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라이벌은 성장에 좋음 (6)
한 5분 정도 흘렀을까.
“으음…….”
기절했던 강천이 의식을 되찾았다.
“으윽……!”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건드리려다가 얼굴에 씌워져 있는 자신의 가면을 누르는 강천.
가면의 존재와 주변의 시선을 눈치채고 강천은 이마를 문지르는 걸 포기했다.
“…괜찮냐?”
자신처럼 가면을 쓴 채 옆에 앉아 있던 한 남자, 태성이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 아니, 잠깐.”
강천은 자연스레 태성의 물음에 대답하려다가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째려보았다.
“아니, 왜 반말이지?”
“…크흠.”
은근슬쩍 말을 놓았던 태성은 곧바로 반말이 걸리자 머쓱한 듯 헛기침을 했다.
아직도 신입으로만 느껴지는 강천에게 존댓말을 하기란 참으로 어색하고 힘든 일이었다.
“괜찮…습니까.”
“진작 그럴 것이지.”
강천은 혀를 한번 차고 벌러덩 풀밭에 드러누웠다.
“골 울린다, 골 울려. 몸 안이 텅텅 빈 느낌…이 아니네?”
몸 안을 관조해보던 강천은 깜짝 놀라 다시 벌떡 일어났다.
“어……?”
이상해진 몸 상태를 느끼고 눈앞에 자신의 상태창을 띄운 강천의 두 눈이 커졌다.
[상태창]
이름 : 유강천
능력 : 무기(냉병기/총화기/포탄 및 폭탄류/화생방 무기)
마력 : 50,019
4개로 나뉘어져 있던 마지막 물음표란이 사라져 있었다.
마력 수치는 어느새 5만을 넘어 있었고 말이다.
‘진짜로 넘었어?’
레일건을 쏘며 말했을 때만 해도 그저 조금 앞서간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진짜로 넘을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여기… S급 최상위 던전이었어?’
왠지 S급 5명이 달려들었는데도 한 마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더라니.
게다가 마지막에 놈의 자폭으로 죄다 반죽음당할 뻔하지 않았는가?
“아니, 이 형은 왜 그걸 말을 안 해주고…….”
S급부터는 게이트 바깥에서 던전 마력 파장 수치를 잴 수 없다.
S급부터는 측정 불능이라고 뜨기 때문.
그래서 측정 불능 던전은 직접 조사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7인의 S급 헌터들이 도착하기 전, 먼저 던전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던 태운.
S급 던전 보고서 작성이 처음이라서 누락했던 것일까.
보고서에는 S급 최상위인지, 간당간당한 S급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
EX급이었다면 그들에게 내주지 않고 본인이 토벌했을 테니 일단 이곳은 무조건 S급이 맞았다.
하지만 보스가 아닌 일반 몬스터를 잡은 것만으로 강천이 세계급이 되었다는 것은,
‘못해도 4만 후반대!’
두룡미사들의 마력 수치가 49,000대에 육박한다는 뜻이었다.
“허…….”
얼떨결에 세계급으로 올라선 강천.
“…큰일 났네.”
그는 자신의 상태창과 손바닥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나 너무 강해졌는데?’
강천의 시선이 자신의 능력, 마지막 칸을 주시하고 있었다.
* * *
코드 원이 쓰러진 동안 주위를 경계하며 보초를 서고 있었던 다른 5인의 S급 헌터들.
등 뒤에서 코드 원과 코드 투가 말하는 소리를 들은 호백이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어난 건가.”
“하긴, 그만한 공격이었는데… 기절 안 하는 게 더 이상할 거요.”
정태가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무리 전력을 쏟아부었다고는 해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형님! 지금 장난하쇼? 당연히 말이 안 되지!”
정태는 뭔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S급 헌터가 아무리 전력을 쏟아부었다고 한들, S급 몬스터 수십 마리를 일격에 절명시킨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쇼? 하! 어림없는 소리! 호랑이 한 마리가 아무리 전력을 발휘했다고 한들 곰 수십 마리를 사냥할 수는 없는 법이요. 한두 마리, 아니 많이 쳐줘서 서너 마리면 몰라도 수십 마리는 절대 말이 안 되지!”
정태가 마치 화라도 난 듯 씩씩거리자,
“나도 알아, 이 새끼야! 왜 혼자 급발진하고 지랄이야!”
빠악!
호백은 괜히 열받는다는 듯 정태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정태가 굳이 예시로 호랑이를 들먹였기 때문이다.
“……!”
