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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01화 (201/300)

201화. 동해를 토벌함 (3)

늪지대의 진흙 덩어리 몬스터, 일명 ‘머드 스왐프’.

녀석들은 상당히 상성을 많이 타는 몬스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푸화아아아악 ― !

화르르륵! 화륵!

쩌저저적……!

쿠르르르 ―

불길에 닿을 때마다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 마치 온도 조절에 실패해 부서지는 도자기처럼 너무나 연약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강천은 한 손에 화염방사기를 장착하고, 다른 한 손에는 서아를 안은 채 느긋하게 던전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구어어어어……!”

쩌저저적……!

늪 자체가 머드 스왐프였던 듯, 머드 스왐프가 죽어 나갈 때마다 던전 내에 메마른 대지가 생겨나고 있었다.

더 이상 나무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 강천은 마치 아기를 안듯 서아를 안은 자세로 그야말로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

강천의 품 안에 안겨 있는 서아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창피함과 분함 그리고 설렘이 동시에 휘몰아치고 있는 탓이었다.

‘쪽팔려…….’

혼자 할 수 있다며 큰소리치다가 당할 뻔했다.

그것도 무려 B급 몬스터에게 말이다.

여전히 홀로 앞가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나도 쪽팔린 그녀였다.

하지만 또 억울하고 분한 부분도 상당히 컸다.

서아는 아직 4가지 원소 중 물과 흙만을 다룰 줄 아는 상태.

그런데 하필 물과 흙이 통하지 않는 극상성 몬스터라니?

수많은 능력 중 자신의 능력만 안 통하는 몬스터를 만났다고 생각해보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당했을걸……!’

아마 자신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도망을 쳐야 했을 것이다.

지형이 늪지대만 아니었어도 자신 또한 도망치는 데에는 성공했을 터.

하필 혼자 할 수 있다고 떵떵거린 와중에 만난 몬스터들이 머드 스왐프라니.

서아로서는 굉장히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서아는 또 한편으로 상당히 두근대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 너무 가깝잖아! 모, 몸이 달라붙었……!’

찰싹 ―

강천이 한 손으로 서아를 바짝 끌어안은 채 던전을 거닐고 있었으니까.

조금 전에는 얼떨결에 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그를 먼저 끌어안은 그녀였지만,

화악 ― !

이렇게까지 아기처럼 자신을 안은 채 던전을 돌아다닐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뭔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고 또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었기에 저항하지는 않았던 서아.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그저 강천의 품에 안겨 그의 강인한 근육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꼼지락…….

안겨 있던 서아의 몸이 그녀도 모르게 꼼지락거렸다.

“…응? 왜 그래? 불편해? 내려줄까?”

“아, 아, 아니……!”

내려준다는 강천의 말에 서아는 자신도 모르게 아니 ― 라고 대답해버렸다.

‘으으으으으으!’

서아는 강천의 목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그의 어깨 너머로 길게 뺐다.

화끈 달아올라 새빨개진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가 누난데… 내가 누난데……!’

연하남에게 아기 취급을 당하는 것.

뭔가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기분이 참 오묘하게 좋았다.

누나답지 못해서 창피하긴 하지만 뭔가 제대로 사랑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애초에 강천보다 나이가 많은 게 싫어서 먼저 누나라 부르지 말라고 했던 것도 서아였지만,

‘미치겠다…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런 상황까지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화르르륵 ― !

그 와중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손쉽게 머드 스왐프들을 학살하고 있는 강천이 조금 재수 없기는 했다.

서아는 여전히 볼을 붉힌 채 괜히 중얼거렸다.

“짜증 나… 나도 4원소 중 불이 먼저 나오기만 했어도……!”

“그러게. 얘네 불에 너무 약한데? 픽픽 죽어버려.”

화르르륵!

치이이이!

“구어어어어……!”

쩌저저적……!

불에 닿는 즉시 몸이 달아오르며 물기가 증발하더니 산산이 부서지기를 반복하는 머드 스왐프들.

워낙 강천의 화염방사 범위가 넓다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이 서 있던 일대가 완전히 정리되어 있었다.

“미안. 지루하지? 빨리 끝낼까?”

“…아니. 천천히 해도 돼.”

서아는 강천의 목을 더 힘껏 끌어안으며 어떻게든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뭐야? 삐졌어? 에이, 왜 그래~ 누나가 당한 건 실력 탓이 아니라 상성 탓이야. 어쩔 수 없는…….”

퍼억 ―

서아의 무릎이 강천의 복부를 살짝 가격했다.

알고 있으니 그만 말하라는 뜻이었다.

“크흠…….”

엉겁결에 복부를 얻어맞은 강천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

“그럼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손님.”

“…스무스하게 운행해줘요. 유 기사.”

“…….”

잠시 흐르는 정적.

그러다,

“푸흡.”

