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71화 (171/300)

171화. 될 놈은 됨 (1)

6월 4일에 예정된 세계 정상 회담.

세계 정상 회담은 매번 열릴 때마다 중요하고 그 의의를 가지지만 이번 세계 정상 회담은 특히 더 중요한 자리였다.

한국에서 일어난 헌터 범죄 문제와 그 해결 방식이 전 세계에 드러난 후 전 세계적인 혼란이 있었다.

그 이후의 첫 정상 회담이기도 하며, 코드 제로가 리바이브로 인한 헌터 발생 중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로 한 자리이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중국에게서 승리를 거머쥐며 전과 달리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한 한국의 위치마저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

이번 세계 정상 회담은 전보다 중요하면 더 중요했지 결코 그 중요성에 있어서 부족하지 않은 자리였다.

“준비는 잘되어 가고 있나?”

태운의 사무실로 찾아온 동석이 간식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와 태운에게 건네며 말했다.

“한번 먹어보게. 이거 나름 맛집에서 구한 마카롱인데, 맛이 기가 막히다고. 아, 그리고 아직 점심 안 먹었지? 혹시 매운 거 좋아하나?”

진짜로 49일 내내 태운을 배 터지게 만들 작정인 듯 동석은 매일같이 태운을 찾아와 먹거리를 건네고 있었다.

그런 동석 덕분에 태운은 잠들기 전 던전 하나를 토벌하지 않고서는 체중을 유지하기가 힘들 지경이 되었다.

뭐 어쨌든 전쟁 이후 태운은 거의 인생 최초로 매일 포식하고 있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죄다 동석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태운의 배가 채워지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러네요. 머리도 아픈데 매운 것 좀 먹어야겠어요.”

“크으~ 자네 뭐 좀 아는구만? 혹시 떡볶…….”

“국밥.”

“…으응?”

태운은 이번엔 동석이 먼저 메뉴를 제시하기 전에 선수를 쳤다.

“뜨끈~한 국밥 어떠십니까? 갑자기 국밥이 먹고 싶네요. 저는 얼큰한 순대국밥이랑 담백한 돼지국밥 두 개로 하겠습니다.”

동석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두, 두 그릇이나? 국밥은 배부르지 않나?”

그러자 태운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어 보였다.

“어떤 분 덕분에 요 며칠간 위장이 엄청 늘어나서 말이죠. 하하핫! 아, 두 개 다 특으로 해주세요. 맞다. 편육도 추가해주시고요.”

웃음을 터뜨리는 태운을 바라보며 동석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그렇구만! 하하하핫! 알았네! 내 전부 시켜주지. 특 2개에 편육 추가…….”

덜덜덜……!

배달을 시키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드는 동석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 이번 달 용돈이…! 크윽……!’

괜히 49재 이야기를 꺼내서 현주에게 찍힌 동석이었다.

―앞으로 평소에 우리 사… 아니, 태운 씨 제대로 먹이는 건 당신이 맡아.

―…어? 그 친구가 나보다 수천, 수만 배는 더 잘 버는데?

―그래서?

―…응?

―안 그래도 하루하루 위험한 일 혼자 도맡아 하고 있는 그 젊은이한테 49재 이야기나 꺼내서 부정 타게 만들어놓은 사람이 누구지?

―부, 부정은 무슨 부정을 탔다고……!

―앞으로 탈지 안 탈지 어떻게 알아! 당신이 먹여서 부정 씻어내고 와!

―이게 무슨 억지……!

―49일간 회개하라고!!! 우리 사위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래?!

―알았어! 알았다고! 등짝 그만 때려, 여보!

49재 이야기를 꺼냈다고 이 부정을 씻어내기 위해 49일간 극진하게 대접하라는 현주의 억지.

하지만 동석 또한 왕룽과의 싸움에서 그저 무적인 줄로만 알았던 태운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본 이였다.

마찬가지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줄 알았던 동석.

그랬기에 현주가 억지를 부리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동석도 불안했던 것이다.

철옹성 같은 태운이 괜히 자신의 말 때문에 혹여나 부정이라도 타서 잘못될까 봐.

하지만,

덜덜덜……!

이미 지난 5일간 벌써 태운에게만 식비로 40만 원을 쓴 동석이었다.

한 달 용돈 100만 원.

‘특 2개에 편육까지 해서 4만 3천 원……!’

아까 마카롱도 2만 원어치나 샀으니까 오늘 지출만 벌써 6만 원이 넘었다.

