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라이벌은 성장에 좋음 (7)
콰과과과광……!
저 멀리 뒤편에서 굉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들 난리 나셨네.”
강천은 미소를 지으며 태평하게 굉음 소리의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 근데… 저 사람들, 괜찮은 거야? 네가 뭐 브이맥스? 아무리 그거를 쐈다고는 하지만…….”
“브이맥스가 아니라 VX입니다.”
“어쨌든… 그걸로 괜찮은 거냐고. 여기 A급 던전이 아니라 S급 던전이야!”
태성은 꽤나 다른 이들이 걱정되는지 입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알죠. 여기 S급 던전인 거. 그리고 저는 이제 세계급이죠.”
강천은 근심 가득한 태성과는 달리 태평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씨익 ―
굉장히 재수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씨X.”
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눈앞에 있는 이놈이 너무 재수가 없었던 탓이다.
“씨X…? 직장 상사한테 욕을……?”
“사, 상사? 야! 그래도 내가 한참 선배인……!”
“직장 상사한테 말대꾸우우……?”
“……!”
뭐라고 한마디 더 해보려던 태성의 입이 절로 닫혔다.
“…진짜 재능충들 다 죽었으면.”
작게 투덜거리는 태성의 볼멘소리에 강천은 웃음을 터뜨렸다.
“큭큭큭! 죄송한데 형도 재능충 반열에 있거든요? S급은 뭐 아무나 되는 줄 아나.”
“…재능충 오브 재능충들 다 죽었으면.”
“음, 그건 확실히 나나 우리 대장 말고는 없겠네.”
“…….”
태성은 말없이 뒤에서 강천의 뒤통수를 향해 눈을 흘겼다.
“아니, 형!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아요? 내가 형 안 챙겨준다는 것도 아니고, 지금 챙겨주러 가는 길인데.”
“너는 몰라 인마. 한참 후배한테 추월당하는 이 거지 같은 기분을. 10년 공부해서 서울대 갔는데 옆집 동생은 한 번에 하버드 붙은 기분이라고 지금.”
“음… 형, 원래 비교는 다른 사람이랑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하고만 하는 거예요. 남이랑 비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너도 평소에 대장 까잖아. 씹재능충이라고.”
“…크흠.”
강천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
늦었지만 그제야 조금은 태성의 마음이 이해되는 기분인 듯했다.
‘추월당한 입장이니 박탈감이 더 심하려나.’
그러나 강천은 제 나름대로 열심히 했을 뿐.
잘못한 게 없으니 괜히 수그릴 필요도 없었다.
“어쨌든! 메인 디쉬는 형 드릴 테니까 기분 풀어요. 좀.”
“보스 말하는 거지? 보스한테도 VX…? 그거 쓸 거야?”
“……?”
태성의 말에 강천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태성을 돌아보았다.
“형,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어? 안 써? 그렇다고 아까처럼 풀차징할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
“아니, 제가 보스를 왜 잡아요. 형이 잡아야죠.”
“…어?”
태성이 두 눈을 끔뻑거렸다.
“뭐, 뭔 개소리야! 아까 일반 두룡미사도 여럿이서 겨우 잡은 거 못 봤어? 그걸 무슨 수로 내가 혼자……!”
“에이, 걱정 마세요. 제가 구해드릴 테니까.”
“뭐, 뭐?!”
“아니, 레이드 부스터 한두 번 해봐요?”
태성의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 자식… 지금 진심이다.’
다짜고짜 S급 던전 보스를 상대로 레이드 부스터라니.
그것도 혼자서……!
“야! 나 S급 된 지 얼마 안 됐……!”
“어? 저기 있다!”
쿠후우우우웅……!
저 멀리서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쿠후우우우웅… 쿠후우우웅……!
걸음걸이만으로 지축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천천히 두 사람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보스.
“크르르륵……!”
푸쉬이이이이이 ― !
녀석의 콧김이 마치 폭풍처럼 두 사람의 가면을 날려버릴 기세로 불어닥쳤다.
“크읏……!”
안면에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숨이 턱 막힌 태성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이야, 이거 보고서 그대로네.”
강천은 미소를 지으며 감탄했다.
평범한 두룡미사보다 족히 3배는 더 큰 몸집.
“크르르르르릉……!”
3개나 되는 공룡 머리에,
“샤아아아……!”