“흐흡.”

두 남녀는 그 짧은 순간에 콩트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교환했다.

“그럼 계속 타 계실 거죠?”

“중간에 손님 하차시키는 택시도 있나요?”

“그러면 안 되죠.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운전하는 거 봐서 팁을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고…….”

“돈은 필요 없습니다만?”

“…누가 돈 준대? 이 바보야? 눈치 좀 챙겨!”

팡팡팡!

눈치 없는 강천의 말에 답답해진 서아가 손바닥으로 강천의 뒷목을 팡팡팡 두드렸다.

“…뭐…? 출발합니다.”

여전히 팁이 무엇인지 감을 못 잡은 강천은 목덜미를 폭행(?)당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음 날,

쩌저저저적……!

머드 스왐프의 던전이 토벌되었다.

* * *

“하아아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울릉도의 한 숙소에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서아가 바다를 바라보며 기지개를 켰다.

이틀 내내 전신에 진흙이나 물을 잔뜩 묻히고 있어서 온몸이 찝찝하기가 그지없었던 시간이었다.

물론 강천과 붙어 있어 좋긴 했지만 찝찝함은 별개였으니까.

“저~기 배 들어온다.”

마찬가지로 샤워를 마치고 나온 강천이 울릉도 항구 쪽으로 다가오는 배 한 척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도 이번 달 동해 토벌도 무사히 끝났네. 던전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야. 으그그그극!”

강천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다가,

“동해 토벌이 끝났다고? 아직 안 끝났는데?”

뜬금없는 서아의 말에 깜짝 놀라 뭔가 모양 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허억! 뭐, 뭐라고? 어… 뭐가 남았나? 우리가 발견한 던전은 하나였잖아……?”

씨익 ―

그러나 서아는 정말로 뭔가 있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지! 아직 하나 남았지!”

“남았다고? 어, 어디에?”

강천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이 무언가를 놓친 건가 싶어 머리를 굴리던 그때,

“해수욕장! 우린 아직 해수욕장을 토벌하지 못했잖아?”

서아가 먼저 그 답을 내놓았다.

“…….”

강천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아를 바라보았지만,

“히히.”

서아는 그저 기대된다는 듯 바다를 바라보며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피식 ―

강천은 천천히 항구로 들어오는 배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그래. 어디 한번 토벌해보자고.”

뭔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 * *

울릉도로 향하는 배가 들어오는 강릉항 근처에 위치한 강릉 송정해수욕장.

사실 10월이면 이미 모든 해수욕장이 운영을 하지 않을 시기였다.

하지만,

“꺄악!”

날씨만 괜찮다면 기온이 어떻든 바다를 보러 놀러 오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었다.

몇몇 무리의 젊은 청춘들이 시원한 가을 바다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모두 일상복 차림이었다.

아무리 바다에서 물놀이를 한다고는 해도 이 시기에 여름처럼 수영복을 입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

화끈……!

은발의 한 건장한 남자가 해변에 서서 수영복을 입은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와… 나만 수영복이잖아…….’

혼자 수영복인 것도 창피한 상황에,

“와… 저 남자 좀 봐.”

“몸 엄청 좋다~”

“모델인가?”

“진짜 대박인데? 연예인 아니야?”

“어머, 대시해볼까?”

“너 남친 있잖아! 이 미친X아!”

“아씨, 내 남친 오징어라고!”

“그럼 꼴뚜기가 오징어 만나지! 누굴 만나겠냐?”

“…야, 너 다시 말해봐. 누가 꼴뚜기라고?”

근처를 지나던 여성들이 잘생기고 몸이 좋다며 자꾸 시선을 주는 탓에 강천은 더욱 부끄러워져서 두 손으로 연신 마른세수를 해댔다.

“하아…….”

높은 가을 하늘이 비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깊고 광활해 보이는 동해를 바라보는 강천의 표정이 심란해져 있었다.

‘나…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과거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하면서 수도 없이 바닷물을 들이켰던 탓이었을까.

사실은 해수욕장에 오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강천이었다.

‘서아가 오고 싶다니까 안 올 수도 없고……!’

최근 서아에게 너무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강천이 뒷머리를 살짝 긁어댔다.

‘안 되겠다. 어떻게든 주도권을 좀 잡아야지.’

지난번 서아가 실수로 김천용에게 자신의 정체를 누설한 것을 빌미 삼아 주도권을 잡아보려 했지만, 그 이야기만 꺼내면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통에 차마 그러지 못했던 강천.

‘아니, 그런 얼굴로 우는데… 어떻게 내가…….’

세상 그 어느 남자가 여자친구가 우는데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런 남자가 있다면 이미 마음이 떠났거나 애초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점수나 좀 더 따봐야겠다.’

