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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30화 (230/300)

230화. 사신이 꽤 강함 (1)

스슥 ―

“다들 정신 차리세요.”

태운은 졸고 있던 네 명의 대통령을 깨웠다.

흠칫!

고개를 떨군 채 졸던 대통령들이 경련을 일으키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으음……?”

이 와중에 푹 잔 듯한 인도의 무크 대통령은 침까지 흘려대며 비몽사몽한 눈으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뭐…….”

“일어나라고. 왔으니까.”

“……!”

한국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지며 단번에 여유가 사라진 태운은 거친 말투로 대통령들의 정신을 깨웠다.

태운의 거친 말투에 놀란 대통령들의 두 눈이 또렷해짐과 동시에,

스슥 ―

태운의 기감에 자기장 안으로 들어선 존재들의 기척이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자기장 안에 있어야 할 기척은 태운과 대통령들까지 총 5개.

그러나 지금 느껴지는 기척의 수는…….

‘…13개?’

즉, 총 8명의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의미였다.

“…혹시 모르니 지금 리바이브 하나 더 추가로 주사하세요.”

태운의 자기장을 버텨내기 위해 이미 리바이브를 하나씩 맞은 상태였던 네 사람.

태운은 전투가 벌어지면 더 거세질 마력 파장을 우려하여 그들에게 리바이브를 하나씩 더 맞으라 말했다.

괜히 현기증에 비틀거리다 혹시 모를 변수를 만들어내면 위험해지는 건 그들이었으니까.

뽁 ― !

품 안에서 일회용 주사기 형태로 된 리바이브 한 병을 꺼내 자신의 팔에 각자 주사하는 네 명의 대통령.

“…읍.”

조금 아픈지 나지막한 신음을 토해내며 네 사람 모두가 리바이브 추가 주사를 완료했다.

네 사람이 총 2회분의 리바이브를 맞은 걸 확인한 태운.

“…자, 그럼 얼른 끝내볼까.”

지지직!

태운의 몸에서 붉은 번개가 튀어 오르더니,

스윽 ―

[적뢰산탄(赤雷散彈)]

파지지지직!

태운이 들어 올린 주먹 위로 생성되었던 붉은 뇌구가 터지며 총 8개의 작은 뇌탄으로 쪼개졌다.

치직!

섬전처럼 퍼져 나가는 붉은 뇌탄들.

그러나,

슈슉!

뇌구가 터지는 동시에 자기장 안으로 들어왔던 8개의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딜.”

우우우웅 ―

곧바로 자기장의 크기를 키우는 태운.

대통령 관저 부근만을 감싸던 자기장의 크기가 순식간에 3배로 불어났다.

전투를 우려하여 주변의 모든 시민을 대피시켜놓았기에, 태운이 자기장을 최대 100배까지 넓히더라도 그의 마력에 시민들이 당할 우려는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없다고?’

무형의 자기장 크기를 3배, 그를 넘어 10배까지 키워보았는데도 걸리는 기척이 없다는 것이었다.

‘도주했다?’

태운은 노아즈 아크 놈들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놈들이 도망갔다고 생각했다.

“칫!”

치직!

쏘아 보냈던 적뢰탄들을 회수하는 태운.

날아갔던 8개의 적뢰탄들이 모두 같은 방향에서 날아와 태운의 몸에 다시 흡수되었다.

‘분명 한데 모여 있었다.’

사방을 포위하듯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마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동하듯 몰려 있었던 적들.

그랬던 그들이 마치 귀신처럼 사라진 것이다.

‘잠깐… 귀신처럼 사라졌다?’

아무리 빠른 기동력을 지닌 헌터라도 자기장 안에서라면 움직인 흔적이 남아야 했다.

하다못해 빛의 속도로 움직이던 제이슨마저도 그 흔적이 남았는데, 자기장 내에서 증발하듯 빠져나갔다?

‘…공간이동 능력자?’

순간 태운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출국을 금지시켰음에도 거제도에서 마치 증발하듯 사라졌던 주작 길드 산하의 노아즈 아크 조직원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들을 이동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노아즈 아크 조직원 중 하나.

‘그 녀석이 사신이었던가……!’

