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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08화 (208/300)

208화. 라이벌은 성장에 좋음 (2)

“아니, 왜! 못할 게 뭐가 있냐!”

“진정해라… 정호백. 너 취했어.”

천용은 흥분해서 씩씩거리는 호백에게 찬물을 내밀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한 번 달아오른 호백은,

“아니!”

찬물 정도로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솔직히 우리가 세계를 떠나서 국내의 입지적인 면만 놓고 생각해보자고. 코드 제로한테 우리가 밀리는 거? 그건 당연하지. 그 누가 코드 제로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잖아!”

호백은 천용이 내민 찬물을 단번에 목 안에 털어 넣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기존에 한국 최강이라 불렸던 우리 S급 헌터들이 코드 원한테까지 밀리고 있잖아! 심지어 그 사람… 아니, 그놈도 우리랑 같은 S급인데!”

“…정호백. 취했다니까. 코드 원 씨한테 실례다.”

“자꾸 말 돌리지 말고! 이 새끼야!”

으드득 ― !

호백이 거세게 이를 갈았다.

“너는 분하지도 않냐? 이대로 계속 밀려나서 퇴물 소리 듣고, 뒷방 늙은이 취급당할 거야? 그놈… 아니, 그래. 그 사람이 세계급이면 또 몰라! 같은 S급인데 왜 우리가 한 수 아래 취급당해야 하는 거냐고?”

‘나는 몰라도… 너는 아마 한 수 아래가 맞지 않을까 싶은데…….’

천용은 자신의 컵에도 찬물을 따라 홀짝이며 가만히 생각했다.

코드 원, 강천의 정체를 알고 있는 천용으로서는 같은 S급이더라도 당연히 그가 정호백보다는 더 강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 꺼냈다간 더 크게 흥분하겠지.’

안 그래도 밥상을 뒤엎을 기세로 씩씩거리는 호백에게 그 말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천용은 다른 포인트에 초점을 두어 말을 돌리는 것을 택했다.

“누가 퇴물 소리를 듣고,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한다는 거냐? 아무도 그런 소리는 한 적이 없다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어쨌든 한 수 아래 취급당하고 있는 건 팩트잖아!”

쪼르륵 ― 쪼르륵 ―

호백은 씩씩거리며 자신과 천용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야, 언제까지 S급 최상위라는 타이틀에 만족하면서 지낼 거냐? 너도 이제 올라가야지? 만년 A급 최상위 이태성도 S급이 된 마당에!”

꿈틀.

호백의 도발에 천용의 눈썹이 꿈틀댔다.

확실히 대한민국에는 그 누구보다 확실한 부동의 대명사 2개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S급 최상위의 대명사 김천용과 A급 최상위의 대명사 이태성이었다.

무려 5년 이상이나 그 타이틀을 달고 있던 그들.

애초에 둘 다 오르기도 힘든 수준인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서 5년을 버티기도 참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있던 두 사람.

하지만 얼마 전 그 공식(?)이 깨졌다.

이태성이 A급을 벗어나 S급에 올라섰으니까.

그렇다면 이젠 천용도 틀을 깨고 움직일 차례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S급 던전은 함부로 시도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잘 알잖아.”

S급 던전은 다른 던전들처럼 함부로 도전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같은 등급의 던전이라도 그 난이도의 편차가 있었고, 그 등급이 높아질수록 동일 등급 내 편차는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한국은 S급 헌터의 수조차 부족한 상황.

아무리 이태성이 S급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현재 한국이 보유한 S급 헌터는 김천용, 정호백, 박대상, 민호성, 구정태, 유강천(코드 원), 이태성(코드 투)가 전부였다.

협회 소속인 코드 원과 코드 투를 대동하더라도 최소 기준인 10명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

최초의 S급 헌터였던 현무 길드의 전 마스터, 이도천이 S급 던전에서 목숨을 잃은 적이 있는 만큼 S급 던전 레이드는 무조건 최소 기준치를 맞추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신중한 성격인 천용이 그런 S급 던전 레이드에 함부로 도전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지금 한국에 S급 던전은 있지도 않아.”

S급 던전은 쉽게 볼 수 있는 던전이 아니었다.

전 세계의 S급 헌터들이 세계급으로 빠르게 올라가지 못하고 S급에서 정체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말이다.

