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화. 괴물이 더 강해짐 (3)
후욱 ―
꽈지지직!
존재감이 꺼지는 듯한 소리와 무언가 바스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쿠당탕탕!
관저를 에워싼 무너진 담벼락에 있던 푸르바의 신형이 무너져버린 관저의 폐허 속에서 나타났다.
“끄으으으윽……!”
오른팔을 비롯한 오른쪽 어깨까지 날아가버린 푸르바.
터엉……!
그리고 거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버린 아이기스가 그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토, 토끼……!”
그런 그의 모습에 놀란 도명조가 말을 더듬으며 외쳤다.
치이이이이이……!
순식간에 자가회복으로 손실된 몸을 회복시키는 푸르바.
비틀비틀.
그러나 충격이 컸는지 몸을 비틀거리는 것이 데미지가 상당해 보였다.
“…후우우우우.”
흠칫!
방금 전까지 푸르바가 있었던 자리에서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에 다른 방주들이 경기를 일으키듯 그 자리를 돌아보았다.
“이걸로 너희들을 지켜주던 방패는 모두 사라졌다.”
보라색으로 크게 0이 그려진 하얀 가면.
그러나 이제는 잔뜩 데미지를 받아 거미줄 같은 실금이 여기저기 퍼져 있는 아슬아슬한 가면을 쓴 남자가 고개를 크게 돌리며 목을 풀고 있었다.
뚜둑 ― 뚝 ―
그의 목이 돌아가며 뼈 소리가 들릴 때마다,
덜덜덜……!
방주들은 마치 자신의 목이 꺾이는 듯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스윽 ―
잠시 목을 돌리다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방주들을 마주 봐주는 태운.
가면 뒤에 살짝 드러나 보이는 그의 볼 근육과 귀가 움찔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안면 근육을 본 방주들은,
씨익 ―
그가 미소 짓고 있어서 그런 것임을 도저히 모를 수가 없었다.
“재미는 충분히 봤지?”
파지지지지직!
태운의 몸에서 자줏빛 뇌전들이 다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파직!
자줏빛 뇌전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뻗어 나간 붉은 뇌전 한 줄기가 대통령들을 에워싸고 있던 선인장들을 비롯한 줄기들을 모조리 지져버렸다.
바스스스…….
불에 타버린 듯 쉽게 바스러져 재로 변해버리는 식물들.
“하아… 하아… 하아……!”
덜덜덜……!
죽다 살아난 대통령들이 거친 숨을 몰아쉴 때마다 잿가루들이 휘날렸다.
“자, 그럼…….”
태운이 손목은 슬슬 꺾으며 온몸에서 자줏빛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핸디캡 없이 다시 시작해보자고.”
그가 마저 말을 마치는 순간,
파짓!
그의 신형이 방주들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전황이 순식간에 뒤바뀌기 시작했다.
* * *
쿠구구구구 - !
아이기스가 사라진 신 방주들은 태운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파지지지직!
아이기스라는 장애물이 사라진 전장은 고삐 풀린 늑대와 같은 자줏빛 뇌전에 의해 단숨에 지배되었다.
우르르릉……!
콰르르르릉 ― !
[자뢰우(紫雷雨)]
다시 한번 자줏빛으로 물든 하늘이 자주색 천벌을 내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덩치가 산과 맞먹는 거대한 독수리가 하늘을 날아가려다 자주색 뇌우를 맞고 공중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그 독수리의 정체는,
파직! 파지지직! 빠지지지직!
“끄아아악… 아아악… 아아아악!”
고유 능력 ‘독수리’의 소유자, 잭이었다.
키이잉 ― !
그가 익힌 유일한 오딘의 권능, 폭풍의 힘을 전개한 잭이 하늘을 향해 거대한 태풍을 쏘아 올렸다.
콰후우우우우웅 ― !
거대한 용이 용솟음치는 듯한 용오름이 하늘을 뒤덮은 자줏빛 구름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우르르르릉……!
