2번째 기밀 요원인 코드 원의 바디캠 영상도 올라왔으니 반응은 굉장했다.

너튜브 ‘코스모스’는 개설 한 시간 만에 구독자 3,500만 명을 돌파, 하루 만에 3억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코스모스, 그러니까 코드 제로의 인기가 한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였다.

특히 너튜브 상에서 중국과의 전쟁을 찍은 군종 기자들의 생중계 영상들은 전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특히 코드 제로의 시점에서 보여진 코드 제로 바디캠 영상들은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하루 만에 구독자 수의 몇 배나 되는 조회수를 기록하여 단 24시간 만에 조회수 10억 회 이상을 달성한 세계 기록을 동시에 여러 건이나 세우는 대기록을 세워버린 것이다.

그중에서 최종 세계 기록은 코드 제로가 해저에서 중국의 S급 헌터들을 단번에 쓸어버리는 영상이 차지했는데, 무려 24시간 조회수 18억 회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인구수와 같은 숫자.

누리꾼들은 이 기록을 두고 한중 전쟁의 승리의 쐐기를 박는 기록이나 다름이 없다고 평했다.

이에 덩달아 측정되기 시작하는 어마어마한 추정 수익.

안 그래도 돈방석에 앉아 있던 태운은 감당할 수 없는 부의 파도에 강천과 절반으로 나누려고 했으나,

―장난해? 그걸 내가 왜 받아. 당연히 수익은 조회수 비율로 나눠야지.

강천이 헛소리하지 말라며 단번에 일축해버리는 바람에 유튜브 수익은 거의 전체를 태운 혼자 가져가게 생기고 말았다.

전쟁이 끝난 뒤 흘러넘치다 못해 쏟아지는 희소식의 향연에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 태운은,

“하아…….”

협회 본부 내 새롭게 마련된 개인 사무실에 앉아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각종 메모와 기록, 연구 보고서들이 담긴 종이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

태운은 피곤한 표정으로 책상 위 달력을 바라보았다.

5월 27일 한중 전쟁이 끝나고 6일이 지난 오늘은 6월 2일.

어느덧 세계 정상 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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