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80화 (180/300)

180화. 왕따를 습격함 (3)

쿠르르르릉 ― !

회담장 건물 전체가 무너져내렸다.

덜덜덜……!

태운의 양 허리에 안겨 있던 두 사람의 몸 떨림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세상이… 세상이 멸망하는……!”

다 큰 성인 남녀 둘이 한 남자에게 어린아이처럼 안겨 오들오들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그럴 만한 모습이었다.

“키에에에에엑!”

“크어어어엉!”

“끼이이이익!”

이미 세상이 멸망한 듯 사방에는 몬스터들이 가득했고,

기이이잉 ―

기이이잉 ―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게이트는 연신 새로운 몬스터들을 토해내고 있었으니까.

“…….”

두 사람을 안은 채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태운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더 어려웠으니까.

‘…강천이랑 떨어진 게 너무 크다.’

방주들을 상대로 질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양손에 두 사람을 껴안은 채로 이길 거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방주는,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

“생각보다 더 훤칠하네.”

“이야, 살 떨린다! 살 떨려! 범의 방주보다 강한 놈이라니!”

“그러게 왜 설치고 다니나.”

한 명이 아니었으니까.

척 ― 척 ―

하늘과 땅에서 동물 탈을 뒤집어쓴 9명의 방주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한편, 세계 정상들을 태운 배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방주들의 계획을 알고 있는 일부 정상들을 제외한 나머지 정상들은 로건 대통령의 말만 듣고 하와이에서 측정 불능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음… 그렇지. 그런 거라네.”

“맞아. 하와이에서…….”

“아마 미국 서부에서 비행기로 돌아갈 것 같으니… 그래. 준비 좀 부탁하지.”

그런 정상들이 각자 본국으로 연락을 취해 하와이의 소식이 세계 각국으로 전해지기 시작하자, 하와이와 관련된 뉴스가 외신에서 쏟아져나오는 건 한순간이었다.

세계의 소식에도 항상 주시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던 한국의 국내 방송국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와이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긴급 속보]

곧 한국에서도 하와이와 관련한 뉴스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계 정상 회담이 열리던 하와이에서 다중 브레이크 발생… 등급은 측정 불능.]

[다중 브레이크 발발 직전 로건 대통령, 기지 발휘… 대부분의 시민들 대피 성공, 세계 정상들도 대부분 대피 완료.]

[백악관 曰, “로건 대통령의 말씀에 의하면 대부분이 대피 완료. 그러나 정확한 인원 파악하지 못해.”]

[다중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몇몇 헌터들 현장에 남아… 세계 최강의 헌터, 제이슨도 현장에 잔류.]

[한국 정상 일행과 현재 연락 불가… 상황이 어떤지도 파악 불가.]

[코드 제로 잔류 가능성 多… 그렇다면 코드 원과 그 일행들은?]

“시작됐군요.”

협회 본부 협회장실.

동석, 현주와 만난 서민우 의원이 TV 속 뉴스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그런 것 같습니다.”

동석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을지…….”

현주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십이 방주라면 왕룽과 같은 이가 아직도 11명이나 있다는 말이잖아요.”

“열 명이지. 토끼의 방주는 이미 전쟁 전에 코드 제로가 잡았으니까.”

동석과 현주의 대화에 서민우 의원은 골이 아픈 듯 미간을 꾹꾹 눌렀다.

“코드 제로 님께서는… 혹시 이 노아즈 아크라는 집단에 대해 언제 공개하신다고 하셨습니까?”

“이번 사태가 끝나면… 아마 자신을 죽이려고 모인 방주들의 면면을 공개하면서 노아즈 아크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 증거는 있어야 사람들이 믿을 거라면서…….”

“…그렇군요. 그래도 협회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시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혹시 의인당도……?”

“아닙니다. 의인당에서는 저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서민우 의원은 슬픔으로 가라앉은 두 눈으로 다시 뉴스를 들여다보았다.

“너무… 우리는 너무 무력합니다. 아무리 코드 제로 님이시라지만… 혼자서만 모든 걸 떠맡고 있으세요.”

서민우 의원의 말에 동석과 현주는 죄책감을 느끼는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같은 헌터로서 그리고 같은 협회의 일원으로서 힘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심히 개탄스러웠던 것이다.

