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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81화 (181/300)

181화. 왕따가 아니라 보스였음 (1)

도명조와 강천이 회담장 건물 잔해더미에서 빠져나오기 몇 분 전.

쿠우우우우……!

태운은 두 언론인을 양 허리에 꿰찬 채 9명의 방주들을 맞이했다.

“…….”

태운은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으로 하늘과 땅을 점하고 나타난 9명의 면면들을 확인했다.

‘용, 뱀, 돼지, 말, 원숭이, 개, 양, 쥐, 닭… 총 9명이라.’

각자 십이지 중 하나인 동물의 탈을 쓰고 나타난 적들.

십이 방주들이 한꺼번에 나타난 것이었다.

‘3명이 빠졌군. 호랑이와 토끼 그리고… 소가 없네.’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과 달리, 태운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호랑이와 토끼는 죽었으니 없는 것이겠고… 화장실 쪽으로 갔던 녀석이 도명조였나.’

스윽 ―

태운의 시선이 잠시 조금 떨어진 잔해더미를 향했다.

지징……!

잔해더미 밑에서 아직 느껴지는 생명 반응이 있었다.

아직 펼쳐져 있는 태운의 자기장 영역 아래에 반응하고 있는 세 사람의 기척.

도명조가 살아 있긴 하지만 다행히 강천과 김 대통령도 무사한 듯했다.

바로 구하러 가고 싶었지만,

‘여기를 먼저 어떻게 하긴 해야겠군.’

쿠우우우우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9명의 방주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방주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커허어어어엉!”

환 공포증 환자는 보는 순간 까무러칠 정도로 회담장 근처에 수두룩 빽빽 열린 수많은 게이트.

그 많은 게이트에서 연신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던전의 몬스터들은 모두 방주들에게 길들여졌는지,

“크르르릉……!”

마치 사냥개처럼 침을 뚝뚝 흘리는 와중에도 태운만을 바라보며 방주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식 ―

태운의 입에서 절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상상 이상이로군.”

“상상 이상이라……?”

태운보다 더 높은 곳에 떠 있던 돼지 탈을 쓴 남자가 허허 웃으며 서서히 내려와 태운과 시선의 높이를 맞추었다.

“참으로 건방지군. 참으로 건방져. 아무리 토끼를 비롯해 범까지 꺾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9명을 마주하고도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는 듯해. 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지? 분명 범 하나도 겨우 꺾었을 텐… 아니, 잠시만. 왜 9명이지? 우린 분명 총 10명…….”

“…소가 없어.”

말을 잇던 돼지가 자신들의 숫자가 맞지 않아 살짝 당황하자, 잔해더미 위에 서 있던 양의 탈을 쓴 여자가 살짝 한숨을 쉬며 말했다.

“킥킥킥! 진짜 골때린다니까? 겨우 코드 원 하나 처리하러 가놓고 어디 간 거래?”

원숭이의 방주, 에메르송이 킥킥대며 웃음을 터뜨렸고,

“건물 잔해더미 아래에 있군요… 상당히 다친 듯해요.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닭의 탈을 쓴 중년인이 허리를 꼿꼿하게 편 바른 자세로 합장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의 방주, 도명조는 방주들 사이에서 그리 존중받지 못하는 위치인 것 같았다.

굳이 포지션을 따지자면 손 많이 가는 문제아 정도의 위치?

‘어디서나 한심한 놈이로군.’

태운이 문제아 취급받는 도명조를 속으로 비웃던 그때,

“…정말 한심하기가 그지없군. 대체 얼마나 더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건지.”

지금까지의 방주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을 풍기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태운의 귓가에 들려왔다.

쿠구구구구……!

별다른 모션을 취하고 있지 않음에도 태운의 전신의 솜털을 바짝 곤두서게 만드는 존재.

바로 용의 탈을 쓰고 있는 용의 방주였다.

