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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25화 (225/300)

225화. 사신이 등장함 (2)

러시아, 라트비아, 카자흐스탄, 앙골라 대통령의 암살 소식으로 인해 술렁였던 전 세계.

그러나 그 술렁임을 한 번 더 증폭시키는 소식이 바로 그날 당일 오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긴급 속보, 4개국 대통령이 사망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암살 예고장 또 등장.]

[새로운 타깃이 된 4개국… 이탈리아, 필리핀, 네덜란드, 알제리 대통령 오늘 암살 예고장 받아.]

[발신인은 이번에도 불분명. 그러나 처음 암살된 4개국 대통령들이 받은 것과 동일. 도대체 누가?]

[의심 가는 용의자조차 없다. 각국 수사에 혼선 증폭.]

처음 암살 예고장이 전달되었던 10월 10일.

예고장에 적힌 내용에 따라 4일 뒤인 10월 14일, 4개국의 대통령이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4개국의 대통령이 죽임을 당한 바로 그날 10월 14일, 또 다른 4개국의 대통령에게 암살 예고장이 전달된 것이다.

즉, 다음 암살 날짜는 4일 뒤인 10월 18일.

암살 예고장을 받은 이탈리아, 필리핀, 네덜란드, 알제리 대통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부 소집해!”

대응은 즉각적이었다.

4개국의 모든 고위 헌터에게 긴급 소집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아마 그들도 처음 암살 예고장을 받았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엔 선례가 있지 않은가?

심지어 그 러시아의 대통령마저 살해되었다.

A급 4명을 경호 인력으로 충원했음에도 말이다.

단순히 고위 헌터 몇 명만으로 그들이 안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제, 젠장… 왜 우리나라엔 S급 헌터가 없는 거야……!”

선진국이자 헌터 강국인 이탈리아나 네덜란드와는 달리, S급 헌터가 없는 필리핀과 알제리 대통령은 헌터 약국인 자신들의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특히 알제리의 경우엔 겨우 5명뿐이던 A급 헌터 중 하나인 쿠에쿠가 하와이를 습격했던 노아즈 아크의 ‘닭의 방주’로 밝혀지며 코드 제로에 의해 죽임당했음을 확인한 상황.

즉, 현재 알제리에 남아 있는 고위 헌터라고는 A급 4명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경호하는 일에 타국에서 고위 헌터를 빌리기엔 시간이 부족한 상황.

애초에 암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원이 확인되지도 않은 외국의 고위 헌터를 초청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A급 4명과 B급 헌터 수십을 끌어모은 알제리 대통령은 그마저도 불안했는지 자신의 자택 근처에 군부대를 빽빽하게 주둔시키기에 이르렀다.

필리핀 대통령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찬가지로 필리핀의 A급 헌터 여섯 명 전원과 B급 헌터 수십에게 경호를 부탁해놓은 필리핀 대통령.

그의 자택 주위에도 군부대를 비롯한 경찰 병력이 빽빽하게 깔렸다.

{여기는 필리핀 대통령의 자택으로부터 1km 정도 떨어진 장소입니다.}

{이곳에서부터 주둔하기 시작한 군부대와 경찰 병력으로 인해 시민들은 엄격한 신원 절차 확인이 되지 않으면 이 앞을 지나갈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필리핀 군과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를 위해 도시 자체를 반 점거했으며, 500m 이내로는 아예 출입조차 금지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자택 안에는 필리핀의 고위 헌터 수십 명이 머무르며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암살 예고장에 적힌 바에 의하면 곧 다가오는 10월 18일에…….}

전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대통령 경호 작전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필리핀, 알제리에는 그들의 자국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외신들까지 몰려와 취재했다.

그야말로 대혼란.

그러나 첫 번째 암살과는 다르게 두 번째 암살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정작 전문가들은 흉수가 누구든 이번 암살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곳곳에서 카메라들이 돌아가고 있었고 막강한 전력이 대통령들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모든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긴급 속보! 또 당했다… 4개국 대통령 또 피살.]

10월 18일, 네 나라의 대통령들이 또다시 목이 잘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 * *

암살 예고장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필리핀, 알제리 대통령이 죽임을 당한 10월 18일.

그 당일에 이번엔 캐나다, 캄보디아, 칠레, 남아공 대통령에게 암살 예고장이 날아온 것이다.

실로 종잡을 수 없는 타깃 선정.

4일마다 무작위로 날아오는 암살 예고장에 전 세계 대통령들은 다음은 자기 차례가 될까 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불안한 마음이 암살 예고장을 받은 당사자들만 했을까.

“사신… 사신이야! 그림 리퍼의 재림이라고!”

[긴급 속보! 또다시 전달된 암살 예고장… 사신의 장난은 언제까지 지속되는가?]

[낫으로 베어낸 듯한 암살 방식… 현대판 그림 리퍼(Grim Reaper) 등장.]

전 세계 언론들은 이 연쇄 암살의 흉수의 정체를 두고 특종 기사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동양권 국가들의 언론들은 사신, 서양권 국가들의 언론들은 그림 리퍼(Grim Reaper)라고 칭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뉴스 토픽’이 완성된 것이다.

캐나다, 캄보디아, 칠레, 남아공 대통령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필리핀과 알제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헌터 강국인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대통령마저 죽지 않았는가?

그중 경호 병력으로 무려 10명이 넘는 S급 헌터를 배치해두었던 이탈리아를 떠올려보면, 적어도 이번에 사신의 타깃이 된 네 나라는 100% 사망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네 나라 모두 이탈리아보다 약했으니까 말이다.