“누가 지금 당장 가자고 했냐? 혹시나 생기면 가자고, 생기면.”

호백이 소주를 가득 채운 술잔을 앞으로 뻗으며 말했다.

“얀마. 도전 없이는 얻는 것도 없는 거야. 천하의 김천용이 1등은 못 먹어도 최소 2등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 뭐, 그렇게 루저로 살 거면 계속 루저로 살고.”

“하.”

천용은 술잔을 마주 내밀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 루저도 못 이기는 녀석이 입은 살아 있구만.”

“시X… 그래서 할 거야, 안 할 거야!”

천용은 씨익 웃으며 호백이 내민 술잔에 자신의 술잔을 부딪쳤다.

“그래 뭐… 까짓거! 해보자고. 죽기밖에 더 하겠냐.”

“큭, 크하하하! 그래! 그래야 내 라이벌이지!”

차랑 ― !

두 사람의 술잔이 회 접시 위에서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근데 생겨야 하지.”

“걱정 마! 언젠가는 생기겠지!”

하지만 두 사람은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했던 그 약속이,

“이게 왜 진짜로……?”

바로 다음 날 현실로 다가오게 될 줄은 말이다.

* * *

다음 날, 경상북도 경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문화적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대한민국의 대표 절인 불국사.

그 불국사 한복판에,

“츠, 측정 불능! S급 던전입니다!”

S급 던전이 떴다.

{야, 김천용! S급이 진짜로 떴어!}

호백은 곧바로 들뜬 목소리로 천용에게 전화를 했다.

{당장 호성이 데리고 경주로 와! 불국사에서 보자!}

뚝 ―

냅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는 호백.

길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소식을 접하고 어안이 벙벙해진 천용은 멍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아니, 이게 이렇게 바로 생긴다고?”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천용.

삑 ―

말없이 사내 전용 전화기로 호출 버튼을 눌렀다.

{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어, 네. 부길드장 좀 불러줘요.”

{네. 알겠습니다.}

삑 ―

멍한 표정으로 전화를 끄는 천용.

어지간히도 놀란 듯 그의 얼굴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그의 멍한 느낌만이 가득해 보였다.

잠시 뒤,

똑똑 ―

“들어오세요.”

길드장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반곱슬머리의 한 남성이 들어왔다.

남성의 정체는,

“하암… 무슨 일인데? 나 꿀잠 자고 있었는데, 진짜…….”

최근 다시 S급에 오르며 청룡 길드 부길드장으로 복직한 민호성이었다.

“흐아아아암……!”

호성은 입을 쩍쩍 벌리며 늘어지게 하품을 해댔다.

S급이라는 목표를 다시 달성한 뒤 예전처럼 한량처럼 늘어지는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 호성.

그간 그가 수고했음을 알았기에 천용은 그런 그를 보고도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레이드 준비해라. 경주로 간다.”

이제 다시 그를 써먹을 때가 도래했다.

“…응? 경주? 경주는 왜? 거기 뭐 있어? 경주하니까 중학교 때 수학여행 생각나네… 그때 불국사에서 버스 헷갈려서 다른 학교 버스 탔는데…….”

경주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듯 큭큭 웃는 호성.

그러나 그의 경주에 대한 추억은 이제 곧 악몽으로 바뀌기 직전이 되었다.

“맞아. 불국사. 거기로 갈 거야. 거기 S급 던전이 떴거든.”

천용의 말에 호성은 잘못 들었는가 싶어 두 눈을 잠시 크게 끔뻑거렸다.

“…뭐? S급? 그걸 우리가 토벌한다고? 왜? 코드 제로 님은 뭐 하시고?”

“어제 정호백이 S급 예약을 걸었는데 오늘 바로 떴다. 그래도 이미 조사는 마쳐주셨다니까 이제 우리가 가서 레이드만 뛰면 돼.”

“…호백이 형이?”

호성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짙게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그 형은 왜 그딴 쓸데없는 짓을…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건가?”

“시끄럽고. 빨리 준비나 해. 10분 뒤에 출발한다.”

“혀, 형! 아니 마스터! 나 S급 다시 올라온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다고요! 또 강등당하기 싫다고!”