그리고 태운은 용의 방주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세계급 헌터인 왕룽에 이어 전 세계 최강의 헌터 제이슨마저 노아즈 아크의 방주였다라… 이거, 세계급 헌터들을 단체로 모아놓고 단도리 한번 쳐야 하나? 미쳐 돌아가는군.”

여러모로 도발적인 태운의 발언.

그러나,

피식 ―

용의 방주, 제이슨은 헛웃음을 흘릴 뿐 태운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 점은 걱정할 필요 없다. 다른 세계급들 중에는 이제 방주가 없거든.”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

치지직!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불꽃을 일으켰다.

범의 방주를 이긴 태운과 그런 범의 방주보다 강하다고 평가받는 용의 방주.

고오오오오오 ― !

서로를 마주한 두 사람의 기운이 급격하게 끌어올려지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엑!”

두 사람의 기운에 그렇지 않아도 흥분해 있던 몬스터들이 더 크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또한,

“감히 건방지게!”

다른 방주들도 끼어들어 덩달아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 !

순식간에 급격하게 달아오르면서 심히 어수선해진 분위기.

꾸깃 ―

기운을 끌어올리던 태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우선 주변 정리부터 해야겠군.’

힘을 아낄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헌터가 아니라 일반 면역자인 이상희 기자와 방인성 카메라맨까지 있는 상황.

시작부터 어느 정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

둥실…….

“어엇?”

“꺄악……?”

태운이 양 허리에 꿰차고 있던 두 사람을 놓자, 두 사람의 신형이 두둥실 떠오른 채 태운의 등 뒤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파직!

태운의 손끝에서 자줏빛 번갯불이 피어났다.

“우선 교통정리부터 좀 해볼까.”

“실로 거만하다!”

가장 가까이 있던 돼지의 방주가 고함을 내지르며 공중에서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샥 ―

그그그긍 ― !

태운이 재빨리 공중에서 달려드는 돼지의 방주를 향해 중력을 전개했지만,

“중력인가! 하지만 내겐 안 통해!”

쐐애애액 ― !

돼지의 방주는 정말로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 별 차이 없는 속도로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날개가 달린 신발을 신고 있는 돼지의 방주.

마치 하늘을 달리는 듯한 그의 움직임은 덩치에 비해 무척이나 신속하고 날렵했다.

헤르메스의 권능 첫 번째, 자유.

전령의 신이자 여행의 신이기도 한 헤르메스는 그 무엇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제한받지 않으니, 그가 가지 못할 곳은 없으리.

자유의 권능을 힘입은 지금, 돼지의 방주의 움직임을 구속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뒈져라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오오 ― !

돼지의 방주의 주먹에 어마어마한 황금빛 권력이 깃들었다.

헤르메스의 권능 두 번째, 금력.

상업의 신인 그가 가진 재물은 곧 그의 힘이 되나니.

호주 내 개인 재산 압도적 1위에 빛나는 돼지의 방주의 주먹에, 한순간이지만 초강력의 권능을 발휘한 범의 방주의 권력에 필적하는 힘이 깃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 ― !

태운의 팔을 수차례나 짓뭉갠 범의 방주의 공격과 엇비슷할 정도의 권격이 소닉붐을 일으키며 휘몰아쳤다.

그에 더해,

“가라.”

“키에에에에엑!”

방주들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위의 몬스터들마저 오로지 태운 한 사람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대지는 물론이고 하늘에서까지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거대한 웨이브와 다름없었다.

그렇게 하늘과 땅을 포함한 사방의 퇴로가 막힌 태운에게 돼지의 방주의 주먹이 막 닿으려 하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조금 떨어진 건물 잔해더미 속에서 한 줄기의 검붉은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

‘…소의 방주!’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기둥에 몬스터들을 포함해 주변을 둘러싼 방주들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돌아갔고,

“……!”

태운에게 달려들던 돼지의 방주도 한순간이지만 거대한 규모로 솟아오른 검붉은 불기둥에 놀라 시선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한순간의 빈틈을,

번뜩!