3개나 되는 꼬리 쪽 뱀 머리.
태운이 따로 별 표시까지 해놓은 보스의 외관 묘사와 똑같았다.
“삼두룡삼미사… 이름 진짜 개대충 지었네. 큭큭큭!”
파악!
강천은 태성의 등을 떠밀었다.
“자, 형! 이제 형이 성장할 시간이네요.”
“허억… 허억… 뭐, 뭐? 히이익……!”
태성의 가면 뒤 안색이 가면처럼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륵……!”
아까 전 봤던 두룡미사보다 3배는 더 크고 3배나 더 많은 머리수를 자랑하는 보스가 코앞에 있었으니까.
“야… 진짜 나 혼자 싸우는 거 아니지?”
싱긋 ―
강천은 어느새 저만치 뒤로 물러나며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라. 코드 투. 내가 신입을 죽이기라도 하겠나?”
“이런 씨X……!”
태성이 욕설을 내뱉는 순간,
“크허어어어어어어어어엉!!!”
보스가 대기 전체를 터뜨릴 듯한 어마어마한 음파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아악!”
눈물을 흘리고, 비명을 지르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놈에게 달려드는 태성.
‘언젠가… 너한테도 복수할 거다……!’
철민에 이어 태성의 새로운 복수 대상으로 강천이 당첨되는 순간이었다.
* * *
콰지지지직!
콰르르르릉!
백색 뇌전이 사방에서 점멸했다.
촤아아아악 ― !
파지지지지직!
흩뿌려진 물방울들을 타고 더욱 기세가 오른 백뢰가 공간을 하얗게 물들여 나갔다.
“그르르르륵……!”
이미 VX에 당해 부들거리며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던 두룡미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온 뇌전에 직격당해 하나둘 숨이 끊어졌다.
치직! 치지지직! 치이이익!
하얗게 변한 백룡의 몸을 둘러싼 하얀 번개가 허공에서 연신 무언가를 태우고 있었다.
바로 공기 중에 남아 있는 VX였다.
액체나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VX가 유탄이 터지며 퍼져 나가 공기 중에 남아 있던 것이었다.
천용이 들이쉬는 공기가 그의 코와 입속으로 들어가거나 피부에 닿기 전,
치지지직! 치이이익!
그의 주위를 둘러싼 백뢰가 필터처럼 독성물질을 걸러내며 태워버리고 있었다.
던전을 빠르게 헤집고 다니던 천용이 미간을 좁혔다.
“크허어어어엉…….”
그가 이동하는 곳마다 대부분의 두룡미사들이 누워 있거나 주저앉은 채 몸을 떨며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간간이 서 있는 녀석들도 보였는데, 그런 녀석들마저 극심한 추위라도 느끼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위력이 상당하군.’
아마 일반 VX였다면 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일반 독극물이 무려 S급 몬스터인 두룡미사들에게 이렇게까지 치명적으로 작용할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VX를 생성하고 만들어낸 이가 바로 코드 원이었다.
S급의 코드 원도 아니고, EX급으로 올라선 코드 원.
그의 마력으로 강화된 VX는 놈들을 절명시키기에 충분했다.
“크루루루룩……!”
바닥에 쓰러져 부들대던 몇몇 두룡미사들이 서서히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마치 최정예 군대가 일반인들을 상대로 화학전을 벌인 듯한 광경이었다.
‘서둘러야겠군.’
슬쩍 ―
천용의 시선이 살짝 뒤로 향했다.
치이이익……!
“미친… 이걸 어떻게 들어가 시X!”
무턱대고 천용을 따라왔다가 공기에 떠다니는 VX에 오염된 다른 S급들이 자가회복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형님, 이거 아무래도 우리는 못 들어가겠수다? 자가회복하면서 잡으면 그래도 수지는 맞겠다만, 저기 천용 형님이 너무 빨리 잡아서 살아 있는 놈들 찾다가 마력 수치 손해만 보게 생겼소.”
“씨X… 야, 김천용! 좀 남겨!”
백호 길드의 호백과 정태가 인상을 쓰며 투덜댔고,
“아… 우리 길드장님만 좋겠네.”
“흐음.”
호성과 대상은 이미 자포자기한 듯 뒤로 물러나 백색 뇌전을 번뜩이는 천용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파직!
