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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32화 (232/300)

232화. 사신이 꽤 강함 (3)

콰르르릉!

순식간에 자줏빛으로 물들어버린 세상.

‘역시 코드 제로인가.’

그 세상 속에서 푸르바는 원수의 강함을 인정했다.

코드 제로.

그의 연인인 쿠마리, ‘니마’를 죽인 자이며 그가 몸담은 노아즈 아크를 괴멸 직전까지 몰고 간 자.

오랜 시간 노아즈 아크가 공들여온 이 세계의 체제를 단번에 바꾸어버린 혁명가이자, 마력이라는 범우주적인 물질의 위험성을 제로로 만들어버린 인류의 수호자.

자신이 빠졌었다고는 하나 그 강력하기 그지없던 방주들을 단신으로 격파한 그의 강함은 지금도 피부가 오싹오싹할 정도였다.

스윽 ―

푸르바가 재빨리 주위를 스캔했다.

그의 고유 능력 ‘순간이동’.

그 이동 가능 범위는 그의 시야 안이었으니까.

그러나,

파지지지직!

세상을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인 코드 제로의 번개 때문에 도통 어디가 안전하고 어디가 위험한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마력을 이용한 감각?

콰르르르릉!

천지가 뒤흔들리고 불타는 와중에 그딴 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아무리 그가 고위 헌터라지만,

파지지직! 콰지지직! 퍼퍼펑!

금방이라도 세상이 멸망할 것만 같은 이런 어지러운 상황에서는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감각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저곳은 안전하겠다만…….’

푸르바의 시선이 슬쩍 코드 제로의 뒤로 향했다.

그의 뒤편에서 한데 모인 채 괴로운 듯 나뒹굴고 있는 네 명의 남자.

푸르바가 사냥하려 했던 4개국 대통령들이 그곳에 있었다.

대충 척 보기에도 저곳에는 번개가 치지 않고 있었다.

아마 이 일대에서는 저 공간만이 오직 안전한 공간일 터.

하지만 푸르바는 선뜻 저 장소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놈이 그걸 모를 리가 없으니까.’

아마 저곳으로 이동하는 순간, 코드 제로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안 그래도 순간이동의 속도마저 거의 따라잡을 정도로 재빠른 코드 제로였다.

그런데 놈이 미리 노리고 있던 장소에 나타난다?

날 좀 공격해주세요― 라고 호소하는 꼴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쩔 수 없군.’

키이이잉 ―

푸르바의 두 눈이 보랏빛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노아신에게서 하사받은 그의 새로운 힘, 타락한 신 크로노스의 권능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 * *

고대신 ‘크로노스’.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의 아들이자, 신들의 왕이라 불리는 쥬피터,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주신인 포세이돈, 하데스 등의 아버지.

그는 시간과 농경을 관장하는 신이었다.

그래, 시간.

이미 공간과 관련된 능력을 지니고 있던 푸르바를 그야말로 무적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만들어준 힘.

이 힘은 푸르바가 권능에 적응하는 데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이기도 했으며,

키이이이잉 ― !

바로 지금 푸르바가 도명조의 말을 듣지 않고 코드 제로에게 단독으로 달려들게 한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했다.

크로노스의 권능 첫 번째, 시간 조작.

키이이잉……!

푸르바의 세상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릉……!

하늘에서 내리치던 자줏빛 번개 줄기들도 마찬가지.

[시간 괴리]

키이이잉……!

최대 비율 1,000 : 1

푸르바는 세상의 1초를 1,000초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세상 그 무엇도 예외는 될 수 없었다.

1천 개로 쪼개진 시간 속에서 번개가 날아드는 경로마저도 푸르바의 두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파지지지직!

번개의 속도는 무려 초속 100,000km.

하지만 푸르바의 시간 괴리 속에서 번개의 속도는 겨우 초속 100km에 불과했다.

파지지직!

