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화. 조금 벅참 (1)
주위를 둘러보는 태운의 두 눈이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 매서운 눈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도명조… 그리고…….”
스윽 ―
태운의 눈빛에는 상당한 당혹스러움과 함께 약간의 배신감마저 깃들어 있었다.
“너희들이 어떻게……!”
태운의 시선이 도명조가 아닌 다른 6명의 존재들을 향했다.
“잭, 다니엘, 마쓰무라, 루카스, 데런, 카트린……!”
세계 7대 헌터 중 6명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태운과 4인의 대통령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너희들이 어떻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우리가 뭐 언제는 동료였나?”
다니엘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유감이군. 코드 제로.”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눈빛으로 태운과 시선을 마주했고,
“오랜만이네요. 코드 제로.”
카트린은 미소를 지으며 태운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이쿠! 우리 총리님도 여기 계셨네?”
데런은 태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론 총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고,
“꼴 좋구나, 코드 제로! 큭큭큭!”
마쓰무라는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 있는 태운을 보며 마구 비웃고 있었다.
그리고,
“…….”
태운의 움직임을 멈추고 있는 루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능력 사용에 집중하고 있었다.
“코드 제로.”
쿵 ―
도명조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아이기스를 땅에 내려놓고 그 위에 팔을 살짝 걸쳤다.
“너는 끝났어. 네 힘에 대한 분석은 끝났으니까.”
“…내 힘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
도명조의 말에 태운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럼.”
텅텅 ― !
도명조는 킥킥 웃음을 흘리며 아이기스를 손바닥으로 텅텅 쳐댔다.
“그 잘난 번개 공격은 이 아이기스에 모조리 막힐 테니까 말이지.”
“아아.”
세계급 헌터들의 배신에 잠시 당황했던 태운은 어느새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는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거 뭐 저번엔 없었냐?”
태운이 비웃음이 가득 섞인 말을 내뱉는 순간,
그극……!
루카스의 염동력에 붙들린 태운의 몸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
염동력으로 태운의 전신을 붙들고 있던 루카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풀…린다……!”
그그그극……!
터어어엉 ― !
신체강화로 전신을 구속하고 있던 염동력을 단숨에 깨뜨리는 태운.
“쿨럭……!”
주륵 ―
그 반동으로 인해 내상을 입은 루카스의 입가로 핏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염동력을 벗어난 태운이 자세를 잡았다.
“그 짝퉁 방패들, 내가 어떻게 지웠는지 잊었어?”
치직!
[뇌신화(雷身化) ― 자뢰 ver]
그의 몸에서 자줏빛 번개가 튀어 올랐다.
금방이라도 몸을 날릴 듯한 태운.
그러나,
“아아, 잘 알고 있지.”
그런 태운의 자세에도 도명조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근데… 괜찮겠어?”
파밧 ― !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다른 6명의 헌터가 모조리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척 ―
그들의 손이 4인의 대통령을 향했다.
“그 자리 벗어나면… 대통령들 목숨이 위험할 텐데…….”
“……!”
대놓고 4인의 대통령의 목숨을 인질 삼는 이들의 행태에 태운은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빠드득 갈았다.
“네놈들……!”
태운의 이갈음에 도명조가 킥킥거렸다.
“그때 아이기스를 멸했던 그 힘, 직접 닿지 않고서는 사용하지 못했지 아마?”
까딱 ―
도명조가 고개를 까딱거리자,
키이이잉 ― !
6명의 세계급 헌터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때와는 또 다른 신들의 힘이다. 어디 한번 잘 받아보라고? 아주 잘~나신 코드 제로 씨.”
키이이이잉 ― !
화르르륵 ― !
도명조도 한 손을 들어 올리며 검붉은 흑염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면초가이자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버린 태운.
“…씨X.”
그의 입에서 그도 모르게 욕설이 새어 나왔다.
* * *
“뭐, 뭐가 어떻게…….”
“으으으… 으아아아아……!”
4인의 대통령들은 서로를 꽉 끌어안은 채 마치 아이들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퍼버버버버버벙!