천용은 벌써부터 징징거리기 시작하는 호성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강등당할 생각부터 하면 어떻게 하냐. 모처럼 S급 던전인데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방금 전까지 본인도 상당히 당황했던 주제에, 먼저 정신 좀 차렸다고 호성에게 일침을 가하는 천용의 모습은 꽤나 양심이 없어 보였다.

저벅 ― 저벅 ― 쿵 ―

먼저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천용.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무실에 혼자 남겨진 호성은,

“…그냥 돌아오지 말걸……”

청룡 길드로 돌아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 * *

경주 불국사.

그 불국사 안에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무시무시하구만, 이거. 울릉도 때 생각나네.”

호백은 허공에서 일렁이고 있는 거대한 던전 게이트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옆에서는 백호 길드의 부길드장인 구정태가 호백에게 끌려와 연신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형님.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자살행위 아니요? 7명이서 S급 레이드라니? 울릉도 때는 적어도 외국 애들까지 불러서 10명 채워서라도 들어갔지!”

구정태의 걱정은 타당했고 정당했다.

10명이라는 인원을 채워서 들어간 울릉도 S급 레이드 때도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그런데 그보다 3명이나 부족한 7명이서, S급을 레이드한다고 하니 구정태가 크게 불안해할 만도 했다.

그러나,

“짜식아! 형님 못 믿냐?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안심해!”

호백은 이미 의욕이 만땅인 상태였다.

“아니, 지켜주고 나발이고! 누군가는 뒈진다고!”

“어허! 형님만 믿으라니까!”

“…….”

한편 먼저 도착해서 가만히 던전 게이트를 바라보던 박대상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백호길드의 두 사람이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에도 가만히 침묵을 유지했다.

‘…마스터.’

박대상이 부길드장이던 시절… 현무 길드의 길드장이자 그의 스승이었던 한국 최초의 S급 헌터, 이도천.

실로 오랜만에 S급 던전을 마주하니 그때 당시의 생각이 새록새록 나고 있었다.

타다다닥 ― !

―마스터. 뭐 하고 계십니까?

―뭐 하긴 뭘 해. 유서 쓰지.

―…예? 유서요? 가, 갑자기 무슨……!

―갑자기는 무슨 갑자기야. 내일 S급 레이드인 거 몰라?

―아, 알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유서라니요!

이도천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대상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너는 던전에 들어갔다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100% 있냐?

―……!

―나는 없다. 아무리 내가 S급 헌터라지만 F급 던전에 들어가도 100% 살아서 나올 거라는 확신이 없어. 그래서 나는 어떤 던전이든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놔. 그래야 내가 갑자기 가더라도 남겨진 자들이 혼란스럽지 않지. 안 그러냐?

―하지만…….

―대상아. 내가 유서를 쓸 때마다 너에게 똑같이 전하는 말이 있다. 이왕 이야기 꺼낸 거, 직접 말해두마.

이도천은 박대상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죽고 네가 길드장이 되면… 너도 나처럼 유서를 써 버릇해라. 그러면 길드장이 죽더라도 현무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자꾸 그런 불길한 이야기 하지 마십쇼.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되어 있으면 근심할 것도 없다고 했다. 내가 내 근심 없애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이 자식아.

툭툭.

유서를 마저 다 작성한 이도천은 박대상을 지나치며 그의 머리를 두어 번 두들겼다.

―새꺄. 얼굴 펴. 덩치는 산만 한 게 은근히 감성적이라니까.

무심한 듯 다정한 태도로 박대상을 비롯한 모든 길드원을 챙겨주던 모든 현무의 스승, 이도천.

그는 다음 날 울릉도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그리고 지금 경주 불국사.

꽈악 ―

S급 던전 게이트를 바라보던 박대상은 품속의 유서를 손으로 괜히 만지작거렸다.

“후우…….”

아직 멀리서 오고 있는 청룡의 두 사람을 제외한 백호와 현무의 S급 헌터 3인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던 그때,

저벅 저벅 ―

저기 불국사 입구 쪽에서 두 남자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새까만 정장.

그리고 낯이 익은 새하얀 가면까지.

그들의 정체는,

“…뭐야? 아직 다 안 왔네?”

한국 헌터 협회 소속 최강의 전투부서, ‘코스모스’의 일원들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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