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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96화 (196/300)

196화. 호랑이는 외로움 (2)

뚝… 뚝…….

어느새 완전한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태성.

그의 전신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다.

단순히 적들의 외형에 호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해치기가 어렵다는 심리적인 제약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하아…….”

태성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치이이이… 치이이이이……!

태성의 몸 이곳저곳에서 자가회복이 진행되며 여기저기 갈라지고 찢어졌던 상처들이 봉합되기 시작했다.

“끼로로로로……?”

이쯤 되니 저마다 한두 자루씩 단검을 들고 있던 긴팔 여전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의 주거지까지 침입한 적이 정작 침입한 이후에 공격은 하지 않고 그녀들의 공격을 받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끼로로로… 끼로로로……!”

태성을 포위한 여전사 중 몇몇이 무언가를 상의하듯 서로를 쳐다보며 속삭였다.

“끼로로로로!(이 녀석, 이상해!)”

“끼로로로! 끼로로로?(그러니까! 왜 반격을 안 하지?)”

“끼로로! 끼로로로!(강한 녀석이야!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어!)”

“끼로! 끼로로로로로!(맞아! 방심하면 안 돼!)”

“끼로로로로! 끼로로로로!(다 필요 없어! 죽이면 그만이야!)”

스스스슥 ―

태성을 포위했던 포위망이 조금 넓혀지고,

끼기기기기긱……!

어딘가 다른 나무에서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성과 근거리에서 싸우는 다른 동료가 휘말려 다치는 걸 막기 위해 활을 들지 않고 단검으로 싸우던 여전사들이 그가 전의를 상실했음을 깨닫고 거리를 벌리며 특기인 활로 마무리하려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후우… 후우…….”

쫑긋 ―

한편 태성은 거칠게 호흡하며 회복하는 와중에도 예민한 감각으로 그 모든 소리와 움직임을 잡아내고 있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덜덜덜……!

태성은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살피다 덜덜 떨리는 양손을 펼쳐 내려다보았다.

직접 붙어봤기에 이젠 알 수 있었다.

이 던전은 계륵과도 같은 던전이라는 것을.

난이도가 A급 최상위에 달하는 던전이긴 했지만 정작 몬스터 각각의 전투능력에는 상황별 편차가 컸던 것이다.

‘긴팔 여전사들을 상대하기가 힘든 이유는 매서운 원거리 공격과 독 그리고 뛰어난 조직력이다. 개별 전투력, 특히 근접 전투력은 매우 떨어져.’

수많은 여전사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회피와 방어만을 해왔던 태성이 여태껏 무사한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다른 A급 최상위 던전이었다면 진작에 10번은 더 죽고도 남았을 상황.

그러나 태성은 그 시간 동안 자가회복으로 겨우 2천 정도의 마력 수치를 잃은 것이 다였다.

물론 그 수치도 상당한 손실이었지만,

‘약하다.’

던전 등급을 생각하면 거의 손실이 없는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예민한 감각과 뛰어난 근접 박투 실력, 민첩한 접근 능력을 지닌 태성이 상성상 우위일 수밖에 없는 던전이었던 것이다.

‘안배를 해두신 건가?’

피이잉 ―

비틀.

현기증이 일었다.

아무리 자가회복을 했더라도 잠깐이지만 혈액이 부족할 정도로 피가 흘렀던 탓이었다.

“허억… 허억…….”

쿵… 쿵… 쿵 ―

태성은 몸속의 피가 마구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쿵 ― 쿵 ― 쿵!

동시에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빨라졌다.

쿵! 쿵! 쿵!

으드득 ― !

태성은 감각이 확장되어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고양감이었다.

‘이랬던 적이 있었나?’

그래, 따지고 보면 이렇게까지 수세에 몰리며 피투성이가 된 적은 없었다.

부상을 입더라도 언제나 동료인 기성과 인하가 있었고, 최근 들어서는 더욱 늘어난 동료들이 있었으니까.