꽈르르르릉! 치지지직!
콰지지지지직!
네 사람은 그야말로 태풍의 눈 속에 있었다.
네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주저앉아 있는 자리의 반경 1m 정도는 아주 고요하고 잠잠했다.
그러나,
꽈르르르르르릉!
그 1m를 벗어난 바로 1mm의 바깥은 그야말로 재해 속 그 자체였다.
번쩍!
후악 ― !
번갯불이 번쩍이고 어마어마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우르르르릉……!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빛과 천둥이 귀를 먹먹하게 하는가 하면,
훅 ―
갑자기 시커멓게 암실이라도 된 것처럼 시야가 깜깜해지기도 했다.
화르르륵 ― !
피부가 데일 것 같은 무시무시한 열풍이 들이닥치는가 하면,
콰드드득 ― !
피부가 베일 것 같은 무시무시한 한풍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휘오오오오오오 ― !
무엇보다도 연신 귀신의 울음소리라도 된 것처럼 들려오는 살 떨리는 바람 소리는 네 사람의 간담을 더욱 서늘케 했다.
“크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바깥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들이 들려왔다.
네 사람의 주위를 둥글게 에워싼 7명의 괴물이 공격을 퍼부으며 흘리는 웃음소리였다.
그 사이로,
“허억… 허억……!”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도 들려왔다.
파지지직! 퍼퍼펑!
네 사람의 주위를 초고속으로 에워싸며 움직이고 있는 코드 제로의 숨소리였다.
고막을 다쳐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그들의 귀에 들릴 정도로 커다란 숨소리라니.
코드 제로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코드 제로……!’
네 사람의 잔뜩 겁먹은 눈동자가 그들의 주위 어딘가에 있을 코드 제로를 찾아 헤맸다.
상황이 이쯤 되니 그들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코드 제로가 누구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그 무적이자 최강이라 불리던 코드 제로가 지금 자신들을 지키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니.
상황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코드 제로의 체력이 다할 테고, 결국 체력이 다한 코드 제로는 적들의 손에 당하고 네 사람 또한 사신의 암살 예고장 내용에 따라 죽게 될 터.
“아, 안 돼… 죽기 싫어……!”
무크 대통령이 어린아이처럼 울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억… 허억……!”
아론 총리는 영국의 세계급 헌터 데런을 본 이후 안색이 창백해진 채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있었고,
“끝…인가…….”
토마스 대통령은 모든 걸 자포자기한 듯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덜덜덜……!
미할리스 대통령은 몸을 오들오들 떨며 그런 세 사람을 살피다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살고 싶다는 욕망과 코드 제로를 휘말리게 했다는 죄책감이 더해진 그리스의 미할리스 대통령은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따끔따끔.
아까 전 입은 옅은 화상으로 인해 눈물이 흘러내리는 자국을 따라 따끔거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코드 제로 님……!”
탄식 어린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미할리스 대통령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부디 무사하십시오……!”
미할리스 대통령의 신형이 앞으로 엎어졌다.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싼 그의 모습.
그 모습이 마치,
덜덜덜……!
“제발……!”
자신의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과 흡사해 보였다.
* * *
[뇌신화(雷身化]] ― 자뢰 ver]
[입자가속(粒子加速)]
[광뢰신(光雷神)]
태운이 가진 이동기술 중 가장 뛰어난 기술이자 세계… 아니, 우주 최속의 이동기가 끝없이 발현되고 있었다.
번쩍! 번쩍! 번쩍!
파삭… 파삭… 파사삭……!
퍼어어엉! 퍼어어어엉! 퍼버어어어엉!
단숨에 초광속에 진입한 태운의 신형이 잔상조차 남기지 않은 채, 4인의 대통령 주위의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7인의 신 방주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다.
파삭……!
양손과 발에는 소멸의 힘이 담긴 ‘약력’을 전개한 채 말이다.
“허억… 허억……!”
방주들의 공격을 쳐내는 태운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초신속 이동기 ‘광뢰신’은 그 말 그대로 빛과 번개의 속도를 뛰어넘은 속도로 움직이는 기술.
