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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87화 (187/300)

187화. 보스가 너무 강함 (5)

‘…최후의 비기?’

제이슨의 외침을 들은 태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우스의 권능 중에 특별한 게 있던가?’

최고신 제우스.

명실상부한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그 위치답게 매우 강력한 신이었다.

벼락과 천둥을 다루며 기상을 지배하는 하늘의 신 제우스.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건 없을 텐데.’

그뿐이었다.

막말로 제우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전해지는 바람둥이 기질을 권능으로 쓸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네놈 말이야.”

태운을 노려보는 제이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말끝마다 아쉬운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아쉽지 않게 해주마.”

쿠우우우우우우 ― !

제이슨의 전신에서 가공할 정도의 기파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엔 우리가 승리할 테니까.”

번뜩!

제이슨의 두 눈에서 황금빛 뇌광이 쏟아졌다.

“신기 소환.”

쿠구궁 ― !

“아스트라페(Astraphe).”

꽈르르르르릉 ― !

우우우우우우우웅……!

제이슨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이 갈라지고 대기가 신음했다.

파지지지직! 파지지직!

번쩍이는 황금빛 광채가 잦아들며 어느새 제이슨의 손아귀에서 거대한 창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우스의 신기, 아스트라페.

벼락 형태의 거대한 창의 형상을 한 아스트라페는 모든 신화를 통틀어 최강으로 손꼽히는 무기 중 하나.

아스트라페에서 떨어져 나간 작은 벼락의 조각 하나가 도시 하나를 멸망시켰다는 일화마저 있을 정도로 그 위력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그게 최후의 비기야?”

태운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자신의 약력에 닿으면 고이 사라질 물질에 불과했으니까.

그때,

땅! 땅! 땅!

도명조가 또다시 흑염과 오리하르콘으로 무언가 제작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감흥이 느끼지 못한 태운이 제이슨과 도명조를 마저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려는 그때,

“아스트라페의 번개는 말이다.”

제이슨이 히죽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심판의 창이지.”

제이슨이 킥킥대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태운을 바라보았다.

“한번 보여줄까?”

치직!

제이슨은 곧장 아스트라페의 끝에 번개를 살짝 모으더니,

슈학 ― !

저 멀리 작게 보이는 바다 건너 섬을 향해 작은 뇌구를 쏘아보냈다.

하와이 제도를 이루는 섬들 중 빅아일랜드에서 가장 가까운 마우이섬.

아무리 섬이라지만 서울 면적의 3배나 되는, 꽤나 큰 마우이섬이,

번쩍!

꽈르르르르르릉……!

쿠우우우우우우우……!

순식간에 불타 사라졌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서울의 3배 크기인 섬 하나를 통째로 지워버리는 아스트라페의 위력에 두 눈을 부릅뜨는 태운.

치지직!

황금빛 벼락을 연신 튀기는 아스트라페를 어깨 위에 올리며 제이슨이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놈 일행들이 들어간 B급 던전 말인데.”

“……!”

제이슨이 강천과 일행들이 들어간 던전을 언급하자, 태운의 표정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그 던전이… 딱 마우이섬 절반 정도 크기였지 아마?”

치직!

아스트라페의 끝이 강천과 일행들이 들어간 던전의 입구를 겨냥했다.

“너도 뭘 좀 잃어야 공평하지 않겠어?”

슈확 ― !

아스트라페의 끝에서 뇌구가 쏘아짐과 동시에,

피잇 ― !

태운의 신형이 자줏빛 선을 그렸다.

* * *

파사삭……!

아스트라페의 뇌구가 던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전, 단숨에 뇌속을 뛰어넘은 태운이 가까스로 그 구체를 소멸시켰다.

“허억… 허억……!”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 호흡이 틀어졌던 태운이 호흡을 되돌리고자 거친 호흡을 반복했다.

그러나,

치지지지지직!

제이슨은 결코 태운이 정신을 차리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츠파바바밧 ― !

어느새 제이슨의 주위로 생성된 작은 뇌구 수십 개가 태운이 등지고 선 던전 게이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파삭… 파삭… 파사삭……!

손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이를 악물고 뇌구들을 소멸시키는 태운.

치지직!

뇌구 하나하나가 직선으로 쏘아지는 것이 아닌 지그재그 형식으로 불규칙한 선을 그렸다.

그마저도 뇌속으로 날아들고 있었기에 태운은 손발을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크하하핫! 잘 막는데? 그럼 이것도 받아봐라!”

치지지지지직!

수십 개씩 날아들던 뇌구가 단숨에 수백수천 개로 불어났다.

