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한국이 난리남 (1)
탁탁탁!
“코드 제로 님!”
완전히 먼지투성이가 되어버린 미할리스 대통령이 저 멀리서 태운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미할리스 씨…….”
잔뜩 지친 듯한 기색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태운이 반쯤 부서진 가면을 쓴 채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미할리스 대통령을 맞아주었다.
“…다행히 문자를 보셨군요.”
태운은 다행이라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도저히 발을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아 미할리스에게 문자를 보냈던 태운.
다행히 핸드폰이 망가지지는 않았는지 미할리스는 제때 문자를 받고 태운에게로 달려와주었다.
“괘, 괜찮으십… 헉……!”
태운의 상태를 살피던 미할리스는 바로 옆에 목이 꺾인 채 죽어 있는 사람을 보고 기겁했다.
토사물에 코를 박고 죽어 있는 도명조의 상태는 상당히 보기만 해도 역했으니까.
“미할리스 씨… 부탁 하나만 합시다…….”
태운은 덜덜 떨리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며 미할리스와 눈을 마주했다.
“뭐, 뭐든 말씀만 하십쇼!”
미할리스는 무엇이든 들어줄 기세로 눈을 반짝였다.
무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아테네 전역이 반파된 건 둘째 치더라도 어쨌든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아니던가.
게다가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노아즈 아크의 방주들, 게다가 배신한 세계급 헌터들마저 처단한 그에게 들어주지 못할 부탁 따위는 없었다.
“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를 잡아주세요… 아니, 전세기 좀 부탁하겠습니다. 가면서… 회복해야 하니까……!”
태운의 부탁에 미할리스는 그가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 일을 하려 하는 것이라고 오해했다.
그야 지금 전 세계에서 한국의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은 태운밖에 없었으니까.
미할리스가 태운을 만류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 조금 쉬셔야 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인근 헌터 호텔에서 좀 푹 쉬시지요. 아무리 헌터들이 자가회복이라는 수단이 있다지만… 그건 마력 수치를 희생하는 방법이라면서요? 조금 시간을 들이더라도 천천히 회복하시는 편이…….”
덥석!
태운은 조급한 표정으로 걱정스레 말을 붙이는 미할리스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피 묻은 그의 손이 미할리스의 바짓단을 더럽혔지만 두 사람 모두 그 사실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시간이 없습니다… 한국이 지금 위험해요…! 빨리! 제발 빨리 전세기 좀 준비해주세요……!”
“……!”
태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미할리스.
곧바로 가타부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아테네 변두리까지 후퇴시켜놓은 보좌관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지금 곧바로 전세기 준비하세요. 당장 이동할 테니까. 그리고 공항까지 이동할 차량도 하나 내가 찍어주는 곳으로 보내줘요.”
미할리스가 연락을 마치자, 태운은 지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다른 대통령들은… 어디 있습니까?”
태운의 물음에 미할리스는 연락을 끊으며 살짝 죄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세 분은 전신에 상처가 심해서… 일단 인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미할리스 씨는……?”
“저는 남아야지요. 여기는 그리스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리스 대통령이고요. 코드 제로 님의 등 뒤에 숨었을지언정 자리를 뜰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미할리스 대통령의 대답에 태운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름 보람은 있네요.”
“…예? 뭐라고…….”
태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미할리스가 되물었지만 태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치이이……!
약간의 마력 수치를 추가로 희생하여 자가회복을 시전한 태운은 약간의 육체적 피로를 걷어낸 뒤 피곤한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섰다.
“차량은… 언제 도착합니까?”
“길어야 10분 정도일 겁니다. 다만 도시가 워낙 망가져서… 조금 더 걸릴 수도 있긴 합니다.”
미할리스의 말을 들은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로 하나만 더 부탁하겠습니다.”
“네. 말씀만 하십쇼.”
“한국… 가는 동안 한국의 소식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아아아아 ―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태운은 그런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마력이 바닥난 지금의 상태로는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터였다.
‘가는 동안 최대한 마력을 회복해야 해.’
태운은 생애 처음으로,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과할 정도로 맑은 하늘이 두렵게 느껴졌다.
