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89화 (189/300)

189화. 팬티를 벗기기 시작함 (2)

2097년 6월 5일.

세계 정상 회담이 있었던 다음 날, 이른 새벽.

철썩 ― !

잔잔한 파도가 부산항을 살짝 어루만졌다.

마치 화를 내서 미안하다는 듯 부드러운 파도였다.

하루 종일 사납게 하얀 이빨을 드러내던 바다는 한밤이 되어서야 잔잔해졌고,

웅성웅성.

그제야 하와이에서의 대규모 전투가 끝이 났음을 안 기자들은 한국 일행들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항에 모여들어 있었다.

“저, 저기 보인다!”

촤좌좌좌좌좍 ― !

부산항에 몰려든 기자들이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 ― !

부산항의 어스름한 바다 끝에서 날아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코스모스가 돌아온다아아아!”

“우와아아아아!”

코드 제로와 코드 원 그리고 정상 회담에 동행했던 다른 3명이었다.

꽤나 멀쩡해 보이는 JBS 언론인 2명에 비해 몰골이 상해 있는 다른 3명.

김정원 대통령은 코드 원의 등에 업혀 기절해 있었고, 코스모스 두 사람의 전신은 피투성이에다가 먼지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미, 미친… 코드 제로가 먼지투성이라고?’

‘코드 제로가 저 정도가 되려면… 대체 어떤 싸움이 있었던 거야?’

‘이 정도면 다중 브레이크 중에 EX급 던전이 최소 여러 개가 있었던 게 분명해!’

기자들은 한국 일행들이 사상자 하나 없이 모두 무사히 돌아온 것에 대해 반가움을 느끼는 동시에, 코스모스 두 사람의 상태를 보고 현장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슈우우우… 탁.

바다 위를 날아온 한국 일행들이 마침내 부산항에 발을 디뎠다.

그들이 발을 딛는 동시에 몰려드는 수많은 기자들.

“코……!”

금방이라도 호기심 주머니가 터질 것처럼 갖가지 질문들을 장전한 기자들이 질문 세례를 퍼부으려는 찰나,

스윽 ―

부산항에 도착한 코드 제로가 천천히 손을 들어 손바닥을 펴 보였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덜덜덜…….

손바닥을 펴 보인 코드 제로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런 코드 제로의 손 떨림에 질문을 던지려던 기자들이 크게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코드 제로가…….’

‘손을 떨어……?’

그가 누구던가?

단신으로 중국 전체를 상대한 것도 모자라 당당히, 여유롭게 승리를 거둔 이가 아니던가?

해외에서조차 그가 세계 최강의 헌터, 제이슨을 뛰어넘는 세계 최강자가 아니냐는 치열한 논쟁이 일 정도로 이젠 완전히 세계적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헌터였다.

그런 그가 손을 떤다니?

‘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기자들의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었다.

그러나,

“죄송합니다만, 인터뷰는 내일 아침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코드 제로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질문 몇 개만 받아주십쇼! 저희는 모두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

새벽부터 부산항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몇몇 기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려 했으나,

“하루 종일 강대한 적들을 상대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신 두 분입니다! 새벽부터 기다렸으면 뭐! 기다리기만 한 사람들이 이분들보다 피곤해요? 같은 기자 쪽팔리게 만들지 말고 비켜요!”

이상희 기자가 냅다 들이받아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었다.

지이잉 ―

그런 이상희 기자의 쓴소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어서 불만을 토로하려 했던 기자들의 면전에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방인성 카메라맨.

“…내일 아침에 민폐 기레기로 뉴스 타고 싶어요?”

씨익 ―

불만 어린 표정의 기자들의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댄 방인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윽……!”

불만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던 기자들이 입술을 깨물며 얼른 고개를 숙였고,

“가시죠! 일단 대통령님부터 병원으로 모실 거죠?”

“네. 그래야죠. 감사합니다.”

취재진의 포위망을 선두에서 뚫어내는 이상희 기자의 리드하에 한국 일행은 무사히 부산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5일 새벽, 소식 끊겼던 한국 정상 일행 부산항 도착…….]

[참담한 몰골의 코스모스… 대체 하와이에선 무슨 일이…….]

그렇게 추측성 기사들만이 쏟아지던 5일 새벽.

어둠이 걷히고 해가 떠오른 아침이 되어서야,

“…세계 정상 회담 관련, 공식 기자회견 시작하겠습니다.”

말끔하게 되돌아온 코스모스 요원들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 * *

“우선 사건 개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 기자의 부탁에 태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어젯밤 기자님들께서 배려해주신 덕에 푹 쉬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외신들에서 보도한 기사들과 뉴스들을 확인했습니다. 하와이에서 다중 브레이크가 발생했고, 미국의 로건 대통령이 기지를 발휘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피에 성공했으며, 저를 비롯한 몇몇 헌터들이 하와이의 다중 브레이크를 진압하기 위해 남았다고 보도되었더군요.”

“그 보도들이… 사실이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태운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진실도 일부 있습니다만, 절반 이상이 거짓입니다.”

웅성웅성……!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은 물론이고 외신 기자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보도들이 거짓이라면 외국의 정상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되니까.

한 미국의 기자가 손을 들고 날 선 질문을 던졌다.

“지금 그 말은! 로건 대통령께서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말씀입니까?”

미국 방송국 기자의 약간은 무례한 질문에, 한국 기자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한국의 영웅이자 수호신인 코드 제로에게 하는 질문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동맹국이었던 미국이 한중 전쟁 전에 발을 뺀 일은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가슴 속에 굉장히 커다란 배신감으로 남아 있었던 터라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싸늘한 분위기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말씀해주시죠!”

