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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73화 (173/300)

173화. 세계가 한국을 왕따시킴 (1)

저벅저벅 ―

한 여인을 업은 한 남자가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춥진 않아?”

“…따뜻한데.”

남자의 말에 여인은 남자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의 등을 더욱더 파고들었다.

피식 ―

그런 여인의 행동에 남자는 귀엽다는 듯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흘렸다.

“진짜 생긴 거랑 안 어울린다니까.”

그런 태운의 말에 태운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유린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거 무슨 의미지?”

“우아하게 생겨서는 행동은 귀엽다는 의미지요.”

“…흐흣.”

유린은 기분이 좋은지 고양이처럼 고롱댔다.

“…다 왔네.”

이윽고 유린의 집에 도착한 태운.

탁 ―

태운은 유린을 그녀의 집 앞에 살포시 내려주었다.

“잘 들어가. 아마 내일은 정신없어서 얼굴도 못 보고 갈 것 같은데…….”

내일은 세계 정상 회담 당일.

회담 장소인 하와이까지 김 대통령과 함께 아침 일찍 대통령 전세기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몸조심해. 진짜.”

유린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태운을 바라보았다.

호수에 비친 달빛 같은 그녀의 맑은 눈망울이 태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걱정 마. 오빠 짱 센 거 알지? 이번에도 뭐 그냥 운동회 가는 셈 치는…….”

태운은 자신을 걱정하는 유린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여유로운 듯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지려고 했지만,

“오빠는 운동회 가서 팔이 터지고 전신에 피칠갑을 하는구나……?”

“…윽.”

이미 그리 말해놓고 사람 마음 졸이게 만든 전적이 있었기에 그런 농담은 통하지 않았다.

“…….”

포옥 ―

유린은 그런 태운을 잠시 바라보다 그의 품에 다시 안겼다.

“…믿을게. 그래도 걱정하지 말란 소리는 하지 마. 오빠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내가 걱정을 안 하겠어.”

“……!”

생각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직설적인 그녀의 표현에 태운은 그녀를 안은 채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배시시 ―

곧 그의 입가에도 아이 같은 미소가 지어졌다.

행복?

별거 없었다.

자신을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여자친구 하나만 있으면 그게 행복이지.

가족들을 모두 잃고 혼자 고군분투해 왔던 태운은 새롭게 얻은 자신의 사람을 꽈악 안아주었다.

“…윽! 너무 쎄……!”

“아, 미안…….”

본인의 힘은 생각하지 않고 꽉 안았다가 유린을 질식시킬 뻔했던 태운은 깜짝 놀라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던 자신의 팔을 풀었다.

씨익 ―

유린은 자신을 갓난아이 다루듯 어쩔 줄 몰라 하며 소중히 여겨주는 태운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웠지만 평소엔 상당히 무뚝뚝해 보이던 그녀의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퍼지자,

화아아아아 ―

그녀의 미소 띤 얼굴은 밤하늘에 떠오른 달빛에 비쳐 그 어떤 여신보다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화끈……!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번 그런 그녀에게 반한 태운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고,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유린의 집 앞 가로등 밑에서 입술을 포개었다.

그리고 다음 날.

슈우우우우우 ― !

5명이 하와이로 출국했다.

* * *

하와이에 위치한 한 다목적문화시설.

거대한 회담장으로 개조된 그곳에,

시끌시끌.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모두 전 세계에서 날아온 각국의 정상들.

그리고,

“…….”

그런 정상들을 경호하기 위해 따라온 헌터들이 회담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저마다 척 보기에도 각국의 고위 헌터들로 보이는 면면들.

그들 중에는 A급 이하인 자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시끌시끌.

그런 고위 헌터들의 경호 아래, 세계 정상들은 서로 모여 저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이야기의 주제는 세계의 정세와 오늘 회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에 대한 예상 등 다양했는데, 그중 대부분은 중국에 관한 이야기였다.

“중국 정상은 안 왔습니까?”

“시창 주석은 여전히 연락이 안 됩니다.”

“허어… 내전이 일어났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모양입니다.”

“자택이 이미 붕괴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물론 그의 시체를 봤다는 소식은 없었지만…….”

“뭐, 별일 없이 끝나지 않겠습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시창 주석입니다. 그라면…….”

“오히려 그이기에 힘들 수도 있겠지요. 그동안 중국 정부가 국민들을 오죽 억압했습니까?”

“…어차피 정상 상태이더라도 안 오지 않았겠습니까? 얼마 전에 그렇게 어이없게 대패를 했는데…….”

“하긴, 중국도 자존심이 있을 테니까요. 굳이 패전 이후에 여기까지 와서 한국을 마주하고 싶진 않겠죠. 더군다나 이곳에 그도 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수백만 중국 헌터들을 바닷속에 수장시킨 장본인을 마주하고 싶을 리가…….”

“마주해봐야 아무 말도 못 할 거고 말입니다.”

오늘 세계 정상 회담에 불참할 듯한 중국 정상인 시창 주석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 내전에 휩싸인 중국.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중국의 불참은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P7이 아니라 P6입니까?”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대만 정상이 살짝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헌터 문제로 세계를 뒤흔든 한국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평소 중국을 싫어했던 대만의 입장으로선 이 상황이 참 애매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중국의 몰락은 대만으로선 반가움을 넘어 참으로 통쾌한 일.

오랫동안 중국에 시달려왔던 대만 정상은 중국의 불참 소식에 도저히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음… 글쎄요. P7은 계속 P7 아니겠습니까? 한국이 중국을 꺾었으니…….”

한국에 나름 우호적인 나라, 튀르키예 정상이 조심스레 P7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사실상 틀린 말도 아니었다.

