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94화 (194/300)

194화. 한국이 승승장구함 (3)

3개월이 흘러 10월이 되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세계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겪어나갔다.

일단 3개월간 전 세계 마력감염증 사망자 수는 단 5명.

그들은 그저 불운하게도 제때에 발견되지 못했을 뿐이었기에 사실상 사망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3개월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나라를 꼽아보자면 단 두 국가를 꼽을 수 있었는데, 그 두 국가는 바로 한국과 중국이었다.

우선 중국은 한국에게 전쟁에서 대패한 이후 대량의 헌터를 잃었다.

게다가 시창 주석의 멍청한 결단으로 인해 내전까지 일어나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기는커녕 기존의 정부가 붕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과의 전쟁에 이어 과열된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헌터들이 사망한 데다가 그 이상의 시민들까지 목숨을 잃고 만 중국.

하지만 그 희생을 통해서 결국 결실을 맺게 되었다.

끝끝내 민주화를 이루고 만 것이다.

22세기가 거의 다 되어 대량의 피를 쏟아내고서야 마침내 완전한 민주화를 이루어낸 중국.

그러나 중국은 내전의 폐해로 인해 드넓은 국토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던전들을 감당해야 할 헌터들의 인력을 대부분 잃고 말았다.

몇 개월 동안이나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헌터들의 싸움의 여파로 국토마저 초토화된 상황.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데다가 세계 헌터계를 좌지우지하는 ‘리바이브’의 유일 생산국이자 독점국인 한국에 시비를 걸었다가 패전한 전적도 있었던 터라 한국의 자비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

결국 중국은 살아남기 위해 한국에게 먼저 고개를 조아렸다.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마력 면역자로서 새로운 중국의 지도자이자, 주석이 아닌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된 진융이 직접 한국까지 찾아와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것도 무려 한국 정부가 아닌 한국 헌터 협회에 말이다.

동석은 사람들에게 헌터 협회가 정부 위에 있다는 이미지를 최대한 만들지 않기 위해 협회를 찾아와 고개를 숙이는 진융을 돌려보냈다.

“왜 정부가 아닌 협회로 찾아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부를 찾아가세요.”

하지만 중국 대통령에게 축객령을 내린 협회장의 소식은 오히려 더욱더 큰 가십거리가 되었다.

ㄴ 한국 헌터 협회장이 중국 대통령을 까다니ㅋㅋㅋㅋㅋㄴ 중국에 대통령이 생긴 것보다 더 놀랍네 진짴ㅋㅋㅋㄴ 미친… 대박이네. 한국 언제 이렇게 컸냐?

ㄴ 가슴이 웅장해진다ㅏㅏㅏ!!!

ㄴ 사실 한국 정부는 헌터 협회가 맞지. 인정? 정부가 한 게 뭐 있누.

ㄴ 그건 맞다. 제느님이 다했지.

ㄴ 그놈의 제느님 제느님… 질리지도 않냐? 나는 안 질린다.

ㄴ 엌ㅋㅋㅋㅋㅋ 변화구 무엇ㅋㅋㅋㅋㅋ

ㄴ 아씨 웃었엌ㅋㅋㅋㅋㅋ

동석이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여 진융을 돌려보내긴 했지만, 사실 진융은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았다.

다른 국정이라면 몰라도 최소한 헌터계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헌터 협회의 전 세계적인 권한이 막강했기 때문.

한국 정부 또한 던전이나 헌터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헌터 협회가 하는 일에 일말의 터치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한국 정부야 한국 헌터 협회의 세계적인 입지 상승과 그로 인한 부산물 덕에 국력이 상승하면서 그 위치가 함께 딸려서 올라간 것일 뿐이니까.

애초에 사실상 전 세계가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아닌 한국 헌터 협회, 더 엄밀히 말해서 코드 제로였다.

결국 한 번 축객령을 당한 진융은 다시 협회를 찾아와 남몰래 협회장실에서 동석과 허준석 회장 그리고 태운을 만나야 했다.

“중국을 도와주십시오.”

“…도와달라고 하셨습니까?”

그러나 진융을 향한 태운의 시선은 한없이 싸늘했다.

“중국은 아직 패전국으로서 한국에게 전쟁에 대한 배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뿐입니까? 한국을 협박하고 전쟁을 일으킨 일들에 대한 사과도 일절 하지 않았지요. 당신네같이 후안무치한 나라를 한국이, 그리고 우리가 도와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중국 국민들은 죄가 없습니다. 코드 제로 님.”