천둥의 옅은 잔재만을 남겨놓고 맑게 개기 시작하는 그리스의 하늘.
그러나,
빠지지지지지지지직!
“끄으으으으으윽!”
이미 그의 전신을 잠식한 수많은 자뢰 줄기는 여전히 그의 몸에 달라붙어 전신을 난도질하며 마력을 그야말로 삭제해버리고 있었다.
“다, 다니에에에엘!”
잭이 황급히 다니엘에게 SOS를 쳤다.
“크윽!”
한편, 거대화한 잭의 밑에서 간신히 자뢰우를 피해낸 다니엘.
우웅 ―
그는 곧바로 피뢰침을 만들어 번개를 입힌 뒤 잭의 몸 근처로 던졌다.
잭의 몸을 뒤덮은 자뢰들을 그의 몸에서 피뢰침 쪽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빠지지지지지직!
이미 잭의 몸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버린 자뢰들은 피뢰침에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쉬익 -
자뢰에게 외면당한 피뢰침이 허망하게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파직!
피뢰침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다니엘의 신형이 푸른 번개를 남겨두고 사라졌다.
지금의 전장에서 도주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광뢰신(光雷神)]
광뢰신을 사용해 초광속에 이른 태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어딜 도망가?”
파지직!
어느새 다니엘의 앞을 가로막은 태운이 자줏빛 번개로 물든 주먹을 내질렀다.
[뇌신권(雷神拳) ― 자뢰 ver]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약력의 소멸의 힘이 아닌 순수한 물리적 충격이 다니엘의 전신을 휩쓸었다.
후두두둑 ―
순식간에 고기 조각이 되어 흩어지는 그의 상체.
털썩 ―
하체만 남게 된 그의 신형이 힘없이 그리스의 대지 위로 몸을 누였다.
“으아아아아아!”
반면, 도주를 포기한 루카스와 데런이 재빨리 4인의 대통령들을 향해 파괴광선과 불꽃을 쏟아냈다.
파짓!
그러나 초광속에 이른 태운의 신형이 순식간에 그 공격을 막아내고,
파지지지직!
그와 동시에 유효한 공격수단으로 다시 지위를 회복한 자뢰 줄기들이 공격을 쏟아내고 있는 두 사람을 덮쳤다.
콰르르르릉!
“커헉!”
자뢰에 휩쓸린 두 사람은 내부가 진탕되었는지 피를 한 사발씩 토해냈다.
지지지지직!
“끄으으으… 이렇게 된 거!”
꾸우우우우웅 ― !
데런이 눈을 번뜩이며 새로운 형질의 힘을 전개했다.
그가 익힌 유일한 아수라의 권능, ‘광란혈투(狂亂血鬪)’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지직!
꾸웅 ― ! 꾸웅 ― ! 꾸우웅 ― !
자뢰가 몸을 난도질할 때마다 데런의 신체 능력이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네놈을 죽이면 이 빌어먹을 번개도 사라지겠지!”
콰아아아앙!
그가 대지를 박차자 대지가 터져 나가며 땅거죽이 뒤집혔다.
슈육 ― !
초광속에 이른 태운의 속도까지는 아니지만 가볍게 음속을 뛰어넘은 그의 신형이 대통령들을 등지고 서 있는 태운의 앞에 나타났다.
“그 사기적인 힘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가 보구나!”
쿠아아아아아아 ― !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 담긴 그의 주먹이 태운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후욱 ― !
태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주먹에 주먹으로 화답해주었다.
키이잉……!
‘약력’을 덧씌운 주먹으로 말이다.
파삭……!
태운의 주먹 끝에 닿은 데런의 주먹이 바스라졌다.
그 순간 데런의 머릿속으로 생애 마지막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내가 왜 그랬지.’
파사사사사삭!
운석 충돌 급의 충격을 느낄 새도 없이 태운의 주먹이 그리는 선을 따라 그의 신체가 순식간에 지워졌다.
그리고 그를 뒤이어,
쿠웅 ― !