“…….”

그렇게 세 사람이 모두 말을 잃자 협회장실에는 적막이 찾아왔다.

그러던 그때,

“언젠가.”

가만히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철민이 입을 열었다.

“언젠가 녀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한 시기는 밝힐 수 없지만 사관학교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생도 시절, 코드 제로를 가르친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세 사람이 철민을 바라보았다.

철민은 가만히 태운과 식사 자리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래서, 한국 헌터계 정리가 끝나면 그다음에는 뭘 할 계획이냐? 어디 세계 여행이라도 가냐?

―세계 여행이라… 가긴 가야죠. 겸사겸사 세계 정리도 할 겸?

―세계 정리?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왜 굳이 다른 나라를 건드려?

―어차피 한국만으로 끝날 수 없는 문제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헌터계는 한 국가로 끝나지 않고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모두가 한통속인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지금 세상은 명백히 잘못 돌아가고 있습니다.

―맞아. 하지만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다. 그 흐름을 개인이 역행할 수는 없는 거야. 한국은 그래도 그나마 작은 나라니까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교관님. 그거 아십니까?

―뭘?

―연어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낮은 폭포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 내 말이 그 말이다. 거스를 수 있을지언정 그 흐름을 바꿀 수는 없…….

―하지만 그건 연어라서 그런 거죠.

―…뭐?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게 연어가 아닌 거대한 용이라면 어떻겠습니까?

―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교관님. 저는 말입니다. 용이 될 겁니다. 폭포가 아니라 거대한 해류마저도 역행하게 만드는, 바다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해룡이 말입니다.

―너……!

―아직 저는 한낱 이무기에 불과합니다. 해류를 역행시키는 거대한 해룡이 되기 위해선 수없이 생살을 찢고 탈피하며 성장해야 하겠죠. 잘못된 이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저는 기꺼이 그 고통을 전부 감수할 겁니다. 이미 그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당시의 대화 내용을 떠올리며 뉴스를 바라보는 철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은… 모든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그럴 각오가 이미 되어 있다고…….”

철민은 자신도 모르게 붉어진 눈시울을 가만히 문지르며 다시 당시의 태운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저를 도와주는 수많은 연어들이 생기겠지요. 그러면 저 혼자 거대한 해류를 들이받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미친놈. 너는 해룡이고 나머지는 연어냐?

―아, 물론 강천이 정도 되면 흰수염고래 정도는 됩니다.

―…그럼 나는?

―교관님이요? 교관님은… 돌고래?

―이 새끼가! 야! 다시 한판 붙어!

―하하하하하하!

아무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해진 태운이라지만 철민은 그가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왕룽에게 고전했던 그를 보았으니까.

아직도 그 괴물 같던 태운이 피투성이가 되었던 모습이 눈앞에 선명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자를 동시에 10명씩이나 상대해야 한다니?

아무리 강천이 같이 갔다고는 하지만 강천은 그중 한 명도 제대로 상대할 수 없을 터였다.

결국 모든 것은 태운에게 달린 상황.

‘이 재수 없는 괴물 자식아… 꼭 무사히 돌아와라.’

뉴스를 바라보는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그의 두 눈에 어느새 습기가 가득 차올라 있었다.

* * *

쿠르르르……!

“쿨럭… 쿨럭…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

백린탄이 터지는 동시에 무너져내린 건물에 깔렸던 강천이 건물의 잔해를 치워내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콰드득 ― 콰드득 ―

건물 잔해를 헤집는 강천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김 대통령이 잔해더미 아래에 깔려 있었으니까.

‘젠장!’

사람 하나도 못 지킨 자신을 자책하는 강천.

상대가 방주였음을 감안하면 그 누구더라도 힘들었을 일이지만 지금 강천의 머릿속에는 그런 세세한 사정까지는 고려되고 있지 않았다.

얼마나 잔해를 뒤졌을까.

콰드득 ― !

“아……!”

완전히 부서져버린 변기 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넘어진 변기 칸 문 밑에 깔려 있는 김 대통령.

다행히 변기 칸의 문이 대부분의 잔해를 막아주어 커다란 부상은 없어 보였다.

