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98화 (198/300)

198화. 호랑이는 외로움 (4)

꾸드드득……!

전신에서 주홍빛 털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또한 주홍빛으로 돋아나는 털들 사이를 비집고 솟아오르는 검은색 줄무늬들.

그뿐일까?

뚜두둑!

배 이상 커진 골격근은 더 이상 인간이라 할 수 없었고,

꿈틀꿈틀.

거칠게 요동치는 근육들은 본래 그가 가지고 있던 근육보다 훨씬 크고 조밀해졌다.

크드득……!

어느새 날카로운 발톱과 섬뜩한 이빨까지 장착하게 된 그의 모습.

한 마리의 완전한 범이 되어버린 태성의 모습은 더 이상 그동안 보여주던 애매한 호랑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커흐으으응!”

동물형 능력자의 3차 각성 능력, ‘완전 변신’이었다.

긴팔 여전사 잔당들을 처리하며 기어코 3차 각성 기준 마력에 도달하여 S급이 된 태성.

그의 기세는,

쿠우우우우웅 ― !

방금 전의 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구아아아아……?”

갑자기 다른 존재라도 되어버린 듯 조금 전보다 대폭 강해진 태성의 기세에 여왕이 놀라 입을 벌렸다.

후욱 ― !

주홍빛 대호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

쿠웅 ―

이에 또다시 놀란 여왕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지만,

콰득!

어느새 여왕의 어깨 위에 올라탄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그녀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넣은 뒤였다.

“기아아아아악!”

쩌렁 ― 쩌렁 ―

어마어마한 비명 소리가 숲을 가득히 채웠다.

쿵! 쿵!

여왕이 몸부림을 치자 거칠게 흔들리는 태성의 신형.

콰드드득!

더 이상 어깨 위에서 버티기 힘들 것 같자, 태성은 냅다 여왕의 목덜미의 살점을 뜯어냈다.

푸슈슉!

붉은 선혈이 숲의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며 풀밭을 붉게 적셨다.

파바밧 ― !

주홍빛 잔상을 남기며 고속으로 이동하는 태성.

어깨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가 싶더니,

후욱 ― !

그의 신형은 어느새 근처의 나무를 박차고 다시 돌아와 여왕의 명치 부근에 도달해 있었다.

산을 지키는 산군, 대호.

산을 지키는 존재의 공격은 가히 산 그 자체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하니,

[대호붕산격(大虎崩山挌)]

산속에 적을 둔 존재는 결코 산군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으리라.

콰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이 일대를 울렸다.

“쿠웨에에엑!”

거대한 여왕이 피를 한 사발, 아니 한 연못만큼이나 토해내며 날아갔다.

콰과과과광!

그녀가 쏜 화살처럼 순식간에 수십 그루나 되는 나무를 부러뜨리며 쓰러지는 여왕.

‘역시 내 예상대로군.’

뒤로 날아가 쓰러진 여왕을 바라보는 대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A급 최상위 던전이라고는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날려대던 아마조네스의 여왕.

그래서일까, 그녀의 방어력은 평범한 여전사들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으며 움직임은 그냥 굼뜨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야말로 공격 특화형 몬스터였던 것이다.

‘수하들에게 방어를 맡기고,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공격을 날리는 유형인가.’

아까 전 일반 여전사들과 여왕의 공격 연계가 조금 더 이어졌다면 확실히 당하는 것은 태성 쪽이었을 것이다.

일반 여전사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면 철민이 도와주러 왔더라도 도주는커녕 둘 다 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싸움에 있어서는 결과만이 존재할 뿐이니까.’

이 숲속의 주인들을 정리한 마지막 숲의 지배자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끼로로로! 끼로로로!”

최후방에 있던 전사로 발탁되지 못한 긴팔 아마조네스들이 화살을 옮기다 말고 쓰러진 여왕의 주위에서 그녀를 붙잡고 흔들어대고 있었다.

빨리 일어나라는 듯 울부짖는 아마조네스들.

그러나,

“커흐응!”

태성은 자비 없이 자신의 울음소리로 그녀들의 소리를 잠재웠다.

슈욱 ― !

거대한 호랑이의 자비 없는 이빨과 발톱이,

콰드득!

숲속 원주민들의 목숨을 끊어내기 시작했다.

