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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03화 (203/300)

203화. 오늘도 수고했음 (2)

던전 조사.

던전 토벌과는 다르게 단순히 던전 내부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어렴풋이나마 조사하고 나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작업이었다.

겨우 수박 겉핥기식의 조사임에도 협회가 굳이 시간을 들여 던전 내부를 사전에 조사하는 이유.

그건 바로 약간의 정보라도 있으면 던전 토벌이 더 수월해지기 때문이었다.

그 정보를 토대로 던전 레이드에 참여하는 이들이 더욱 안전하게 레이드를 준비할 수 있었으니까.

헌터들의 생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인 던전 조사 작업.

보통 짧으면 1~2주, 길면 한 달에서 한 달 이상까지도 걸리는 토벌과는 다르게 던전 조사는 보통 반나절 이내에 끝이 난다.

광활한 던전 내의 모든 몬스터들과 전투를 이어가며 보스까지 레이드하는 던전 토벌 작업과는 달리, 던전 조사는 말 그대로 돌아보고 나오는 것뿐이니까.

몬스터의 강함이나 특징 파악을 위해 한두 차례 전투하기도 하지만 겨우 그뿐.

던전 조사 작업에는 최소 던전의 등급과 동급의 헌터들이 투입되는데, 그쯤 되면 도주하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조사 작업 정도는 아무리 동급의 헌터라도 가뿐했다.

그러니,

“베타조 두 사람이 들어갔는데 하루째 안 나오고 있다고요?”

D급 던전에 들어간 B급 헌터 2명이 하루가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히 이상한 일이었다.

“네. 혹시나 해서 다시 측정기를 대보았지만 이건 분명 D급 던전입니다. 마력 수치가 C급에 가깝긴 합니다만…….”

“아니, 설령 C급 던전이라고 해도 말이 안 됩니다. 두 사람 다 B급이잖아요? 심지어 둘 중 한 사람은 베타조장이라면서요?”

던전 게이트를 지키던 델타조원의 긴급 지원 요청에 응하여 도착한 전 베타조장 출신이자 현 알파조인 창훈과 재희가 말이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대체…….”

델타조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던전이 하루 안에 다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너무 넓다거나, 혹은 예상외로 몬스터와 너무 많이 맞닥뜨리면서 마력 배분에 실패하여 시간이 지체되었다거나.”

“솔직히 두 번째일 가능성은 거의 없죠. 다른 누구도 아닌 베타조장인데요.”

창훈과 재희는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일단은 저희가 내부로 진입하겠습니다. 던전용 무전기랑 던전용 탐지기 가져왔지?”

“응. 여기.”

던전용 무전기와 던전용 탐지기.

무슨 수를 쓰더라도 외부와는 연락이 불가능한 던전 안이지만, 적어도 던전 내부에서는 무전과 탐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기였다.

“좋아. 진입하자고.”

장비를 챙긴 창훈은 곧장 던전 안으로 진입하려다,

멈칫 ―

잠시 걸음을 멈추고 델타조원을 돌아보았다.

“저기.”

“…네?”

창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림과 동시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까지 하루가 지나도 나오지 않으면… 그땐 코스모스에 연락해주세요. 뭐… 그럴 일까지는 없겠지만 만약에 말이죠.”

“코, 코스모스 팀이요?”

“만약에 말입니다. 만약에. 그냥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아셨죠?”

“아, 알겠습니다.”

꿀꺽 ―

창훈의 말을 들은 델타조원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코스모스를 부른다는 것.

그건 그 자체로 알파조조차 해결할 수 없는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일이었으니까.

만약 일이 그쯤 되면 앞서 들어간 베타조의 두 사람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너는 왜 애먼 사람을 겁주고 그래. 무슨 D급 던전에 코스모스를 부른다는 거야?”

던전 게이트 앞에 서 있던 재희는 창훈에게 핀잔을 주었다.

베타조 시절에는 조장과 조원 사이였지만, 같은 알파조로 올라가며 선후배적인 순서를 제외하면 지위가 대등해진 두 사람은 말을 놓은 상태였다.

애초에 동갑이기도 했으니까.

“혹시 모르니까 혹시…….”