최강의 승부사인 태운이 놓칠 리가 없었다.

[중력투법(重力鬪法)]

키잉 ― !

“실로 건방지구나……?”

돼지의 방주의 말투를 따라 하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태운.

그런 태운과 눈이 마주친 돼지의 방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 이런……!’

[중력권(重力拳)]

후욱 ― !

순간적으로 무게가 0에 수렴한 태운의 주먹이 돼지의 방주의 목울대를 후려치는 순간 원래 질량의 수천 배로 불어났다.

빠가가각!

“얽……!”

순간적으로 목뼈가 부러진 돼지의 방주.

엄밀히 비교해서 돼지의 방주는 주먹 안에 담긴 힘을 제외하면 움직임이나 반사신경 등 모든 것이 왕룽의 하위호환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태운은 힘으로 붙는 팔씨름 선수가 아닌 기술로 싸우는 격투기 선수 출신.

격투 기술에 있어서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격차가 있는 와중에 방심까지 했으니, 돼지의 방주가 태운의 일격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치이이이이이!

잠깐 의식이 날아간 와중에도 자가 회복을 전개하는 돼지의 방주.

어떻게든 목이 부러지며 허무하게 당하는 꼴은 면할 수 있었으나,

터업 ―

태운에게 멱을 잡히는 꼴만은 면치 못했다.

꾸웅 ― !

돼지의 방주의 목을 붙잡는 데에 성공한 태운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기파가 터져 나왔다.

콰직! 콰지지직!

콰드드드드득!

순식간에 전개된 어마무시한 중력장에 한순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져버리는 몬스터들.

그 어마어마한 수와 기세가 무색하게도, 태운의 시야를 가득히 메우며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한순간에 바닥에 처박히며 시야가 깨끗해졌다.

““……!””

방주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무려 9명의 방주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몬스터와 게이트에 둘러싸인 와중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저 당당한 모습.

수백만 중국 헌터들을 압도적인 무력으로 서해에 수장시켰던 한중 전쟁 영상 속 그의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 오버랩되고 있었으니까.

“…돼지 멱 따기.”

치지지직!

태운은 가만히 중얼거리며 목을 붙잡은 돼지의 방주의 몸에 자뢰를 흘려 넣었다.

“꺼어어억……!”

목을 꽉 죄인 돼지의 방주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눈꺼풀을 뒤집었다.

그 어마어마한 고통을 견딜 수 없었는지 혀를 깨물어 입가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사아아아아아 ―

삽시간에 적막이 찾아온 하와이.

파직! 파지직! 파지지직!

쿠르르릉……!

오로지 들려오는 소리라곤 번개가 튀는 소리와 어느 순간 몰려와 하늘을 시커멓게 메우고 있는 거대한 먹구름 속 천둥소리뿐.

““…….””

모두의 시선이 태운을 주목하고 있었다.

“…….”

전신에서 번개를 뿜어내고 천둥을 불러온 태운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돼지의 방주의 목을 붙잡고 있다가,

스윽 ―

살짝 시선을 돌려 어느 한쪽을 내려다보았다.

“이야…….”

우르릉 ― !

태운이 입을 여는 순간 하늘에서 천둥이 울렸다.

흠칫!

파르르 ―

잔해더미를 막 빠져나와 강천을 죽이려던 도명조가 온몸에 흑염을 두른 채 추위라도 느낀 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

덜덜덜……!

턱을 덜덜 떨며 고개를 돌리는 도명조.

마침내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 드디어 만났네?”

태운은 정말 반갑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파지지직!

하얀 가면 뒤에서 자줏빛 안광을 터뜨리며 미소 짓는 태운.

대체 누가 악역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든 그의 모습은,

우르르르릉……!

한 명의 절대자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하하핫……!”

마치 단체로 레이드를 하러 온 헌터들을 맞이하는 보스 몬스터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 태운이 작게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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