뒤통수를 맞은 정태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호백을 쳐다보았다.
“형님…! 왜 저한테 지랄이요?”
“뭐? 지랄?”
“지랄 맞잖소! 아니, 말로 하면 되는 걸 왜 뒤통수를 후려치고 지랄이요?”
“이게, 길드장한테……!”
“나도 부길드장이오!”
백호의 S급들이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 백호의 헌터들을 보며,
“형 친구 인성 왜 저래? 먼저 때려놓고 저러네.”
호성은 그저 웃기다는 듯 킥킥댔다.
“…친구 아니다.”
천용은 호백과의 사이에 선을 그으며 슬쩍 강천 쪽을 쳐다보았다.
‘달라졌다.’
기도의 수준 자체가 달라진 코드 원이 허공을 쳐다보며 무언가에 놀라고 있었다.
‘EX급이 된 건가.’
“흠.”
천용은 살짝 아쉬운 마음 반, 그에게 기대하는 마음 반이 섞인 콧바람을 흘렸다.
‘벌써 2명이나 나를 추월한 건가.’
코드 제로야 워낙 규격 외이니 그렇다 치지만 코드 원마저 자신을 추월할 줄이야.
‘아니, 애초에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이니… 저자도 규격 외라고 봐야겠지.’
세상 그 어떤 헌터가 저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을까.
천용은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드 제로의 성장 속도도 저만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태운이 처음부터 강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천용에게 강천은 그가 본 인물 중 가장 빨리 성장하는 괴물이었던 것이다.
“형! 괜찮은 거야? 저 코드 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라간 것 같은데.”
호성이 밝지만 조금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래도 그도 느낀 듯했다.
코드 원이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그리고 오랜 시간 최강자 자리에 있었던 천용의 자존심을 걱정하는 듯했다.
“…괜찮냐고?”
천용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낮아졌다.
평소와는 뭔가 다른 천용의 분위기에 호성은 살짝 한발 물러나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당연히 안 괜찮지.”
파지직!
그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대로 혼자 앞서가게 놔둘까 보냐.’
규격 외의 괴물이라고?
‘그게 뭐가 어쨌다고.’
천용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도 한때 천재니 괴물이니 소리를 들어왔던 기재 중의 기재.
이대로 당하기만 해서는 왕년의 명성이 울 것이었다.
쿠르릉 ―
어느새 청룡으로 변신한 천용이 우렁찬 목소리로 코스모스가 아닌 다른 이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타라. 남은 두룡미사들을 빠르게 정리하러 간다.”
“…어어?”
그의 말에 정태와 호성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둘은 안 데려가게?”
스윽 ―
천용의 용안이 풀밭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향했다.
“…좀 더 쉬는 게 좋을 거야. 코스모스는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우리도 뭔가를 해야겠지.”
파지직!
강천과 천용의 두 눈이 허공에서 마주치며 불꽃을 튀겼다.
“내 덕에 많이 먹지 않았습니까? 축하드립니다.”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으니까.”
스윽 ―
강천은 가면 뒤에서 씨익 미소를 지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답은 해드려야겠지요?”
우웅 ―
강천의 체내에서 마력이 꿈틀대나 싶더니,
처컥 ―
강천의 양팔이 작은 포 형태로 변했다.
* * *
“……?”
“…뭘 하려…는 겁니까?”
다른 이들은 물론이고 자신도 모르게 또 반말을 할 뻔한 태성이 옆에서 궁금한 표정으로 강천을 바라보았다.
“뭐… 보면 압니다.”
강천은 본인도 기대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양팔의 포를 겨누었다.
“이걸로, 은혜는 바로 갚은 겁니다.”
키이이이이잉……!
강천의 양팔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유탄발사(榴彈發射) ― VX ver]
퍼퍼펑 ― !
마치 유탄 발사기처럼 강천의 양팔에서 무언가 나오더니,
슈우우우우 ―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던전 구석구석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퍼퍼퍼펑 ― !
그렇게 유탄이 얼마나 날아갔을까.
처음 날아갔던 유탄들이 던전 어딘가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아앙……!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오고,
크허어어어어어어엉……!
던전 곳곳에서 괴로워하는 듯한 두룡미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뭡니까? 폭탄을 터뜨린 겁니까?”
천용이 살짝 기분이 상한 듯 표정을 찡그렸다.
살아남은 나머지 두룡미사들을 사냥해 강천을 추격하고자 했던 그였으니까.
이제 세계급이 된 그가 자신의 사냥감들을 빼앗은 것 같아 조금이지만 불쾌해진 것이었다.
