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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97화 (197/300)

197화. 호랑이는 외로움 (3)

거인.

거인이라 함은 대체 무엇일까?

어느 정도 크기부터 거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2m? 3m?

일반인들의 기준에서는 2m만 되어도 거인처럼 보일 것이며, 3m부터는 이미 사람의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볼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높이도 거인이라 부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래.

고오오오오……!

눈앞의 저 존재를 보고 난 이후라면 말이다.

뿌지지직……!

쿠웅!

놈의 어깨에 부딪힌 나무 하나가 힘없이 부러져 쓰러졌다.

“…….”

아무 말 없이 태성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이 던전의 보스.

말이 응시하는 것이지, 아마 놈의 입장에서 태성 따위는 작디작은 강아지… 아니, 쥐새끼 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작게 여겨질 것이었다.

작고 하찮은 존재를 바라보듯 가만히 태성을 응시하는 보스.

그나마 나무 위에 올라와 있어서 망정이지, 바닥에 있었다면 진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쥐새끼 꼴이 되어버릴 뻔했다.

물론 지금의 상황조차 나무를 타는 다람쥐 꼴인 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으드득……!

순간 놈의 입에서 지면이 갈리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이 가는 소리가 태성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거… A급 최상위라더니 보스만큼은 확실한 S급처럼 보이는데……?’

쿠구궁!

긴팔 여전사, 아마조네스의 여왕이 자신의 키만큼이나 커다란 대궁을 넘어선 태궁을 재차 장전했다.

끼기기긱!

여왕의 등장과 함께 공포에서 벗어난 여전사 생존자들도 저마다 나무 위에서 태성을 노리고 대궁을 장전하고 있었다.

‘…이건 못 피해.’

주륵 ―

아마 첫 공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공격을 피해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순간,

‘진짜 벌집이 되어버리겠군.’

허공에서 움직일 수 없는 태성을 수많은 강시들이 꿰뚫어버릴 터.

“씨X… 연애 타령하다가 뒈지게 생겼네…….”

태성의 중얼거림이 끝나는 동시에,

터어어어엉 ― !

쐐애애애애애애액 ― !

태성보다도 커다란 화살이 여왕의 태궁을 떠나 태성이 위치한 나무로 날아들었다.

반면 여전히 활시위를 놓지 않은 채 태성을 노리고 있는 다른 여전사들.

분명 태성이 뛰어오르는 순간 쏠 것이 분명했다.

“젠장!”

태성은 앞으로 벌어질 일련의 과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무 위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저 화살에 직격당한다면 벌집이 아니라 즉사는 물론이고 신원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몸뚱이가 지워져버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타앗 ― !

태성이 잔뜩 긴장한 채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쐐애애애애애액 ― !

여왕의 화살이 나무에 부딪히기 전에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내는 태성.

아니나 다를까,

콰과과과과과과광!

여왕의 화살은 방금 전과 비슷하게 태성이 자리하고 있던 나무를 통째로 갈아버리며 그 나무의 뒤에 있던 나무들까지 쭉 밀고 지나갔다.

쿠우우우우웅……!

멀리서 들려오는 여왕의 화살이 무언가에 박혀 멈추는 소리.

하지만 태성은 그 소리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끼기기기긱……!

쐐애애애애액 ― !

쐐애애애애액 ― !

일반 긴팔 여전사들의 화살이 순식간에 공간을 모두 장악하며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지면을 가볍게 헤집는 초강시들이 태성의 시야를 가득히 채웠다.

“씨X.”

태성이 공중에 뜬 채 욕설을 내뱉는 순간,

콰과과과과과과곽!

수많은 화살들이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 * *

쿠웅 ― !

태성이 땅에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태성의 눈앞이 깜깜해져 있었다.

아니, 깜깜하면서도 약간 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

누군가 자신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으그그극! 겁나 빡세네 이거……!”

중후하면서도 털털한 중년인의 목소리가 태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짜식아! 맞은 데 없지?”

“서, 선배님?”

태성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철민의 품에서 떨어졌다.