* * *
태운이 그리스에 있던 그 시각.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크하하하핫!”
잔뜩 해진 옷을 입고 때가 잔뜩 묻은 얼굴의 헌터들이 도시를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었다.
“치잇!”
그런 정체불명의 헌터에게 정장을 입은 한 헌터가 달려들었다.
동두천시.
동두천까지 밀고 내려온 정체불명의 헌터들을 상대로 협회의 델타, 베타조 그리고 한국 10대 길드 중 하나인 불패 길드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후욱 ―
콰앙!
정장을 입은 헌터, 협회의 베타조원 하나가 편의점을 부수고 들어와 알바생을 해치려던 헌터를 편의점 바깥으로 밀어냈다.
“리바이브 접종하고 숨어 있으세요!”
“네, 네!”
베타조원의 말에 알바생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가지고 다니던 리바이브를 팔에 꽂으며 자재 창고 뒤로 숨어 들어갔다.
“크으으으… 협회의 쥐새끼들이 왔군……?”
“노아즈 아크……!”
베타조원은 이를 으득 갈며 노아즈 아크의 잔당을 노려보다가 주변을 살폈다.
콰아앙! 콰아아앙!
도시 곳곳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도시 전체를 노아즈 아크 잔당들이 습격했다는 말이었다.
우웅 ― 우웅 ―
도시 전역에서 마력이 거칠게 요동쳤다.
노아즈 아크 잔당들이 마구잡이로 마력을 사용해대니, 마력이 퍼지는 정도만 따지면 웬만한 브레이크 수십 개를 합친 것보다도 빠른 마력 확산이 일어났던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도망칠 새도 없이 인구 전체가 마력 감염증으로 인해 쓰러졌을 상황.
그러나 다행히 한국은 민간인 대부분이 리바이브를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탓에, 모든 이들이 리바이브를 여러 개씩 상비하고 다녔다.
“빨리 대피하세요! 빨리!”
델타조 중 전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부가 시민들의 대피를 맡았고,
콰앙!
“크억!”
“민간인 노리지 마! 이 새끼야!”
대한과 민아를 비롯한 델타조 전력 상위 직원들은 노아즈 아크 잔당들이 시민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노아즈 아크 잔당들의 강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협회 직원 따위가아아!”
대한의 주먹에 맞은 노아즈 아크 잔당 중 하나가 B급에 이르는 마력을 운용하며 거대한 마력 망치를 만들어냈다.
후왁 ― !
놈의 거대한 망치가 대한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고,
“윽!”
미처 피할 타이밍을 잡지 못한 대한은 얼른 마력 방패를 만들어 머리를 가렸다.
그러나 일반형 능력자는 그 어떤 유형의 능력자들보다 철저한 상위 관계를 따르는 바.
B급 헌터인 저자의 공격을 D급인 대한이 마력 방패로 막았다간 속 내부가 완전히 진탕될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대한이 속이 뒤집히는 걸 각오하며 이를 악무는 그때,
휘리리릭 ― !
우뚝 ―
이상한 소리와 함께 놈이 내리치던 망치가 공중에서 멈춰 섰다.
패애애앵 ―
마력 망치를 칭칭 감은 의문의 실.
“끄윽……!”
공격이 저지된 노아즈 아크 잔당이 식은땀을 흘렸다.
실에서 느껴지는 장력이 보통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멍청아! 뭐 하는 거야!”
파악 ― !
상황 파악이 안 된 나머지 공격이 막힌 잔당과 함께 멍을 때리던 대한을 민아가 안고 옆으로 몸을 피해냈다.
쿠당!
두 사람이 껴안은 채 바닥을 굴렀다.
“쿨럭! 아니, 뭐 해!”
“너야말로 뭐 해! 공격 막아줬으면 빨리 그 밑에서 빠져나와야 할 거 아니야!”
“…아.”
대한은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으휴! 진짜.”
민아는 혀를 쯧쯧 차며 대한을 한번 흘겨본 뒤 잔당의 등 뒤에 있는 건물 위로 손을 한 차례 흔들어 보였다.
