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인생은 배움의 연속임 (1)
안정인.
그녀는 협회 전투부서 소속 델타조원이었다.
작년에 예비조원으로 들어와 1년 만에 델타조로 승급한, 나름 기재 중의 하나인 그녀였다.
그러나 최근 그녀는 상당한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
“야, 대체 언제 도착하는 건데?”
“아씨, 조장이라고 똑바로 안 부를래?”
“진짜 인성 그렇게 변하기 있냐? 어? 사람은 감투를 써봐야 본성이 나온다고 하더니 진짜였네. 실망이야.”
“내, 내가 뭐! 내가 뭐, 말 못 할 거 요구했어? 조장한테 조장이라 부르라는 게 뭐가 인성질인 건데!”
세상엔 재능이 넘치는 이들이 너무도 많았으니까.
바로 눈앞에 두 사람을 보라.
‘올해 들어온 신입들인데…….’
사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델타조로 들어오더니, 기존의 델타조장이었던 김인국 헌터가 감마조로 승급하자마자 1년도 안 되어서 조장과 부조장 자리를 꿰찬 두 남녀.
“됐어. 너 실망이야.”
“…너 진짜 죽을래? 공과 사 좀 구분하라고! 상부에 보고한다?”
“장난을 다큐로 좀 받지 말라고! 치사한 놈아!”
“조장이라고 부르라고! 이 자식아!”
“이 쪼잔한 조장! 쪼장아!”
“쪼, 쪼장?”
대한과 민아가 바로 그녀의 눈앞에 떡하니 있지 않은가?
사이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헷갈리는 두 사람은 승합차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은 채 노는 것인지 다투는 것인지 애매한 선을 넘나들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신입 시절부터 매 순간 투닥거리던 두 사람.
그나마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해주던 또 다른 신입, 동혁과 한석이 델타조 위로 빠르게 올라가버리면서 두 사람은 매 순간 다른 의미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하아…….”
정인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절레절레 ―
다른 델타조원들도 마찬가지 눈을 감은 채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그저 챙겨줘야 할 것 같던 신입들이 조장과 부조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도 어색한데, 저렇게 매번 투닥대니 조원들이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은 델타조 비번자들이 레이드를 뛰러 가는 날.
대한이 운전대를 잡은 승합차 한 대가,
“너, 하극상으로 보고할 거야!”
“헹! 증거 있어? 어? 증거 있냐고?”
“이럴 줄 알고 녹음기를 켜놨지!”
“히익! 그거 내놔!”
“야, 야! 운전 중이야! 야! 저, 저기 조원분들! 얘 좀 말려봐요!”
“정인 씨! 거기 녹음기 뺏어요! 빨리!”
““하아아아…….””
정신 산만하게 던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끼익 ―
경기도에 위치한 어느 한 폐공장.
검은 승합차 한 대가 공장 안으로 들어서더니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 좀 놔!”
“야아~ 왜 그래 진짜! 우리 사이에 이럴 거야? 어? 나 감봉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걸 내가 왜 책임지는데?”
“네가 이르면 내 월급 깎이니까!”
“네가 반말한 거잖아! 지금도 그렇고!”
“아, 알았다고 조, 조장니, 니, 니…는 무슨! 나는 절대 못 해! 키야아아악!”
“아악! 왜 물어! 이 미친년이 진짜! 끄아아악!”
내리는 와중에도 소란스럽게 다투며 내리는 대한과 민아.
그런 두 사람을 곁눈질로 흘기며 델타조원들이 승합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후우우우…….”
보기만 해도 피곤한 듯 두 사람을 바라보는 델타조원들의 눈에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쟤네는 진짜…….”
폐공장 안에 생긴 게이트 앞.
레이드 부스터 프로그램을 해주기 위해 미리 와 있던 감마조원 하나가 개와 고양이처럼 싸우고 있는 대한과 민아를 보며 이마를 짚었다.
빠박!
“으악!”
“꺄악!”
냅다 두 사람의 머리통을 후려버리는 감마조원.