S급 헌터가 10명은커녕 네 나라 중 가장 많은 캐나다마저 그 수가 겨우 6명에 불과했으니, 사신의 발목이라도 잡을 수 있겠는가?

다급해진 네 나라는 곧바로 미국에 SOS를 쳤다.

{우리를 펜타곤 벙커에 하루만 넣어주시오!}

미국의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Pentagon).

세상에서 가장 보안이 잘되어 있고 폐쇄적인 장소라고 불리는 이곳은 동시에 세상에서 안전한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펜타곤에 위치한 지하 벙커는 핵폭발로부터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안전성을 자랑하는 곳.

S급 헌터들의 호위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리자, 결국 네 명의 대통령은 경호 인력의 보충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를 택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물론 각 나라에도 벙커는 있다.

하지만 그 벙커가 미국의 펜타곤만 하겠는가?

한 나라의 수장인 그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가장 확실한 방법을 사용할 때였던 것이다.

{알겠소.}

로건 대통령이 코스모스와 미국 시민단체들에 의해 끌어내려지고,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토마스 대통령은 네 국가 수장들의 요청을 승인했다.

오로지 인도적 차원의 승인은 아니었다.

펜타곤의 벙커가 과연 그 현대판 그림 리퍼라는 자를 막아낼 수 있을지 실험해보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그 어떤 원칙이나 일관성도 없이 무작위로 날아오는 암살 예고장이었으니, 자신에게도 언제 날아올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해두자고 판단한 것이다.

키이이이잉 ―

캐나다, 캄보디아, 칠레, 남아공 대통령이 차례로 미국의 펜타곤으로 향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토마스 대통령은 몸소 펜타곤으로 걸음을 옮겨 네 나라 대통령의 손을 맞잡으며 행운을 빌어주었다.

‘이들이 무사해야 나도 무사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절대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는 장소이지만, 이례적으로 네 명의 대통령을 비롯해 그들을 경호할 각 나라의 고위 헌터 2~3명까지도 입장을 허용해준 토마스 대통령.

그러나 그런 그들의 노력 그리고 펜타곤 벙커의 보안과 폐쇄성마저도 사신의 낫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뭐라고?”

4개국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달받은 토마스 대통령은,

쨍그랑!

마시던 커피잔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 * *

10월 22일, 미국 펜타곤 지하 벙커마저 뚫렸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 정도면 진짜 사신 아니야? 그냥 별명이 사신이 아니라 찐 사신……!”

“우리나라 대통령은 괜찮은 거임?”

“스읍…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다른 사람 손에 죽는 건 좀 그런데…….”

2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벌써 죽은 대통령의 숫자만 12명.

상황이 이쯤 되니 전 세계 국민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는 방어 불가의 사신.

물론 사신은 귀신같이 대통령만을 죽였지만, 언제 그 대상이 민간인들로 바뀔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펜타곤 지하 벙커에서 4명의 대통령이 추가로 죽은 그날. 또다시 새롭게 암살 예고장을 받은 일본, 호주, 브라질, 이집트 대통령은 방어와 피신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아예 작정하고 은신을 택했다.

지금까지 12명의 대통령이 죽임을 당한 이유가 너무 공개적으로 움직여서 그렇다고 생각한 것이다.

첫 번째로 죽은 대통령들은 평소와 같은 루틴으로 살다가 죽었고, 두 번째는 경호 병력을 너무 많이 둔 나머지 위치를 알려준 꼴이 되었으며, 세 번째는 너무나 공개적으로 펜타곤으로 이동했음이 패착이라는 게 그들의 분석이었다.

[암살 예고장을 받은 일본 다나카 총리, 돌연 잠적… 그가 남긴 단 한 장의 편지, “날 찾지 말아달라.”]

[호주, 브라질, 이집트 대통령도 모두 실종… 전문가들 曰, “실종이 아니라 은신한 것. 그들이 살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어.”]

[일부 몰지각한 4개국 청소년들, SNS상에서 대통령 찾기 놀이가 유행하며 지자체 출입 금지 구역 출입 빈번해져.]

마치 증발하듯이 사라진 네 명의 대통령.

가까운 최측근들은 물론 가족들마저 그들의 행방을 모르니,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사신이 예고한 암살 예고일에 그들이 무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딱딱한 등껍질 속에 숨은 해변가의 거북이보다는 광활한 바다를 자유롭게 쏘다니는 정어리 한 마리를 잡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니까.

그러나 사신은 그런 전 세계인들의 기대마저도 가볍게 잘라버렸다.

쿠웅 ― !

“꺄아아아아악!”

4개국 각 도시 한복판에 갑자기 목이 잘린 시체와 머리 하나가 떨어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 * *

한편, 그 시각 대한민국.

“…형, 괜찮아?”

강천은 걱정스레 옆에 있는 한 남자에게 물었다.

쪼로록…….

다크서클이 입까지 내려온 남자, 태운이 퀭한 표정으로 멍하니 커피를 빨아 마시고 있었다.

“형… 조금 쉬어야…….”

강천의 한마디에.

치익……!

잠시 태운의 전신에서 약간의 증기가 피어올랐다.

자가회복을 사용해 피로를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

“으으… 진짜 최후의 최후까지는 안 쓰려고 했는데……!”

남들에 비해 마력 호흡의 효율도 좋으면서 날아간 마력 수치 몇 개가 아까운지 투덜대는 태운.

그래도 덕분에 거의 반송장 같던 그의 안색은 다시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피곤할 만도 하지…….’

강천이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태운을 바라보았다.

전 세계가 사신의 등장으로 벌벌 떨고 있던 10월.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문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으니까.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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