“오빠! 고마워!”
“너희는 다른 곳으로 가!”
“알았어!”
그때,
끼기기긱……!
티잉 ― !
망치를 실에 붙잡혔던 잔당이 마력 망치를 검으로 변환시켜 실을 끊어냈다.
“어딜 간다는 거냐!”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는 대한과 민아를 잡으려 했지만,
“네 상대는 나야.”
후욱 ― !
건물 위에 서 있던 사내, 동혁이 단숨에 지면으로 내려와 잔당의 등 뒤까지 따라붙었다.
“으읏!”
사사삭 ― !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빠른 동혁의 속도에 놀란 잔당이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덜컥 ―
“…어?”
역시나 이번에도 그의 마력 무기는 허공에서 멈춰서야 했다.
패애애앵 ―
아까보다 훨씬 더 두꺼운 실이 이번엔 검날이 아닌 그의 손 자체를 붙들었으니까.
“잘 가라.”
후욱 ―
동혁은 끝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적은 이자 하나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콰득!
동혁은 품 안에서 꺼낸 단검으로 단번에 그의 목을 잘라냈다.
털썩 ―
“좀 하는구나!”
잔당 하나가 당하는 걸 본 다른 노아즈 아크 잔당들이 킥킥거리며 달려들었다.
“하아아아…….”
길게 숨을 고르는 동혁.
[스파이더 넷(Spider net)]
파바바밧 ― !
거의 신기에 이른 손놀림과 함께 그의 앞에 양옆의 건물들을 지지대 삼아 방사형 거미줄이 잔뜩 쳐졌다.
“어억?”
달려들던 8명의 노아즈 아크 잔당들이 마치 거미줄에 날아들던 부나방처럼 동혁이 쳐놓은 거미줄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끈적 ―
“이익……!”
끈적한 거미줄이 그들의 온몸을 붙잡았다.
일반 거미줄이었다면 금방 풀어냈겠지만 동혁의 거미줄은 마력으로 강화된 특수한 거미줄.
그 탄성과 점도가 극에 달한 거미줄은 초인이라 불리는 헌터들도 잘 풀지 못할 정도였다.
“한꺼번에 몰려와줘서 고맙다.”
동혁이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제외하고 7개를 더 꺼내 들었다.
핏! 피빗!
단검의 손잡이에 거미줄을 모두 연결하는 동혁.
그리고는,
촤라라락 ― !
마치 기다란 사슬 검을 다루듯이 단검을 매단 거미줄을 모두 펼쳤다.
쐐애애애액 ― !
마치 그의 수족이라도 된 듯한 총 8개의 단검이 동혁의 거미줄에 매달려 거미줄에 붙잡힌 잔당들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푸슉! 푸슉! 푸슈슉!
총 7개가 명중했다.
사악 ―
단 하나의 단검만이 살짝 틀어져 놈의 목을 그은 상황.
“…아직 8개는 무리인가?”
동혁은 혀를 쯧 차며 빗나간 단검만을 다시 움직여 놈의 머리를 마저 꿰뚫었다.
“히끅!”
멀리서 이 장면을 보고 서 있던 한 아이가 아버지의 품에 안겨 딸꾹질하기 시작했다.
“…….”
그런 두 사람의 기척을 눈치챈 동혁.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얼른 남쪽으로 도망가세요. 가다 보면 협회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안내에 따라 빨리 대피하세요. 아이 눈은 좀 가려주시고요.”
“아… 네, 넵!”
아이의 아버지는 떨리는 다리를 꼬집으며 겨우겨우 다리를 움직여 그 자리를 벗어났다.
탁탁탁 ―
아버지의 품에 안겨 가던 아이가 살며시 아버지의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올렸고,
싱긋 ―
동혁은 그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걱정 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주었다.
콰아아앙……!
그러나 그럴 여유 따위 없다는 듯 또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음.
“…미치겠네, 진짜.”
파밧 ― !
동혁은 곧바로 굉음이 들리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래도 나름 분전하며 잘 싸우고 있는 동두천시.
그러나,
“끄아아아아악!”
모든 곳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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