까드드득!

태운의 이마에 힘줄이 불거졌다.

키이이이잉 ― !

[뇌신화(雷身化) ― 자뢰 ver]

[입자가속(粒子加速)]

번쩍!

[광뢰신(光雷神)]

신기술까지 재차 사용하여 초광속에 도달한 태운의 움직임이 어마어마한 수의 뇌구들을 모조리 쳐냈다.

파삭… 파삭… 파사삭……!

퍼어어엉! 퍼어어어엉! 퍼버어어엉!

연신 소닉붐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지지직……!

광속을 뛰어넘은 태운의 움직임으로 인해 공간 자체가 흔들리며 일그러지고 있었다.

번뜩!

그렇게 수많은 뇌구를 쳐내는 와중에도 제이슨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노려보는 태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 그런 코드 제로의 모습에 점점 기세가 위축되는 것은 오히려 제이슨 쪽이었다.

꿀꺽 ―

아스트라페를 사용해 재앙과도 같은 뇌구를 뿌려대던 제이슨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 힘이란 말인가.’

중력과 번개를 다루는 동시에, 광속을 넘어 움직이며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힘이라니.

제이슨은 문득 원숭이의 방주가 남겼던 말 한마디를 상기했다.

―노, 놈은… 모든 힘의 근원을 다루……!

모든 힘의 근원.

‘무슨 절대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원숭이의 방주에게서 코드 제로의 힘에 대해 제대로 듣지 못한 제이슨의 머릿속은 어느새 상상만으로 상대의 힘을 키워가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개념인, 모든 힘의 시작이자 근원이며 모든 힘의 집합체인 ‘초힘(Super Force).’

그 초힘을 이루는 4대 힘을 모르는 제이슨으로서는 무적에 가까운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태운을 바라보며, 그가 절대신의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오해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보라.

신의 권능을 다루는 열 명의 방주 중 여덟 명을 홀로 처리했다.

지켜야 하는 이들이 있는, 지금과 같은 불리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제이슨과 도명조 또한 순식간에 소멸당했을 터.

파삭… 파삭… 파사사사삭……!

무슨 쿠키를 부수는 것도 아니고, 그의 손발이 휘둘러질 때마다 아스트라페의 뇌구가 간단히 소멸하는 소리는 제이슨의 등골을 연신 서늘케 만들고 있었다.

“…….”

잠시 코드 제로를 바라보던 제이슨.

이내 마음을 다잡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절대신은 없다.’

제이슨은 노아신의 말씀을 상기했다.

신은 모든 것에 깃들며 각자 영역을 지니니,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절대신 같은 것은 없다고.

최강이라 불리는 주신들과 고대신, 심지어 악마신들조차 ‘절대’라는 개념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대체 어떤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명조가 신기를 완성시키는 대로 사용할 최후의 비기라면 놈을 격살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제이슨이 믿고 있는 최후의 비기.

그건 바로 제우스의 최후의 권능, ‘티타노마키아’였다.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신족들을 이끌고 티탄의 신족과 벌였던 전쟁을 뜻하는 말이었다.

해당 전쟁에서 티탄의 신족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마침내 신들의 왕이 된 제우스.

그래, 간단히 말해서 ‘신왕(神王)’의 권능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올림포스 신화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의 힘을 거느리는 신왕의 힘.’

아무리 날고 기는 코드 제로라도, 올림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신들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을 터였다.

다만 이 최강의 힘은 단 한 가지의 문제점이 있었다.

‘매개체가 필요하다.’

권능이라고는 하지만 신기를 소환하는 것도 아닌 ‘신’의 일부 자체를 내세에 강림시키는 힘이었다.

본래라면 신왕의 권능이라고 한들 제이슨이 소환할 수 있는 신기인 아이기스를 제우스와 함께 사용하는 아테나와 아폴론만을 소환할 수 있었을 터.

그러나 지금 제이슨에게는 올림포스 신들이 사용하는 모든 무기와 물건들을 만들었던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권능을 부여받은 도명조가 있었다.

신기들이 오리지널이 아닌 레플리카라고 한들 잠시 동안이라면 신들을 소환할 수 있을 터.

“조금만 더… 음?”

뇌구를 쏟아부으며 생각에 잠겨 있던 제이슨은 문득 느껴지는 이질감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 순간부터 도명조가 있는 방향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지 않은 탓이었다.

‘완성된 건가!’

제이슨은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제이슨이 고개를 돌려 도명조가 있던 방향을 보았을 땐,

“……?”

터엉 ―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았다.