작은 부상 따위, 동료들이 적을 상대하는 동안 회복하면 그만이었다.

쿵쿵쿵쿵쿵쿵!

어느새 박동 소리 한 번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진 태성의 심장 소리가 그의 고막을 가득 메웠다.

태성의 몸속에 잠재되어 있던 범의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동물형 능력자의 2차 각성 내용인 동물의 감각.

여태껏 태성이 사용해왔던 감각은 호랑이의 예리한 오감과 뛰어난 공간지각능력 그리고 균형감각과 반사신경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감각들은,

꾸드드드드득!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위치한 산중대왕의 ‘사냥본능’을 보조하기 위한 보조 감각들에 불과했다.

호랑이.

산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하고 고고한 동물.

범은 무리를 이루지 않는다.

그저 홀로 고고히 존재하며 홀로 사냥할 뿐.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잡지 못할 생물 따위는 없으리라.

후욱 ―

바람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콰드드득!

“끼아아아아아악!”

고막을 찢을 듯한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숲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 *

“끼로로로… 끼루루루루루!”

“끼루루루! 끼루루루루루루!”

동료 여전사 하나가 당하자 긴팔 여전사들이 크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여전사를 죽인 흉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황.

“끼로로로? 끼로로로!”

“끼루루루루! 끼루루루루!”

동료들이 모여 있는 주거지의 바깥쪽에서 활시위를 당기며 침입자를 겨냥하고 있던 여전사들이 당황하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피잇 ― !

어느새 붉은 안광을 흘리며 한 여전사의 뒤를 점한 태성이 앞발로 단숨에 여전사의 경동맥을 후렸다.

뚜둑 ― !

단번에 목이 꺾여버린 여전사가 힘없이 바닥으로 허물어지고,

“끼루루루루!”

근처에 있던 여전사들이 뒤늦게 태성을 발견하고 단검을 휘둘러댔다.

슈슈슉 ― !

물 흐르듯 모든 단검을 피해내는 태성.

마치 양 떼 무리에 뛰어든 한 마리의 늑대, 아니 맹호처럼 학살극을 벌이는 그였다.

콰드드득!

그를 망설이게 하던 심리적인 제약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 듯 이젠 본인의 피가 아닌 여전사들의 피로 온몸을 적시고 있는 태성.

“크르르르릉……!”

“끼로로로로! 끼아아아아악!”

천둥 같은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바람과도 같은 속도로 동료들을 학살하는 태성의 모습에, 아직 살아 있는 여전사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원래 전투는 기세 싸움이다.

지금껏 숫자와 조직력, 다양한 무기로 사냥감과 적들을 압도해왔던 여전사들은 이제 태성의 광기와 무자비함 그리고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완전히 기세가 밀려 있었다.

“끼로로로! 끼로로로!”

긴팔원숭이보다도 더 긴 팔을 가진 긴팔 여전사들이 나무를 타고 숲속 깊은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르르릉… 내가 놓칠 것 같아?”

[마력이 13 올랐습니다.]

[마력이 11 올랐습니다.]

[마력이 12 올랐습니다.]

[마력이 10 올랐습니다.]

[마력이 14 올랐습니다.]

…….

눈앞에 떠오르는 마력 수치 상승창을 치워내며 그들을 쫓기 시작하는 태성.

그러나 혈향에 눈이 먼 태성은 그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연애와 동시에 그의 염원이었던 목표가,

[마력이 9 올랐습니다.]

어느새 바로 코앞에까지 다가와 있음을.

* * *

“끼로로로로! 끼로로로로!”

슈슉 ― ! 슈욱 ― !

긴 팔로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는 여전사들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굳이 속도를 비교하자면 평범한 오토바이가 전력 질주를 하는 수준 정도.

하지만 그녀들을 쫓는 태성의 속도는,

후욱 ― !

텅 빈 고속도로에서 스피드를 즐기는 슈퍼카, 그 이상이었다.