“끝까지 사과는 안 하시는군요?”

“단순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님을 알고 있으니까요. 입이 열 개… 아니, 백 개 천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

태운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진융을 바라보았다.

진융의 표정은 침착했다.

감정에 호소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자비를 호소하면서 명백한 거래를 하러 온 것이었다.

자비를 베풀어달라 말하는 이유는 거래를 조금이라도 중국 쪽으로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서일 터.

피식 ―

태운은 그런 진융의 태도가 너무나도 어이없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애초에 중국이 한국에게 시비를 걸고 전쟁을 일으킨 것은 시창과 왕룽의 작품.

진융은 할 말이 없다면서도 명확한 사과는 하지 않았고 명백하게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몰라도 거의 독재 체제나 다름없었던 정부였기에 태운은 그런 진융의 태도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시창의 목을 원하신다면 드리겠습니다.”

“시창이 죽었습니까?”

“내전 막바지에 기존 정부 편을 들던 헌터들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듣기론 상황이 수세에 몰리자 갑질을 했다더군요.”

“머저리다운 죽음이군요. 목은 필요 없습니다. 그런 돼지 새끼 목, 받아 봐야 뭐에 쓰겠습니까.”

그러면서 태운은 더 흥미가 없다는 듯 뒤로 몸을 뺐다.

태운이 뒤로 빠지자, 진융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동석을 바라보았다.

“중국이 한국 헌터 협회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딱 2가지입니다.”

“…무엇입니까.”

슬쩍 ―

진융은 살짝 태운의 눈치를 살피며 본론을 꺼내 들었다.

* * *

“중국에서 발생하는 던전을 감당하기에는 중국의 헌터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한국과의 전쟁과 뒤이어 벌어진 내전으로 인해 너무 많은 헌터들이 죽었어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진융이 한 번 숨을 골랐다.

“베이징을 기준으로 세로로 선을 그었을 때, 그 기준선 동쪽의 던전들을 한국 헌터들이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대신 그 던전들의 부산물의 7할을 한국에게 넘겨드리겠습니다.”

“……!”

동석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던전은 커다란 위험을 잠재한 재앙이기도 했지만 또 하나의 보물 창고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한 나라는 자신의 국토 안에 나타난 던전에 대한 모든 이득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한 던전에서 발생하는 이득이 막대하기에 국경에 걸쳐서 생성될 경우 국가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할 정도로 던전과 그 부산물에 대한 소유권 다툼은 상당히 예민한 문제였다.

게다가 베이징을 기준으로 동쪽의 모든 던전.

베이징 자체가 중국 본토 중에서도 동쪽으로 어느 정도 치우쳐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남한의 수십 배는 되는 넓이였다.

아마 그 넓이의 땅에서 발생하는 던전의 수도 어마어마하리라.

그러나 아무리 헌터 최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이라지만 그건 코드 제로와 코드 원의 존재 덕분일 뿐, 절대적인 고위 헌터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었기에 한국으로서도 들어주기 힘든 요구였다.

“그리고 두 번째.”

한국 측의 세 사람이 무언가 말을 꺼내기도 전, 진융이 먼저 자신의 할 말을 이어나갔다.

“중국에도 리바이브 판매를 해주십시오. 한국 헌터 협회가 기존에 내걸었던 요구를 모두 수용할 테니까요.”

“…….”

허 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진융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

‘…미친 건가?’

대체 누가 이런 요구를 수용하겠는가?

그것도 패전국이 승전국에게 요구할 내용이 결코 아닌 것을 말이다.

당연한 소리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섞어가며 말을 내뱉는 진융.

허 회장은 기가 차고 화도 났지만,

“…….”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가만히 동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동석은,

“죄송합니다.”

그런 진융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정중히 거절했다.

“솔직히 한국은 그렇게 많은 던전을 추가로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던전 만으로도 헌터들이 지금도 바쁘게 레이드를 돌고 있는데, 한국 국토의 수십 배나 되는 땅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던전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습니까?”

“……!”

진융의 두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리바이브 문제는… 글쎄요. 저보다는 이 친구와 허 회장님께 말씀드려야 할 겁니다.”

