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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04화 (204/300)

204화. 오늘도 수고했음 (3)

창훈과 재희가 지원을 위해 던전에 진입하기 대략 10시간 전.

“어? 입구네?”

던전 내부를 둘러보던 유린과 지영은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고 입구로 되돌아와 있었다.

“저희… 보스 못 봤죠?”

“…네. 못 봤죠.”

“하아아아……!”

지영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중심까지 또 확인하러 가야 한다니……!”

던전의 보스를 상대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적어도 형태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털썩 ―

두 사람은 던전의 중심으로 향하기 전, 잠시 주저앉아 마력을 회복하며 휴식을 취했다.

“스읍… 후우… 스읍… 후우……!”

마력 호흡으로 마력회복을 가속화시키는 두 사람.

몇 시간 동안이나 질주하느라 텅 비어버린 두 사람의 마나통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흐르자,

“후우…….”

“하아…….”

두 사람이 비슷한 타이밍에 크게 숨을 토해내며 눈을 떴다.

“그럼 다시 가볼까요?”

“흐엥… 오늘 완전 새벽 근무 확정이네요.”

“…조금만 더 힘내봐요.”

“조장님은 아쉽지도 않으세요?”

퇴근을 바라는 지영이 계속해서 칭얼거리자 유린은 쓰게 웃어 보였다.

“저도 퇴근하고 싶죠. 근데 맡은 일을 마치는 게 우선이잖아요?”

“…너무 정론을 말씀하시니 할 말이 없잖아요.”

지영의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슈욱 ― !

두 사람은 던전의 중심부를 향해 재차 몸을 날렸다.

* * *

터엉 ― !

쩌저저적!

어느덧 중심부에 거의 다다른 두 사람.

그런데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던 가재들을 튕겨낸 유린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해 있었다.

“조장님…? 왜 그러세요?”

유린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지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

지영의 물음에도 유린은 그저 손목을 한 차례 빙글 돌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키익!”

때마침 또 다른 가재가 재차 달려들었다.

“아오, 진짜!”

지영이 신경질적으로 마력 유형화로 검을 생성하며 놈을 죽이려는 그때,

“가만 있어 봐요.”

지영을 말린 유린은 주먹을 말아쥐며 자세를 잡았다.

후욱 ― !

고유능력 ‘척력’을 사용하지 않고 약간의 신체강화만을 한 유린의 정권이 소형차만 한 가재의 이마에 적중했다.

콰직!

“…어?”

한발 물러서서 이를 지켜보던 지영의 입에서 얼빠진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단 한 번의 정권에 괴물 가재의 이마에 구멍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조, 조장님… 이렇게나 강하셨어요? 일반 정권 한 방에 몬스터의 대가리를……!”

“아뇨.”

투둑 ―

유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괴물 가재의 머리를 파고 들어간 손을 빼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얘네가 너무 약해요.”

“…예? 여기 그래도 D급 최상위 던전인데요…….”

물론 D급 최상위 던전이라고 해봐야 B급 헌터에게 긴장감을 줄 수는 없었다.

두 등급 이하의 던전은 보통 시간만 충분하면 솔로 토벌도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조장님의 부분강화 실력이 뛰어나신 게 아닐까요?”

“방금의 주먹은 단순한 전신강화였는걸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겨우 전신강화 상태로 몬스터들을 때려잡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아무리 두 등급 아래더라도 부분강화와 고유능력을 적절히 사용하며 상대해야 하는 법.

평범한 전신강화로 한 방에 때려죽이려면 서너 등급은 아래여야 할 것이었다.

“…그, 그럼 방금은 뭔데요?”

“그러니까요. 여기 몬스터들, 너무 약해요. D급 던전 몬스터가 아닌 것처럼…….”

“……!”

지영의 표정이 덩달아 심각해졌다.

분명 던전의 마력 파장 수치는 24,000 후반대.

D급 최상위의 던전이 분명한데 일반 몬스터들이 생각보다 훨씬 약하다면 답은 하나였으니까.