기존의 P7이었던 중국을 꺾었으니 한국이 새로운 P7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중국을 꺾은 한국을 두고 애써 P6라고 외면하는 것도 웃겼으니까.

그러나,

저벅 ―

“…그런 성급한 판단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기존의 중국과 같은 P7 정상들이 이를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허억!”

튀르키예 정상과 대만 정상은 자신들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대화하던 그들 사이에 갑자기 끼어든 두 사람의 면면이 대단했으니까.

P7에 속하는 국가, 미국과 일본의 정상이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중국과 종종 비교되긴 하지만 어쨌든 세계 최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나라.

한국이 최근 급부상하고는 있다지만, 2차 대전 이후부터 족히 100년이 넘게 세계 정상을 놓치지 않고 있는 미국을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보다 미국에는 세계 최강자라 불리는 ‘그’가 있지 않은가?

‘서, 설마 그도 온 건가?’

대만 정상이 불안한 눈빛으로 미국 대통령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허억!’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

회담장 한쪽 구석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한 남자.

‘세계 최강의 헌터, 제이슨……!’

미국에 존재하는 3명의 세계급 헌터 중 한 명이자 전 세계 10대 헌터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최강의 헌터, 제이슨.

‘설마 그가 움직일 줄이야……!’

보통 세계급 헌터들은 국가 정상이 부탁한다고 해서 움직이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 자체로 한 나라의 국보이자 최대 전력이었고 국가 정상 위의 정상, 즉 언터처블한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들의 존재만으로 국력이 좌지우지되었으므로 국가 수뇌부 입장에서도 그들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면 상당히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세계급 헌터들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제이슨을 데리고 왔다?

‘…미국이 아주 작정을 했군!’

회담장에 제이슨을 대동한 것부터가 세계의 패권을 한국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아마 또 다른 세계급 헌터인 왕룽과 첸을 꺾은 코드 제로의 높은 콧대를 이곳에서 눌러버리려는 심산이겠지.

하지만 그때 눈치가 다소 부족한 사우디 국왕이 미소를 지으며 웃어 보였다.

“하핫. 다들 중국의 불참이 아쉬워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에게 궁금한 것도 많았고 말이지요. 예를 들면 왕룽 헌터가 중한 전쟁에서 보여준 그의 고유 능력이 아닌 소환 능력이라던가…….”

“……!”

사우디 국왕의 발언에 조금 떨어져 있던 제이슨이 살짝 반응했다.

사우디 국왕.

그는 헌터들과 결탁했을지언정 노아즈 아크와는 연관이 없는 인물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정상들이 그랬다.

노아즈 아크가 헌터계를 거의 장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연의 끈을 모든 국가 정상들에게 들이댄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노아즈 아크를 아직 모르는 이들 입장에선 왕룽의 새로운 능력이 궁금할 법도 했다.

하나의 고유 능력밖에는 가질 수 없는 헌터.

유니크형이나 환수형 같은 특정 계열의 능력이 아닌 이상 여러 개의 능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

여러 능력을 사용하는 듯했던 그 코드 제로 또한 이번 전쟁 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들에 의해 그의 능력이 단순한 번개가 아닌 ‘전자기력(電磁氣力)’이라 판명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왕룽이 보여준 능력은 아예 연관성이 없었다.

사철과 소환.

환수 같은 키워드로 엮어보려 해도 도저히 연관성이 없는 두 능력이었다.

국제법상 헌터의 능력을 거짓으로 등록하는 건 금지된 일이었기에 정상들의 의문과 불만은 타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을 노아즈 아크 산하 국가들이 아니었다.

엔도 미츠히로와 손을 잡은 일본 총리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화제를 돌려보려 서두를 때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참으로 아쉽군요… 그 점에 대해선 일본도 중국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러나 사우디 국왕은 일본 총리가 맞장구를 친다고 생각하며 살짝 흥분하여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지요? 헌터의 능력에 관한 거짓 보고는 국제법상으로 금지된 행위 아닙니까? 차라리 밝히고 싶지 않으면 한국처럼 기밀 처리를 하던가…….”

기밀은 허용했으나 거짓 보고는 금지한 이유.

그 이유는 간단했다.

국가 간의 정보 비대칭을 막기 위해서였다.

던전과 몬스터를 막는 것만으로도 벅찬 현시대였다.

그런 와중에 국가 간의 전쟁과 견제가 과열된다면 그 결과 인류는 던전에 대항할 여력을 잃을 위험이 있었다.

서로의 전력을 감추는 행위는 서로를 불안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니까.

밝히고 싶지 않을 경우엔 차라리 기밀로 처리하면 저 나라가 공개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꽤 좋은 능력을 가진 헌터를 보유했다는 걸 다른 나라가 알 수 있지만, 거짓으로 데이터를 등록하면 그 순간부터 제대로 된 견제조차 불가능한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헌터의 정보를 기밀 처리하는 것도 불문율로써 금지된 일 아닙니까?”

일본 총리는 중국과 함께 한국도 걸고넘어졌다.

어쨌든 헌터 정보에 대한 기밀 처리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한국은 벌써 둘이나 되는 헌터의 데이터를 기밀로 설정하여 보안화한 상태였다.

“그것도 그렇습니다. 한국… 요즘 너무 심상치 않아요. 한국 때문에 일어난 난리가 대체 몇 건입니까? 이번 회담에서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일본 총리의 영리한 화제 돌림에 넘어간 사우디 국왕이 이번엔 한국에 대해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때,

끼이이익……!

회담장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섰다.

그리고 회담장에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은,

“……!”

하얀 가면을 쓰고 선두에 선 남자를 보고 하나둘 입을 멈추기 시작했다.

사아아아 ―

곧 회담장 안에 싸늘한 적막이 찾아왔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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