* * *

―임명장, 이태성. 위 헌터를 헌터 협회 전투부서 소속 대헌터진압특수부대, 코스모스의 일원으로 임명합니다. 또한 위 헌터에게는 코드 네임, ‘코드 투’를 부여합니다. 2097년 10월 3일, 헌터 협회장 한동석.

차랑!

와인잔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냈다.

“이야! 태성이 형이 코스모스라니!”

기성이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S급에 올랐네요. 오빠, 축하해요.”

인하도 웃으며 태성을 축하해주었다.

오랜 시간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의 축하에 태성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고맙다. 이것 참…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나네.”

실감이 안 난다는 태성의 말에 인하는 그의 무릎 위에 놓인 상자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실감이 안 날 수밖에 없죠! 코스모스의 상징을 안 쓰고 있는데 어떻게 실감이 나요? 빨리 써봐요!”

인하의 말에 기성을 비롯한 다른 알파조원들도 눈을 반짝였다.

승급식 때는 태성이 하도 울어대는 바람에 차마 가면을 써보지도 못했으니까.

“그래요. 어린애처럼 그만 좀 울고 빨리 써봐. 그 나이 먹고 그렇게 질질 짤 줄이야.”

기성의 신랄한 일침에,

““와하하하하하!””

창훈과 재희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확 ― !

태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너 이 색……!”

“빨리 써, 이 자식아! 되게 굼뜨네.”

살짝 열받은 태성이 기성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철민이 끼어들어 그 타이밍을 흐려놓았다.

“선배……!”

태성이 눈을 부라리자,

“뭐? 이게, S급에 오른 게 다 누구 덕분인데 나한테 눈을 부라리냐? 엉? 빨리 쓰기나 하라고!”

팍!

냅다 상자에서 가면을 꺼내서 태성의 얼굴에 박아버리는 철민.

하얀색 바탕에 보라색 2가 크게 그려진 가면이 강제로 태성의 얼굴에 부착되자,

“오……!”

“와……!”

“이거… 가면 빨 잘 받네…….”

알파조원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협회 직원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코스모스는 모든 한국인의 자부심이나 다름없는 존재.

가면을 쓰자마자 그동안 맹활약을 펼쳐온 코드 제로와 코드 원이 절로 연상될 정도의 아우라가 태성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니,

‘후, 후광……?’

자신들도 모르게 태성에게서 후광을 느낀 알파조원들은 저마다 입을 살짝 벌린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촤아아아~”

태성의 옆에 있던 또 다른 한 남자가 입에서 소리를 내며 태성의 등 뒤에서 손을 들어 올렸다.

반짝!

휴대폰 플래시를 켠 남자의 핸드폰이 태성의 등 뒤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아…….”

“아, 뭐야! 푸하핫!”

“…근데 진짜로 살짝 설렐 뻔.”

“…인하야?”

자신의 등 뒤를 바라보며 알파조원들의 실망한 기색이 이어지자 태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반짝!

“아씨!”

태성의 등 뒤에 있던 남자의 휴대폰 불빛이 그의 두 눈을 공격했다.

“너 진짜 죽을래?!”

“어어? 코드 투! 나 부대장이야! 이거 왜 이래?”

옆에서 실실거리는 은발의 남자, 강천이 킥킥대며 태성을 놀려댔다.

협회 직원이나 헌터로서의 경력만 따지면 태성이 훨씬 선배였지만,

척 ―

이제 완전한 상급자가 된 강천은 태성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두르며 웃어 보였다.

“아니, 나도 존중하고 싶긴 한데~ 대장이 위아래는 확실히 하랬거든. 따질 거면 대장님한테 따지든가?”

“…씨X 어떻게 따져…….”

태성이 나지막이 욕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강천의 대장이면 한 사람밖에 더 있겠는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

코드 제로.

그동안 많이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불만을 토로할 정도는 아니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고 말이다.

부들부들.

새파란 신입과 서열이 뒤바뀌게 되어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분해하던 태성.

그러다,

“…어? 그러면……?”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스윽 ―

옆에 앉은 철민을 슬쩍 바라보는 태성.

가면을 쓴 태성의 알 수 없는 시선에 철민은 살짝 당황했다.

“뭐, 뭘 봐! 인마?”

홱 ― !

태성이 다시 반대로 고개를 돌리며 강천에게 물었다.

“…부대장님?”

갑작스런 태성의 존칭에 마찬가지로 당황한 강천이 엉겁결에 대답했다.

“으응?”

“대장님, 그러니까 코드 제로 님께서… 위아래는 확실히 하라고 하셨다고요?”

