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91화 (191/300)

191화. 방주가 잠수 탐

세계 정상 회담이 있기 며칠 전.

화면 속에서 범의 방주, 왕룽의 패배를 직접 목도한 도명조는 아마테라스 길드원 중 물과 관련된 능력자인 길드원을 만난 바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사토입니다!”

고유능력 ‘돌고래’를 가진 S급 헌터 사토.

아마테라스에 회유된 지 비교적 얼마 되지 않은 자로, 다른 길드에 있다가 노아즈 아크의 일원이 되며 새로 들어온 헌터였다.

“바, 방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마테라스에서도 도명조와 이화연을 제외하면 유일한 S급인 그였다.

아무리 도명조가 실질적인 길드장이라고 한들, 꽤나 드세게 자존심 정도는 부릴 수 있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뻣뻣 ―

노아즈 아크를 이끄는 방주들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는 듯 사토는 겉보기에도 상당히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사토를 바라보며 도명조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음. 반가워. 빠르게 본론만 말하자면 자네한테 부탁할 게 딱 2가지가 있는데 말이야.”

도명조가 어깨를 탁탁 두드리자 사토는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넵! 말씀만 하십쇼!”

“첫 번째는 세계 정상 회담 때 나를 따라와. 그리고 회담장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부르면 올 것.”

사토는 고개를 씩씩하게 끄덕였다.

“넵!”

“두 번째는… 지금 당장 나랑 어딜 좀 가야겠는데…….”

“예!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네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네가 날 데려다줘야 한다.”

“…예?”

“나랑 북한 좀 가자.”

“…예?”

사토는 어안이 벙벙했다.

* * *

돌고래로 변신한 사토를 수상택시 삼아 항공편과 배편이 모두 없는 북한에 도착한 도명조.

“수고했어. 여기서 대기해.”

“…여긴 멸망한 땅 아닙니까? 여기서 하실 일이 뭐가 있는지…….”

“나중에 알게 될 거다. 날 도와준 대가로 노아신님께 잘 말해주지.”

“가, 감사합니다!”

노아신을 들먹이며 사토의 궁금증을 차단하고 그와 헤어진 도명조는 내륙으로 조금 나아가다 말고 곧바로 마력을 전개했다.

키이이잉……!

도명조의 전신에서 마력이 모이는가 싶더니,

꿀렁 ―

그의 전신이 울룩불룩 솟아오르며 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미생물이 분열하듯이 말이다.

척 ― 척 ―

도명조의 몸이 젤리처럼 꿀렁이며 새로운 도명조들을 계속해서 뱉어냈다.

도명조의 고유능력 ‘분신’.

비록 분신체들은 노아신에게서 받은 권능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 권능을 제외하면 도명조의 본신 전력과 똑같은 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다만 마나통을 서로 공유하기에 분신의 숫자에 따라 마력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데다가,

“끄윽… 전생체를 찾아라.”

분신의 숫자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각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본체의 정신이 다소 이상해진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긴 했다.

파바바밧 ― !

총 8개의 분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래도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전투가 아니라면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하는 능력.

또륵 ― 또르륵 ―

분신체들을 보내고 나무에 등을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감각을 집중하는 도명조의 눈꺼풀 속 안구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마치 8개의 CCTV를 동시에 확인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있는 도명조.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함흥 인근의 산 중턱에 있는 한 전생체를 발견한 도명조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후욱 ―

북한에 존재하는 전생체 중 하나의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마력을 거둬들이는 도명조.

퍼엉! 퍼퍼펑!

내륙 각지로 흩어졌던 분신들이 풍선 터지듯 터지며 마력으로 화하여 도명조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끄윽… 으으윽……!”

몰려오는 과도한 감각 수용으로 인해 도명조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분신을 회수하는 건 괴로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분신을 회수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광증이 지속되는 시간도 길어지니까.

“킥… 키킥……!”

도명조는 분신에 대한 반동으로 10여 초 정도 혼자서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퍼뜩!

“하아… 능력 쓸 때마다 괴로워 죽겠네.”