콰드드득! 콰득!

파르르 ―

나무를 타며 깊은 숲속으로 도망치는 긴팔 여전사들의 전신이 미세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등 뒤의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공포에 질린 나머지,

미끌.

“끼로로로로!”

나무를 타다 미끄러져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동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콰득!

순식간에 강하한 반인반호의 침입자에 의해 목이 부러졌다.

“끼로로로로!”

“끼로로로로!”

공포에 질린 여전사들이 깊은 숲속을 향하여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이르는 것처럼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듯한 여전사들의 울음소리.

그렇게 숲속 전체로 여전사들의 애탄 울부짖음이 울려 퍼져나간 그때,

후우우웅 ― !

“……!”

혈향에 취한 태성마저도 오싹함을 느낄 정도로 강력한 기파가 저 깊은 숲속 안쪽에서 뿜어져 나왔다.

“끼로로로로! 끼로로로로!”

“끼루루루루루루!”

그 기파를 느낀 여전사들이 모두 도주를 멈추고 환호하듯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런 여전사들의 반응에,

‘보스……!’

태성은 본능적으로 방금 전의 기파가 이 던전의 보스, 여전사들의 여왕의 기운임을 알아차렸다.

“…쳇!”

태성이 재빨리 움직였다.

보스가 나타나기 전에 한 녀석이라도 더 많이 죽여놓는 것이 더 유리할 테니까.

파바밧 ― !

여전히 범의 사냥본능을 유지하고 있는 태성의 신형이 환호하고 있는 여전사들에게 바람처럼 접근했다.

콰드득! 콰드득!

순식간에 두어 마리의 목을 추가로 꺾은 태성.

그가 세 마리째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몸을 날리자, 어딘가를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던 여전사가 동료들을 죽이고 달려드는 태성을 발견하고는 몸을 벌벌 떨며 단검을 휘둘렀다.

슈욱 ― !

뚜두둑 ― !

단검을 잡고 휘두르는 여전사의 단검을 쳐내는 건 물론이고 가볍게 팔목까지 꺾어버린 태성.

“끼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여전사의 목을 꺾기 위해 태성이 손을 내뻗는 순간,

쐐애애애애애액 ― !

태성과 여전사 사이로 하나의 거대한 기둥 같은 것이 날아들었다.

“……!”

파밧!

갑자기 날아든 무언가에 놀란 태성이 다 잡았던 여전사에게서 떨어져 뒤로 물러났다.

콰과과과과과과광!

일직선상에 놓인 나무 수십 그루를 부러뜨리며 계속해서 나아가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그렇게 태성을 지나치고도 수많은 나무들을 부러뜨리며 더 나아가길 수 초.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한 거암에 틀어박힌 무언가가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쿠우우우우우……!

거대한 바위마저도 반쯤 부서지고 짙게 일어난 뿌연 먼지가 내려앉으며 드러나는 거대한 기둥의 정체.

‘…미친.’

안력을 강화해 그 기둥의 정체를 확인한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웬만한 나무 크기만 한 거대한 기둥 형태의 물체.

그건 바로 커다랗게 제작된 하나의 화살이었으니까.

‘저렇게 큰 화살을 날린다고?’

주륵 ―

태성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화살이 저 정도 크기라면 대체 활은 어느 정도 크기란 말인가?

그리고 활이 그렇게나 거대하다면…….

‘보스는 대체 얼마나 큰 거야!’

우우우웅 ― !

깊은 숲속에서 거대한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구로로로로로……!”

여성형, 그것도 인간 여성형 몬스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굵고 낮으며 중후한 울음소리.

쿠웅 ― !

우두두둑……!

놈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 두어 그루가 부러지고 있었다.

스스스스스스 ―

저 멀리 풀숲을 헤치듯 나무를 헤치고 걸어오고 있는 거인 하나.

“와… 이건 아니지.”

태성의 사냥본능이 단숨에 사그라들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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