마치 퍼즐 조각처럼 그 일련의 상황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신은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귀신처럼 이동할 수 있었기에 전 세계를 하룻밤 사이에 누빌 수 있었던 것.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파지직!

[뇌신화(雷身化) ― 청뢰 ver]

태운은 재빨리 뇌신화를 전개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신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훅 ―

태운의 등 뒤, 정확히는 네 명의 대통령 사이에서 갑자기 기척 하나가 나타났다.

일렁 ―

허공이 일렁인다.

투명한 무언가가 네 사람의 사이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그 존재가 무언가를 휘두르려는 순간,

파직!

태운의 신형이 한 줄기의 섬전이 되어 날아들었다.

* * *

“아니, 이 새끼가 근데……!”

으드득 ― !

미할리스 대통령의 관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

그곳에서 한 남자가 이를 으득 갈았다.

“단독행동은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를 간 남자, 도명조가 잔뜩 열불을 토해내고 있었다.

“…진정해라. 소의 방주. 다시 가면 그뿐 아닌가?”

가면을 쓰지 않은 큰 키의 한 서양인이 옆에서 도명조를 진정시키려 했다.

“닥쳐라, 잭. 그게 문제가 아닌 건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도명조는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사내, 잭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팔자 주름이 진한 동양인 남자가 미간을 찌푸려 이마에 내 천 자를 만들며 말했다.

“엔도… 너무 우리를 하대하면 우리도 기분이…….”

“그럼 너희가 나랑 같다고 보는 건가? 응? 권능에 아직 제대로 적응도 못 한 햇병아리 놈들 주제에?”

도명조의 명백한 하대에 동양인 남자, 마쓰무라는 고개를 돌리며 곁눈질로 슬쩍 노려보았다.

‘이 조센징이……!’

잭과 마쓰무라.

두 사람은 새로이 방주로 임명되어 노아신으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은 이들이었다.

방주가 되기 전의 그들은,

‘S급 헌터 주제에……!’

세계 7대 헌터, 즉 세계급 헌터들로 불렸던 이들이었다.

“너무 그렇게 말하면 우리 상처받는다고~ 명조~”

옅은 금발의 여인, 카트린이 볼을 부들거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후우……”

그 밖에 나머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총 6명의 새로운 방주들이 잔뜩 불만 어린 표정으로 도명조의 주위에 서 있었다.

가면을 쓰지 않은 그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미국의 세계급 헌터, 잭과 다니엘.

일본의 세계급 헌터, 마쓰무라.

독일의 세계급 헌터, 루카스.

영국의 세계급 헌터, 데런.

아이슬란드의 세계급 헌터, 카트린.

세계 7대 헌터 중 러시아의 세계급 헌터, 드미트리를 제외한 6명이 모두 그리스에 와 있었던 것이다.

분명 시베리아의 측정 불능 등급의 던전을 레이드하고 있어야 하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는가?

그건 애초에 시베리아에 나타났던 측정 불능 등급의 던전 자체가 노아즈 아크에서 발생시킨 던전이었던 탓이었다.

그들이 그 안에 들어갔던 것은 단지 단기 속성으로라도 권능에 적응하기 위함.

S급이었던 푸르바는 수개월이나 걸렸지만, 그래도 그들은 세계급이라고 겨우 1달 남짓한 시간 만에 어느 정도 권능에 적응할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부족했는지 아직 완전하지 않아 부여받은 모든 권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세계급이었던 그들은 불완전한 권능만으로도 도명조의 무력을 넘어선 상태.

괜히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염려한 도명조는 그들의 권능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툭하면 걸고넘어지며 자신의 입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까득 ― !

새로운 신 방주들은 열이 받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 올림포스 신화 속 신기들을 제작할 수 있는 도명조의 역할이 이번 계획에서 상당히 중요했기 때문.

특히 푸르바를 포함한 모든 방주 중에서 유일하게 코드 제로와 싸워본 인물이었기에, 그의 중요성은 현재 노아즈 아크에서 노아신 바로 다음일 정도였다.

“이런 말 듣기 싫으면 그냥 닥치고 내 말을 따라. 저 미친놈처럼 혼자 나댈 생각하지 말고… 알았어?”

““…….””

“대답!”

“…알았다.”

6명의 신 방주들의 대답을 들었음에도,

“…흥.”