태성이 자신을 밀어내며 떨어지자 철민은 은빛 갑옷을 살짝 털어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까지 소스라치게 싫어하면서 떨어질 필요는 없지 않냐. 나도 남자 안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인마!”

“아, 아니 선배님이 대체 언제 여길… 아니, 그것보다 괜찮으십니까?”

태성의 물음에 동석은 등이 아픈지 등 부분을 어루만지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괜찮아, 인마. 내 능력 몰라? 나 이철민이야, 이철민.”

철민의 고유 능력, ‘경화(硬化)’.

기성의 강철을 뛰어넘고 박대상의 다이아몬드의 아성까지 위협하는 굳건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여전사들의 화살의 위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쓰읍! 생각보다 센데? 등짝이 얼얼해. 맨몸으로 마누라한테 맞은 느낌인걸.”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다 보니 자신의 미래를 예언한 철민이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태성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번뇌는 좀 사그라들었냐?”

“…네.”

태성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뭐가 감사한데?”

“저를 위해서 이렇게 딱 맞는 던전을 구해주신 거잖아요. 정체되어 있던 저를 성장시켜주시려고.”

철민은 뭔 소리를 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어… 연애 생각할 시간에 일단 헌터로서 더 성장하라고 여기 끌고 오신 거 아니었어요?”

“…아니, 난 그냥 네가 계속 여자 찾길래… 여자한테 정떨어지게 해주려고 끌고 온 건데.”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쿠구궁……!

끼기기기기긱……!

그 적막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여왕과 여전사들의 활시위 소리.

쐐애애애애애애액 ― !

쐐애애애애애애액 ― !

파밧 ― !

태성은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내며 철민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내가! 무조건 복수할 거야, 당신!”

“뭐? 당신? 이 새끼가 생각해줘도 지X이야!”

콰과과과과과과광!

콰아앙!

콰아앙!

모든 걸 파괴하는 거대한 화살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땅거죽마저 뒤집을 정도로 강력한 화살들이 두 사람이 있던 자리를 순식간에 초토화시켰다.

“그래서! 일단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합니까!”

“저 보스 잡을 거냐고!”

철민의 외침에 태성은 몸을 이리저리 놀리며 저 멀리 서 있는 보스를 바라보았다.

쿠구궁……!

또다시 화살을 장전하고 있는 여왕.

그녀의 뒤에서는,

질질질…….

깊은 숲속에서 여왕을 보좌하던 여전사들이 2인 1조가 되어 계속해서 화살들을 옮겨오고 있었다.

‘남은 화살은 벌써 하나인가? 부하들이 화살을 가져오는 속도가 여왕이 화살을 쏘는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있어.’

태성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여왕은 강력하지만 느렸다.

반면 여전사들은 여왕에 비해 약하지만 빨랐다.

‘방어력이 얼마나 뛰어날지는 모르겠다만…….’

아마 여왕의 주변을 지키고 있는 여전사들만 처리하면 호위들을 잃은 여왕을 처리하는 건 꽤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태성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언제까지 A급 최상위에 머무를 거냐!’

태성은 이를 꽉 깨물었다.

알파조 최고참 이태성.

신입으로 들어왔던 강천이 순식간에 자신을 뛰어넘어 코스모스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약간이지만 부러웠던 그였다.

‘나도… 나도 올라간다!’

화르륵 ― !

결단을 내린 태성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당연히 잡아야죠! 그래야 선배 볼기짝을 후려칠 수 있을 거 아닙니까!”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철민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키이이이잉 ― !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하는 철민.

언제든지 전력으로 강화할 수 있는 마력을 모은 철민이 태성에게 눈짓했다.

“어그로만 좀 끌어주면 나머지는 처리 가능하지?”

“…괜찮겠습니까?”

“짜식아! 나 무적방패 이철민이야! 빨리 조지고 와!”

끄덕 ―

꾸드드득 ― !

어느새 사냥 본능의 스위치를 자유자재로 켜고 끌 수 있게 된 태성의 눈이 다시 산군의 눈동자로 화했다.

