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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35화 (235/300)

235화. 괴물이 더 강해짐 (1)

쿠아아아아아아!

폭풍 속에 갇힌 코드 제로를 바라보는 푸르바의 두 눈빛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끝이다.’

코드 제로는 이 자리에서 살아 나갈 수 없었다.

저 폭풍을 벗어나더라도 다른 방주들의 강력한 공격들이 곧바로 이어질 테니까.

저 4명의 대통령의 목숨을 포기한다면 당하는 쪽은 신 방주들 쪽이겠지만, 그는 절대로 저 4명의 목숨을 포기하지 못할 터였다.

‘저 녀석은… 그런 인간이니까.’

저토록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도 길드를 창설하거나 들어가지도 않고 협회 직원을 자처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구태여 헌터들이 귀족과도 같은 세상을 뒤집어놓으며 헌터가 아닌 이들의 삶을 생각해주는 코드 제로이지 않은가?

목숨을 잃더라도 자신이 지키기로 약속한 네 사람을 버리는 일은 결코 일어날 리가 없었다.

“크하하하하하하!”

푸르바는 마쓰무라의 즐거움이 가득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기다려, 푸르바. 이 세상 전부 깨끗이 청소해버릴 거니까.

그의 죽은 연인, ‘니마’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니마.’

살짝 눈을 뜬 푸르바의 눈빛에 슬픔과 우울함 그리고 그리움이 깃들었다.

도명조에게 이용당하고 코드 제로에 손에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여인.

조금 전 코드 제로의 공격인 자뢰에 직접 맞아봤기에 푸르바는 더욱더 슬펐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저토록 강력한 자를 홀로 상대했던 니마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잔인한 권능으로 인해 자신이 길들여왔던 수많은 몬스터를 희생시켜야 했을 때, 그녀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안 그래도 고통에 취약했던 니마였다.

쿠마리는 쿠마리로 있는 동안 결코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으니까.

간혹 생기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자가회복으로 몰래 무마했던 그녀와 푸르바였다.

언제나 틀에 박힌 일상.

언제나 틀에 박힌 장소들.

―푸르바… 나 여행 가고 싶어.

항상 폐쇄적이고 갇힌 일상을 사는 그녀를 위해 푸르바는 밤이면 남몰래 그녀를 데리고 쿠마리 사원을 벗어났다.

그다음 날도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그녀였기에 오랜 시간은 힘들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해하던 그녀였다.

울컥 ―

순간 행복해하던 니마의 얼굴을 떠올린 푸르바가 울컥 치솟는 울음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스윽 ―

한층 더 깊어진 눈으로 폭풍 속 코드 제로를 바라보는 푸르바의 표정이 결연해 보였다.

‘이제 한 놈 잡은 건가.’

흘긋 ―

푸르바의 시선이 잠시 다른 쪽을 향했다.

“크크큭!”

화륵 ― ! 화르륵 ― !

양손에 거대한 흑염을 장전한 채 폭풍 속에 갇힌 코드 제로를 바라보는 도명조의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했다.

하와이에서 자신을 꽁지 빠지게 도망치게 만들었던 코드 제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운 모양이었다.

“…….”

꾸깃 ―

그런 도명조를 바라보는 푸르바의 미간에 잔뜩 주름이 생겼다.

따지고 보면 코드 제로보다는 도명조가 더 큰 원수임을 푸르바는 모르지 않았다.

코드 제로가 니마를 죽이긴 했지만, 애초에 그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니마를 역으로 죽인 것뿐이었으니까.

다만 도명조가 푸르바가 몸담은 조직의 방주인 데다가 코드 제로를 상대하기 위해선 도명조의 힘이 필요했기에 그 복수의 순서를 미뤄둔 것뿐이었다.

으득…….

도명조의 뒤통수를 바라보다 다른 신 방주들의 눈치를 살핀 푸르바의 잇새로 이 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코드 제로가 죽으면… 다음은 너다.’