“그, 그럼 보스는……!”

지영이 당황하여 무언가 말하려는 그때,

“우우우우웅?”

그녀의 바로 등 뒤에서 영문 모를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히야아아아악!”

소스라치게 놀란 지영이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딸꾹!”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유린이 그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딸꾹질을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두 사람을 바라보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갸웃 ―

고개를 모로 꺾으며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 * *

기괴하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그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시퍼런 몸.

조금 많이 길쭉한 팔다리.

뭉크의 그림, ‘절규’ 속 인물이 절로 떠오르는 얼굴과 눈코입의 형태.

더군다나 무저갱이라도 되는 듯 검게 뻥 뚫려 있는 눈코입은 두 사람의 공포를 한층 더 가중시키고 있었다.

“귀, 귀신……?”

지영이 벌벌 떨며 말을 더듬었다.

부들부들.

유린도 마찬가지로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두 사람 다 처음이었다.

몬스터를 보고 이렇게 겁에 질린 것은.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지만 몬스터를 앞에 두고 이렇게까지 공포에 휩싸인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느끼는 이 생소한 감정에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갸웃 ―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몬스터.

그 생김새와 행동 하나하나가 인간의 생리적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으득 ―

잠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머릿속이 하얘졌던 유린은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입술을 깨물며 이성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이상해… 이렇게까지 몸이 떨릴 일인가?’

평소에 귀신이나 기괴한 것들을 무서워했다면 이해가 가지만 유린은 솔직히 공포영화나 고어물도 잘 보는 편이었다.

딱히 몬스터가 강하다고 해서 겁을 먹은 적도 없었고, 죽음을 그렇게까지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죽음을 두려워했다면 게이트 안에 손을 집어넣었겠는가?

무데뽀 기질이 다분한 그녀는 전반적으로 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놈을 보자마자 겁을 먹었다?

‘…놈의 기술이다.’

“우우우우웅?”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실제로 놈이 저 우우우웅? 하는 소리를 내뱉을 때마다 소름이 끼쳐오고 있었다.

짜악!

진짜 공포가 아닌 강제로 유발된 공포임을 깨달은 유린은 자신의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고 지영을 뒤로 잡아끌었다.

“지영 씨, 정신 차려요. 이건 진정한 두려움이 아니에요. 놈의 기술이라고요……!”

“으아… 아으……!”

그러나 지영은 이미 공포에 질려 맛이 간 상태였다.

덜덜덜덜……!

팔다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는 데다가 입가에는 살짝 거품까지 문 상태.

지영의 눈이 거의 반쯤 뒤집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유린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곤 어쩔 수 없이 지영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빠악!

“하으… 아악!”

졸지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지영은 벌벌 떨다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벌떡 일어섰다.

“조, 조장님!”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유린을 바라보는 지영의 두 눈엔 다행히 초점이 돌아와 있었다.

“정신 차렸네요. 그럼 집중하세요, 이제.”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지영의 불만을 깔끔히 무시한 채 보스 몬스터를 응시하는 유린.

“으으으……!”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지영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스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우우우우웅?”

찰박.

고개를 자꾸만 좌우로 꺾어대던 녀석이 두 사람의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히, 히익!”

또다시 겁에 질린 지영이 온몸을 움츠리며 유린의 뒤로 물러났다.

“조, 조장님… 저, 저도 제가 왜, 왜 이러는지 모, 모르겠어요……!”

“후우… 후우… 알아요. 이건 놈의… 후우… 기술이에요.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보스가 내는 이상한 소리에 다시 공포가 엄습하기 시작한 유린은 심호흡을 하며 공포로 떨려오는 몸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몸을 움직여야 해!’

파앗 ― !

가만히 있다간 결국 공포에 잠식되어버릴 것임을 직감한 유린은 빠르게 판단을 내린 뒤 지영의 목덜미를 잡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여전히 떨리고 있는 몸으로 보스와 맞붙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D급 최상위 수준의 마력 파장 수치라고는 하지만… 상부에 건의해서 B급 판정을 내려야겠어.’