“폭탄이지만… 일반 폭탄은 아니죠.”
강천이 양팔의 변형을 풀며 말했다.
“VX를 가득 담은 탄들을 쏘았습니다.”
“…VX?”
천용이 의문을 표하자,
“미친…….”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 박대상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흘렸다.
“……?”
모두가 박대상을 쳐다보았다.
다들 VX가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자 박대상은 잔뜩 굳은 얼굴로 살짝 한숨을 쉬며 설명해주었다.
“VX는…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학물질이다. 주로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는 독물이지. 화생방 무기의 종류 중 하나이기도 하다.”
“……!”
다른 이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지금 몬스터한테 화생방 무기를 쏜 거야……?’
‘아니, 저 사람은 능력이 대체 뭐야!’
천용과 태성을 제외하고 강천이 유니크형임을 모르는 다른 이들이 입을 쩍 벌린 채 강천과 박대상을 번갈아 보았다.
“너… 올라갔구나.”
태성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강천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겨우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매정한 놈은 또 혼자 올라가버린 것이다.
“존댓말.”
“…예.”
이젠 진짜 강천과 맞먹으래야 맞먹을 수 없게 된 태성이 고개를 푹 숙였다.
태성의 기를 단번에 누른 강천은 미소를 머금은 채 천용과 그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VX에 노출될 경우 인간의 기준, 몇 분이면 숨이 끊어집니다. 하지만 여기는 S급 던전. 아마 숨이 끊어지는 데에는 30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그러나…….”
무언가 흥미로운 소식을 전하려는 듯 강천의 두 눈빛이 반짝였다.
“VX는 생물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모든 근육과 신경들을 헤집고 뒤집어놓죠. 아마 지금쯤 두룡미사들은 눈물 콧물을 다 빼며 전신 근육 경련에 괴로워하고 있을 겁니다.”
커허어어어어엉……!
저 어딘가 멀리서 계속 들려오는 두룡미사들의 괴로운 울음소리.
강천의 말과 함께 그런 두룡미사들의 울음소리를 듣던 5인의 S급 헌터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말은 즉…….”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호백의 질문에,
끄덕 ―
강천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광렙의 시간이라는 거죠.”
강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파직!
무언가 커다란 것이 사라졌다.
“…어?”
호백, 정태, 대상, 호성은 갑자기 사라진 커다란 무언가에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 뭐지? 뭐가 훅하고 사라졌는데?”
“…어? 천용이 형?”
호성의 목소리에 모두가 방금 전까지 거대한 청룡이 떠 있었던 허공을 쳐다보았다.
치직……!
그러나 그 자리엔 하얀 번개의 잔류만이 흐르고 있었을 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 어디 갔어! 이 새끼!”
당황한 호백이 우왕좌왕하던 그때,
콰르르릉! 콰지지직!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마어마한 굉음의 향연이 터져 나왔다.
“이야, 역시 청룡 길드장님… 행동 빠르시다니까.”
“……!”
강천의 중얼거림을 듣고 그제야 천용이 홀로 몬스터들을 학살하러 갔음을 눈치챈 5인의 헌터들도 몸을 날렸다.
파앗 ― ! 파바밧 ― !
“이 치사한 새끼야아아아아!”
약이 바짝 오른 호백의 목소리가 저 멀리 사라지고,
후욱 ― !
태성도 광렙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덜컥 ― !
“켁!”
어느새 따라붙은 강천의 손에 목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콜록! 콜록! 크윽… 왜, 왜 그래! 인마!”
이제 아무도 없겠다, 태성은 대놓고 반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쭈? 또 반말?”
“치사하게 왜 이래! 단둘이 있을 땐 반말 써도 된다며!”
최근 태성을 놀리는 재미에 사는 강천이 쿡쿡댔다.
“큭큭. 알았어요,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래요. 형.”
“아니! 나 왜 잡았어? 나도 더 강해지고 싶다고!”
태성은 억울한 듯 씩씩거렸다.
물론 강천이 만들어준 판이긴 했으나, 남들 다 먹는데 자신만 못 먹는다 생각하니 분한 것이었다.
“에이, 뭐 그런 부스러기를 먹어요. 형이 먹을 건 따로 있으니까 따라오세요.”
“…어? 어디 가는데?”
강천의 말에 태성은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을 지으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가긴요.”
강천의 시선이 다른 5인이 향한 방향의 반대쪽으로 향했다.
“보스 잡으러 가야죠.”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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