훅 ― 훅 ―

이왕 온 거 뭐 하나라도 얻어가자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잡고 몸을 풀기 시작하는 강천.

“꺄아아아악!”

강천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근처에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몇몇 여인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래시가드를 다 입지 않고 하의만 입은 강천의 모습은 상당히 멋있었으니까.

상체 근육이 모두 드러난 탓에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불끈불끈 꿈틀대고 있었던 데다가,

반짝!

물기가 살짝 묻은 그의 은발은 그가 움직일 때마다 후광이 번쩍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에이씨… 저놈은 왜 10월에 수영복을 입고 있고 지랄이야!”

수영복만 안 입었을 뿐, 주변엔 그래도 상의를 탈의한 남자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주변 여자들의 모든 시선이 강천에게 향하자 몇몇 남자들이 강천을 향해 투덜대기 시작했다.

“아… 열받네. 야, 이거 좀 가지고 있어봐.”

그중 한 떡대가 목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들고 있던 클러치백을 다른 남자에게 맡기며 건들건들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방향은,

“어이!”

몸을 풀고 있는 강천이 있는 쪽이었다.

“……?”

몸을 풀던 강천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건들건들.

반바지를 입고 강천처럼 상의 탈의를 한 떡대가 그에게 건들건들 다가오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꿈틀꿈틀.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뱃살과 가슴살 그리고 등까지 휘어 감은 거대한 용 문신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었다.

‘…뭐야, 이건 또?’

처음 직면한 상황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는 강천.

강천의 얼굴에 당황함이 어린 것이 보이자,

‘일단 반 이겼고~’

기세를 제압했다고 생각한 양아치, 일명 ‘문신돼지 국밥충’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금니를 드러냈다.

“아니, 왜 10월에 해수욕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설치고 있냐? 엉?”

별 같잖은 이유로 시비를 걸어오는 문신돼지 국밥충.

강천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덩치의 거친 손이 강천의 어깨를 툭툭 밀치기 시작했다.

“…….”

그에게 어깨를 툭툭 밀리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는 강천.

그런 강천이 자신에게 쫄았다고 생각한 양아치는,

“킥킥킥! 여자들한테 폼 잡고 싶었나 보지? 근데 어쩌냐? 모래사장에 처박혀서 개망신당하게 생겼는데.”

후욱 ―

킥킥 웃음을 흘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살다 살다 이런 경우도 다 있네.”

강천이 쫄 리가 없었다.

“뭐래, 이 기생오라비 같은 새끼가!”

휘익 ―

양아치가 커다란 손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후욱 ―

“……!”

양아치의 시야가 뒤집혔다.

쿵!

“커헉……!”

강천이 양아치가 휘두른 손을 그대로 잡은 채 업어친 것이었다.

태운이 헌터로 하여금 일반인에게 그 어떤 폭력도 쓰지 못하게 한 이유.

마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 미친놈이 백주 대낮부터 술을 자셨나.”

일반인의 움직임 따위, 헌터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었다.

팍!

강천은 해변에 대자로 드러누운 양아치의 얼굴을 향해 모래사장의 모래를 찼다.

“우푸푸푸푸! 으에에엑!”

눈코입에 모래가 잔뜩 들어간 양아치가 벌떡 일어났고,

“이 개자식이……!”

용감하게도(?) 다시 덤벼들려고 했다.

하지만,

고오오오오 ― !

강천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파가 단숨에 그의 전신을 옥죄었다.

마력이 아니었다.

그냥 생물로서의 순수한 기운.

맹수를 맞닥뜨리면 공포로 몸이 얼어붙듯이,

덜덜덜……!

맹수보다도 더한, 그야말로 자신의 몸에 그려진 거대한 용과 같은 기세에 겁을 집어먹은 양아치의 전신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예, 옙!”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단숨에 꼬리를 말며 쌩하고 도망쳤다.

“후우… 별 거지 같은 게…….”

눈에서 힘을 풀며 강천이 한숨을 쉬는 그때,

“무, 무슨 일 있었어?”

익숙한 한 여인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옷 갈아입는 데 왜 이리 늦었…….”

강천은 잔뜩 올라온 감정을 얼른 내리누르며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

이내 말을 잃고 말았다.

서아가 새하얀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을 입고 수줍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 눈부셨기에,

“…….”

강천은 차마 어떤 말도 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강천을 보고 그런 기분을 느낀 것은 서아도 마찬가지였는지,

흠칫!

서로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맞인사를 하듯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한 폭의 영화… 아니, 한 폭의 명화와 같았기에,

“미친…….”

“…이건 불공평해.”

그날 송정해수욕장을 찾은 이들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짙은 패배감을 맛보아야 했다.

그렇게 동해 토벌조 두 사람은,

“예, 예쁘다.”

“너, 너도 멋있어…….”

단숨에 해수욕장까지 토벌(?)하는 데에 성공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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