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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02화 (202/300)

202화. 오늘도 수고했음 (1)

“잠시만요! 물러나세요!”

협회 직원들이 도심 한복판에 생성된 한 던전 게이트의 주변을 둘러싼 채 일대를 통제하고 있었다.

하필 도로 한복판에 생성된 탓에 근처 교통은 완전 마비가 되고 아주 혼잡하기가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후우… 베타조는 언제 온답니까?”

교통경찰들의 지원으로 겨우 한숨을 돌린 한 직원이 그의 선배에게 물었다.

“곧 오실 거야. 10분 정도 걸린다고 하셨으니까.”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던전 게이트 신고를 받고 출동한 델타조원들이 그 주변을 지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던전 마력 파장 수치가 얼마라고 했지?”

“그… 24,392네요.”

델타조원 하나가 방금 전 측정기의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헌터의 등급을 나누는 마력 수치에 대략 10을 곱한 수치가 던전의 등급을 결정짓는 기준.

D급 헌터의 기준이 1,001~2,500이었으니, D급 던전의 기준은 10,001~25,000이었다.

“어우, 사실상 거의 C급인데? 요즘 다른 던전도 다른 던전이지만 특히 D급 이하 던전들이 엄청 많이 생기던데… 베타조분들 고생 좀 하시겠네.”

“그러게요. 우리야 뭐 아무리 늘어난다고 한들, 수색만 하면 되긴 하니까…….”

노아즈 아크가 사실상 괴멸한 이후, 현재 지구는 전 세계적으로 던전이 발생하는 절대적인 수가 상당량 늘어난 상태였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발생 빈도가 최근 좀 늘어났구나 생각하고 말뿐.

몇몇 헌터학자들은 던전 발생의 빈도수가 늘어난 것에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보았다.

던전 브레이크를 마음대로 일으키던 노아즈 아크가 이 현상과 분명 깊게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추측한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은 추측일 뿐.

명확한 증거가 없었기에 그저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이거 참 올라가기 무섭네요. 혹사당할까 봐. 이래서 내가 감마로 승급을 안 하는 거라니깐.”

“웃기고 있네. 무섭긴 뭐가 무서워? 못 올라가는 거면서.”

“…선배. 꼭 그렇게 따지고 드셔야겠어요?”

“…선배한테 그런 표현을 쓰는 건 맞고?”

“앗, 죄송.”

“…….”

델타조원들이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대기하고 있는 그때,

부우우웅 ―

끼익 ―

승용차 하나가 저지선 앞에 멈춰서더니 교통경찰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저지선 안쪽으로 들어섰다.

“엇, 오셨나 보다.”

직감적으로 베타조가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은 델타조원들이 자세를 바로 했다.

“오셨습니까.”

경례 구호 없이 오른쪽 손날 끝을 오른쪽 눈썹 끝에 가져다 대는 델타조원들.

군대는 아니지만 상호 간에 존중을 표하는 협회 전투부서식 인사법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승용차에서 내린 두 여인이 마찬가지로 손날을 올리며 델타조원들의 인사를 받았다.

“마력 파장 수치는요?”

“24,392입니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던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베타조 두 사람.

두 사람의 두 눈 밑이 꽤나 거뭇한 것이 전투부서의 업무가 개편된 이후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피로한 모습이었다.

“…거의 C급이네요.”

“그나마 조장님이 오셔서 다행이네요.”

베타조의 두 여인 중 한 여인이 다른 여인을 조장이라 부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른 조원들이었으면… 조금은 다칠 수도 있었을 거예요.”

“…베타조는 그리 약하지 않아요.”

“알죠.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피곤한 상태잖아요.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이렇게까지 힘든 적은 너무 오랜만이라고요.”

단발의 여인이 쩌억 하품을 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비번자들을 없애면 뭐 업무 강도는 순식간에 줄어들겠지만 다들 만장일치로 성장과 통비번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죠.”

단발 여인이 키득거리며 쭈욱 기지개를 켰다.