도명조의 일그러진 표정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푸르바… 이 씨X놈이……!’

십이 방주가 괴멸된 뒤, 다시 탄생한 신 방중들의 수는 자신과 푸르바를 포함하여 총 9명.

도명조는 그 9명 중 가장 최고참이나 마찬가지였다.

7명은 방주가 된 지 이제 한 달 남짓한 햇병아리들이었고, 푸르바 또한 쿠마리가 죽은 뒤에 방주의 자리에 올라 이제 겨우 1년이 지난 파릇파릇한 신입 방주였으니까.

새로운 9대 방주 체제로 개편된 뒤, 나름 이전 십이 방주의 용의 방주 역할을 하고 싶었던 도명조.

그런 그로서는 매번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푸르바나 권능도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주제에 세계급이라며 거들먹거리는(?) 다른 신입 방주들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으로 강제해보기엔,

‘씨X……!’

이미 도명조는 9대 방주 중 최약체로 전락한 상태였다.

그 현실과 이상의 괴리 때문에,

박박박박박 ― !

도명조는 고유 능력인 ‘분신’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매번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느껴야 했다.

“후우우우…….”

도명조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심호흡했다.

‘일단은 임무부터 완수한다.’

그래도 자신의 기분보다는 노아신의 명령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도명조였다.

“다시 한번만 더 말해줄 테니 잘 들어라.”

“…….”

도명조의 서두에 6명의 신 방주들이 또 시작이냐는 듯한 표정을 띄웠다가 금세 지워냈다.

“놈이 주로 사용하는 능력은 번개와 중력이다. 그중 자줏빛의 번개는 한 번 맞으면 죽을 때까지 대상의 전신을 난도질하며 괴롭히지. 그리고 그런 자줏빛 번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네가 만든 아이기스지. 그래그래.”

영국의 세계급 헌터, 데런이 두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어깨를 으쓱거리며 비아냥대는 목소리로 도명조의 말에 끼어들었다.

“…….”

아공간 주머니에서 미리 만들어둔 아이기스를 꺼내던 도명조.

화악 ―

콰앙!

그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데런의 뒤통수를 냅다 아이기스로 후려버렸다.

“아악!”

비아냥대다 신의 방패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데런이 눈물을 뽑아내며 바닥을 뒹굴었다.

“너……!”

뭐라고 항의하며 대들려 했지만,

“아이기스 안 준다?”

“……!”

이번 작전의 목숨줄과도 같은 아이기스를 주지 않는다는 말에, 먹이 앞에 순종적인 개처럼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쯧.”

단번에 데런을 입 다물게 한 도명조가 혀를 차며 말을 이어 나갔다.

“어쨌든 놈의 원거리 공격은 자줏빛 번개지만, 아이기스로 막을 수 있어. 하지만 절대 근접 전투는 안 돼. 제대로 파악하진 못했지만 놈의 알 수 없는 또 다른 힘은 그 자식의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지운다.”

“그래서 절대 가까이 가지 말고, 원거리 공격만 하라는 거지?”

카트린이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도명조의 말에 반응해주었다.

“그래. 혹시라도 놈이 움직이려 들면 인질을 공격하면 돼. 결국 놈은 허망하게 통하지도 않는 번개만 쏘아내다 마력이 다해 지쳐버리겠지. 만약 중력에 당하면 토끼가 구해줄 테니 걱정 말고.”

스윽 ―

도명조의 시선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스 대통령의 관저를 향했다.

“그때처럼은 안 될 거다… 코드 제로……!”

그리스 대통령의 관저를 바라보는 도명조의 눈빛에 살기가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콰릉 ― !

관저 한복판에서 자줏빛 번개가 솟구쳐올랐다.

그 자줏빛 번개를 본 도명조는,

‘…아, 맞다.’

푸르바가 아이기스도 없이 혼자서 싸우고 있다는 걸 한 박자 늦게 상기했다.

“이런 씨X…! 빨리 움직여!”

““…….””

푸르바에게 아이기스가 없다는 걸 잠시 잊었던 도명조는 6명의 신 방주들을 이끌고 허둥지둥 대통령 관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태운과 방주들의 싸움.

하와이 대전투에 이은 그리스 대전투가 시작되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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