그렇게 푸르바가 의지를 다잡는 그때,

키이잉 ― !

불길한 마력의 파동이 그의 기감에 잡혔다.

“……?”

놀란 푸르바가 고개를 돌려 폭풍 속을 들여다보았을 땐,

꽈지지지지직!

이미 검은 무언가가 성난 폭풍을 집어삼킨 뒤였다.

* * *

꽈지지지지직!

묵빛의 번개가 폭풍을 가르다 못해 집어삼켰다.

“……!”

쿠당탕!

깜짝 놀란 잭이 재빨리 폭풍을 멈춘 채 바닥을 굴렀고,

“크하하하하… 으엉?”

광소를 터뜨리며 좋아하던 마쓰무라는 자신이 쏘아 보낸 폭풍과 함께 검은 번개에 집어삼켜졌다.

꽈지지지지직!

일반 번개와는 다른 기분 나쁜 소리가 일대에 퍼져 나갔다.

“…뭐?”

눈앞의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도명조의 턱이 쩍 벌어졌다.

휘오오오오…….

꽈지지지직!

파삭……!

잠잠해지는 바람과 함께 울려 퍼지는 무언가 바스러지는 소리.

터엉 ― !

그 소리와 함께 상체가 날아간 마쓰무라와 반 쪼가리만이 남은 아이기스가 땅으로 떨어졌다.

“…….”

“…….”

그리스 대통령의 관저가 자리해 있던 일대의 소음이 한순간에 잦아들었다.

“우으으으으으……!”

오로지 들리는 것이라곤 대통령 4명의 울음소리와,

“허억… 허억… 허억……!”

잔뜩 실금이 간 가면 뒤 코드 제로의 거친 숨소리뿐.

후우우우우웅 ― !

폭풍의 잔재가 지나가며 일대의 먼지를 모조리 치워냈다.

공격을 퍼붓던 7인… 아니, 이제 6인이 된 도명조를 포함한 신 방주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뭐, 뭐……!”

도명조가 입을 뻐끔거리고,

“…딸꾹!”

카트린이 딸꾹질을 해댔다.

지직…….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으며,

“…파, 파괴광선?”

루카스는 자신의 권능과 비슷한 류라고 생각한 듯 말을 더듬었다.

치익 ―

데런은 자신도 모르게 손안에 피워냈던 불을 꺼뜨렸고,

“후욱… 후욱… 후욱……!”

간신히 몸을 피해 죽다 살아난 잭은 땅에 엎드린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 헥헥거리고 있었다.

조금 뒤에 떨어져 있던 푸르바의 두 동공마저 거세게 흔들리고 있는 그때,

“허억… 허억… 야… 니들… 쿨러헉……!”

거칠게 숨을 내쉬던 태운이 먼저 침묵을 깨뜨리며 입을 열었다.

“허억… 허억… 허억……!”

태운이 숨을 내쉴 때마다 가면 뒤 그의 입에서 단내와 함께 잔뜩 데워진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스의 10월 말 기온은 평균 13도에서 14도.

아무리 새벽이라지만 입김이 뿜어져 나올 기온이 아님에도,

“허억… 허억……!”

그의 입에서는 뜨거운 입김이 연신 토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허억…….”

날뛰기 직전의 괴물이 뜨거운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해 보였다.

“후우우우…….”

간신히 숨을 고른 태운.

“…준비한 건 이게 다냐?”

스윽 ―

살짝 앞으로 숙여져 있던 그의 상체가 다시 들어 올려지는 순간,

“……!”

뒤로 물러나 있던 푸르바를 포함해 남은 7인의 방주들은 심장이 거세게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쿵 ― 쿵 ― 쿵 ―

7명의 초강자들의 심장이 동시에 거세게 뛰기 시작하자 마치 누군가 북을 두드리는 것 같은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덜덜덜……!

카트린은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올려보았다.

쿵 ― ! 쿵 ― ! 쿵 ― !

살면서 느껴보는 가장 커다란 심장의 박동 소리.