“으으으읏! 조장님! 우리도 오늘까지만 하면 내일 비번이잖아요? 조금만 더 힘내자구요! 저는 이번 비번 동안 레이드는 하루만 뛰고 나머지는 집에서 쉴 계획입니다.”

“그래요. 쉬어요. 너무 몸을 혹사하는 것도 좋지는 않으니까.”

“조장님도 쉬시려고요?”

“아뇨. 저는 레이드 뛰어야죠. 베타조 인원이 안 나오면 마정석 채굴 중인 던전에라도 가서 마력 호흡이라도 하려고요.”

“와… 역시 최단기간에 베타조장이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구나아…….”

단발 여인, 안지영은 감탄사를 토해내며 작게 박수를 쳤다.

베타조장의 말을 들은 안지영은 물론,

“역시…….”

“재능은 둘째치더라도 노력량이 진짜 미쳤다니까……?”

주변에 있던 델타조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자, 얼른 들어가죠. 오늘 안에 해결해야 하는 던전이 또 하나 있잖아요?”

“으으으으… 죽겠다, 진짜아아……!”

칭얼대는 안지영을 데리고 들어가는 베타조장.

검은 융단 같은 머릿결을 흩날리며 들어가는 유린의 얼굴에서 상당한 피곤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 * *

콰아아앙!

쿠당탕탕! 퍼엉!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얕은 물에 처박혔다.

D급 던전, 가명 ‘괴물 가재 서식지’.

“키이이이익!”

작은 소형차만 한 크기의 거대한 가재 한 마리가 바위에 처박혀 온몸에 금이 간 채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역시 조장님!”

일반형 능력자 안지영이 마력 유형화로 만들어낸 검을 들고 환호했다.

델타조에서 불과 3개월 만에 베타조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현 베타조장 한유린.

마력 수치를 제외하더라도 그녀의 육탄전 실력은 거의 모든 전투부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났다.

“빠르게 이동하죠.”

쉬식 ― !

괴물 가재를 단번에 떨쳐낸 유린은 신속한 던전 조사를 위해 안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촤좌좍 ― !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얕은 물이 밟히며 계속해서 물소리가 났다.

“던전 전체가 살짝 물에 잠긴 형태네요. 가재가 원래 얕은 물에 살던가요?”

“강가나 개울에 사는 걸로 알고 있긴 한데… 사실 몬스터가 지구 생물과 완전히 같지는 않으니까요. 차이가 있을 수 있죠. 애초에 여기 지형도 조금 말이 안 되지 않나요?”

“하긴… 좀 그렇긴 하죠? 뭔가 기괴해요.”

던전 자체는 널따란 냇가였다.

애초에 널따란 냇가란 말이 모순이었다.

하지만 던전 내부의 풍경은 그런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신발의 밑단도 완전히 적시지 못할 정도로 얕은 물이 마치 푸른 들판처럼 드넓게 펼쳐져 있었으니까.

또한 곳곳에는 자그마한 조약돌부터 사람만 한 커다란 바위가 산재해 있었고, 뭔가 엉성하게 키가 큰 나무들이 띄엄띄엄 자라나고 있었다.

“무슨 이딴 지형이 다 있지…? 뭔가 기분이 더러워요.”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기분 나쁜 풍경에 안지영이 으 ― 하는 입 모양을 만들며 양팔을 쓸어내렸다.

그때,

쉬익 ― !

바위 뒤에 숨어 있던 한 괴물 가재가 안지영의 측면으로 달려들었다.

뒤로만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지구의 가재와는 다르게, 이 괴물 가재들은 앞뒤로 모두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듯했다.

“헉……!”

소형차만 한 가재가 갑자기 달려들자 순간적으로 놀라 몸이 굳어버린 안지영.

그녀는 차마 마력 방패를 들어 올릴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서서 덮쳐오는 괴물 가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척력장(斥力掌)]

퍼어어어엉!