주륵 ―

동석은 자신의 일반 국밥도 추가로 시키며 굳게 다짐했다.

앞으로 입조심하자고 말이다.

‘…그래도 나도 매운맛 먹어야지.’

그 와중에 본인 것도 1,000원을 추가하여 얼큰한 국밥으로 주문하는 동석이었다.

* * *

“크으으으……!”

“크하아아아……!”

두 남자가 머리를 맞대고 국밥을 흡입하더니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뜨끈한 국물을 먹고 속이 좀 풀리는지 눈을 감고 그 기분을 음미하고 있는 태운.

그런 태운을 바라보며 동석은 몇 개 남은 편육을 하나 집어먹으면서 물었다.

“김 대통령과는 소통은 잘되어 가고 있나?”

“네. 연락이 너무 잘되어서 탈이죠. 국정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요.”

태운은 정부 걱정은 말라는 듯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에 조금 안심이 된 동석은 빙긋 마주 미소를 지었다.

“이번 회담에 가는 인원이 총 5명이라 했지?”

원래 세계 정상 회담에는 수많은 사람이 동원되기 마련이었다.

무려 수뇌부 중의 수뇌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움직이는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다른 세계 정상을 마주하는 자리였으니 그 나라의 국격과 체면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과하지는 않더라도 꽤 많은 인원이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경호 인력은 필수였고, 의료진이나 비서 등이 따라붙으면 최소 수십 명이 따라가는 것이 기본.

하지만 이번엔 예외적으로 단 5명만 움직이기로 했다.

심지어 그 일행 5명 중엔 JBS 기자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말 그 인원으로 괜찮은 걸까? 아무래도…….”

동석은 조금 걱정된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아무래도 한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자리인데 인원이 너무 조촐한 탓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소소 인원을 주장한 태운의 입장은 강경했다.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위험하다고. 솔직히 마음 같아선 기자 분들도 데려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 세계 정상 회담으로 향하는 인원은 5명의 구성은 이러했다.

첫 번째, 대통령 김정원.

두 번째와 세 번째, JBS 기자와 카메라맨.

네 번째, 코스모스의 코드 제로인 태운.

다섯 번째, 코스모스의 코드 원인 강천.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혼자만 가고 싶은 태운이었다.

하지만 명색이 정상 회담인데 대통령이 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며, 그곳에서 이루어진 정상 회담의 내용이나 벌어진 일들을 알리기 위해선 기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태운의 바디캠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정상 회담에서의 한국 입장을 제대로 공표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만약을 위한 추가 경호 인력으로 대동된 강천까지.

이 모든 것이 정상 회담에서 벌어질,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전투를 대비한 인원 구성이었다.

―…세계 정상 회담. 아마 남은 방주들이 그 자리에 모일 것이다. 조심하는 게 좋아.

―설마……?

―그래. 너를 죽이려고 벼르고 있지. 나는 성질이 급해서 혼자 해보려다 이렇게 되었지만 말이야. 큭큭큭!

자신을 꺾은 선물을 주겠다며 왕룽, 그러니까 범의 방주가 건네준 정보.

그건 바로 나머지 방주들 전부가 정상 회담 자리에서 태운의 목숨을 노릴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태운과 범의 방주, 단 두 사람의 전투만으로도 서해 일대가 뒤흔들릴 정도의 규모였다.

남은 방주들과 태운이 부딪친다면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인원 자체가 조촐하다는 게 핵심이 아닐세. 그 싸움을 하는 데에 있어서 자네와 코드 원 두 사람만으로 충분하겠냐는 이야기야.”

태운은 왕룽이 마지막 순간에 해준 이야기를 동석과 현주에게 전한 바 있었다.

―싸움이 벌어질 겁니다.

―…뭐?

―이번 전쟁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싸움이 벌어질 거예요.

―가,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게?

태운에게서 대규모 싸움이 벌어질 거란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커다란 충격에 빠졌었다.

공교롭게도 이야기를 듣기 조금 전 동석이 했던 49재 발언이 쓸데없이 두 사람의 불안감을 증폭시켜버렸던 것이다.

물론 동석이 49재 이야기를 했다는 걸 태운은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3대 길드에 연락해서 S급 헌터들이라도 데려가야……!”

“…협회장님. 상대는 방주들입니다. 그것도 세계급 헌터를 가볍게 뛰어넘는.”

태운은 진지한 표정으로 동석의 말을 일축했다.