결국 자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온몸이 시커멓게 타버린 잭이 소사체가 되어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데런…! 잭……!”
그그그긍 ― !
데런과 잭의 죽음을 목도한 루카스가 온몸에 자뢰들을 줄기줄기 매단 채 염동력으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태운의 전신을 붙잡았다.
“얼른……!”
루카스가 힘겹게 말을 내뱉는 순간,
훅 ―
가까스로 회복을 마친 뒤 몸을 추스른 푸르바가 스퀴테를 들고 태운의 등 뒤를 점했다.
노리는 것은 태운의 목.
더 이상 노림수로써 무의미해진 대통령들의 목 따위는 푸르바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키이이잉 ―
시간을 다루는 신, 크로노스의 권능인 시간 괴리가 최대로 사용되며 그의 몸놀림이 1,000배의 속도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키이이이이잉 ― !
푸르바의 마력이 태운에게 영향을 끼쳤다.
[시간 괴리 부여 ― 1/1,000배]
1,000배로 빨라진 푸르바와 1,000배로 느려진 태운.
물론 태운은 이미 광뢰신을 사용한 상태였지만 두 사람에게 적용되는 시간 배율 차이는 무려 100만 배.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 km마저도 우습게 여겨질 정도의 불합리한 시간이 두 사람 사이에 적용된 것이다.
아마 태운의 입장에서는 푸르바의 움직임이 최소 초광속으로 느껴질 터.
빛의 능력자인 용의 방주, 제이슨조차 손도 못 쓰고 당해버릴 푸르바의 최후이자 최강의 카드였다.
‘이번에야말로 끝이다!’
승리를 확신한 푸르바가 이를 악문 채 스퀴테를 휘둘렀다.
슈하아아아악 ― !
하지만 그 순간,
끼기긱……!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 * *
광뢰신.
태운이 가진 전자기력을 응용해 입자 가속의 원리를 적용시켜 초광속에 도달케 하는 태운의 초고속 이동 기술.
입자를 얼마나 가속하느냐에 따라 그 속도는 천지 차이로 변할 수 있었다.
이미 광뢰신 상태로 초광속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으며 푸르바의 수십만 배의 빨라져 있던 태운이었기에,
슈화아아아악 ― !
1,000배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한들 순간이동이 아닌 푸르바의 움직임 따위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게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덜컥 ―
‘어……?’
태운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푸르바의 마력이 그의 움직임을 1000분의 1의 속도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순식간에 속도가 역전된 상황.
슈화아아아악 ― !
어느새 태운의 눈에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진 푸르바의 낫이 그의 목을 향해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아무리 태운이라 해도 목이 잘리면 죽는 건 매한가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태운이 누구인가.
절대 지지 않는 무패의 파이터였다.
투신이라 불리는 헤라클레스나 아수라만큼이나 번뜩이는 전투 감각이 태운의 전신 세포를 활성화시켰다.
생각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이미 광뢰신 상태인 태운.
그러나 거기에 더해 태운은 그저 본능적으로 마력을 움직였다.
키이잉 ― !
[입자가속(粒子加速)]
뇌신화 상태에서 입자가속을 전개해 도달한 광뢰신.
하지만 광뢰신 상태에서 입자가속을 한 번 더 더하게 되니,
[초광뢰신(超光雷神)]
그 속도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스윽 ―
태운은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낫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의 손이 지나간 공간은,
끼기기긱……!
가차 없이 뒤틀려버렸다.
그그그그극 ― !
일그러지는 공간과 함께 신기 스퀴테의 형태가 한순간에 우그러졌다.
“……!”
놀란 푸르바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야, 고맙다?”
태운은 자신을 한 번 더 강하게 만들어준 푸르바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며 손을 휘둘러주었다.
파악 ― !
태운의 손이 지나가고,
끼기기기기기긱……!
푸르바의 전신을 포함한 공간이 통째로 일그러져버렸다.
그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푸슈슈슉 ― !
구부러진 피 분수가 이리저리 휘날렸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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