“…어? 어… 그, 그랬지?”

씨익 ―

태성의 입가에 불길한 미소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전투부서 서열에 따르라는 말씀이시겠죠?”

“그, 그렇지?”

“1위가 누구죠?”

“어… 코드 제로시지.”

“2위는요?”

“나, 나지?”

“3위는요?”

“…당신이지. 아니, 갑자기 그걸 왜 물어보는 거야? 어차피 알파조장이 코스모스 다음이었잖아? 형이 코스모스로 올라오든 알파조장이었든 서열 순위는 여전히 똑같……!”

“그렇죠? 그런 거죠? 알파조장일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가 서열 3위 맞죠?”

꿀꺽 ―

태성의 살벌한 눈빛에 강천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지.”

“알파조장은 코스모스보다 확실히 밑이고요?”

“으응…….”

텁 ―

태성의 한 손이 철민의 어깨를 잡았다.

“알. 파. 조. 장?”

“뭐, 뭐?”

당황한 철민의 두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침착함을 유지하기엔,

“킥킥킥……!”

태성의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가 너무 불길했으니까.

“나랑 면담 좀 할까?”

“너 왜 반말……!”

“어어~?”

끼익 ―

태성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코스모스가 알파조장한테 반말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나아아?”

“……!”

철민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지금 이 새끼가,

‘진짜 벼르고 있었구나……!’

지난번의 복수를 하려는 것임을.

“이, 이 미친놈아! 노인 공경 몰라? 나 1세대야, 이 새끼야!”

“뭐라고? 서열 4위? 잘 안 들리는데… 우리 밖에 나가서 둘이 좀 이야기할까?”

“정신 차려! 이 미친놈아!”

퍽 ―

철민의 주먹이 태성의 한 손에 잡혔다.

꾸드드득 ―

완전한 S급이 되어버린 태성에게 철민의 공격은 이제 하품이 나오는 시시한 공격일 뿐이었다.

“…부대장님?”

“어, 어?”

태성의 폭주에 얼을 타고 있던 강천이 말을 더듬었다.

“서열 4위가 저를 공격했는데… 이거 하극상 아닙니까?”

“마, 맞지…….”

믿었던 도끼에 배신당한 표정으로 강천을 바라보는 철민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야, 너 강천……!”

“엄. 훠. 나? 이제 우리 부대장님 이름까지 막 부르고… 이거 안 되겠네!”

즐거워 죽겠다는 태성의 표정이 가면 밖으로 전부 드러나고 있었다.

태성이 강천을 돌아보며 물었다.

“부대장님? 하극상일 경우에 어떻게 처리합니까?”

“대장님은 그냥… 헌터의 방식으로 처리하라고 하시긴 했는데…….”

헌터의 방식.

즉, 무력으로 해결하라는 소리였다.

딸깍 ―

태성은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가면의 귀쪽 부근을 누르며 하관을 드러냈다,

귀까지 찢어질 듯한 미소가 그의 모습을 더욱더 기괴하게 만들고 있었다.

“야, 야… 너……!”

당황한 철민이 턱을 덜덜 떨기 시작하자,

“…코드 투. 그만해. 어르신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보다 못한 강천이 그를 말렸다.

“…아쉽네.”

정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태성.

그런 그의 모습에,

꽈악 ―

솔직히 진짜로 쫄았던 철민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는지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너… 이 수모는 잊지 않을 거다……!”

“호오? 곧 면담이 필요하겠구만, 알파조장~?”

파지직!

서로 결코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알파조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들 저래 진짜.”

“…피곤하네.”

창훈과 재희가 고개를 흔들다가 눈을 마주치며 살짝 미소를 짓고,

“…역시 기성이가 짱이라니까?”

“너 자꾸 다른 남자한테 여지 주는 말 할래?”

“에이~ 왜 그래~ 장난인 거 다 알면서~!”

태성과 철민의 앞에 앉은 기성과 인하는 대놓고 꽁냥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눈앞에서 1커플과 1썸을 정면으로 보게 된 태성.

“…아.”

원래 자신이 가졌었던 심각한 고민을 돌고 돌아 다시 마주하게 되자,

파르르 ―

미친놈처럼 찢어지던 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축 처졌다.

철민은 옆에서 그런 태성의 입가를 확인하고,

“…푸웁.”

꼬시다는 듯 웃음을 흘려주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