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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31화 (231/300)

231화. 사신이 꽤 강함 (2)

카아앙 ― !

진하고 청아한 쇳소리가 관저를 가득히 채우며 퍼져 나갔다.

샤악 ― !

태운이 쳐낸 금속으로 된 무언가가 대통령들의 목이 아닌 허공을 그으며 지나갔다.

치직!

태운의 두 눈이 푸른 안광을 번뜩였다.

파바밧!

뇌속에 이른 그의 손과 발이 4명의 대통령 사이에 나타난 의문의 투명 인간에게 날아들었으나,

훅 ―

그 투명 인간은 나타난 방식과 마찬가지로 마치 촛불이 꺼지듯 순식간에 존재감과 기척을 꺼뜨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안 놓친다.”

파밧 ― !

한 줄기의 푸른 선을 그린 태운의 신형이 순식간에 10~20m 정도 떨어진 대통령 관저 지붕의 꼭대기로 향했다.

피윳 ― !

퍼퍼펑!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든 태운의 신형이 단번에 지붕 위를 긁어냈다.

[청뢰참(靑雷斬)]

콰자자작!

마치 야수의 발톱처럼 지붕 위를 긁어내는 태운.

파지직!

전신에서 푸른 번개를 튀기며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마리의 뇌수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훅 ―

지붕 위에 나타났던 의문의 기척은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그야말로 마치 불빛이 점멸하듯 다시 사라졌다.

놈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장소는,

훅 ―

당연하게도 다시 4명의 대통령 사이였다.

그러나 태운의 얼굴에는,

“…등신. 내가 그걸 몰랐을까 봐?”

당황스러움이 아닌 비릿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치직!

4명의 대통령 사이에서 나타난 존재의 발밑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

[지뢰(地雷) ― 자뢰 ver]

콰릉 ― !

대기를 뒤흔드는 천둥소리와 함께 자줏빛 번개가 위로 솟구쳤다.

하늘에서 내리치는 천뢰가 있다면 땅에서 솟구치는 지뢰도 있는 법.

불과 100분의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번쩍임이었지만,

후욱 ― !

“끄윽!”

“으악!”

일반인인 4명의 대통령이 버티기엔 너무나도 힘든 열기와 굉음이었다.

쿠당탕!

순간적으로 갑자기 달아오른 뜨거운 공기와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에 놀란 4인의 대통령이 바닥을 굴렀다.

“끄으으으으……!”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토마스 대통령이 양쪽 귀를 붙잡은 채 끙끙거렸다.

네 사람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지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리바이브를 하나 더 주사하라고 말하던 코드 제로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푸른 번개가 튀어 오른 것까지는 봤다.

그리고 순간 그 자리가 텅 비는가 싶더니, 함께 서 있던 네 사람의 사이에서 자줏빛 불빛이 번쩍한 것이었다.

그 짧은 사이에 코드 제로와 사신이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았는지는 그로서는 도저히 알 겨를이 없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4개국 대통령의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걸 피해?’

태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어느새 지붕 밑으로 내려와 관저의 담벼락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사신인가?”

태운이 사신을 언급하자,

“……!”

후다닥 ― !

그 단어에 놀란 네 명의 대통령이 흩어져 나뒹굴다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한곳에 모여들어 서로 딱 붙은 채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사, 사신이다… 진짜 사신이 나타났어……!”

인도의 무크 대통령이 덜덜 떨며 울먹였다.

“…정말 그림 리퍼라도 된다는 말인가? 모습마저 안 보이잖아……!”

영국의 아론 총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태운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담벼락 쪽을 유심히 보며 혀를 내둘렀다.

“어차피 네놈의 위치는 다 보인다. 굳이 그걸 쓰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태운의 말에,

“…역시 그런가.”

담벼락 쪽 텅 빈 공간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익!”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 미할리스 대통령이 미국의 토마스 대통령을 껴안았고,

“으음……!”