“으휴. 하여간 이 안전 과민증! 정말 답답해 죽겠어. 돌다리도 적당히 두드려야지! 돌다리도 너처럼 천 번 만 번 두드리면 부서져, 이 바보야! 내가 너 베타조장 때 얼마나 때리고 싶었는지 아냐? 지켜보고 있으면 속이 터져 아주!”

“…너 그러다 맞는다.”

“나같이 예쁜 애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하냐!”

“그럼 시비를 걸지 말든가!”

“내가 언제 시비를 걸었어!”

“방금 걸었잖아!”

빡!

“악! 너 진짜 때렸어? 나 진짜 때렸어?”

“그럼 진짜 때리지, 가짜로 때려? 입 좀 다물고 빨리 가자, 가!”

“야! 너만 때리고 가면 끝이야? 어? 너도 맞아! 너도 맞으라고!”

투닥거리며 던전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한 델타조원이 다른 델타조원에게 물었다.

“…두 사람, 썸 탄다고 하지 않았냐?”

“쌈 탄 게 썸 탄 걸로 잘못 알려진 거 아니야?”

솔로인 두 델타조원은 이해하지 못했다.

창훈과 재희의 대화 속에는 그들만의 애정이 담겨져 있었다는 걸 말이다.

* * *

던전 안으로 들어온 창훈과 재희는 곧바로 역할을 나누었다.

“내가 오른쪽, 너는 왼쪽.”

“무전기 하나는 여기다 둔다.”

언제 싸웠냐는 듯 바로 진지하게 임무에 임하는 두 사람.

재희는 혹시라도 먼저 돌아올 수도 있을 두 베타조원들에게 지원조가 들어와 있음을 알리기 위해 입구에 무전기 하나를 두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위험하면 바로 무전 쳐. 알았지?”

“…알았어, 알았어.”

안전 과민증(?)인 창훈이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걱정이 싫지는 않은지 재희는 고개를 살짝 돌린 채 새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따 보자고.”

“오키!”

파밧 ― !

알파조 두 사람이 양 갈래로 흩어져 던전 내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 !

던전을 주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 괴물 가재들을 맞닥뜨린 두 사람.

피이잉 ― !

그러나 창훈은 놈들의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쭉쭉 나아갔다.

그의 고유능력, ‘신기루’.

그의 능력이 놈들에게 환각을 일으켜 가재들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던 탓이었다.

반면, 재희는 괴물 가재들의 이목을 피할 수는 없었다.

“키이이익!”

앞뒤로 빠르게 쇄도할 수 있는 가재들이 그녀를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흥.”

쉬식 ― !

재희의 신형이 빠르게 놈들을 지나쳤다.

재희의 고유능력, ‘위치 반전’.

시야 내 대상과 자신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초자연형 능력이 발현된 것이다.

“키익?”

이를 모르는 괴물 가재는 그저 재희가 눈앞에서 사라진 줄 알고 주위를 두리번거릴 뿐.

이미 가재와 위치를 바꾼 재희는 저 멀리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앞서 들어왔던 두 베타조 이상의 속도로 쭉쭉 던전을 주파하는 두 사람.

무색의 막으로 막혀 있는 던전의 벽 라인을 따라 쭉 나아가던 두 사람은 그렇게 단 2시간 만에 입구의 반대편 끝에서 조우할 수 있었다.

“뭐야… 벌써 끝이야?”

“그렇게까지 넓은 건 아닌데?”

아무리 두 사람이 알파조이고 베타조보다 빠르다고는 하지만 겨우 2시간이었다.

이 던전은 넓어 봐야 서울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의 크기.

“혹시 두 사람의 흔적 같은 거라도 본 거 있어?”

“없어. 그쪽은?”

“나도 없어.”

“…….”

잠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적막.

잠시 뒤.

끄덕 ―

파밧 ― !

서로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곧바로 발을 움직였다.

“일단 보스를 찾는다!”

“보스한테 당하진 않았겠지?!”

재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창훈은,

“…….”

그럴 리 없다고 섣부르게 단언할 수 없었다.

* * *

쉬시시식 ― !

두 명의 A급 헌터가 던전의 한가운데를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보스의 위치는 보통 두 곳 중 하나였다.

던전 입구에서 가장 먼 반대편, 혹은 던전 가장 중심 부근.