스윽 ―

조금은 불안해진 표정으로 태운을 바라보는 진융.

그런 진융에게,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태운은 자비 없이 팩트로 때리기 시작했다.

* * *

과도하게 비굴하지 않은 태도는 그저 그럴 수 있다며, 그동안의 중국의 체제적 특수성을 이해하여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했던 태운.

하지만 그 태도가 비굴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뻔뻔한 것이었음을 조금 뒤늦게 깨달은 태운은 잔뜩 열받아 있는 상태였다.

“베이징 동쪽 던전들을 우리에게 맡긴다고 해놓고, 그 부산물 중 7할만 준다는 건 무슨 개소리냐?”

그의 말이 어느새 짧아져 있었다.

“요구를 수용할 테니까 리바이브를 판매해달라고? 우리가 왜? 아니 요구를 수용. 할. 테. 니. 까. 리바이브를 판매해? 그쪽이 요구를 수용해주는 쪽인가 보지? 아직도 너희가 갑인 것 같아?”

쿠웅 ―

태운이 거칠게 발을 굴렀다.

움찔.

태운의 거센 발 구름에 진융이 어깨를 살짝 떨었다.

“그, 그럼 어떤…….”

“우리가 먼저 역으로 제시해주지.”

단번에 기세를 휘어잡은 태운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첫째, 앞으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S급 이상의 측정 불능 던전은 한국의 소유로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발생하는 A급 던전들에 대한 권리 또한 한국이 우선으로 가진다. 당연히 이에 따른 부산물들은 모두 한국 소유지.”

“뭐, 뭐라고요……?”

태운은 진융의 반응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둘째, 리바이브 판매를 원한다면 이를 위한 조건은 당연히 모두 수용해라. 그리고 또 중국에 판매하는 리바이브의 가격은 다른 국가의 2배다.”

“마, 말도 안 되는……!”

진융이 발끈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싫으면 마. 우린 아쉬운 거 없어.”

“……!”

태운은 그에게 타협의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중국을 구하기 위해, 진융은 그 자리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고맙지? 배상 문제는 이걸로 퉁 쳐줄게. 사실상 우리는 딱히 이렇다 할 큰 피해도 없긴 했으니까.”

으드득 ― !

배짱 장사 한번 해보려 했다가 역으로 불공정 계약을 맺고 이를 갈며 물러나게 된 진융이 고요하고도 매서운 눈으로 이죽거리는 태운을 노려보았다.

“감…사합니다……!”

“눈깔 똑바로 안 떠?”

퍼억!

“으윽!”

자신을 노려보는 진융의 뒤통수를 무자비하게 후려치는 태운.

한 나라의 대통령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 태운의 거친 행동에,

‘돌겠네.’

동석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 * *

어쨌든 그렇게 중국 내 대부분의 고위 던전에 대한 이권을 가져온 데다가 리바이브마저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한국.

그로 인한 막대한 수익을 태운이 사회 전반적으로 골고루 흘려주고, 매주 10명에서 20명 사이의 각성자도 안정적으로 탄생하니 전반적인 한국의 성장은 그야말로 로켓 엔진이라도 단 듯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으아아아아아!!!”

그 국력 상승의 1등 공신인 협회는 일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전 세계 헌터 협회를 통해 한국의 헌터법을 차용시키고, 전 세계 헌터들의 데이터를 살피며 각국 헌터 협회와 경찰과 협조해 대대적인 정밀 수사에 돌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인 입지와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발에 불이 나게 뛰어야 하는 법.

과거 세계 최강국이었던 미국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에 기웃거렸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행히 국내 상황이 대체로 거의 완전한 평화와 안정을 이루었기에, 헌터 협회의 코스모스는 물론 알파조까지 매일매일 외국을 오가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남은 협회 직원들은 더 부족해진 인력으로 인해 국내 전체와 해외 일부를 커버하며 숨 가쁜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그나마 완전한 협회 편으로 돌아선 3대 길드가 적극적으로 협회를 도와주었기에 최소한 한국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기동력이나 실력이 가장 좋은 태운과 강천이 코드 제로와 코드 원으로서 전 세계에 위명과 악명을 동시에 떨치기에는 매우 충분했던 3개월.

3개월간의 지옥같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전 세계적으로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갈 때 즈음,

“…진짜로?”

한국에서 새로운 코스모스가 탄생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