유린이 재빨리 안지영을 잡아끌며 다른 손으로 괴물 가재를 쳐냈다.

“키엑!”

쿠당탕탕! 촤좌자작!

허공에서 터진 충격파에 얼굴 부분이 거의 반 이상 우그러진 괴물 가재가 거품을 부글부글 물면서 얕은 물과 바위에 몸을 튕기며 나가떨어졌다.

“집중하세요.”

유린의 진지한 눈빛에 안지영은 D급이라고 해서 조금 풀어졌던 자세를 고치며 두 눈에 힘을 주었다.

“넵…! 죄송합니다!”

슈슈슉 ― !

괴물 가재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지체 없이 던전의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전투에 신경을 쓰다 혹시라도 마력이 부족해져서 빠른 이동이 불가해진다면 던전 조사에 크나큰 차질을 빚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목적은 던전 조사이지, 토벌이 아니었으니까.

* * *

던전 조사 보고서에 기재되는 항목은 총 5가지였다.

첫 번째, 던전의 환경과 배경 같은 전체적인 지형.

두 번째, 던전에 출현하는 몬스터의 정체.

세 번째, 출현하는 몬스터의 특징.

네 번째, 각 몬스터들이 가진 추정 마력 수치.

다섯 번째, 던전의 등급.

이 다섯 가지 중 조사대가 던전 안에서 조사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 총 4가지였다.

다섯 번째, 마지막 항목은 던전 수색대인 델타조가 측정기로 측정할 수 있는 항목이었으니까.

첫 번째 항목인 던전의 지형을 조사하기 위해선 최소한 던전 전체를 한 바퀴 돌아봐야 했다.

던전 입구 근처와는 다른, 혹시나 모를 특이한 지형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나머지 항목은 그 이후에 조사해도 되는 문제였다.

쉬시식 ― !

최대한 전투를 지양해가며 한참을 빠르게 이동하던 두 사람.

얼마나 달렸을까.

꾸깃 ―

안지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슬쩍 입을 열었다.

“조장님, 또 말 시켜드려서 죄송하지만… 이 던전… 뭔가 이상한데요? 뭐랄까…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찰랑 ―

두 사람이 이동할 때마다 발밑에서 얕은 물이 찰랑였다.

“…확실히 넓긴 하네요.”

B급 헌터의 이동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웬만한 오토바이도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

던전의 크기는 등급과 상관없이 던전 별로 천차만별이었지만, 보통은 산 한두 개를 합쳐놓은 정도의 넓이였다.

규모가 엄청나게 큰 던전의 경우에는 작은 나라 하나만 하다지만, 웬만해서는 아무리 커봤자 한국의 서울 정도의 크기였다.

“아… 설마… 이거 신기록 경신하는 거 아니겠죠? 하필 우리가 당번일 때?”

안지영이 불안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어제 보고받은 던전도 다 조사하지 못한 와중에 급히 조사가 필요한 던전까지 맡았는데, 그게 하필 역대급 크기의 던전이라니…….

‘퇴근이 늦어진다아아…….’

안지영은 자꾸만 퇴근이 저 멀리 도망가는 듯한 기분에 울상을 지었다.

“…넓기만 한 거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던전의 환경.

거기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던전의 넓이까지.

왠지 모르게 신경이 거슬리며 불안하게 만드는 이 괴상한 던전에 유린은 느낌이 좋지 않은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예? 조장님,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에요. 일단 더 들어가 보죠. 얼마나 넓을지 모르니 속도는 딱 이 정도로 유지하고요. 마력은 최대한 아끼세요.”

“넵!”

쉬시시식 ― !

공기를 가르며 이동하는 두 여인.

이때까지만 해도 두 여인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이 기괴한 던전의 실체가 무엇인지.

쿠우우우 ―

시퍼런 하늘 너머에서 기괴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 * *

유린과 지영이 던전에 들어선 다음 날.

“…너무 오래 걸리시는데……?”

게이트 앞을 지키던 델타조원들이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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