스륵 ―

아슬아슬하게 자줏빛 번개를 피해낸 푸르바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그래도 쉽지는 않군.’

아무리 1,000대 1의 시간 배율이라지만, 여전히 번개의 속도는 초속 100km.

이는 약 초속 1km에 달하는 총알의 100배에 이르는 속도이며, 초속 340m에 달하는 음속의 약 300배에 달하는 속도였다.

단순히 1초를 1,000초처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평소의 1,000배의 속도로 움직일 수도 있게 된 푸르바지만, 마하 300의 속도로 쏟아지는 번개들을 모조리 피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번개는 날아드는 경로도 제대로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단순히 100배의 속도로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총알이었다면 훨씬 더 피하기 쉬웠을 터.

공기를 태우고 눈을 멀게 하는 번갯불을 번쩍이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번개는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저격총보다도 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까드득 ― !

푸르바는 기어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키이이이잉 ― !

슈슉 ― !

마력에 의해 전력으로 강화된 그의 신체가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슈륵 ― 슈르륵 ―

자뢰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의 몸이 마치 미꾸라지와 같았다.

또한,

우웅 ― 우웅 ― 우웅 ―

그의 손에 들린 낫, 신기 ‘스퀴테’가 연신 보랏빛 광채를 발하며 무언가와 공명했다.

치직… 치지직……!

스퀴테의 주변에서 미약한 정전기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 정전기를 보는 순간,

‘정전기를 유도하고 있다?’

태운은 놈이 자뢰를 피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부 이해할 수 있었다.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

휙 ― !

어떤 금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 낫으로 조금씩 자뢰의 방향을 유도해 바꿔버리는 것이었다.

그래, 마치 피뢰침처럼 말이다.

휙 ― ! 휘릭 ― !

물론 일반 번개가 아닌 자뢰이다 보니 직접적인 타격은 피하고 약간 비트는 정도일 뿐이었지만,

스륵 ―

초인 중의 초인인 S급 헌터이자, 권능에 완전히 적응한 푸르바는 그 정도만으로도 번개를 한결 손쉽게 피해낼 수 있었다.

“…제법이네.”

피식 ―

태운의 입가에서 비웃음이 살짝 새어 나왔다.

다른 무엇도 아닌 번개를 피해내다니.

역시 사신이라 불릴 만한 자가 아닌가.

하지만 상대가 사신이라면,

“그럼 이것도 피해낼 수 있을까?”

이쪽은 투신이었다.

자기장 내부는 태운의 권역 안이나 마찬가지.

홀로 그의 링 안으로 들어온 사신은 그저 태운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스윽 ―

그의 손짓에 따라,

지지지직!

번개를 피해내던 푸르바의 주위로 수많은 자줏빛 구슬이 생겨났다.

파직!

어마어마한 뇌기를 담고 있는 그 구슬들의 등장에,

“……!”

번개를 피해내던 푸르바의 두 눈에 당혹스러움이 피어났다.

“과연 코앞에서 터져 나오는 번개도 피할 수 있을까?”

콰악 ― !

태운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만뢰(萬雷) ― 자뢰 ver]

파지지지지지직!

콰르르르릉! 꽈르르릉!

수많은 뇌구들이 수백 수천 갈래로 나뉘며 번개를 폭발시켰다.

그야말로 폭뢰.

‘이, 이건 못 피해……!’

어느새 보랏빛이 아닌 자줏빛으로 물든 푸르바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가 있는 공간 자체를 가득히 메우는 어마어마한 양의 번개 줄기들.

1,000배의 시간 괴리로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푸르바는 본능적으로 순간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훅 ―

꽈르르르릉!

수많은 뇌구들이 뒤덮은 공간을 가까스로 벗어난 푸르바는 걱정했던 상황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하필 번개가 내리치고 있던 자리로 이동한 것이다.

파직!

푸르바의 정수리로 자뢰 한 줄기가 자비 없이 날아들었다.