그러다 보니 적어도 광뢰신을 사용할 때는 제대로 된 호흡을 하기가 어려웠다.
공기의 흐름이 태운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으니까.
안 그래도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기술인데 호흡까지 제대로 되질 않으니,
“허억… 허억… 허억……!”
태운의 숨소리가 금방 거칠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화륵 ― !
파삭……!
도명조가 쏜 흑염을 단번에 소멸시킨 태운.
“……!”
허공에서 꽁꽁 얼어붙은, 웬만한 건물의 기둥만 한 고드름이 흑염 곧바로 뒤에서 소리 없이 날아들었다.
카트린의 고유 능력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얼음 창이었다.
게다가 그 얼음 창은 상당히 시커멨는데 이는 그녀가 새로 얻은 권능, ‘닉스의 힘’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밤의 여신인 닉스.
그녀의 밤과 침묵의 힘이 담긴 고드름이 그 어떤 소리도 없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크기가 어떻건, 어떤 힘이 담겨 있든 간에 ‘약력’의 앞에서는 모든 것이 평등했다.
파삭……!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거대한 고드름.
그러나 문제는,
파지지직!
태운이 막아내야 할 공격은 그뿐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다니엘이 태운의 청뢰창과 닮은 푸른 번개의 창을 쏘아보냈다.
그가 새로 얻은 힘, ‘토르의 힘’이었다.
파사삭……!
무시무시한 번개의 창을 순식간에 지워낸 태운의 눈빛이 자줏빛 안광을 터뜨렸다.
‘나한테 감히 번개를 들이대?’
파지지지지직!
자뢰우와 만뇌를 토대로 생성되었던 어마어마한 자뢰들.
아이기스에게서 튕겨 나갔을지언정 사라지지는 않았던 그 자뢰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뇌창을 형성했다.
[자뢰거창(紫雷巨槍)]
슈욱 ― !
순식간에 튀어나간 거대한 자줏빛 뇌창이 다니엘의 미간을 노렸다.
“……!”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다니엘은 차마 반응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티이이잉 ― !
태운이 잽싸게 날린 자뢰창이 힘없이 튕겨 나갔다.
다니엘이 들고 있던 아이기스 때문.
아이기스는 소유자가 직접 막지 않아도 견고한 방어력을 그대로 전신에 부여하는 신기였던 것이다.
“후우우……”
깜짝 놀란 다니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쳇.”
태운은 그런 다니엘을 보면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도 잠시,
지이이잉 ― !
태운은 다른 쪽에서 재차 날아든 루카스의 파괴광선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려야 했다.
루카스가 새로 얻은 능력, ‘시바의 힘’.
콰후우우우웅 ― !
모든 것을 파괴하는 파괴광선이 그의 양손에서 ‘에너지파’처럼 쏟아져 나왔다.
“흐읍!”
파사사사삭 ― !
모든 걸 파괴하는 시바의 힘과 모든 걸 소멸시키는 약력의 힘.
두 힘이 맞부딪히며 무언가 갈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서로 가진 성질이 비슷했기에,
파사삭……!
마력이 더 많은 쪽인 태운의 힘에 의해 파괴광선이 소멸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루카스의 파괴광선을 소멸시킨 태운은 등골이 서늘해진 상태였다.
지금의 상황은,
‘…마력이 저놈보다 떨어지는 순간 내가 당한다는 건가.’
반대로도 충분히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허억… 허억……!”
잔뜩 지친 데다가 등골까지 서늘해진 상태였지만,
휘오오오오오 ― !
놈들은 태운에게 짤막한 숨 돌릴 틈조차 내어주지 않았다.
등골의 서늘함을 채 날리기도 전에 대기를 찢어발기는 칼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흐으으읍!”
태운의 양옆을 점한 마쓰무라와 잭.
각각 스사노오와 오딘의 힘을 얻은 두 사람이 거친 폭풍을 쏟아내고 있었다.
쿠아아아아아아!
두 줄기의 거대한 폭풍이 태운의 신형을 휩쓸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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