“아마 그 자리에선 강천이조차 아무것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강천이가 아무리 S급에 오르고, 많이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그저 다른 세 사람을 지키는 데 일말의 시간 벌이 역할 정도밖에 하지 못할 겁니다.”

태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청룡 길드장이 그나마 지금의 강천이와 비슷한 실력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한국을 지킬 전력도 필요합니다. 놈들이 저번처럼 다중 브레이크라도 풀어버린다면…….”

“…그건 알고 있네. 하지만 그거 아나? 결국 자네가 당하면 한국은 끝일세.”

“…….”

동석의 말에 태운은 딱히 별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알고 있었으니까.

현재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이 치솟은 로켓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동력원이 사실상 코드 제로 하나라는 것이 문제.

만약 태운이 사라진다면 한국의 입지는 다시 추락함은 물론이고, 전 세계 또한 다시 실권을 장악하려 하는 헌터들과 부패한 정치인들로 인해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한국은 그나마 강천이 있긴 하지만 아직 태운을 대체하기에는 실력으로나 명성으로나 여러모로 한참 부족했다.

‘…하루빨리 뒷받침이 되어줄 만한 헌터들을 양성해야 하는데.’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태운 다음가는 괴물 같은 재능을 지닌 강천조차 아직 그 흐름에 약간 뒤처져 있는 와중에 다른 이들은 오죽할까.

어쩔 수 없었다.

아직까지는 태운이 스스로를 불사를 수밖에.

“걱정 마세요. 협회장님. 제가 누굽니까?”

태운은 웃으며 두 팔을 들더니 익살스럽게 고릴라 포즈를 취해 보였다.

무엇보다 태운은 아직 자신이 있었으니까.

다른 방주들을 상대로도 쉽게 패배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태운을 보며,

“…….”

동석은 도저히 마음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 * *

세계 정상 회담이 하루 앞까지 다가왔다.

세계 정상 회담으로 향할 5명은 청와대 귀빈실에 모여 식사를 한 후 간단하게 최종 점검을 했다.

“저, 정말 괜찮은 건지…….”

김정원 대통령은 며칠 내내 이야기하던 신변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하려 했으나,

“자,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시고.”

“엑……!”

태운은 곧바로 그 화제 자체를 사전 차단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상희 기자님? 그리고 방인성 카메라 감독님?”

“…네? 네!”

“예, 예!”

한국의 초특급 인사인 코드 제로와 코드 원 그리고 대통령을 이렇게 소수 인원으로 만나게 되어 어안이 벙벙했던 이상희 기자와 방인성 카메라맨은 태운의 부름에 흠칫 몸을 떨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JBS 소문광 사장이 인정한 열혈 언론인들.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르는 일을 믿고 맡길 정도로, 두 사람은 특종이라면 그 어떤 위험이라도 무릅쓰고 달려드는 프로들이었다.

“촬영 장비 상태는 어떻습니까?”

“네! 강화 소재로 특수제작한 카메라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예비용으로 하나 더 챙겼고요.”

“노트북도 강화 소재 캡으로 한 번 덧씌웠고요. 마이크나 다른 장비들도 특수제작한 걸로 챙겨두었습니다!”

“소형 바디캠은요?”

“저랑 기자님 둘 다 옷이나 가방에 달 수 있는 것 두 개씩 준비해두었습니다.”

JBS 소속 두 사람의 촬영 장비 상태를 확인하는 태운.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코드 원.”

“네.”

“컨디션은?”

“최상입니다.”

강천의 대답에 태운은 가면 뒤에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다들 각오 단단히 하시고, 일이 터지면 곧장 저나 이 친구에게 붙으세요. 아니 애초에 멀리 떨어지지 마세요. 그러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다른 세 사람이 힘차게 대답한 반면,

“아, 알겠습니다아…….”

김 대통령은 아무래도 불안한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힘없이 대답했다.

마력에만 살짝 휩쓸려도 목숨이 위태로운 일반인인 김 대통령이니 어찌 보면 당연했지만, 리바이브가 있으니 마력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왕룽과 코드 제로의 싸움을 보고 그런 왕룽 급의 인물 여러 명이 습격한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코드 제로라도 이길 수 있을지 걱정되었던 것뿐.

‘별수 있나! 젠장……!’

지은 죄가 많아 어차피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인 김 대통령은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그렇게 간단히 마무리된 최종 점검.

모두 컨디션 관리를 위해 일찍 자택으로 돌아갔다.

물론 대통령인 김 대통령은 계속 국정 업무를 봐야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날 밤,

“…….”

“…….”

태운은 유린을 만났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