다만 머리를 부딪혔는지 의식을 잃은 모습.

‘리바이브는… 좋아.’

강천은 그를 찾자마자 리바이브를 꽂았는지부터 확인했다.

혹시 몰라서 가져온 리바이브 2회분이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다행히 제때 주사한 듯했다.

텁 ―

기절한 김 대통령을 둘러업는 강천.

“키에에에엑!”

“컹! 컹!”

사방에서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괴성에 강천은 일단 김 대통령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자 했다.

지금 이 난리 속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아마 태운의 옆일 터.

강천이 김 대통령을 둘러업은 채 주변 어딘가에 있을 태운을 찾는 그때,

치이이이이……!

어디선가 무언가 지져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그 소리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한 강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고,

콰아아아아앙!

건물의 잔해더미 속에서 한 줄기의 검붉은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화르르르르륵 ― !

주르르륵 ―

불기둥의 어마어마한 열기가 순식간에 건물 잔해더미를 태우다 못해 녹여버리기 시작했다.

“이… 개같은 새끼가아아아……!”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자, 도명조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잔해더미를 헤치고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모자랐던 건가……!’

분명 복부 내 모든 장기에 백린탄이 달라붙어 남아나는 장기가 없었을 터였다.

‘젠장… 가슴을 찔렀어야 했는데!’

되는대로 급히 찌르다보니 위치를 정확히 노리지 못했던 것이 실수였다.

물론 신체의 거의 절반이 날아갔던 만큼 많은 마력 수치를 소모했겠지만 그렇다 해도 방주는 방주.

태운에게 듣기로 그들이 가진 권능은 마력 수치와는 상관이 없었다.

마력은 단순한 촉매일 뿐, 그 권능 자체의 힘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방주들은 적은 마력으로도 고유능력 이상의 권능을 다룰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도명조… 염왕이라는 이명이 울겠다. 염왕이란 놈이 백린탄에 장기가 녹아버리면 어쩌냐? 그리고 그거 네 고유능력도 아니지? 그러고 보니 네놈의 불에선 마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김 대통령을 업고 있는 강천은 태운이 방금 전의 불기둥을 보고 원조를 와주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보려 애썼다.

“크흐흐흐흐흐… 네놈이 정말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대통령 놈과 함께 통째로 불살라주마……!”

하지만 시간 벌이도 대화가 통하는 상대에게나 하는 것.

이미 눈이 돌아간 도명조에게 강천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화르륵! 화르르륵 ― !

도명조를 중심으로 불기둥 형태를 이루고 있던 검붉은 화염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치이이이이!

자가 회복으로 이미 완전히 회복하긴 했지만 너무나도 크게 다쳤던 도명조가 흘린 핏물들이 흑염에 의해 순식간에 증발했고,

화르륵!

그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피 찌꺼기들마저 아예 불살라져 사라졌다.

실로 어마어마한 열기.

그래도 나름 방주라고, S급 중에서도 강력한 편인 강천으로서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기 쉽지 않은 열기를 내뿜는 그의 모습은 가히 재앙이라 볼 만했다.

“죽어라아아아아!”

그렇게 재앙과도 같은 흑염을 두른 도명조가 강천과 김 대통령을 금방이라도 불태워버릴 것처럼 달려들던 그때,

꾸웅 ― !

“……!”

두 사람은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무거워진 듯한 공기.

그리고 주위를 가득히 채운 적막을 말이다.

사방에서 들려오던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어느 순간부터인지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이야…….”

우르릉 ― !

천둥 같은 한 남자의 목소리가 도명조의 귓가에 내리꽂혔다.

파르르 ―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리며 덜덜 떨기 시작하는 도명조.

덜덜덜……!

그가 턱을 덜덜 떨며 고개를 돌려 살짝 위를 바라보자,

“우리, 드디어 만났네?”

파지지직!

하얀 가면 뒤에서 자줏빛 안광을 터뜨리고 있는 한 남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한 여인과 카메라를 든 남자가 둥둥 부유하고 있었고,

“커헉……!”

그의 한 손에는 목을 붙잡힌, 돼지 탈을 쓴 한 남자가 매달려 있었다.

주르륵 ―

돼지 탈 남자의 턱 끝으로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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