‘아아아…….’

카트린은 말없이 자신의 심장 소리를 느꼈다.

그러다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게 나의 마지막 심장 소…….’

꽈릉 ― !

파삭……!

그녀의 생각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꽈지지직! 치지직!

어느새 날아든 검은 뇌전 한 줄기가 그녀의 머리를 관통했으니까.

털푸덕 ― !

목 아래만이 남은 그녀의 몸뚱이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카, 카트린……?”

그녀의 근처에 서 있던 데런의 동공이 커다란 지진을 일으켰다.

카트린.

그녀는 아이슬란드의 세계급 헌터였다.

더군다나 어둠과 침묵의 여신, 닉스의 권능까지 새로이 얻게 된 그녀는 전 세계에서도 최상위 강자가 된 상태였다.

아마 그 코드 원조차 거의 상대가 되지 않을 터인데…….

‘한… 방……!’

데런의 안색이 점차 하얗게 질려갔다.

아까 전 일본의 세계급 헌터 마쓰무라도 그렇고, 코드 제로가 쏘는 검은 뇌전 한 방에 벌써 신 방주 2명이 명을 달리하고 말았으니까.

코드 제로가 뇌전을 사용한다는 건 알았지만,

‘저, 저런 정보는 없었잖아!’

필멸의 힘을 담은 검은 뇌전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도, 도명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거, 검은 뇌전이라니!”

당황한 데런을 대신해 조금 전에 죽을 뻔했던 잭이 도명조를 향해 소리쳤다.

“마, 맞아! 검은 뇌전은 듣지 못했다고! 완전히 파악했다며!”

“도명조! 벌써 둘이나 당했다! 말 안 한 정보가 있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그리고 해결책은 당연히 있겠지?!”

다니엘과 루카스도 도명조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코드 제로 사냥을 나선 것은 어디까지나 확실한 승리가 보장되어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믿음에 금이 갔으니,

덜덜덜……!

그들의 전신은 어느새 덜덜 떨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방주가 되기 전, 한 차례 코드 제로에게 혼쭐이 난 그들로서는 확실한 승산이 없이 코드 제로에게 덤비는 모험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신 방주들이 급박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

덜덜덜……!

도명조는 그저 전신을 파르르 떨고 있을 뿐, 그들에게 어떠한 대답도 들려주지 않고 있었다.

‘…뭐지? 검은 뇌전? 그땐 없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고? 그게 정말 전력이 아니었다고? 근데 그래도 번개잖아? 근데 아이기스로도 못 막는다고? 레플리카라서? 진본이었으면 가능했나?’

혼란스러운 탓에 머리가 복잡하다 못해 그의 머릿속은 온통 잡다한 생각들로 새까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명조가 멍하니 있으니,

“도명조오오!”

애가 타는 건 다른 방주들이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방주 같은 건 되지 않았다고!”

다니엘의 말에 태운은 가면 뒤에서 살짝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헉!”

주춤 ―

태운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뭐가 어떨 줄 알았는데?”

까딱 ―

태운의 고개가 살짝 모로 꺾어졌다.

“아무 피해 없이 나를 이길 줄 알았나?”

“그건……!”

“다구리 치다 힘 빠지면 손쉽게 목을 딸 수 있을 줄 알았어?”

“그……!”

“그 알량한 권능 좀 얻었다고 나보다 강해진 줄 알았나 보지?”

“…….”

다니엘의 입이 다물어졌다.

푹 ― 푹 ― 푸욱 ― !

코드 제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그가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생각을 그대로 읊어주고 있었으니까.

“정말로 이렇게 생각해서 인류를 배신하고 그쪽에 붙었다면…….”

스윽 ―

태운의 손가락이 다니엘을 가리켰다.

키잉 ―

태운의 손가락 끝에 마력이 모이는가 싶더니,

“참으로 유감이다.”

꽈르릉 ― !

검은 뇌전이 검은 천둥을 터뜨리며 허공에 묵색의 선을 그렸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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