저 보스는 최소 B급 10명은 있어야 레이드가 가능하다.

유린은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그때,

“으아아아아악!”

유린에게 목덜미를 붙잡힌 채 마치 짐짝처럼 끌려가던 지영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지영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유린은 입구 쪽으로 달리다가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 ― !

“우우우우우우우웅!”

시퍼런 꺽다리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싹!

그 모습이 어찌나 기괴하고 소름 끼쳤는지 지영을 끌며 도주하던 유린의 팔다리가 한순간 멈출 정도였다.

우당탕탕! 촤아악!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팔다리로 인해 유린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케헥!”

그 과정에서 바닥을 겨우 채우고 있던 얕은 물에 얼굴을 처박으며 물을 꽤나 집어삼킨 지영이 토악질을 해댔다.

“으윽……!”

유린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신음을 냈다.

달리다가 고꾸라지다니?

유치원생 이후로 처음 겪는 일이었다.

물기 가득한 바닥에 엎어진 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멍하니 있던 유린의 머리 위로,

스으윽 ―

“우우우우웅?”

보스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 *

쉬시식 ― !

창훈과 재희가 바람을 가르며 계속해서 던전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지금 베타조장의 실력이 어떻게 되지?”

“걔잖아! 협회장님이랑 부협회장님 딸!”

“…뭐? 이런 씨X!”

파아아앙 ― !

창훈과 재희의 속도가 한층 더 올라갔다.

퍼어어어엉 ― ! 퍼어어엉 ― !

A급의 두 헌터가 거칠게 달리는 것만으로도 그 여파에 휩쓸린 가재들의 몸뚱이가 터져나갔다.

“그 친구 조장된 지 얼마 안 됐잖아! 그럼……!”

“자꾸 재수 없는 소리 할래? 재수 없는 소리 할 시간에 발 한 번이라도 더 놀려!”

으득 ― !

불안한 마음에 자꾸 말을 붙이던 창훈이 재희의 일갈에 입을 다물었다.

‘제발… 무사해라……!’

쐐애애애애액 ― !

계속해서 가속하던 두 사람의 신형이 어느덧 두 줄기의 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우우우우우웅?”

두 사람은 이 던전의 보스인 이레귤러를 마침내 조우할 수 있었다.

오싹! 오싹!

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오싹해지는 피부에 당황하는 두 사람.

“뭐, 뭐야 이 자식은? 저 소리… 상당히 거슬리는데?”

“…정신계열의 몬스터인 것 같군.”

하지만 뛰어난 알파조답게 곧바로 놈의 특징을 잡아냈다.

“녀석은 내가 상대할 테니 너는 주변을 수색해. 흔적 하나 놓치지 말고.”

“오래 끌지 말고 빨리 끝내!”

파앗 ― !

단숨에 역할을 분배한 두 사람의 신형이 흩어졌다.

“우우우우웅?”

갸웃 ―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남발하며 흩어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는 보스.

우드득 ― 뚜둑 ―

홀로 보스를 상대하게 된 창훈이 보스처럼 고개를 좌우로 꺾어댔다.

“어이, 시퍼런 놈.”

“우우우우웅?”

저절로 몸이 떨리고 있을 텐데도 태연한 자세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창훈의 모습에 당황한 보스가 다시 한번 고개를 모로 꺾었다.

어떻게든 창훈을 위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한 보스.

그러나,

슈욱 ― !

창훈은 이미 보스의 머리 위에 올라와 있었다.

“…우우우웅?!”

보스는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었던 작은 존재가 어느새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와 있자 꽤나 당황한 듯했다.

후웅 ―

한 줄기의 바람과 함께 방금 전까지 아래쪽에 서 있던 창훈의 모습이 지워졌다.

신기루로 만들어낸 허상이었던 것이다.

“우리 직원들 어딨어!”

키이이이잉 ― !

콰아아아아앙!

전력으로 부분강화를 전개한 창훈의 진각이 보스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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