토마스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미할리스 대통령을 마주 껴안은 채 침음성을 흘리며 귀에 꽂혀 있는 자동 번역기를 매만졌다.

‘진짜 그림 리퍼는 아니다.’

지금 그의 귀에 들리는 건 분명한 인간의 언어였다.

게다가 서양에서는 노인의 모습이나 해골로 그려지는 리퍼라고 하기엔 흉수의 목소리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인 데다가 심지어 꽤나 맑은 느낌이었다.

스윽 ―

태운의 눈에만 보이는 자기장 실루엣이 머리에 쓰고 있던 무언가를 벗었다.

그러자,

후욱 ―

담벼락 위에서 갑자기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 거대한 낫의 등장에,

“히익!”

대통령들이 진짜 사신이라도 본 듯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

‘…가면을 안 썼다?’

한편,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태운의 미간이 좁혀졌다.

보통 방주들은 동물 탈을 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방주가 아니라기엔 놈은 꽤 능숙하게 태운과 공방을 벌였다.

이전의 방주들도 힘겨워하던 태운과의 공방을 일개 조직원이 해낸다?

‘그럴 리 없지.’

태운은 놈을 노아즈 아크의 방주라고 확신하고 입을 열었다.

“요즘 방주들은 가면을 안 쓰나 보군.”

“…아아, 그건 아니야.”

태운의 말에 남자는 낫을 들지 않은 손에 들고 있던 검보라색 투구를 품속에 넣었다.

“아무래도 퀴네에를 쓴 상태로 가면까지 쓰는 것은 좀 많이 답답해서 말이지.”

품 안에 있는 아공간 주머니 속에 퀴네에를 집어넣은 남자가 주머니에서 새로운 가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가면을 본 순간,

“……!”

태운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 새로운 방주 중 첫 상대도 토끼인가.”

“다행히 그녀를 기억하나 보군.”

달칵 ―

남자는 얼굴에 새하얀 토끼 가면을 뒤집어쓰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기억한다라… 그년과 꽤 가까운 사이였나 봐?”

“가까웠지… 너무나도 가까웠어.”

살짝 떨리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에 태운의 동공도 따라 함께 흔들렸다.

주륵 ―

토끼 탈을 뒤집어쓴 남자의 가면 턱 끝에서 물방울들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울고 있어?’

그것이 그가 흘린 눈물임을 단번에 눈치챈 태운의 동공이 더욱 크게 흔들렸다.

“너… 누구냐?”

태운의 물음에,

“내 이름은… 푸르바. 새로운 토끼의 방주이자…….”

남자는 물기가 잔뜩 묻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낫을 치켜들었다.

“전(前) 토끼의 방주, 쿠마리의 연인이다.”

* * *

신 토끼의 방주, 푸르바는 강력했다.

훅 ―

불빛이 점멸하듯 공간을 순식간에 넘나드는 기동성은 물론이고,

스컥 ― !

커다란 낫을 휘두르거나 부메랑처럼 던지며 한 번에 광범위한 공간을 휩쓸어버리는 그의 공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거기다 태운에게는 지켜야 할 4명의 일반인까지 있었으니,

카가각 ― !

“…쳇.”

공간을 넓게 사용하며 자유롭게 치고 빠지는 푸르바를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태운으로서는 제한된 반경 안에서만 푸르바를 상대해야 했으니까.

파지지직!

그렇다고 원거리 공격을 날려봐야,

훅 ―

워낙 불빛이 깜빡이듯 움직이기도 하고, 이동 경로 자체가 없는 귀신같은 움직임이다 보니 태운으로서는 자기장 감지를 통해 푸르바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공격할 수도 없었다.

‘…외통수인가?’

지켜야 할 이들만 없었어도 공간 전체를 자뢰로 물들여 진작에 놈을 잡아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간 전체를 번개로 물들였다간,

덜덜덜……!

마력으로부터는 무사하더라도 번개에 감전되어 전부 죽어버릴 터였다.