꽈르르르르르릉 ― !

“끄아아아아아아악!”

1,000배의 시간으로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번개에 직격당한 푸르바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슈슉 ― !

“……!”

7개의 새로운 기척이 태운의 자기장에 감지되기 시작했다.

* * *

파지지지지직!

콰르르르르릉!

여전히 자줏빛 번개들이 쏟아지고 있는 그리스 대통령 관저 일대.

파밧 ― !

하지만 새로이 나타난 7개의 기척은 그 뇌우 안으로 뛰어들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파지지지직!

뇌우가 내리치고 있는 공간으로 뛰어든 7명의 존재들에게 어김없이 쏟아지는 자뢰.

그러나,

치지지직……!

그들을 향해 떨어졌던 자뢰는 금방 힘을 잃고 튕겨져 나왔다.

“…이거 진짜 되네?”

“신기 맞다니까!”

저마다 각기 불그스름한 원형의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도명조가 양산해낸 신기 ‘아이기스’의 레플리카.

천둥과 번개를 다루는 제우스의 무적 방패가 7명 모두의 한 손에 들려 있었다.

아니 적어도,

“야, 이 토끼 새끼야!”

소 탈을 쓴 남자의 손에는 두 개의 아이기스가 들려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막 자뢰에 직격당해 온몸이 불타고 난자되던 푸르바.

덜덜 떨리는 그의 시선이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했다.

“이거 받아라!”

휘리릭 ― !

마치 원반을 던지듯 아이기스를 날리는 소의 방주, 도명조.

“어딜.”

하지만 진작부터 새로 자기장 안으로 들어선 7명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던 태운이 이 원반을 중간에 잡아채려 했다.

애초에 아이기스는 하와이에서 본 적이 있었으니까.

이 방패가 자뢰를 막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태운이 푸르바가 이를 가지게 놔둘 리가 없었다.

그러나,

“너야말로 어딜.”

이를 예상했다는 듯 7명 중 갈색의 포마드 머리의 남자가 태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키잉 ―

덜컥 ―

푸르바를 향해 날아가던 원반 모양의 방패를 잡아채려 몸을 날리려던 태운의 몸이 렉이라도 걸린 듯 중간에 덜컥 멈춰 섰다.

부르르르……!

“……!”

무언가에 딱딱한 틀에 갇히기라도 한 듯 굳어버린 태운의 몸.

갑작스런 움직임의 커다란 제약에 태운이 당황하고 있을 때,

슈욱 ― !

탁!

허공에서 감전되고 있던 푸르바의 손에 아이기스가 도달했다.

파지지직……!

푸르바의 손에 아이기스가 닿자마자 모조리 튕겨져 나가는 자뢰들.

“크허억… 허억… 허억… 허억……!”

가까스로 자뢰에서 벗어난 푸르바는 아이기스를 손에 꼭 쥔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치이이이이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몸 여기저기가 난자되고 시커멓게 타들어가던 그의 전신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쯧쯧… 꼴 좋다. 참 꼴 좋아. 내가 혼자 달려들지 말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

“허억… 허억…….”

도명조의 신랄한 비난에 푸르바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회복에 집중했다.

“쯧.”

푸르바의 일관된 무시에 도명조는 혀를 차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스윽 ―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 있는 태운과 시선을 마주했다.

씨익 ―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는 도명조.

탈 뒤의 그 표정이 꽤나 건방져 보였다.

“이야… 이게 누구야?”

도명조가 탈을 벗어 보이며 실실대기 시작했다.

“그 무시무시한 코드 제로 님이 아니신가? 왜 그런 어정쩡한 포즈로 굳어 계실까? 아… 혹시 …….”

도명조가 비웃음을 참는 듯 입을 막아 보였다.

“쫄았나?”

하와이에서 아쉽게 놓쳤던 도명조.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던 그가 마침내,

“너……!”

스스로 태운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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