던전 조사 보고서 종이로 때렸지만, 부여강화를 했기에 웬만한 몽둥이만큼이나 단단한 강도를 자랑했다.
“어? 한석이 형?”
“어? 오빠!”
자신들의 머리를 때린 감마조원의 얼굴을 본 대한과 민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늘 그들의 레이드 부스터를 도와줄 감마조원의 정체가 바로 그들의 동기 김한석이었기 때문이었다.
화색도 잠시, 대한은 한석에게 맞은 정수리를 살살 문지르며 불만스러운 듯 표정을 찡그렸다.
자신이 명백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탓이다.
“아니, 형! 오랜만에 보자마자 왜 머리를 때려? 그것도 부여강화까지 하고!”
“맞아. 나 머리에 혹 나겠어!”
“자가회복하면 되잖아. 바보야.”
“뭐 이……!”
빠박!
한석의 강화 종이 몽둥이가 다시 한번 두 사람의 대가리를 후렸다.
‘좋아……!’
‘나이스……!’
‘더 후려주세요! 더!’
한쪽으로 빠져 있던 정인을 비롯한 델타조원들이 속으로 환호하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탁 탁 ―
한석은 강화한 종이 몽둥이를 어깨에 올려 툭툭 치며 두 사람을 향해 눈을 찡그렸다.
“너희는 아직도 허구한 날 싸우냐?”
“아니! 얘가 나한테 반말을……!”
“얘가 자꾸 지위 좀 달라졌다고 선을 긋잖아!”
화륵!
두 사람의 투정에 한석의 두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사관학교에서야 그렇다고 치지만 지금의 두 사람은 엄연한 헌터이자 헌터 소속 직원.
델타조 신입 때도 동혁과 함께 여러 번 지적했지만 프로답지 못한, 이런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동료를 위험하게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조장과 부조장.
수많은 델타조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였다.
그랬기에 한석은,
“…너희, 미쳤냐?”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형이자 오빠로서 그리고 사관학교의 동기로서 더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
흠칫!
낮게 깔린 한석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목소리만으로 그가 얼마만큼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고양이 앞에 쥐새끼처럼 움츠러든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지금 놀러 나왔어?”
한석의 신랄한 질타가 이어졌다.
“친구들이랑 소풍 나왔어?”
“아직도 니들이 학교 생도인 줄 알아?”
“신입 벗어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거야?”
“대체 언제 정신 차릴래?”
와다다다다다 ―
푸북! 푹! 푸부북!
기관총처럼 쏘아대는 한석의 팩트가 묵직하게 담긴 폭격에 대한과 민아가 피를 토했다.
“쿨럭…! 그, 그만……!”
“오빠! 그만! 그만! 살려줘!”
그러나 한석의 화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이대한! 너는 델타조장이란 놈이 조원들 이끌어주고, 보듬어줄 생각은 안 하고 얘랑 투닥거리고 있어?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 아니… 얘가 자꾸 나한테 반말……!”
“모르던 사이도 아니고, 동기끼리 반말하면 좀 덧나냐? 호칭만 제대로 부르고, 일할 때만 제대로 대우해주면 됐지! 무슨 사석에서까지 존댓말을 바라?”
이에 대한이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얘는 나한테 조장이라고 부른 적… 한 번도 없다고……!”
희번뜩!
대한의 말에 한석의 매서운 눈빛이 민아를 향했다.
“채민아. 여기가 학교냐? 대한이가 아직도 그냥 니 친구야? 직장에 왔으면 직장답게 공과 사는 지켜야 할 거 아니야!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아니, 얘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태도가 뭐? 너 부조장 아니야? 부조장이 조장한테 제대로 안 하는데 그 누가 너를 제대로 대우해주겠어? 조원들이 너 부조장 대우 안 해주면 좋아? 어?!”
“하지만… 얘가 맨날 놀린다고…! 자기는 조장이고 나는 부조장이라고! 솔까 한번 떠본 적도 없고, 마력 수치 차이로 조장된 거면서!”
아웅다웅.
투닥투닥.
분노한 한석의 일갈에도, 단 한마디도 지지 않는 대한과 민아.