까득 ― !

마음이 살짝 조급해진 태운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한국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

지금 여기서 이렇게 묶여 있을 수는 없었다.

‘공간 자체를 번개로 물들일 수 없다면…….’

번뜩!

머리를 굴리던 태운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물들일 수 없다면 물들이는 것과 다름없는 환경을 만들면 될 터.

수많은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수많은 선이 모여 면이 되듯이,

지지지직……!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모든 공간을 적실 수 있을 터였다.

또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닌 쏟아내는 것이라면 태운은 그 범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치직!

태운의 두 눈빛이 자줏빛으로 물드나 싶더니,

쿠르르르릉……!

어스름하던 하늘이 떠오르는 태양의 붉은 주홍빛이 아닌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

한 차례 뒤로 물러나며 낫을 고쳐 잡던 푸르바가 불길한 느낌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푸르바가 재빨리 능력을 사용해 몸을 더욱 바깥으로 빼내려 했지만,

“늦었어.”

이미 태운의 손목이 아래로 떨어져 내린 뒤였다.

[자뢰우(紫雷雨)]

콰르르르르르르릉 ― !

콰지지지직! 콰지지지직!

퍼퍼퍼펑!

관저 일대는 물론이고 자기장의 범위 너머까지 자줏빛 뇌우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꽈릉 ― !

대지가 터져 나가고 나무와 풀들은 불타 사라졌다.

대기는 연신 울음을 토해냈고 바위는 한순간에 모래가 되었으며,

우르르릉……!

거대하고 웅장했던 대통령 관저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때,

“으… 으아아아악……!”

태운의 등 뒤에 있던 4명의 대통령이 머리를 감싸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자줏빛 번개 세례로부터 유일하게 안전한 구역이었던 태운의 등 뒤.

그러나 근처에 내리치는 수많은 번개가 만들어낸 열풍과 굉음만으로도 일반인인 그들은 피부가 익고, 고막에 손상을 입고 만 것이다.

‘죄송하지만… 옅은 화상이나 고막 파열 정도는 감수하시죠.’

태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고막이야 터지더라도 2주에서 3주 정도면 자연 치유될 것이고, 피부는 번개의 직접 닿은 것이 아닌 뜨겁게 달아오른 열풍에 조금 영향을 받은 것이기에 아무리 심해도 2도 화상 정도일 터.

그 정도라면 지금의 기술로 치료만 잘 받으면 흉 하나 지지 않고 치료할 수 있었다.

치료할 수 있는 상처를 잠시 입는 것과 목숨을 잃는 것.

둘 중 뭐가 나은지를 따져본다면 당연히 전자일 터였다.

‘자… 그래서 어디냐.’

콰르르르르릉 ― !

태운은 자줏빛으로 물든 세상 속을 자기장으로 탐지하기 시작했다.

자뢰들로 인해 자기들이 많이 어그러지고는 있었지만,

기긱……!

그렇다 해도 생물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의 변화를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이동 경로가 그려지고 있군.’

언제 어디로 내리칠지 모르는 뇌우.

점멸하듯 움직여봐야 번개를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푸르바는 순간이동을 사용하지 않고 몸을 놀리고 있었다.

다만,

‘…저걸 다 피한다고?’

그 몸놀림이 다른 의미로 귀신과 같았다.

스륵 ― 스르륵 ―

하늘에서 내리는 비 사이로 간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번개 사이로 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던 태운이었다.

그러나 지금 푸르바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스륵 ― 스르륵 ―

내리치는 번개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번개의 움직임이 모두 보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키이이이잉 ―

푸르바의 두 눈이 자줏빛과 비슷한 보랏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우웅 ― 우웅 ― 우웅 ―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낫도 같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권능!’

그 힘의 정체를 눈치챈 태운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푸르바를 토끼의 방주로 만들어준 권능.

그것은 바로 ‘크로노스’의 권능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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