순식간에 제정신을 되찾은 그가 전생체를 발견한 방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방주들이 권능을 숨기고 고유능력을 드러내는 데에 반해 방주가 된 이후 권능을 드러내고 고유능력을 감춰왔던 도명조.

―정보를 왜곡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노아신이시여. 제 고유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용에 있어 불편한 감이 큽니다. 권능을 주 능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하지만 불은 이미 고유능력자가 있지 않나?

―그렇다고 겹치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제가 받은 권능을 숨기는 것보다는 고유능력을 숨겨야 티 나지 않게 두 가지 능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 일리가 있군. 그럼 무엇으로 보답하겠는가?

―북한을 바치겠습니다.

그 길로 북한으로 향한 도명조는 자신의 분신 능력을 최대로 전개해 김은일을 마력에 감염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게 북한을 멸망으로 이끈 도명조는,

화르륵 ― !

이번엔 북한에서 부활을 위한 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 * *

“…그렇게 전생체 하나를 정리해놓은 나는 정상 회담에서 코드 제로에게 패배하자마자 아마테라스 길드원 전원을 이끌고 북한으로 향했다. 다행히 코드 제로가 노아즈 아크의 정체를 밝히기 전에 움직일 수 있었지.”

“…바다는 어떻게 건넌 거냐.”

“작은 배 여러 개에 줄을 걸어 돌고래 녀석의 몸통에 묶었다.”

“…….”

푸르바는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눈빛으로 잠시 도명조를 흘겨보았다.

그러나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전혀 모르는 듯한 도명조.

“……?”

그는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도명조의 모습에 푸르바는 무슨 말을 더 하겠냐는 듯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푸욱 쉬었다.

“후우… 뭐, 그건 그렇다 치자고. 그럼 그 많은 인원이 소리 소문도 없이 이동할 수 있었던 방법은?”

푸르바의 물음에 도명조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바로 하데스의 신기, ‘퀴네에’였다.

“내 권능이 뭔지는 알고 있겠지?”

“과연… 그랬던 거군.”

도명조의 권능의 정체는 타락한 헤파이스토스의 힘.

헤파이스토스의 권능 중 하나인 ‘신기 제작’은 올림포스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의 신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신이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명조가 헤파이스토스의 힘을 빌려 만든 레플리카이기에 오리지널만 한 성능을 자랑하지는 못했다.

내구성도 훨씬 떨어질뿐더러 한 번 만들어놓으면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 또한 며칠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구성과 존재 유지 기간을 제외한다면 신기의 모든 능력을 일부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도명조는 퀴네에를 손에 든 채 웃음을 흘렸다.

“설명이 되었나?”

도명조의 의견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의견임을 확인한 푸르바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며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 나는 또 이동 셔틀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친구. 바다를 통해서 이동하는 건 너무 오래 걸려. 그렇다고 비행 능력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네 능력이 적격인 걸 어떻게 하겠나.”

“그 잘난 권능으로 공간 이동하는 신기도 한번 만들어보지 그래.”

푸르바의 짜증에 도명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공간 이동에 관한 신기는 없는데?”

“…짜증나는군.”

푸르바는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거칠게 마른세수했다.

“…그 신기는 몇 개나 만들어놨지?”

“지금은 30개 정도 있다. 앞으로 더 만들면… 하루에 50개 정도 만들어낼 수 있어.”

“하루에 200개씩 만들어놔라.”

푸르바의 말에 도명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신기가 애들 장난감 만드는 줄 아는 거냐?”

“그래봤자 레플리카 아닌가.”

“레플리카여도 신기라고!”

“시끄러워. 내구성을 버리면 되지 않나.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내가 덜 이동할 수 있게 해라. 잠까지 줄이면 하루에 300개는 되겠군.”

“이런 미친 놈이……!”

“지난번에 나한테 두 번 빚진 것으로 하기로 했지. 그중 하나를 쓰지. 하루에 400개씩 만들어.”

자꾸만 늘어나는 푸르바의 요구에 도명조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왜 자꾸 늘어! 이 새끼야!”

“그냥 두 번 다 써서 하루 500개씩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400개로 하지.”

도명조가 입을 다물었다.