그러거나 말거나 미국 기자는 꿋꿋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태운 또한 상대가 미국 기자이건 아니건 신경 쓰지 않고 솔직하게 맞받아쳤다.

“네, 거짓말입니다. 로건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사기꾼입니다.”

“……!”

기자회견장이 술렁였다.

아무리 그래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에게 사기꾼이라니?

질문을 던졌던 기자가 말을 더듬으며 재차 질문을 던졌다.

“사, 사기꾼이라니… 코드 제로 씨! 당신이 아무리 한국의 영웅이라고 한들, 다른 나라의 정상을 그런 식으로 모독하는 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방금 전 발언에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그건 오히려 제가 로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군요.”

태운은 마이크를 조금 더 끌어당기며 미국의 기자와 눈을 마주쳤다.

“로건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실 준비가 되었습니까? 아니,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로건 대통령이 벌인 일이라니?

기자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삑 ―

태운은 밤새 편집한 방인성 카메라맨이 촬영한 영상과 여러 바디캠에 찍힌 영상들을 자신의 말에 맞춰 차례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사건 개요를 말씀드리죠. 우선 이번 정상 회담은 처음부터 매우 이상했습니다. 일반적인 세계 정상 회담이 생중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회담장에는 이상하리만치 그 어떤 언론인들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대동한 기자 한 분과 카메라맨 한 분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영상 속에서 회담장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진짠데?”

“어떻게 한 사람도 없지?”

카메라는커녕 타이핑하는 기자 하나 없는 회담장 내부의 모습.

회담장 안에는 오로지 국가 정상들과 그들을 경호하기 위해 온 헌터들만이 있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이렇게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어떤 국가에서도 기자를 대동하지 않았을까요? 그것도 한국만 쏙 빼놓고 말이죠.”

“……!”

태운의 말에 한국 기자들의 표정에 살짝 노기가 어른거렸다.

전 세계가 한국을 따돌리고 무언가 작당을 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이후 꽤 볼 만한 회담이 이어졌지만… 회담 내용은 추후에 공개하도록 하죠. 일단은 1차 회담이 마무리되고, 휴식 시간을 가졌을 때의 영상입니다.”

삑 ―

태운의 손에 들린 리모컨에 의해 다음 영상이 스크린에 비쳤다.

우르르르 ―

단체로 빠져나가는 국가 정상들의 모습.

화장실에 가는 것이니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하나둘 회담장 안에서 사라지는 헌터들.

배속으로 돌린 영상 속에서는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록 한번 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한국 일행에게 접근하는 에메르송과 쿠조.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들 변비라도 걸렸던 것일까요? 회담장을 나섰다가 돌아온 이들이 하나도 없다니요.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영상과 함께 곁들어지는 태운의 말에 기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꿀꺽 ―

태운과 그가 튼 영상을 동시에 촬영하는 카메라맨들의 목으로도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영상 속에서 태운에게 다가온 에메르송과 쿠조가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태운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이 급격하게 전환되었다.

갑자기 품속에서 동물 탈을 꺼내든 두 사람이 태운과 일행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원숭이랑… 개?’

‘뭐, 뭐야 저게……?’

기괴하면서도 뭔가 기분 나쁜 동물 형상의 탈을 쓴 두 사람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기자들.

쿠구구구구구궁 ― !

화면 속 회담장 전체가 흔들리는 장면에서 영상을 잠시 정지시키는 태운.

“후우…….”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기자회견장에 자리한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국민 여러분… 아니, 세계에 계신 모든 분들께 공표할 사안이 있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노아즈 아크라는 국제 테러 조직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노아즈 아크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 * *

노아즈 아크라는 국제 테러 조직.

말로만 들어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단체였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 대부분의 고위 헌터계와 정계에 녹아들어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었습니다.”

태운의 생생하고 자세한 이야기에 도저히 믿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태운이 가지고 있던 영상이 그 어떤 것보다도 명백한 증거가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저를 제거하기 위해 갖은 수를 사용했습니다.”

삑 ―

태운이 리모컨을 조정할 때마다 새로운 영상들이 계속해서 공개되었다.

지금까지 태운이 공개하지 않고 모아둔 바디캠 영상들이었다.

“저를 암살하기 위해 던전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쿠마리.”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네팔의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의 모습이 영상 속에 드러났다.

“저를 포함한 한국을 통째로 지워버리기 위해 트집을 잡아 전쟁을 일으켰던 왕룽.”

깊은 서해 바닥 밑에서 겉보기에는 태운과 비등한 승부를 벌였던 왕룽의 모습도 영상 속에 드러났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실패하자, 저를 잡기 위해 모조리 몰려왔던 열 명의 헌터들까지.”

탈이 부서지는 순간을 캡처한 영상들이 연이어 공개되었다.

모든 면면들이 세계 각국에서 상당히 유명하고 이름을 알렸던 헌터들.

도명조의 얼굴이 공개되었을 때는 몇몇 기자들이 딸꾹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캡처 사진은,

“제, 제이슨……?”

“미친! 제이슨이……!”

용의 탈 뒤에서 세계 최강의 헌터, 제이슨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이었다.

“전 세계에 알립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태운의 눈빛이 맹수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제가 처리한 것은 노아즈 아크를 이끄는 방주들뿐입니다. 반면, 그 조직원들은 아직 전 세계 각지에 퍼져 있죠. 그들은 모두 자신의 성기에 방주 모양의 문양을 새겨넣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전 세계 곳곳에서 기자회견을 보고 있을 노아즈 아크 조직원들이 들으라는 듯 한마디를 날렸다.

“다들, 팬티 벗을 준비는 되셨습니까?”

씨익 ―

카메라를 바라보는 가면 뒤 태운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그려졌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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