파앗 ― !

순식간에 다시 나무 위를 오르기 시작하는 태성.

여전사들을 비롯한 여왕이 그를 조준하려 했으나,

후우우웅 ― !

철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굉장한 투기가 순식간에 숲속에 존재하던 아마조네스 부족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이 팔 긴 년들아! 어딜 보고 있냐?”

성공적으로 어그로를 끈 철민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던전 입구 부근에서 잡은 정찰병의 머리통을 꺼내 흔들었다.

“구로로로로로로로!”

“끼로로로로! 끼로로로로!”

동료의 시체를 흔드는 철민의 행동에 분노한 여왕과 대부분의 여전사들이 철민을 조준했다.

쿠구궁……!

끼기기기긱……!

쐐애애애애애애액 ― !

곧장 쏘아지는 화살들.

“후우우우웁!”

잔뜩 숨을 들이마신 철민이 은빛 갑옷에 부여강화를 시전함과 동시에 몸을 경화시켰다.

꾸드드드득……!

터더더더더더더덩!

여전사들의 화살이 철민의 은빛 갑옷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지만,

쐐애애애애애액 ― !

꽈아아아아아아아앙!

모든 걸 파괴하는 거대한 여왕의 화살이 철민의 상체를 직격했다.

우직! 우지지직!

다이아몬드 등 단단한 물질들이 다수 포함된 갑옷에 전력으로 부여강화를 시전했음에도 순식간에 우그러지는 철민의 갑옷.

“커헉……!”

갑옷이 우그러지는 것과는 별개로, 여왕의 화살이 가진 운동량을 버텨내지 못한 철민의 신형이 저 멀리 밀려 날아가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철민을 화살촉 끝에 매단 채 끝없이 나아가는 여왕의 화살.

철민과 거대한 화살이 수십 그루의 나무를 분쇄하며 숲을 일직선으로 초토화시켰다.

콰르르르릉!

숲 한쪽에 있던 작은 절벽에 부딪히며 겨우 날아가는 걸 멈출 수 있게 된 철민.

“쿨럭… 쿨럭……!”

다행히 전심전력을 다한 경화 덕에 직접적인 외상은 면할 수 있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충격량 때문에 꽤 큰 내상을 입은 철민이 무너지는 절벽 아래에서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씨X… 한 번이 한계인가……!”

너무 멀리 날아왔다.

어찌나 멀리 날아왔는지 전속력으로 달려도 족히 1~2분은 걸릴 듯했다.

어그로를 장담했음에도 단번에 현장에서 밀려나버린 철민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아직 뒷선으로 밀려나긴 이르다고!”

콰앙!

다시 혼자가 된 태성이 걱정된 철민은 울렁이는 속을 다잡으며 다시 날아온 방향으로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철민의 걱정과는 다르게,

콰드득!

던전에 들어오기 전보다 한 단계 발전한 태성은 철민이 벌어준 잠깐의 시간 동안 여전사들을 이미 모두 정리한 뒤였다.

“여어~ 여왕님? 혼자서도 싸울 수 있는 거지?”

긴팔 여전사들의 여왕과 나무 위에서 시선을 맞춘 채 독대하는 태성의 입가에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가 피어났다.

스윽 ―

여왕을 향해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태성.

“체크메이트.”

으드드득……!

홀로 남은 여왕의 입 안에서 다시금 지면이 갈리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구아아아아아아아악!”

쿠구구구궁!

여왕이 포효하자 숲 전체가 뒤흔들렸다.

과연 A급 최상위 던전의 보스 몬스터.

아마 S급 던전의 일반 몬스터에 밀리지 않을 강함을 자랑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여왕을 독대한 태성의 표정엔 전혀 두렵거나 위축된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쿵쿵쿵쿵쿵쿵쿵!

여왕을 상대로도 사냥 본능을 유지하고 있는 태성.

태성의 시선이 여왕이 아닌 허공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드디어.”

꾸드드드득……!

태성의 전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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