결국,
“…개조가 필요하겠구나.”
한석은 ‘매’라는 수단을 꺼내 들었다.
싱긋 ―
델타조원들 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한석.
“여러분?”
““네, 넵!””
멍하니 대한과 민아가 혼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델타조원들이 한석의 부름에 놀라 차렷 자세를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델타조 신입이었던 한석이, 어느새 감마조로 올라가 자신들의 완연한 상급자가 되어 어색한 감이 있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한석은 대한이나 민아와 다르게 상급자다운 면모와 분위기를 충분히 자아내고 있었다.
“얘네 교육 좀 시키고 올 테니까 잠시만 게이트 앞에서 몸 상태 점검 좀 하고 계세요. 얼마 안 걸려요. 한 10분이면 끝날 것 같으니까.”
“아… 넵.”
꽈악 ―
한석은 대한과 민아의 뒷덜미를 잡고 게이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인간 개조 작업을 실시하겠다.”
“아아아악! 사, 살려줘요!”
“꺄아아악! 사람 죽어! 죽는다고! 정인 씨! 아니, 정인 언니! 살려줘……!”
일렁 ―
게이트 너머로 두 사람을 끌고 사라져버린 한석.
분명 게이트 안쪽과 바깥쪽은 차원이 분리되어 있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함에도,
끄아아아아아아……!
끼야아아아아아……!
어디선가 한 남녀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게이트 앞에 남겨진 델타조원들.
그 순간 안정인은 생각했다.
어설프게 빨리 강해지기보다는,
‘…천천히 다지면서 가자.’
느리더라도 성숙하게 성장해 나가자고.
* * *
퓨븃 ― !
“키익!”
거미줄에 걸린 중소형견 크기의 불개미들이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개미산 조심하세요. 거미줄에 안 엉키게도 조심하시고.”
““네!””
거미줄을 쏜 남자의 말에 헌터 협회 예비조원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저마다 마력을 전개했다.
일반형 능력자 둘에 동물형 능력자 하나.
그러나 셋 모두 1차 각성도 하지 못한 예비조였기에, 헌터 전용 무기를 들고 신체강화만 한 채 불개미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타다닷!
예비조 세 사람이 달려들자,
“키에에엑!”
거미줄에 달라붙어 버둥거리던 불개미들이 꽁무니를 들어 올려 개미산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핏! 피빗!
치이이이 ― !
‘염산 불개미’라는 명칭답게 일반적인 개미보다도 훨씬 더 강한 산성을 지닌 개미산을 발사하는 녀석들.
바닥에 조금 떨어진 개미산들이 연신 매캐한 연기를 피워내며 개미굴에 송송 구멍을 뚫고 있었다.
치익! 치이익 ― !
레이드용 갑옷에 부여강화를 한 채 개미산을 버텨내는 예비조원들.
“하앗!”
“타앗!”
저마다 기합을 내지르며 불개미 가까이에 접근해 놈들의 얇디얇은 목을 베어냈다.
촤악! 촤악!
성공적으로 불개미들의 목을 베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으익!”
“교, 교관님! 이거 안 떨어져요!”
무기를 조금 깊게 집어넣었는지, 무기에 남자가 쐈던 거미줄이 엉키고 말았다.
“아이고… 그러니까 거미줄 안 엉키게 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좀 더 목표물만 공격하는 연습을 해야겠는데?”
“죄, 죄송합니다.”
“아니, 뭐… 그렇다고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요.”
E급 던전, ‘염산 불개미의 굴’.
어느새 털이 덥수룩하게 돋아난 손을 하고 있는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거미줄에 엉킨 예비조원들의 무기를 풀어주었다.
“자, 그럼 대충 잡몹은 거의 다 정리했고…….”
남자가 땀에 흠뻑 젖은 예비조원들의 모습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좀 지쳤죠?”
남자의 정체는 바로,
“보스 잡기 전에 잠시 쉬었다 갈까요?”
헌터 협회 전투부서 소속 베타조원, B급 헌터 동혁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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