가장 먼 반대편에는 없었으니 이젠 중심 부근에 있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

“이놈들, 가재 맞지?”

창훈이 신기루를 전개하여 주위로 몰려드는 가재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며 재희에게 물었다.

“맞아! 크기가 X나 크긴 하지만!”

재희가 징그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형 몬스터가 대왕 가재라면 보스는 뭘 것 같아?”

“초대왕 가재 아니야? 보통 그렇잖아!”

일반적으로 보스 몬스터는 주로 등장하는 몬스터의 거대화 버전이거나 강화 버전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형 던전일 수도 있잖아!”

이형 던전.

두 가지 종류의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을 말했다.

주로 일반형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의 종류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드물지만 아예 다른 종류의 몬스터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형 던전이면 내가 어떻게 알아! 완전 쌩뚱맞은 게 나올 게 뻔한데!”

이형 던전에 출몰하는 서로 다른 몬스터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게 바로 이형 던전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였다.

가재를 보았다면 더 큰 가재나 더 강한 가재를 예상하고 보스를 예상하고 가게 될 테니까.

그런데 별 이상한, 해괴한 능력을 지닌 보스 몬스터를 맞닥뜨린다?

아차 하는 순간 당할 수도 있었다.

“아무리 이형이래도 그렇지! B급 둘이 D급 던전 보스한테 당하는 게 말이 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콰직!

창훈은 신기루를 무시하고 자신에게 달려든 한 괴물 가재를 바닥에 가볍게 짓이겼다.

삐빅 ―

놈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지기 전에 재빨리 놈의 마력 수치를 측정해보는 창훈.

그리고,

덜덜덜……!

창훈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아까 이 던전… 파장 수치가 얼마라고 했지?”

“25,000에 진짜 약간 못 미친다고 하던데? 왜 그래? 차이가 얼마나 나길래?”

“사, 삼백오십…….”

“뭐, 뭐라고……!”

재희의 표정에 경악이 깃들었다.

던전 파장 수치.

던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총 수치를 게이트의 일렁임 정도로 그 몬스터들의 숫자를 어림한 후 나눈 대략적인 수치.

대량의 마정석이 지닌 마력이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일반 몬스터들의 마력의 10배 정도의 수치로 나타난다.

마력 파장 수치가 25,000에 가까운 던전이라면 일반형 몬스터들은 10분의 1에 못 미치는 2,300에서 2,400 정도가 일반적이며 보스는 그 이상인 2,500에서 2,600 정도의 마력인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를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거의 99.9% 정확하게 측정 가능하지만 딱 한 가지 경우에 예외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이형 던전이었다.

일반형 몬스터와 보스가 완전히 다른 개체일 경우였다.

이형 던전은 두 몬스터 간의 힘의 차이가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큰 경우가 다반사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한 범위 이내.

그런데 지금의 수치는,

“부, 분명 2만 4천 얼마라고 했는데… 일반 몬스터가 350이라고…? 다, 다시 잡아봐!”

너무나도 비상적이었다.

슈슉 ― !

재희가 멀리 있는 가재 한 마리와 자신의 위치를 바꾸었다.

타닷 ― !

곧바로 대왕 가재의 등 위에 올라타 놈의 마력 수치를 측정하는 창훈.

삐빅 ―

“마, 마력 348!”

죽이지도 않았으니 오류가 났을 리는 없었다.

콰직!

단번에 올라탄 가재를 때려죽인 창훈이 멍한 눈으로 재희를 바라보았다.

“…어, 어떡……!”

“뭐, 뭘 어떡해! 빨리 가야 한다고!”

퍼뜩!

파아아앙 ― !

재희의 외침에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린 창훈은 이를 악물고서 던전 중심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파장 수치 24,000이 넘는 던전.

그리고 300대 중반의 마력을 지닌 일반 몬스터들.

300대 중반의 수많은 일반형 몬스터들이 있는데도 고작 한 개체가 이 던전의 파장 수치를 24,000대까지 끌어올렸다고 가정한다면…….

까득 ― !

‘…최소 B급 최상위 던전의 보스인가.’

A급과 다름없는 수준의 몬스터.

앞서 들어선 베타조 두 사람이 만났을 몬스터의 수준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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