그 어떤 신기도.

심지어 도명조조차도.

휘잉 ―

텅 빈 자리엔 잔해더미에서 묻어나온 먼지바람만이 일고 있을 뿐이었다.

* * *

“…뭐, 뭣?”

당황한 제이슨의 기운이 찰나의 순간 살짝 흔들렸다.

반짝!

‘빈틈!’

그리고 태운은 그런 그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제이슨의 기운이 흔들리며 생겨난 찰나, 뇌구 사이의 빈틈으로,

슈욱 ― !

태운은 제이슨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못 가면… 네가 와야지.”

키잉 ― !

[자화(磁化)]

눈 깜짝할 사이에 제이슨의 전신이 자기를 띠게 되고,

“……!”

자신의 몸의 변화를 감지한 제이슨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리와. 이 피카X 새끼야.”

[자기흡인(磁氣吸引)]

키이이이잉 ― !

슈와아아아악 ― !

무형의 기운에 속박된 제이슨의 신형이 태운이 자리한 곳으로 빠르게 끌어당겨졌다.

“으, 으아아아아악!”

닿으면 죽는다.

마치 개의 방주의 필살 기술과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는 태운을 향해 제이슨은 거칠게 아스트라페를 휘둘렀다.

지금까지의 뇌구보다 수십 배는 더 거대한 거뢰구들이 태운을 향해 퍼부어졌다.

개의 방주의 죽음의 손길은 오로지 생명체에게 한정된 기술.

상대가 개의 방주였다면 이 뇌구들에 맞아 죽어버리거나 뇌구들을 피하기 위해 기술을 취소했을 터였다.

그러나 태운의 기술은,

파삭……!

대상을 가리지 않고 소멸시켰다.

건장한 성인 남성보다 몇 배는 더 큰 뇌구들이 놈의 손발에 닿을 때마다 힘없이 사라져갔다.

“이익!”

어느새 지척까지 끌려오고 만 제이슨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태운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고유능력을 전개했다.

피잉 ― !

그의 고유능력 ‘빛’.

제이슨은 그를 번개보다 빠른 광속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준 능력을 전개하며 어떻게든 태운의 인력에서 벗어나려 했다.

번쩍!

순간 제이슨의 신형이 빛으로 화하며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덜컥 ― !

얌전히 그를 놓칠 태운이 아니었다.

“빛? 땡기면 그만이지.”

[블랙홀]

쿠우우우우우우 ― !

쥐의 방주의 태양을 집어삼켰던 블랙홀이 이번엔 빛 자체가 된 용의 방주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가히 빛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한 위력이었다.

“흐아아아악!”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기 시작하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제이슨.

콰드드드득!

제이슨이 휘두른 심판의 창, 아스트라페가 블랙홀의 막강한 인력에 우그러져 삼켜졌고,

“이익!”

제이슨이 작은 블랙홀의 구멍을 최강의 방패인 아이기스로 틀어막자,

드드드드드드득 ― !

아이기스는 조금 찌그러졌을지언정 배수구를 막는 마개처럼 성공적으로 블랙홀을 막아낼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온통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버린 제이슨의 얼굴.

십이 방주 중 리더이자 최강의 방주였던 자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위엄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블랙홀로부터 살아나긴 했으나,

파악 ― !

태운의 손아귀만큼은 피할 수가 없었다.

“…유언 정도는 남길 수 있도록 해주지.”

제이슨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태운.

빠지직 ―

제이슨이 쓰고 있던 용탈이 태운의 손아귀에 붙잡히며 산산이 부서져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태운의 손에 안면을 붙잡힌 채 맨얼굴이 드러난 제이슨은 온몸을 축 늘어뜨린 채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심, 패배에 대한 치욕,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것에 대한 모멸감 그리고 이런 강자를 상대로 여유를 부렸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제이슨의 온몸을 휘감은 것이다.

덜덜덜……!

그렇게 잠시 동안 태운에게 안면을 붙잡힌 채 몸을 떨던 제이슨.

간신히 입을 열어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 너는 대체 누구냐……!”

“…….”

제이슨의 말을 들은 태운은 코로 살짝 한숨을 쉬며 손에 힘을 주었다.

“다들 알면서 새삼 뭘 자꾸 묻는 건지…….”

꽈악 ―

우우웅 ―

태운의 팔을 타고 모든 걸 붕괴, 소멸시키는 ‘약력’의 기운이 손으로 흘러 들어갔다.

“협회 직원이다.”

태운의 건조한 대답과 함께,

퍼석……!

용의 머리가 소멸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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