무력으로도, 명분으로도 밀리는 도명조가 푸르바에게 대적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

푸르바는 그제야 입을 다문 도명조를 잠시 노려보다가,

탁!

도명조의 손에서 아공간 주머니와 퀴네에를 채갔다.

그리고는 휙 몸을 돌려 주점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일단 조직원 30명 정도를 북한으로 데려가지. 압록강 부근 아무 데나 떨굴 테니까 네놈 길드원들 시켜서 데려가.”

“어… 이대로 간다고?”

도명조의 물음에 푸르바가 또 무슨 볼일이 있냐는 듯 잔뜩 표정을 찌푸린 채로 고개를 돌렸다.

“또 뭐? 내가 또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나?”

“…아니, 이야기는 없다만…….”

도명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 좀 북한에 데려다주면 안 되냐, 친구야?”

“…네놈이 지금 당장 뒈지고 싶구나.”

스르릉 ―

푸르바가 지금 당장이라도 도명조의 목을 베어낼 듯한 기세로 스퀴테를 자연스레 꺼내 들었다.

“…미안하다. 혼자 알아서 가지.”

“죽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라. 깔끔하게 오체분시해서 전 세계에 묻어주마.”

훅……!

듣기만 해도 섬뜩한 말을 남긴 채 신형을 감추는 푸르바.

어쩌다 보니 다시 주점에 홀로 남은 도명조는,

털썩 ―

다리에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나름 S급 헌터이자 방주로서 프라이드가 높았던 도명조.

최근 겪은 연이은 수모에,

바사삭……!

그의 자존심은 어느새 산산이 갈려나가고 있었다.

* * *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이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음지로 숨어들던 노아즈 아크의 조직원들이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감각 레이더에 아무것도 안 잡혀요……!”

“…냄새가 끊겼습니다.”

“트레이스(Trace)를 사용해도 끊기네요. 마치 증발한 것처럼…….”

탐지 관련 고유능력자들까지 동원하여 노아즈 아크 조직원들을 쫓던 각국의 협회는 놈들을 눈앞에서 허무하게 놓쳐버려 허탈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젠장… 다 잡았었는데……!”

“이제 놈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겁니까?”

각국 헌터 협회장들은 결국 전 세계 헌터 협회들과 검증을 받지 않고 사라진 헌터들의 리스트를 공유하며 공동 수배를 하기에 이르렀다.

검증 미실시자이자 노아즈 아크 의심 헌터.

총 4만 2천여 명에 이르는 수많은 헌터들의 이름이 각국 헌터 협회 홈페이지 내 수배 명단에 기재된 것이다.

그리고 그 4만 2천여 명에 이르는 노아즈 아크 의심자들은,

콰아아아앙!

북한의 전생체들을 상대로 전투… 아니,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크아아악!”

꽤 많은 북한의 생존자들이, 전 세계에서 푸르바에 의해 옮겨진 노아즈 아크 잔당들에 의해 목숨이 끊어졌다.

수십 년간이나 몬스터들을 피해 숨어 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한 죽음.

“크하하하하핫! 이 멸망의 땅을 부활의 땅으로 만들어보자!”

“와아아아아아!”

잔당들을 이끌며 북한의 전생체들을 모조리 정리하는 도명조는 연신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려댔고,

“꺄하하하하하!”

콰과광!

그의 연인 이화연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실로 오랜만에 그 광기를 마음껏 발산하며 학살을 즐겼다.

“…….”

그런 두 사람을 포함한 노아즈 아크의 잔당들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던 푸르바.

“쯧.”

홱 ―

같이 있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전생체의 본거지로 돌아가버렸다.

“노아즈 아크! 우리는 이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나서기 싫어하는 푸르바가 빠지고, 노아즈 아크의 잔당 전체를 이끄는 실질적인 수장이 된 도명조가 금강산 꼭대기에 올라 동해 너머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외쳤다.

“노아신께서 돌아오는 그날까지! 우리는 여명이 되어 이 땅을 정복할 것이다!”

세상의 눈을 피해 노아즈 아크의 잔당들이 모여 형성한 거대한 세력.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 유일의 거대 전생체, 방주의 부활을 꿈꾸는 ‘여명(黎明)’이 탄생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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