전신이 하얗게 물든 천용의 두 눈이 몸보다 더 새하얀 전광을 터뜨렸다.
“…안타깝게 됐군.”
천용이 몸을 돌려 다음 장소로 향하려 하자,
“자, 잠깐!”
호백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
“야, 천용아… 치사하게 왜 그러냐… 응? 우리 나눠 먹자! 어? 좀 나눠 먹자! 인마!”
“그럽시다, 천용 형님. 그래도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그렇지 않소?!”
호백과 정태가 간절한 표정으로 VX 범위 너머에서 외쳤다.
그러나,
“이건 코드 원이 나한테 은혜를 갚은 건데?”
천용은 꽤나 매정했다.
“야, 이 욕심 많은 뱀 새끼야! 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베프라고 생각했던 천용이 자신을 버리고 혼자 먹으려 들자 진심으로 배신감을 느낀 호백이 억울한 표정과 눈빛으로 천용을 진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천용은 다시 한번 그의 가슴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것도 꽤나 매정하게.
“호백.”
“응?”
“이게 너와 나의 차이다.”
그 한마디 말을 남기고,
파직!
백색 섬광의 번쩍임과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
호백의 주위에 있던 모두가 그의 눈치를 살폈다.
‘와… 아주 촌철살인을 하시네.’
‘김천용… 그렇게 안 봤는데 꽤 매정한 성격이었군.’
‘우리 형님, 보기보다 마음 여리신데… 클났네.’
김천용의 매정한 말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호백의 눈치를 살피던 세 사람.
콰르르르릉……!
멀리서 울려 퍼지는 천둥 번개 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번 김천용의 쿨함에 감탄했다.
후두둑 ―
호백의 발밑으로 물이 떨어져 내렸다.
“혀, 형님?”
정태가 깜짝 놀라 호백을 쳐다보았다.
그가 울고 있었으니까.
“하이고, 형님! 뭐 그런 걸로 울고 그러십……!”
“…여버린다.”
호백을 달래보려던 정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
“죽여버린다! 김천요오오옹……!”
으득! 으드득!
꾸득! 꾸드득! 꾸드드득!
순식간에 커다란 백호로 변신하는 정호백.
키이이이이이잉 ― !
그 하얀 털만큼이나 눈부신 빛이 모여드나 싶더니,
피윳 ― !
그의 몸뚱이가 VX가 남아 있는 공간 속으로 하얀 선을 그으며 사라졌다.
그리고 뒤이어 저 멀리서 들리는 그의 울음소리.
“캬오오오오오오오오!”
푸른 용에게 배신당한 하얀 호랑이가 하얗게 뒤집힌 눈으로 쓰러진 두룡미사들의 목덜미를 마구 물어뜯기 시작했다.
“…….”
“…….”
사라진 호백의 뒷모습을 허탈하게 바라보던 남은 세 사람.
쿠웅……!
저 멀리, 천용과 호백이 향한 방향의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호성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서 코스모스가 보스 잡는 것 같은데. 거기라도 끼실래요?”
“…그러지.”
“…저도 거기로 가겠수다.”
파밧 ― !
혹시라도 보스 경험치의 콩고물마저도 놓칠세라 빠르게 몸을 날리는 세 사람이었다.
S급 최상위 던전 ‘두룡미사 서식지’.
이 던전 레이드에서 강천과 천용은 세계급이 되었다.
태성, 호성, 대상, 정태는 승급은 못 했지만 크게 성장할 수 있었으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직 호백만이 마력 수치가 떨어졌다.
S급 레이드를 마치고 며칠간,
“시X! 시X! 시X!”
“아이고, 형님… 추합니다. 욕 좀 그만하소.”
“너는 마력 수치를 몇천이나 올렸으니까 그런 말을 하지!”
“아니, 누가 뛰어들라고 그랬소?”
“말렸어야 될 거 아니야!”
“갑자기 울다가 뛰어드는데 내가 무슨 수로!”
“어떻게든 말렸어야지이이이!!!”
“하아… 퇴사 마렵네.”
“…너도 나 배신하냐?”
“아니… 진짜 그런 말이 아니잖……!”
“다 꺼져! 다 꺼져! 시X 그래 인생 혼자 사는 거야!”
“아오! 형님 좀!!!”
정태는 호백에게 시달리느라 3kg이 빠졌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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